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32화 (32/156)

# 32

Chapter 10 - 결승 (2)

1회 말 2아웃이 만들어진 가운데 3번 타자인 백현이 타석에 들어섰다.

'체력 소모가 클텐데 여전히 빠르네.'

앞선 2명의 타자를 상대할때의 모습만 봐도 그는 문제 없다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습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정도는 알 수 있었다.

"겨우 하루 쉰걸로는 풀 컨디션을 보여줄 수가 없지."

"2,3이닝씩 던졌으면 상관 없지만 무려 8이닝이나 던졌으니깐요."

"그래. 지금은 억지로 페이스를 끌어 올린듯 하지만..."

오래 갈 수 없을것이다.

선수들에게 그 점을 주지시켜두었기에 백현도 2개의 공을 연속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둘 다 포심이었으나 하나가 살짝 빠지는 볼이었기에 볼 카운트는 1스트라이크 1볼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3구째 스플리터가 날아들어왔으나 다시 한번 참아낸 백현은 유리한 볼카운트를 얻어냈다.

"쳇. 쉽게 안 치는군."

4강전에서 8이닝을 던지면서 꾸준히 완급 조절을 해왔지만 그래도 어깨가 무거웠다.

그렇기에 빠른 승부를 원하고 있는 아신고의 에이스였으나 미래고 타자들은 쉽게 덤벼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공격적으로 가야겠지.'

팡!

"스트라이크!"

다시 포심을 찔러 넣으며 2스트라이크 2볼로 균형을 맞춘 그는 곧 바로 쐐기를 박으려고 했다.

하지만 백현도 140 중후반의 공에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공을 건드리며 파울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2S-2B의 카운트가 유지되는 가운데 백현은 천천히 배트를 돌리며 다시 타이밍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사토가 아무래도 4강의 피로가 있는듯 한데요.]

[아무래도 8이닝이나 던지면서 100구가 조금 넘는 공을 던졌는데 겨우 하루 밖에 못 쉬었으니깐요.]

[그래서 계속 승부를 걸고 있는데... 미래고 타자가 끈질기네요.]

다시 한번 커트를 해내면서 파울이 되었다.

이걸로 백현과의 승부는 7구째로 이어지고 있었다.

앞선타자와 합하면 이제 11구째를 던질 예정이었다.

불펜이 2이닝 정도는 담당하기로 미리 이야기 되어있지만 7회까진 그가 계속 담당을 해야했다.

'그러니 여기서 아웃 되주면 좋겠는데.'

딱!

다시 한번 파울.

이걸로 백현과 8구째 승부를 준비해야했다.

그때 벤치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포수의 사인이 바뀌었다.

'...별 수 없군.'

상대 타자가 너무 끈질겼다.

결국 사토는 8구째에서 아껴두었던 또 다른 변화구인 체인지업을 꺼내들었다.

"큭."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내며 겨우 백현을 잡아낸 아신고는 그렇게 1회 말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기다렸다는듯 걸어 나오고 있는 유성의 공은 그들 입장에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이제 4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아신고인데요. 1회에 단 9개의 공으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당했기에 여기서 한번 흐름을 끊어줘야할텐데요.]

[그러면 좋겠지만...]

팡!

"스트라이크!"

[쉽게 건드리지를 못하고 있네요.]

[그러게요. 박유성을 중심으로 한 미래고의 페이스는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와요.]

[봄 고시엔에 나온 학교들이 전혀 약한게 아니에요. 각 지역 예선에서 최소 8강을 기록한 각 지역에서 손꼽히는 팀들이거든요. 그런 팀들을 상대로... 한번은 운이 좋았지만 3경기 연속 콜드승은 절대 보통 전력으로 못하거든요.]

일본 중계진은 어떻게든 다른 학교에게 쉴드를 쳐줄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미래고를 칭찬하는 것이 되고 있었다.

