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30화 (30/156)

# 30

Chapter 9 - 4강전 (5)

6회 초가 되어서야 모습을 들어낸 세이슈의 에이스.

그 이름은 마사무라 세이지.

그는 스코어 9대3으로 세이슈가 지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3일 전 등판에서 7이닝만 던지며 힘을 아꼈다지만 예정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생겼기에 100%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저쪽 선발투수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저쪽 선발? 짜증나지. 우리한테 박살난게 거짓말이라는듯 투심을 추가해와서 호투하고 있으니깐."

"더 이상의 실점은 없으니 따라 잡는 생각이나 해."

"그래."

포수를 돌려보내고 세이지는 지훈을 다시 한번 보았다.

지훈의 투심은 2가지 의견이 있었다.

연습 경기때는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견과 연습 경기 이후에 배워왔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와서 알 수 있었다.

지훈도 또 다른 천재라는 사실을 말이었다.

"운으로 4강에 온건 절대 아니라는거지..."

아쉬움이 들었다.

그것은 이런 팀을 결승에서 만났다면이라는 아쉬움과 자신이 100%가 아니라는 아쉬움이었다.

가볍게 공을 던져보았지만 완전히 회복한 것이 아니기에 살짝 어깨가 무거웠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조금씩 구속을 끌어 올리며 연습투구를 진행한 세이지는 마지막 공을 곧 바로 150km까지 끌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3일만의 등판이라 힘들텐데 구속이 나쁘지 않네요."

"4이닝만 던지기에 체력 배분이 쉬운 점도 있어."

"이번 드래프트에서 유력한 1라운드 픽답다고 해야하나..."

미래고의 타순은 8번 타자인 지훈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미래고는 투수 교체를 안 하나?"

"아직 투구수가 70구도 안 되었으니깐 못해도 6회까진 보겠다는거지."

"선발 대결에서 완벽하게 밀렸군."

"솔직히 세이슈가 선발을 너무 빠르게 내린 감도 있었어."

"그렇지. 1,2점 더 주더라도 5이닝은 채우게 해야했어."

결국 마지막 투수가 4이닝을 다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이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듯 지훈에게 초구부터 149km의 포심을 던지며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2구째에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으며 쉽게 승부하지 않았다.

물론 지훈도 이걸 칠 생각은 없었다.

삼진도 상관 없으니 최대한 공을 보라는게 벤치의 지시였기 때문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마지막 공은 살짝 힘을 뺀것인지 146km로 줄어들었다.

3구만에 지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미래고 타선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딱!

"아웃!"

팡!

"스트라이크!"

9번 타자와 1번 타자에게 단 5개의 공을 던지며 8구만에 6회 초를 마무리해버린 세이지는 마운드로 나오고 있는 지훈을 보며 기대감을 보냈다.

'이제 3번째 타석인데 어떻게 나오는지 봐주마.'

2번째 타석까진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3번째 타석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었다.

미래고에서도 이번 이닝이 고비인 것을 알았다.

아직 70개도 안 된 투구수 덕분에 여유는 많았지만 이전이닝부터 준비 중이던 승호가 있었기에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했다.

"일단 교체 없이 가는군."

"투구수가 적으니깐."

고비라면 고비인 이닝이었다.

세이지가 등판하자마자 미래고 타선을 압도하며 분위기를 바꾸었기에 이번 이닝에 세이슈가 본격적으로 따라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지훈의 공을 공략하는 것은 힘들었다.

딱!

"아웃!"

투심 자체는 이제 충분히 적응이 된 구종이지만 포심이 나올듯 하면서도 투심이 나오고 있었기에 확실하게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이슈의 선두 타자인 2번 타자를 2구만에 처리한 지훈은 다시 한번 만나는 클린업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렵게 가야하나..."

그러나 강혁은 여전히 공격적인 피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훈은 고개를 한번 저으면서 방향을 바꾸었고, 그대로 초구를 던졌다.

[볼이군요.]

[살짝 나갔네요.]

