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28화 (28/156)

# 28

Chapter 9 - 4강전 (3)

2사 이후에 만들어진 1,3루의 찬스.

그리고 타순은 3번 민백현으로 이어졌다.

"작전은..."

"지금부턴 맡기는 수 밖에 없어."

1루 주자는 평균 이상은 되지만 빠르다고 하기는 힘든 주자였다.

그럼에도 테이블 세터가 된 것은 그만큼 출루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주자의 움직임은 없다.'

'또 움직이는건 아니겠지?'

이미 선취점을 먼저 내주었기에 1대0으로 끌려가고 있는 세이슈는 조금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세이슈의 불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펜 준비 들어가네?"

"지금 준비를 시작한거보면 다음 이닝에 바꿀 생각인가본데."

"그것보단 우리쪽에서 유성이가 움직일듯 하니깐 대비하는거 같은데."

여전히 유성은 강혁과 캐치볼을 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현이 출루한다면 곧 바로 준비를 해야했다.

"나갈까?"

"글쎄..."

아직 에이스나 다른 투수가 나오기 전이었다.

이쯤이라면 백현이 한번 노려볼만한 타이밍이라는 것이었다.

유성과 강혁도 타석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볼카운트는 1스트라이크 1볼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러한 가운데 백현은 3구째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고구속은 146km에 변화구는 2개.'

이미 볼건 다 봤다.

과연 세이슈에서 4강 선발로 내세울만한 투수다웠다.

하지만 백현이라고 해서 계속해서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딱!

"와우."

1루수 머리 위를 훌쩍 넘어가며 파울라인 안쪽에 공이 떨어지자마자 3루 주자는 홈에 들어왔고, 1루 주자도 2루를 지나서 3루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떨어진 타구가 이후 튕겨나가면서 파울라인 밖으로 빠져나갔기에 우익수가 그 공을 잡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결국 우익수가 잡아서 내야로 송구를 했을때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에 들어왔고, 백현도 아예 3루에 도달해있었다.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터져나온 2타점 적시 3루타.

스코어는 이제 3대0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참나..."

"아직 모자랐나봅니다."

"지금이 봄이라서 다행이로군."

여름까지 최대한 개선을 시켜둘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뭐야?"

"교체 사인인데?"

"벌써 준비가 끝났다고?"

게다가 지금 투수의 성적은 2.2이닝 3실점이었다.

내리기에는 너무 이른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세이슈는 불펜을 끌어 올렸다.

"좌투수네?"

"게다가 저번에 안 나왔던 투수네."

"등판 기록은... 세이슈가 콜드승을 거둔 1차전때가 마지막 등판이군."

"최고 141km에 투심, 슬라이더, 스플리터라..."

"좌투라는 점이 더 골치 아플듯 합니다."

"그렇지."

일단 타석에는 철민이 들어서있었다.

바뀐 투수의 자료가 부족했기에 철민은 과감하게 초구를 노렸다.

딱!

제대로 맞은 타구가 크게 날아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담장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담장 앞에서 중견수가 타구를 잡아내며 이닝이 그대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아..."

"아까웠다."

"쩝..."

대기타석에 기다리고 있던 유성이 준 글러브를 받으며 철민은 한숨을 쉬며 수비를 위해 나아갔다.

그렇게 이닝은 3회 말로 넘어가게 되었다.

[세이슈가 3대0으로 끌려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세이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결국 패착이 된것으로 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결승전을 위해서 에이스를 아껴둔 선택이죠. 그래도 불펜을 빠르게 꺼내들었기에 후반에는 나올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러면 결국 계획이 틀린게 되겠군요.]

[그렇죠.]

한국에서 온 팀이 고시엔 4강에 진출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고의 우승을 바라지 않았다.

"완벽할정도로 일방적인 원정이군요."

"프로... 아니 국대 정도는 되어야 이정도 압박을 받아볼텐데 한일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대는 커녕 프로 경험 없는 애들이 큰 부담을 받고 있군."

"잘 하기를 빌어야겠죠."

딱!

그때 큰 타구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타구는 라인드라이브를 그렸고, 아슬하게 떨어지는듯 했다.

