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29화 (29/156)

# 29

Chapter 9 - 4강전 (4)

5회 초로 이어진 이닝.

아직 세이슈는 3번째 투수가 계속해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불펜이 안 움직이네요?"

"아마 6회부턴 다음 카드를 꺼내들겠지."

"그러면..."

"5회 말에 최대한 따라 잡을 생각이겠지."

반면 미래고는 아직 불펜이 준비되지 않고 있었다.

이전 이닝에 대량 득점으로 크게 리드를 벌려둔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치룰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타순은 3번 타자인 백현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점수 차이만 본다면 문제 없지만..."

"다음 이닝쯤에는 분명 꺼내들겠지."

18인 엔트리라는 제한으로 인해 양팀 모두 투수는 4명이 끝이었다.

미래고는 원래 4명이었지만 세이슈는 더 많은 투수가 존재했으나 엔트리 제한에 걸렸기에 아껴두고 있던 에이스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더 달아나려면 지금이 기회니깐..."

생각을 마치자마자 백현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사인을 확인한 백현은 헬멧의 챙을 만지며 사인을 확인했다는 사인을 보내고는 타격 준비를 마쳤다.

날아오는 초구를 보고 백현은 번트 모션을 취했다.

"번트?!"

우타자라는 리스크가 있었지만 백현은 공이 맞자마자 스타트를 끊었고, 공은 절묘하게 3루 방향으로 굴러갔다.

급하게 3루수와 투수가 달려들었으나 타구가 아슬하게 라인 근처에서 굴러가고 있었기에 둘 다 순간적으로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나가나가나가."

뒤에서 지켜보던 포수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나갈듯 하던 타구는 마지막 순간에 라인 안쪽으로 들어오며 번트 안타가 되었다.

"...완벽하게 당했군."

"그러게요."

5점의 리드를 가지고 있는 팀이 이렇게까지 움직일줄은 몰랐다.

잠시 고민에 빠진 세이슈의 감독은 이내 뒤에 있던 한 선수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준비하는군."

"6회부터 나온다고 가정하면 4이닝인가요?"

"그렇게 되지."

다시 한번 이번 5회 초 공격이 마지막이라는걸 상기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루상에 나간 주자가 매우 중요해졌다.

5점 차의 리드가 있지만 세이슈가 투런포로 추격을 시작했기에 여기서 1점이라도 더 추가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다행인건 지금 타순이 클린업이라는거지."

선수들도 세이슈가 마지막 투수를 준비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기에 이번 타석에서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했다.

'좌완 투수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선발로 나온 투수와도 다른 스타일이라 골치 아팠다.

게다가 철민은 백현이나 뒤의 유성처럼 빠르지 않았기에 번트를 하기도 힘들었다.

팡!

고민하는 사이에 초구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정확히 들어오며 1스트라이크가 되었다.

그 공을 보고 철민은 가볍게 스윙을 해보며 타이밍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흠..."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유성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금씩 감을 잡고 있었다.

주자인 백현도 만약을 위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라지망."

"네?"

"아무 것도 아니네."

'대회가 진행되면 될수록 미래고의 전력이 강력하다는게 보이는군.'

벌써 경기의 절반 가까이가 진행된 상황에서 작년 고시엔 우승팀에게 이런 압도적인 차이를 내고 있다는 것은 일본에 많은 충격을 줄게 분명했다.

아니 지금도 일본 중계진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세이슈의 에이스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만...]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세이슈입니다.]

[1학년으로만 이루어진 멤버였기에 1,2회전 정도에서 탈락을 예상했습니다만 4강까지 올라왔고 이젠 결승을 노리고 있는 미래고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줄은 몰랐지만 이젠 기적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르겠군요.]

"1,2번은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3번, 4번이 된다면 실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일본 사람들은 속 쓰리겠지만요."

"나도 솔직히 완전히 못 믿겠어. 한국이 뛰어난게 아니라 미래고가 특출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그 결과는 청소년 대표팀에서 확인하면 된다.

