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Chapter 9 - 4강전 (2)
순식간에 병살로 이닝이 마무리되며 이닝은 2회 말로 넘어가게 되었다.
병살을 친 강혁은 한숨을 쉬며 들어왔지만 유성은 강혁을 격려하며 다음 이닝 준비를 도왔다.
"경기에 집중해. 기회는 어떻게든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으니깐."
"알았어."
그렇게 시작된 2회 말.
지훈이 투심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기에 세이슈도 조금은 침착하게 상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녀석은 특히 조심해야지."
세이슈의 4번 타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쪽도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으니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슬라이더.'
'OK.'
그렇기에 차근차근 잡아나가면 된다.
초구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가며 스트라이크가 나왔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전에도 초구를 잡아놓고 뒤를 어렵게 풀어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구째 곧 바로 투심을 꺼내들었다.
팡!
"스트라이크!"
무리하게 코너위크를 하지 않았다.
투심의 변화로 인해 가운데로 들어오던 공이 스트라이크존 구석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1타석만으론 힘들겠군.'
'마지막은 체인지업.'
딱!
4번 타자가 때려낸 타구가 순식간에 좌익수 방면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좌익수가 유성이었기에 모두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유성은 별것 아니라는듯 담장 앞까지 뛰어가서 그 타구를 잡아냈다.
"와우."
"생각보다 더 잘하네?"
"딱하는 소리나자마자 뛰었어."
"쩌네."
이 모습은 당연히 스카우터들에게도 관심 거리였다.
예상보다 더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타격만 좋은줄 알았더니 수비도 좋군. 투수로 쓰는게 맞겠지만 타자 전환도 하나의 카드가 될꺼야."
"이거 1라운드급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렇지."
"그런대 일본 학교에 정식으로 다닌게 아니라 우리 드래프트에는 못 나올꺼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1년 정도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분명히 탐나는 선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했기에 스카우터들은 분석만 할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가 다시 한번 좌중간으로 보낸 타구에서 스카우터들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수비 범위도 엄청난데?"
"이야... 중견수와의 사인도 잘 맞았고 잡은 이후의 송구도 좋았어."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오는군."
"이봐, 그래도 한국 선수라고?"
"그정도는 알고 있어. 애초에 우리가 하는 일이 유망주 평가하는거니 감탄을 하고 있는거잖아."
"그렇기는 하지."
지금 이곳에 모여있는 스카우터들의 팀은 다양했다.
고시엔 구장의 주인인 한신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오릭스, 소프트뱅크, 주니치, 히로시마 그리고 닛폰햄 파이터즈까지 NPB 12개 구단 중 절반이 모여있었다.
물론 고시엔 4강이라는 상황이었기에 이들이 이렇게 모이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1학년부터 150km를 던지는 유망주가 흔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떻게 보십니까?"
"뭘 어떻게 보긴... 스카우터라면 당연한거 아닌가."
제법 거리가 있는 곳에는 전직 쿄진군의 스카우터와 현직 쿄진군의 스카우터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6개 구단 스카우터들이 서로 밀집해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아마 나머지 4개 구단도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게다가..."
"게다가?"
"듣기로는 메이저의 스카우터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과연... 그래도 고시엔 4강이니 1,2명 정도는 있을법하지."
팡!
"스트라이크!"
그때 지훈이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삼자범퇴로 2회 말을 마무리하며 지훈은 무실점을 2이닝째로 늘려갔다.
"수비 좋더라."
"너 언제 수비 연습했냐?"
"평소에 했지."
"그...래?"
"그래. 얼른 준비나 해."
"아, 그래야지."
이제 이닝은 3회 초로 넘어가며 다시 한번 미래고의 공격이 진행 되었다.
7번 타자가 이미 타석에 나가있었고, 2스트라이크 2볼로 침착하게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를 이어가던 7번 타자가 3루수 땅볼을 치며 물러나고 말았고,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8번 타자인 지훈이 초구를 때렸으나 하필 유격수 직선타가 되며 순식간에 아웃이 되고 말았다.