그러나 갑자기 무엇인가가 날아들었다.

와아아아!

절로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좌익수 위치에 있던 유성이 어느새인가 나타나서 몸을 날리며 그 타구를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어우..."

"유성아, 괜찮냐?"

"그래. 신경 써서 몸 날린거라 문제 없어."

뛰쳐나오기라도 할듯한 모습의 코치들이 보였으나 유성은 문제 없다는 사인을 보내며 그것을 막아냈다.

이제 1아웃을 잡아냈을뿐이기 때문이었다.

"유성이는 외야 수비까지 잘하네."

"저녀석이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막아야겠지?"

"당연하지. 패턴 조금 조정하자."

"그래."

유성의 몸을 날리는 수비는 지훈의 기세까지 불태우게 만들었다.

그 수비가 기점이 되기라도 한듯 투심의 비중을 조금 더 끌어올린 지훈은 순식간에 나머지 두 타자를 삼진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유성아, 몸 괜찮지?"

"네. 문제 없어요."

"어떻게 보나?"

"방금 그 수비는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로한 수비였습니다. 문제 없다고 봅니다."

"음... 정말 문제 없는거 맞지?"

"네."

"좋아. 나가봐라."

4회 초의 선두 타자는 유성이었다.

이쯤되니 고시엔 구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도 유성에게 시선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

"1,2차전에선 3이닝씩 던지고 3차전도 6이닝을 던져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야."

"그럼 저 선수가 에이스네?"

"그렇지."

에이스에 수비도 잘하면서 5번 타순에도 배치 되었다.

이런 모습은 그들에게도 일종의 로망과 같은 것이었다.

4번 타자가 아닌건 아쉬웠지만 클린업에 배치된것만 봐도 유성이 얼마나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추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투수의 초구를 가만히 지켜보았던 유성은 2구째를 곧 바로 휘둘렀다.

딱!

"윽!"

투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절묘한 타구가 그대로 내야를 관통하며 중전 안타를 때려낸 것이었다.

그렇게 무사 1루의 찬스에서 강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군."

"그러게요."

이번 일본행은 선수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1학년 선수들이었기에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유성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2,3학년 선수들을 상대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대단해."

"방금의 수비도 그렇고 타격 능력도 그렇고 투수를 안 해도 1라운드급이야."

"잡을 수 없다는게 더욱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

이쯤되면 그들도 할 말이 없어졌다.

단순히 국가적 단위를 넘어서 역대급 유망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벌어졌다.

유성이 도루를 시도한 것이었다.

"세이프!"

우완 투수도 아니고 좌완 투수에게 완벽하게 타이밍을 훔친 유성은 투수가 변화구를 던진 것으로 인해 더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속도를 줄이기 위한 스탠드업 슬라이딩까지 완벽하게 이어지며 유성은 여유롭게 도루에 성공했다.

"터무니 없군."

"마치 타자처럼 움직이고 있어."

'어차피 오늘 등판은 없으니 작정하고 달려봐야지.'

지켜보던 미래고 코치들도 놀랄 정도로 유성은 점점 과감해지고 있었다.

덕분에 1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강혁은 2구째를 곧 바로 때려냈다.

딱!

다시 한번 타구가 1,2루 사이를 뚫고 나가면서 우익수 앞 안타가 되었고, 유성은 순식간에 3루를 지나 홈으로 달려들었다.

우익수가 급하게 잡아서 홈으로 송구를 날렸으나 조준이 조금 벗어나면서 유성은 아예 서서 홈에 들어 올 수 있었다.

그것으로 스코어는 4대0으로 바뀌었다.

직전 이닝 유성의 호수비로 올라오기 시작하던 흐름이 점차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유성아."

"아, 코치님."

"잘했다."

"네."

"그런데 다음부턴 막 그러지말고."

"네."

예상보다 가벼운 질책 아니 질책이라고 하기도 힘든 오히려 칭찬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미래고 타선은 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무려 3점을 더 추가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7대0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결국 세이슈는 3번째 투수를 올려야했다.

그 사이에 2아웃을 내주었기에 3번째 투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으로 길었던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제 4회 말로 넘어가는 이닝은 세이슈의 타순이 2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이닝이기도 했다.