1학년이라는 문제 때문에 참가는 힘들겠지만 말이었다.

"보고서나 써놔. 한국의 평균적인 수준은 모르겠지만 미래고는 확실히 눈에 띄는 선수가 많아."

딱!

철민의 타구가 1,2루 사이를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후진 수비를 펼치고 있던 2루수에게 막히며 주자를 2루로 보내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주자가 1루에 있는 것과 2루에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존재했기에 유성은 배트를 가볍게 돌리며 타석에 들어섰다.

[자, 1사 2루 상황에서 5번 타자인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앞선 3경기 모두 등판하며 타격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현재 7할이 넘는 타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터무니 없군요.]

[그 터무니 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딱!

[또 쳤네요.]

이번에는 좌중간을 완전히 가를것처럼 날아가는 타구가 순식간에 원바운드로 펜스를 맞았고, 2루에 있던 백현도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유성이 1루를 지나 2루로 향하고 있을때 겨우 중견수가 잡아서 송구를 시작했고, 그런 움직임을 보던 유성은 속도를 더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자, 2루! 지나서 3루로!]

[유격수 3루로! 아... 살작 빗겨나가면서 타자가 여유롭게 3루에 도달했습니다.]

[놀랍네요. 발이 빠르다는건 계속 느꼈지만 저렇게까지 빠를줄은 몰랐습니다.]

겨우 따라가나 했더니 1점을 추가로 허용하고는 주자마저 3루에 도달해버렸다.

결국 세이슈는 강혁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하며 3루의 유성마저 홈에 들어가게 만들어버렸다.

[이제 스코어가 다시 9대2로 7점차가 되었군요.]

[여기서 3점을 더 헌납하면 10점차가 되는데요. 4강전이기에 콜드 패가 없기에 그대로 9회까지 경기가 이어지게 됩니다.]

[정말 끔찍한 이야기죠. 사실상 콜드를 당한것이나 다름 없으니깐요.]

2점이면 충분했다.

이어서 7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고 그는 초구를 바로 공략했다.

하지만 그 타구는 3루수 땅볼이 되었고, 1루에서 아슬아슬하게 접전이 펼쳐졌으나 결국 아웃을 당했다.

아쉽게 아웃을 당했으나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5회 말로 넘어가는 이닝에서 지훈은 좀 더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타순도 위험한 구간인 클린업을 지난 6번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안심하고 던져봐."

마운드에 서 있던 지훈은 왠지 강혁이 그렇게 말한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지훈은 강혁을 믿고 던질 수 있었다.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5이닝을 채우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지훈의 포심이 정확하게 강혁이 원하는 곳에 들어갔다.

강혁도 지켜보고 있던 코치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흐름을 탔어."

그 말대로 2구째도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고, 이어진 3구째는 살짝 빠지는 공이었으나 강혁의 프레이밍이 다시 성공하며 순식간에 삼구삼진이 완성 되었다.

그야말로 지켜보기만 하다가 그대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이어지자 세이슈의 벤치도 점점 바빠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 이닝은 타순의 순서가 안 좋아."

"그래도 마냥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7점차라고 해도 아직 2개의 아웃카운트를 포함하여 총 14개의 아웃카운터가 남아있었다.

다시 말해 기회는 많이 남아있었다.

동시에 6회부터는 그가 등판할 것이기에 더 이상의 실점이 없을 것이다.

"투수를 흔들어서 차근차근 무너트린다."

"그러면... 저쪽의 불펜은 어떻게 하죠?"

"아마 6회까진 선발이 계속 던질꺼야. 6회가 추격의 마지노선이라는거지."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지시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세이슈에서 작전을 내는듯 하자 중계진도 이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현재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가 7번 타자죠?]

[네. 여기서 어떻게 출루를 해야 1번 타자로 이어질텐데요.]

[지금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주력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인데 지금 세이슈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고 있죠?]