"아, 잘못 때렸다."
"아까웠어."
"2아웃이라 다시 나가봐야겠다."
딱!
"그냥 앉아."
"알았어."
순식간에 2아웃이 되었기에 지훈은 배트를 놔두자마자 다시 나갈 준비를 하려고 했으나 9번 타자가 다시 한번 초구를 때리며 안타를 뽑아낸 덕분에 조금 더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두 코치는 다음 이닝을 조금씩 대비하고 있었다.
"일단 2이닝동안 26구를 던졌으니깐 지금 페이스라면 지훈이가 7이닝까지 던질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얼마나 점수를 뽑느냐가 문제로군."
"그렇죠."
아직은 0대0의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지만 경기 후반이 되면 세이슈의 불펜과 함께 에이스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그 전에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야했다.
"그러니 이번 찬스를 잘 살려야겠지."
2사 주자 1루에 다시 1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찬스였다.
2사라는 점 때문에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이 찬스를 살려서 1점이라도 뽑아내야했다.
그러면서 세이슈의 불펜을 확인했다.
'아직은 움직임이 없다.'
아마 1점 정도는 신경 쓰지 않거나 5이닝 정도까진 맡겨둘 생각일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인해 점점 코치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고 그는 순간 한국에 있는 감독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우승 하셨다고 했던가.'
올해 첫 대회의 4강이 치루어지고 있을때 일본으로 넘어왔다.
그로부터 며칠이 안되서 우승 소식이 들려온게 바로 대회 시작전의 일이었다.
"주자 좀 더 리드 늘리라고 해."
"네."
1점이라도 확실하게 뽑아야한다면 더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생각을 순식간에 정리한 그의 결정이었다.
그렇게 주자가 리드를 조금 더 늘리자 투수는 이전까지 없던 견제를 시작했다.
"세이프!"
"쳇."
이후 3번이나 더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그렇게 견제를 받아도 주자의 리드는 줄어들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시선은 다시 타자에게 향하였다.
'그래, 2아웃이야. 주자는 신경 쓸꺼 없어.'
그런 생각으로 공을 던질때 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벤치에서 도루 사인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이런!"
팡!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투수의 제구가 흔들렸으나 포수는 공을 받고 바로 2루로 송구를 했다.
살짝 높게 날아간 공으로 인해 포수는 공을 받으면서 일어날 수 있었고, 송구까지의 동작들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탁!
"세이프!"
하지만 주자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2루수가 공을 받기도 전에 주자는 베이스를 밟았기 때문이었다.
"음..."
"어떻게 할까요?"
"1점 정도는 괜찮아."
"네."
오늘 처음으로 주자가 2루에 도착했다.
게다가 지금의 타순은 미래고에게는 최고의 타순이었다.
"성현이가 생각보다 더 빠른데요?"
"그 넓은 수비 범위가 그냥 나오는게 아니니깐."
"그렇네요."
최성현은 유격수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시절 경기마다 2개 정도의 도루를 성공 시켰다.
타격이 약했기에 9번에 배치 되었지만 역으로 9번에 배치 되었기에 미래고는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9번부터 1,2번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테이블 세터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딱!
"빠졌다!"
"돌아돌아!"
주자가 2루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공을 백강호가 안타로 만들어내며 결국 주자가 홈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3회 초 공격에서 미래고는 0의 균형을 깨버렸다.
"좋아. 득점이다!"
"계속 몰아가자고!"
출루에 성공한 강호의 선택은 당연히 리드를 늘리는 것이었다.
투수가 주자의 리드를 신경 쓰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투수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벤치에서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었다.
조금 더 던질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며 그는 주자를 계속해서 신경 썼다.
"애매하군."
"어떤 부분이 말입니까?"
"다음 투수를 언제 준비해야할지 말이야."