어차피 초구로 던진 공은 타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던진 공이었다.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걸 보니 아마 적당히 들어오기만 해도 스윙을 할 기세였다.

그렇다면 여기에 좋은 구종이 존재했다.

딱!

2구째 투심이 몸쪽으로 찔러 들어갔고, 3번 타자가 급하게 배트를 휘두르며 파울이 되었다.

이걸로 1스트라이크 1볼이 만들어졌고, 강혁도 지훈의 생각을 들어주며 3구째 다시 한번 유인구를 요구했다.

"큭!"

절묘하게 휘는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려다가 빠져나갔고, 타자는 맥 없이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쪽 높은 코스에 전력의 포심을 던지며 지훈은 삼진을 잡아냈다.

[2스트라이크 1볼의 상황에서 과감한 몸쪽 높은 직구로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 박지훈 선수입니다.]

[과감하네요. 그러면서도 영리해요.]

지훈의 투구수는 이제 72구째.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4번 타자가 초구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2사 1루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깝다..."

"그래도 단타로 싸게 막았으니 다행이군."

벤치에서 코치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훈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안타가 좌익수 앞으로 향했기에 유성은 공을 던져주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지훈을 보았다.

'믿고 던져라.'

"...이렇게까지 신뢰를 받고 있는데 제대로 해야겠지."

계속해서 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훈은 잊혀져있던 체인지업을 다시 꺼내들었다.

과감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밀어넣으며 스트라이크를 얻어냈고, 2구째 포심으로 순식간에 타자를 궁지로 몰아갔다.

"정말이지 칭찬을 안 할 수가 없군."

"과감하네요."

"요즘 애들은 자꾸 피할려는 피칭을 하는데 저 선수는 연습 경기때 패배한 기억이 있음에도 과감하게 승부를 보고 있어."

"그렇기는 하죠."

"반응이 안 좋은데?"

"어차피 드래프트에서 못 뽑을 선수니깐요."

"하긴..."

드래프트에서 뽑지 못하는 선수에게 억지로 매달리는 것은 별 다른 효과가 없었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있다면 어떻게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미래고 선수들이 일본행을 원할 이유는 딱히 없었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팡!

"스트라이크!"

지훈은 2스트라이크 이후 3개의 공을 더 던졌으나 결국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6회 말을 무실점으로 넘겼다.

그와 동시에 경기는 이제 후반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7회 초.

2번부터 시작하는 타순이었기에 미래고는 과감하게 도전을 했다.

하지만 6회와 달리 페이스를 좀 더 끌어 올린 세이지의 공에 2,3,4번이 전부 삼진으로 물러나는 일이 벌어지며 미래고에게 충격을 주었다.

"와나 저거 진짜 뭐냐?"

"153km? 저거 진짜 3일 쉬고 나온놈 맞냐."

게다가 공격적인 피칭 덕분에 2이닝동안 삼진을 5개나 잡았음에도 투구수는 겨우 20개 밖에 안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지훈은 다시 나설 준비를 했다.

"지훈아."

"네."

"이번이 마지막이다."

"...알겠습니다."

자신이 오늘 어떤 기록을 작성했는지는 지훈도 확인했다.

현재 투구수는 78구로 100구 이전에 무조건 내려온다고 생각해도 아직 22개나 되는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세이슈의 타순은 이제 6번부터 이어지는 하위 타순이다.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왔기에 지훈은 남아있던 여력을 모두 쏟아부었고, 3명의 타자를 처리하는데 단 13개의 공만을 사용했다.

그렇게 지훈의 등판이 마무리 되었고, 경기는 8회 초로 넘어갔다.

[점차 막판으로 갈수록 경기가 빨라지고 있는데요.]

[세이슈 입장에서는 박지훈을 6회에 이어 7회에도 공략을 못한게 큰 아쉬움일겁니다.]

[네. 대타까지 꺼내들었는데 별 수 없었죠.]