그만큼 미래고가 지금까지 해온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4번 타자에게 4구만에 삼진을 잡아내며 4타자 연속 삼진을 완성하였고, 5번 타자에게도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 있었다.

"대단하군."

"그러게요."

"제구, 구속, 구위, 변화구, 스테미너, 멘탈... 투수에게 필요한 모든걸 갖추고 있어."

"아신고는 아마 무득점으로 지겠지."

5번 타자마저 삼진으로 처리한 유성은 6번 타자에겐 아쉽게 삼진을 잡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초구로 범타를 유도했기에 2회 초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투구수는 겨우 17구에 불과했다.

빠르게 2회 말로 넘어간 이닝.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철민도 성급하게 승부를 하지는 않았다.

"미래고는 전체적으로 사토의 투구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군."

"휴식일의 차이가 그만큼 크니깐요."

"점점 4강전때 길게 던진게 아쉬워질꺼야."

실제로 아직 20구도 안 던졌으나 사토의 구속이 조금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도 여전히 140 중반의 구속이 유지되고 있었지만 이전보다는 쉽다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딱!

결국 철민의 안타가 터져나왔고, 주자 1루 상황에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유성의 타격감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기에 아신고는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유성은 다른 타자들처럼 길게 지켜보지 않았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큰데요.]

[아, 이건... 넘어갑니다. 넘어갔어요.]

유성이 왜 미래고의 핵심 중의 핵심인지 잘 보여주는 홈런이 2회 말에 터져나오며 미래고는 2대0으로 리드를 잡았다.

아쉽게 뒤의 강혁부터는 연달아 아웃을 당하며 흐름이 끊어졌지만 유성에게는 단 2점도 충분했다.

2점의 리드를 얻어낸 유성은 이후 3회부터 6회까지 그야말로 아신고 타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당하는 아신고 타자들도 별 다른 말을 못할 정도로 유성의 피칭은 압도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신고의 사토가 그 사이에 1점을 더 헌납하면서 6회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스코어는 3대0까지 벌어져있었다.

"그래도 저쪽 투수가 생각보다 잘 버티는데요?"

"그렇기는 한데... 투구수가 90구가 넘었어. 이젠 불펜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

"반면에 유성이는 이제 55구네요. 정말 완봉을 하고도 남겠군요."

더 놀라운 점은 유성은 대부분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쩔러 넣으면서 6이닝만에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는 것이었다.

이런 유성의 피칭은 아신고의 그 어떤 타자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6회까지 단 1명의 주자도 출루 시키지 않고 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그래도 결승전이니 팽팽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차이가 커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직구를 노리면 변화구가 오고 변화구를 노리면 직구나 다른 변화구가 들어왔으니 더욱 어려웠죠.]

[그렇죠. 마치 타자들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듯 완벽하게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해설진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설마설마했지만 고시엔에서 1학년으로만 이루어진 한국 초청팀이 우승할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직 3이닝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유성의 피칭이라면 뒤집을 수가 없는 차이였다.

7회 초에도 계속해서 등판한 유성은 가볍게 손을 풀며 3번째 타석을 맞이하고 있는 아신고의 1번 타자를 맞이했다.

'이젠 뭔가 변화가 생겼을려나...'

자신의 공이 공략 당할 기미가 보인다면 유성은 과감하게 불펜에게 공을 넘길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물론 아신고 타선이 아직도 대응을 못하면 그들은 위대한 기록을 헌납하게 될 것이다.

이미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수 많은 야구 관계자들도 유성이 도전하고 있는 기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퍼펙트 게임'

9이닝 동안 단 1명의 주자도 출루 시키지 않고, 완봉승을 거두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투수가 이룰 수 있는 가장 어렵고 위대한 기록이었다.

그런 기록을 달성하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9개.

그리고 유성은 그 9개를 손쉽게 잡아낼 능력이 있었다.

팡!

