# 33
Chapter 10 - 결승 (3)
미래고가 3대0의 스코어로 리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닝은 9회 초로 넘어가게 되었다.
선발 투수인 유성은 8이닝동안 단 1번의 출루조차 허가하지 않으며 14개의 삼진을 잡아낸 상태였다.
[위대한 도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경기 후반 들어서 투구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91구로 매우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는데요. 이번 이닝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 되는군요.]
마지막 이닝이었기에 아신고는 타격 좀 한다는 대타 카드를 모조리 꺼내들었다.
3점은 따라 잡기 힘든 것이지만 유성도 이젠 힘이 빠질 시간이었기에 모 아니면 도의 도박수였다.
팡!
하지만 유성은 이미 누가 나오든 신경 쓰지 않는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그렇기에 조절해두었던 체력을 모두 쏟아붙기 시작했다.
팡!
[2개의 공이 연속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둘 다 150km가 찍혔네요.]
[그러게요. 아직도 150을 던질 수 있군요.]
지켜보는 중계진 입장에서는 정말 터무니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작년 WBC만 해도 3번의 대결에서 단 1번만 승리를 거두며 전력면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그 1번이 결승전의 승리기는 했지만 바로 1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아예 한국의 유망주들이 일본의 고시엔을 정복하고 있었다.
"저 박유성이라는 선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글쎄..."
일단 고시엔에서 보여준 모습만 본다면 프로에서도 꽤나 수준급이 될지도 몰랐다.
NPB가 투고타저의 리그이기에 더욱 가능성이 높았다.
그동안의 경기를 꾸준히 지켜보았던 쿄진군의 스카우터도 이제는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여기서 기록을 완성 시킨다면 내 판단이 틀린거겠지."
"판단이라면..."
"아직은 프로급이 아니라고 했던 이야기 말이야. 내가 저 투수를 낮게 봤어. 저 친구는 이미 프로에서 이름을 떨칠 능력이 있어."
일본의 스카우터들도 이렇게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결승전을 보러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유성을 드래프트 1순위급 픽으로 보고 있었다.
투수로써 필요한 모든 부분을 갖추었으며 피지컬마저 메이저리그에 통할 수 있다고 확신할 정도였다.
"키가 아직 183cm인게 아쉽지만..."
"고1이니 좀 더 크겠죠."
"그렇겠지."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유인구로 잠시 타자의 시선을 돌려두고는 다시 포심으로 찍어 누르며 오늘 경기 15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2개.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이어가기 위해서 강혁이 잠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왜?"
"다시 한번 짚고 가자고."
"음... 방금 그 타자가 대타 중에선 제일 잘 치는 타자였을꺼야."
"그런가?"
"지금 대타로 들어오는 타자는 한방이 강해보이는 타자인거 같고."
"덩치가 딱 맞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사인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강혁이 다시 자리에 앉는 것으로 경기가 재개 됬다.
팡!
초구에 헛스윙을 유도하며 스트라이크를 얻어냈으나 헛스윙의 바람이 마운드까지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파워가 느껴졌다.
보통이라면 이 터무니 없는 파웡에 피하는 승부를 하겠지만 유성은 단 1구만에 타자의 컨택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변화구가 좀 더 힘을 쓸 수 있다.
연달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헛스윙을 유도하며 유성은 16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마지막 아웃 카운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제 경기 종료까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둔 가운데 아신고가 마지막 대타를 기용합니다.]
아신고의 투수가 3명이니 고시엔 18인 엔트리상 타자는 15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선발로 나선 8명에 이미 처리한 3명의 대타를 제외하면 남은 선수는 단 4명.
남은 선수는 그 중에 가장 컨택이 좋고 주력이 좋은 선수일 것이다.
'어떻게든 맞추기만 하면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일려나...'
예상대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보기만 해도 발이 빨라 보이는 타자였다.
거기다가 좌타자라는 점으로 인해 유성은 강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기습번트?'