[그렇네요.]

해설진이 수긍하자마자 타자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기습번트?"

놀라는 것은 잠시 순식간에 강혁과 백현 그리고 지훈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달려 나온 백현이 던지기 유리한 위치였기에 지훈과 강혁은 살짝 빠져주었고, 백현은 맨손 캐치로 공을 잡자마자 1루로 송구를 했다.

팡!

"세이프!"

"아오..."

"더럽게 빠르네."

"아까웠다."

아쉽게 주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무사 1루의 찬스를 허용한 가운데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세이슈의 타자는 번트 모션을 취했다.

"보내기 번트?"

"7점차에서?"

지금 급한 팀은 미래고가 아닌 세이슈였다.

아무리 하위타선이라지만 번트는 조금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서 어렵게 승부를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번트를 대줄때는 확실하게 대주는게 맞지만 상대 생각을 확실하게 모른다면 어렵게 갈 필요도 있어."

"투구수 여유도 있고 말이죠."

"그래."

지금 페이스라면 5회가 끝날쯤 지훈의 투구수는 70구 이하로 유지될 것이다.

7회까지 끌고 갈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사인을 받은 강혁은 초구 높은 코스를 요구했고, 지훈도 그 요구대로 볼이 될듯한 높은 코스를 던졌다.

제법 번트에 일가견이 있는지 타자는 볼이 되는것을 보고 배트를 빼며 볼 카운트는 1볼이 되었다.

만약을 위해 조금 전진했던 지훈과 백현은 세이슈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타자를 보고 있다면 강혁은 1루 주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말 번트를 노리는건가 아니면...'

볼이라서 배트를 물린건지 아니면 애초에 페이크인지조차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일단 공은 다시 지훈에게 던져주었다.

'3루수는 계속 대시. 배터리는 한번 더 찔러보고 그래도 아닌 것 같으면 번트를 대줘라.'

'네.'

다시 한번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타자에게 공을 던지기 전에 지훈은 1루 주자를 확인하였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서 1루로 견제를 시도했다.

"세이프!"

제법 아슬아슬했던 견제였기에 아쉬움이 들었으나 다시 공을 받은 지훈은 그런 모습을 지워버리고 다시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했다.

그리고 2구째에서 다시 살짝 빠지는 공을 던졌고, 타자도 다시 배트를 빼며 볼이 되었다.

그때 강혁이 공을 받자마자 일어나서 2루 방향으로 송구 자세를 취했고, 지훈은 본능적으로 앉았다.

그리고 머리 위를 지나가는 공을 느끼져 고개를 돌렸을때 주자는 세이프 판정을 받고 있었다.

"더럽게 빠르네."

스피드로 따지면 강호나 백현과 맞먹을 정도였다.

일단 주자가 2루에 향했으니 강혁은 잠시 마운드로 향해서 지훈과 사인을 다시 맞추었다.

"7점 리드 있으니깐 주자는 무시하고. 아웃카운트 잡는거에 집중하자."

"그래."

"주자가 2루 갔으니깐 이제 저쪽은 부담 없이 번트를 하거나 강공으로 나올꺼야. 사인 잘 받아라."

"알았어, 임마."

2루에 주자를 놔둔 가운데 타자에게도 2볼을 내주기는 했지만 부담은 없었다.

큰 점수차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실점을 했기 때문일까

그런 것은 상관 없었다.

지금 지훈은 놀라울정도로 침착했다.

8번 타자가 3구째에서 번트를 대며 주자를 3루로 보냈고, 세이슈의 9번 타자가 투수였기에 대타가 나왔으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고 대신 타자를 잡아냈다.

스코어가 9대3으로 바뀐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지훈은 1번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제 경기가 6회 초로 접어들었고, 양팀 벤치가 점차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불펜 준비 시켜야겠군."

미래고의 불펜이 드디어 가동되기 시작했고, 준비하고 있던 세이슈의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경기는 점차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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