여전히 150km가 나오는 포심은 타자들에게 부담스러웠지만 이전 두 타석에 비해서는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든 말든 유성은 계속해서 포심을 중심으로 타자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1번 타자는 앞선 타석과 달리 6구나 승부한 끝에 아웃을 당했다.

"6구라..."

"이제 61구로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오늘 처음 6구째 승부였어."

"그러고보니..."

선수 관찰에 가장 민감한 스카우터들이 먼저 깨달았다.

2번째 타자에게도 6구까지 승부를 이어가게 되자 이젠 해설도 깨달았다.

마지막 타자가 아예 8구까지 승부를 이어가자 관중들도 깨달았다.

"후... 드디어 따라 왔나."

이번 이닝에만 20구를 던졌다.

이닝당 투구수를 10구 안 밖으로 조절하던 앞선 6이닝동안과는 다르게 말이었다.

단순히 타자들만 분위기가 바뀐 것이 아니었다.

[사토 선수가 다시 한번 나오는군요.]

[투구수가 90구가 넘었는데요. 마지막 이닝일듯 합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사토는 단 7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투구수를 대폭 줄였고, 다음 이닝에도 다시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7회가 마무리 되고 경기는 8회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미래고 코치들은 고민에 빠졌다.

"유성이를 더 써야하나?"

"일단 75구니깐 1이닝은 충분합니다."

"갑자기 투구수가 늘어난게 불안하단 말이지."

"아직 우리가 리드를 하고 있습니다. 에이스에게 좀 더 신뢰를 주도록 하죠."

"...그렇군. 주장에게 좀 더 신뢰를 줄 필요가 있지."

결국 불펜에서 준비하던 승호가 덕아웃으로 돌아왔고, 주환만이 만약을 위해 불펜에서 준비를 시작했다.

8회째에도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심호흡을 하며 아신고의 4번부터 시작되는 타선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두 타자부터 쉬운 승부가 아니었다.

안타가 될뻔한 큰 타구를 중견수가 겨우겨우 잡아냈고, 그 뒤의 타자들도 끈질기게 늘어지면서 투구수를 늘렸기 때문이었다.

이쯤되니 유성도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갈 필요성을 느꼈고, 계속해서 140 중후반을 유지하던 포심의 구속을 140 초반까지 낮추어서 던지기도 했다.

또한 이전보다 변화구의 비중을 더 늘렸는데 7회까지 유성의 구종 구사 비율은 포심 70%, 변화구 30%에 달할 정도로 포심 위주였으나 8회의 유성은 변화구를 60%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런 자료들은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스카우터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누적되고 있었다.

"8회마저 퍼펙트로군."

"대신 투구수가 91구로 늘어났지."

"그런대 이번 이닝에 변화구 비중을 늘리고 직구 구속도 줄이면서 체력을 아껴놨어."

마지막 이닝을 위한 안배를 해두었다는 이야기였다.

반면 아신고는 결국 에이스인 사토에게 한계가 왔기에 불펜이 나머지 이닝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아신고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미래고가 계속 리드를 잡는다면 9회 말은 없을테니깐 말이야."

"글쎄... 앞선 이닝들과 달리 박유성의 투구수가 7,8회에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아신고도 9회에는 마지막 여력을 모두 쏟아부을꺼야."

분명히 예상대로 미래고가 리드를 잡았고, 마지막 쐐기를 박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야구가 최고의 스포츠 중 하나인 이유는 마지막까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유성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힘이 많이 빠진 상태였기에 더욱 쉽게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또한 아신고의 불펜이 힘겹게 그래도 어떻게든 미래고의 8회 말 공격을 막아내며 9회 초라는 마지막 기회로 바통을 넘겼다.

이제 경기는 아웃 카운트 3개만을 남기고 있었다.

"후..."

"유성아,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요. 여기까지 온거 제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기록을 확인하던 코치들도 지금 유성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파악한 상태였고, 선수들도 전광판을 확인했기에 조용한 상태였다.

결국 유성이 마지막 이닝을 해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제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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