무려 7점차까지 벌어진 세이슈였으나 아직 4회라는 점으로 인해 계속해서 승부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만회 해야한다."

4강까지 온 상황에서 2선발을 냈으니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인 차이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런 의지가 전달 되었기에 세이슈 선수들은 좀 더 침착하게 지훈의 공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애매한 공은 커트해내고, 확실히 빠지는건 건드리지도 않았다.

딱!

"파울!"

그로인해서 선두 타자에게만 벌써 7개째의 공을 던졌다.

3이닝 동안 35구라는 투구수를 기록하며 효율적인 모습을 보인 지훈이었지만 이번 이닝에 들어와서 투구수가 확 늘어나기 시작했다.

딱!

가까스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1번 타자를 처리했지만 아직 2명의 타자를 더 상대해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훈은 투심의 비중을 더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2번 타자에게 3구만에 범타를 유도해낼 수 있었으나 3번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쳇. 실투가..."

2사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세이슈의 4번을 만나게 되었다.

강혁과 다시 한번 복잡하게 사인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팡!

초구 체인지업이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다.

먼저 하나를 가져왔지만 이제 체인지업은 넣어놔야했다.

[박유성이라는 선수에게 감탄했는데 이 박지훈이라는 선수도 생각 이상으로 뛰어납니다.]

[그렇죠. 이번 고시엔에서 2경기 등판해서 6.2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죠.]

만약 눈 앞의 타자를 잡아낸다면 그 무실점 기록은 7이닝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스코어 차이가 벌어졌기에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콜드 게임까지 조심스럽게 노릴 수 있게 된다.

2구째는 투심이었다.

그러나 타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살짝 빠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저 타자 생각보다 더 괴물이군."

"그러게요. 살짝 빠지는 공에는 미동도 안 하고 있어요."

지켜보고 있는 코치들이 긴장하고 있을때 세이슈의 4번 타자가 결국 지훈의 공을 때려냈다.

딱!

[이건 큽니다! 좌익수, 중견수 뒤로 물러나는데요!]

[담장! 맞고 넘어갑니다! 담장을 넘어갔어요!]

추격을 알리는 투런 홈런이 터지며 스코어는 7대2로 바뀌었고, 지훈은 골치 아프다는듯 모자를 벗고 이마에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타자와 주자가 베이스를 도는 사이에 강혁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괜찮냐?"

"...아니."

그 말을 듣고 강혁은 슬쩍 벤치를 보았다.

하지만 벤치에서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고, 오히려 계속 간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아직 우리가 리드하고 있어. 그리고 하나 남았으니깐 침착하게 막자."

"그래."

지훈을 최대한 다독였지만 이 홈런으로 인해 충격을 받았을 확률이 높았다.

좌익수에 위치한 유성이나 벤치에 있는 승호, 주환 모두 벌써 등판하기에는 이른 타이밍이었다.

결국 강혁이 지훈을 잘 이끌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눈을 감고 고민에 빠진 강혁은 이내 다시 눈을 뜨며 볼배합을 시작했다.

'아직 연습이 더 필요하지만...'

지훈에게 더 편한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고생하기로 생각했다.

팡!

"스트라이크!"

"응? 볼 아닌가요?"

"스트라이크야."

"...알겠습니다."

타자는 의문이 들었으나 주심의 판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대신 주심의 존이 갑자기 조금 커졌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적극적인 스윙을 시도했으나 조금씩 빠지는 공에 연신 헛스윙을 하며 역으로 삼구삼진을 당하며 물러나게 되었다.

"대단하군."

"뭐였죠?"

"프레이밍. 겨우 1학년 포수가 저정도 완성도라니..."

"프레이밍요? 설마..."

보면 볼수록 미래고에는 놀라운 재능들이 많았다.

덕분에 4회 말 수비를 마무리하며 덕아웃에 들어가는 강혁에게도 시선이 향하기 시작했다.

"이거 작정하고 한국에 가봐야겠는데?"

"그러게요. 지원도 받아야겠고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미래고 전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가운데 경기는 5회 초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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