생각도 못한 사인이었지만 강혁은 만약을 위해서 벤치에 사인을 보냈고, 그 사인을 받은 코치들도 만약을 위해서 3루의 백현에게 전진 수비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그 장면은 경기를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미래고가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네요.]
[네. 3루수는 아예 번트가 무조건 나온다고 생각 할 정도로 전진했고, 유격수는 3루쪽으로 움직였네요.]
[1루와 2루수는 그대로 있는데... 외야도 전진했군요.]
[대타로 나온 저 선수가 장타를 못 때리는 선수이기는 합니다.]
[그렇군요. 만약에 내야를 넘어가는 타구가 나와도 바로 처리하겠다는 의도로군요.]
마지막 타자가 나오자마자 강력한 압박을 시도한 미래고의 모습에 아신고 벤치에서는 한숨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완벽하게 마지막 타자의 특성을 파악했다.
아니 파악 당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젠 길이 없었기에 아신고의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팡!
설상가상으로 유성은 초구부터 체인지업을 던지며 쉽게 번트를 댈 수 없게 몰아갔다.
번트를 하겠다면 초구에 바로 하는게 좋았지만 유성의 체인지업은 함부로 건드렸다면 파울이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래도 이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2구째가 날아들자 타자는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이미 수비수들이 준비를 하고 있기에 의미 없는 번트라고 생각 되었으나 번트가 뜨고 말았고, 하필이면 타구가 전진하던 3루수의 키를 넘기고 말았다.
[기습 번트!]
[3루수 키 넘겼어요! 유격수 바로 달려오는데요!]
"잡지마!"
그때 유성이 소리쳤고, 공을 잡기 위해 대시하던 유격수 최성현은 급하게 몸을 피하며 공이 그대로 튕겨가게 놔두었다.
그리고 3루수 키를 넘겼던 번트 타구는 그대로 파울라인 밖으로 튕겨나갔다.
"파울!"
[파울입니다! 완벽한 기회가 파울이 되었습니다!]
[아신고는 마지막 순간에 행운도 따라주지 않았네요.]
번트에 실패한 타자는 하늘을 보며 절망했다.
토 나올정도로 빡빡한 미래고의 전진 수비를 뚫고 겨우 성공 시킨 번트였는데 그게 파울 라인 밖으로 가버리니 소위 말하는 멘탈 붕괴가 왔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쉬며 다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유성은 단번에 마지막 공을 던졌고, 타자가 맥 없이 헛스윙을 하며 결국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 종료. 미래고의 박유성 선수가 봄 고시엔 우승과 함께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였습니다.]
[일본팀들이 이렇게 무너진 것을 보면 안타까움이 들지만 미래고의 위대한 모습에 박수를 쳐줄 수 밖에 없네요.]
9이닝 무실점 17K 101구.
퍼펙트 게임.
봄 고시엔 MVP 박유성 4경기 21이닝 무실점
각종 기록과 함께 미래고는 봄 고시엔 우승을 확정하였다.
그렇게 유성을 비롯한 선수들은 일본의 정점에 도달하였다.
***
"우승이라고?"
"허..."
"생각보다 더 잘했군요."
"그러게 말이야."
한국의 미래고는 물론 미래고의 선전을 지켜보았던 한신고에서도 미래고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그것은 2010년 봄을 제패한 팀에 대한 예의였다.
"그러고보니 언제까지 머무신다고 했죠?"
"일단 형식상 단기 유학으로 넘어왔으니 몇달은 신세를 질듯 합니다."
"혹시 여름 고시엔까지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애초에 저희는 초청팀 자격으로 봄 고시엔에 참가한거라... 게다가 여름까지 참가한다고 하면 한국에서도 뭐라고 하실 분이 있어서 말이죠."
"그렇군요. 아쉽다면 아쉽고 다행이라면 다행인 이야기로군요."
봄 고시엔 우승팀을 여름 고시엔이나 그 이전의 지역예선에서 만난다면 분명 많은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멤버들이 1학년으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미래고는 전력이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나빠질 일이 없었다.
"그러면 코치님, 우린 언제까지 일본에 있는거죠?"