7이닝 3실점 7K 91구

프로에서도 이정도 성적을 기록하면 칭찬을 받는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동시에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QS+)를 기록하면서 마운드에 내려간 박지훈 선수입니다.]

[이어서 8회 초로 넘어왔는데요. 세이지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겁니다.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음에도 추격을 전혀 못했으니깐요.]

"끝났군."

"그런가요?"

"길어도 5이닝이라 생각했던 선발이 7이닝을 던지고 반대로 세이슈는 5이닝도 못 채웠어. 사실 거기서 끝난 게임이었지. 게다가 미래고의 불펜 투수들도 그 사이에 약점을 보완했을 확률이 높으니 남은 2이닝에도 그대로 틀어막힐꺼야."

"그렇다면 그 다음 경기를 준비 해야겠군요."

미래고와 세이슈의 경기가 끝난 뒤에 또 다른 4강전이 치루어진다.

스카우터들의 목적은 이 1경기만이 아닌 다음 경기에도 있었다.

"그나저나 대단하네요. 1학년만으로 이루어진 팀이 결승이라..."

"한국은 고교팀이 60개 정도 밖에 안되는데도 이렇단 말이지."

"이거 올해 청소년대표팀에서 한국이 우승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그건 아닐꺼야."

"네?"

"그냥... 한국의 이번 1학년이 특출나게 뛰어난거야."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06,08 대회때 한국 청소년 대표팀이 우승을 거두었을때 한국에 간적이 있었다.

그때 전국에 10곳이 넘는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당시 1학년이자 현 시점에서 3학년이 되는 선수들은 보았지만 이런 잠재력을 보인 선수들은 없었다.

'올해 대회보단... 2년 후. 그러고보니 2년 후의 청대가 한국에서 열린다던가.'

한가지 좋은 정보를 떠올렸던 그는 세이지가 다시 마운드 오른 것을 보고 생각을 멈추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번 이닝의 선두 타자가 마침 유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군요. 이번 타석은 어떻게 보십니까?]

[세이지가 2이닝동안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개인적으로 미래고에서 가장 위험한 타자를 저 박유성 선수라고 생각하기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는 말은...?]

[솔직히 누가 이길지 확신은 없습니다.]

저번 연습 경기에서 유성은 아쉽게도 세이지와 대결해보지 못했다.

세이지가 내려간 이후에 대타로 기용 되었기에 안타를 때려내기는 했으나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었다.

결국 둘 다 이번이 첫 만남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세이지는 초구부터 150km가 넘는 포심을 찔러 넣기 시작했다.

'저번에 봤던 한신고 에이스보다 더 한데...'

겨우 3일을 쉬고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프로에서도 흔한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배트를 다잡으며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딱!

2구째로 다시 한번 포심이 들어왔으나 유성이 걷어내며 파울이 되었다.

단 1번만 공을 보고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살짝 간을 보자.'

'...그래.'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승부를 보고 싶었지만 포수의 의견을 따랐다.

세이지가 수 많은 고교 선수들 가운데서 정점에 오른 것은 포수와 의견을 잘 주고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변화구를 통해 유성의 배트를 유도해봤으나 유성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

'생각보다 더 이성적인 녀석이네.'

이런 타입들은 늘 그렇지만 다른 투수에 비해 더 까다로웠다.

그와 동시에 어떠한 말이 떠올랐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머리로 다음 공을 예상하기 시작했다.

'일단 방금의 변화구는 아니야.'

다른 변화구가 날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유성은 잠깐의 생각을 통해 변화구를 완전히 배제했다.

'이걸로 끝이다.'

'온다.'

딱!

***

"아쉬운 경기였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처음부터 던졌어도 졌을겁니다."

"네?"

"저 팀에는 엄청난 녀석이 있거든요."

최종 스코어 10대3.

8회 초 유성의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가 7점차로 벌어졌고, 이후 8회부터 등판한 승호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이전의 설욕과 동시에 경기를 그대로 마무리 지으며 미래고는 고시엔 결승 진출에 성공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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