"음... 어차피 저쪽 투수는 이전에 우리에게 박살난적이 있습니다. 계속 무실점을 이어갈 수는 없다는거죠."
"그렇게 보나?"
"네."
"아직 멀었군."
"네?"
"여기선 내가 직접 나서도록 하지."
'감독님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이슈 선수들도 당황했다.
평소에는 가만히 코치를 통해 지시를 내리던 그가 움직였다.
아무리 세이슈 선수들이라고 해도 이 상황에는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감독이 낸 지시에 선수들의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전진수비.'
물론 지시는 바로 지켰다.
1루수는 주자 견제를 위해 그대로 베이스에 있어야했지만 2루수, 유격수, 3루수는 베이스 앞이나 옆까지 전진하며 범위를 좁혔다.
"전진수비?"
"주자가 3루에 있는것도 아닌데?"
"저것봐. 외야가..."
외야진마저도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었다.
조금만 큰 타구가 나와도 제대로 빠질 정도로 강하게 말이었다.
"이건..."
"저쪽 감독이 70대라고 하던가?"
"네. 프로감독 경험도 있고 지도자 경력만 30년 가까이라고..."
"우리쪽 타자가 장타력이 없다는걸 알고 있나보군."
수비 배치를 본 코치는 금방 세이슈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 전진배치는 설령 큰 타구가 나오더라도 외야진의 주력이라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아슬하게 전진이 된 상태였다.
'우리 팀에 장타자가 모자란걸 파악한 지시로군.'
바로 뒤의 백현만 해도 2루타를 가볍게 때려낼 정도의 파워가 있는 타자였다.
하지만 2번 타자는 그런 장타력이 모자랐다.
"어쩌죠?"
"별 수 있나. 운 좋게라도 안타를 때려내기를 빌어야지. 겨우 3회인데 대타를 쓸 수도 없지않나?"
"그렇기는 하죠."
지금은 믿고 맡겨야했다.
대신 주자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속 좌우로 가볍게 뛰면서 본격적으로 투수의 신경을 긁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강호가 저런거 진짜 잘하지?"
"연습 경기때 저거 당해보면 욕 나온다. 뛸꺼면 뛰고 말꺼면 말지 끝까지 안 멈추더라."
"덕분에 우린 다음 찬스를 잡을 수 있게 되었지."
"그렇기는 하지."
얼마나 강호의 움직임이 열 받았으면 타자에게는 하나만 던지고 주자에게는 벌써 4번째 견제구를 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성은 글러브를 챙기며 강혁을 불렀다.
"왜? 어? 글러브 왜 챙겼냐?"
"시간 걸릴꺼 같으니깐 캐치볼이나 하자."
"...그러지 뭐."
현재 타석에 나가 있는 타자는 2번 타자였다.
그러다보니 6번까지 오기 전에 이닝이 끝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강혁도 순순히 준비를 시작했다.
"저녀석들 뭐하는거죠?"
"...저쪽에 선전포고 하는거지."
"선전포고요?"
"옛날에 프로에서 그런 일화 있었잖아. 몸만 풀었는데도 상대팀 타선이 흔들렸다는거."
"아..."
"제대로 안 먹히더라도 녀석들의 머리는 복잡해질꺼야."
그 말대로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던 세이슈 선수들은 유성이 캐치볼을 하며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순간 긴장했다.
상대해본적은 없지만 작년에 자신들이 그렇게 고생해서 잡아냈던 겐세이에게 무실점 승리를 거둔 투수였다.
유성은 어느새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는 투수가 되었다.
고시엔 무대 한정이었지만 그정도면 충분했다.
딱!
신경이 순간적으로 분산된 사이에 타자가 공을 때려냈고 주자도 동시에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내야를 아슬하게 빠져나간 타구를 전진한 외야수가 잡았을때 주자는 3루에 도착해있었다.
순간의 집중력 상실로 2사 1,3루의 찬스를 허용하고만 것이었다.
이제 찬스는 클린업에게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