"이쪽 학기 일정이 있으니 7월은 되어야 한국으로 돌아갈꺼다."
"그러면 여름 고시엔 이전에 돌아가는게 되겠네요."
"왜 여름에도 참가하고 싶냐?"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죠. 봄보다 더 치열한 대회가 바로 여름 고시엔이니깐요."
"그래도 참아. 애초에 우리가 일본에 온것부터가 반쯤 억지였으니깐."
"그래야겠죠..."
봄 고시엔 우승을 거두었으나 유성은 아직 배가 고팠다.
그런 유성의 모습을 보았기에 코치는 한국에 돌아간 이후 유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본업은 투수 코치였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은 당연했다.
"이제 공부할 시간이다."
"네?"
"네?라니 일본은 이제야 학기가 시작했어.1년이 아니라 1학기 뿐이라 따로 수업을 받겠지만 너희들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야. 대회도 끝났으니 당분간은 수업에 집중해야지."
"...유성아, 뭐 방법 없냐?"
"걍 포기해. 포기하면 편하거든."
"아..."
봄 고시엔에서 우승을 거둔 미래고 선수들은 당분간 휴식을 받았다.
덕분에 꼼짝 없이 수업을 받아야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한편으로는 수 많은 스카우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래고의 모든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까지 움직였고, 일부는 한국으로 향하며 한국에 있던 2,3학년 멤버들까지 분석이 되기 시작했다.
"한국쪽은 어때?"
"생각보다 괜찮은 선수가 많아요."
"그래?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온 유망주들이 대부분이 실패해서 애매했는데..."
"그렇죠. 그래서 정말 확실하다고 생각 되는 선수들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자금력 싸움으로 가면 메이저리그를 이길 곳은 아무도 없었다.
같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아닌 이상에 말이었다.
그렇게 거대한 손이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유성에게도 접촉이 있었다.
"봄 고시엔 MVP에 대한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데요."
"인터뷰요?"
"네. 한국에서 온 팀을 우승 시킨 한국인 에이스라는 소재는 일본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글쎄요..."
"보수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다른 선수들까지 해주신다면 긍정적으로 고민 해드리죠. 저희팀은 한 사람만을 위한 팀이 아니거든요."
아직 학생이라는 점으로 인해 유성은 이 이야기에 끼어들지 못했으나 대신 코치들이 노련하게 협상을 진행하며 유성에게 몰린 시선을 분산 시켰다.
대회가 끝난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기에 이 선택은 적절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금방 선수들에게 알려졌다.
"헐..."
"이젠 일본 언론이 인터뷰를 하러온다고?"
"우리 알고보니 유명인이었어?"
"그러고보니 4강부터 우리 응원하던 사람이 1천명 가까이 되던데..."
"결승전에는 더 많았었지?"
이번 인터뷰의 핵심인 유성은 선수들이 호들갑을 떨든 말든 잠을 자고 있었다.
어차피 인터뷰 같은건 회귀 전에 수 없이 해보기도 했고, 아직 훈련 재개가 되지 않았기에 당장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와중에 유성이는 편하게 자네."
"아까 수업 시간부터 반쯤 졸고 있었으니깐."
"그래도 에이스답게 이번 대회에서 제일 잘했잖아."
"잘했으니깐 제일 많이 던졌지."
"아, 그런대 난 아직도 퍼펙트 할때가 떠오른다."
"그땐 우리도 쫄았어."
"결승전에 퍼펙트 찍는데 무덤덤한건 처음 봤다니깐."
"중학교때도 노히트 찍더니만..."
유성과 같이 뛰었던 선수들과 유성과 붙어본적 있던 선수들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유성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유성이 깨어날때까지 이어졌다.
"뭐하냐 니들?"
"이제야 일어났냐? 저녁 시간 다 됬다."
"벌써? 얼른 밥 먹으러가자."
"이 녀석도 은근히 밥에 환장한다니깐."
"가자가자!"
평화롭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미래고의 분위기는 좋았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인터뷰때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