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25화 (25/156)

# 25

Chapter 8 - 대회의 시작 (3)

유성이 1회 초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가운데 사람들은 유성의 피칭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유성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만히 일본에 있었더니 한국 유망주까지 굴러오는군."

"그래도 일부러 한국까지 갈 가치가 있을까요?"

"저 선수가 3학년이었다면 그렇겠지만 1학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하긴... 그럴만도 하군요."

고1에 불과한 선수가 최고 93마일(150km)의 공을 던진다.

아무리 괴물이 넘쳐나는 마이너리그라지만 이정도 재능은 쉽게 보기 힘들었다.

"당장 영입하는건 무리겠지만... 이후가 기대 되지 않나?"

"글쎄요."

"아무래도 애매한 모양이군. 그러면 다른 리그로 비교를 해주지. 저 선수가 앞으로 뛰게 될 확률이 높은 한국리그 정도라면 아마 데뷔하자마자 에이스를 차지할지도 몰라."

"그건 좀 높지 않나요?"

"마이너에서 1년만 굴리면 바로 메이저로 올라올거라고 자신하고 있네. 그러니 한국 리그 정도 수준에선 바로 에이스를 차지할 수 있겠지."

결국 요점은 같았다.

한국 리그를 낮게 보고 메이저리그를 높게 본 것이었다.

"작년 wbc를 생각하면..."

"그건 국제대회야. 단기전이라는 이야기지. 단기전에는 변수가 많으니 그동안 당해왔던거지. 아마 다음 대회부터 한국은 4강에도 못 올꺼야."

"뭐, 그러면 저녀석이 기대대로 큰다면요?"

"한국은 새로운 동력을 얻겠지."

메이저리그에 통하는 재능이 흔히 존재하는듯 하지만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장 마이너리그만 봐도 수 많은 선수들이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으며 들어오지만 살아남는 선수는 극 소수.

또한 진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은 보자마자 알아차릴 정도로 유망주 시절부터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오늘 경기는 콜드 게임이 안 나올듯 하군."

"그렇네요."

어느새인가 미래고의 공격도 삼자범퇴로 마무리 되고 있었다.

2아웃 상황에서 3번 타자인 백현이 7구까지 승부를 끌고 갔으나 결국 삼진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까다로워."

"그렇단 말이지..."

"일단 막고 생각하자."

"그래."

2회 초의 선두 타자는 4번 타자였다.

이미 시작부터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던 유성은 과감하게 타자의 허를 찌르기 시작했다.

팡!

"호오, 초구 커브라..."

"허를 잘 찔렀군요."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스카우터들은 이 피칭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 선수라는것 이전에 유성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앞선 2번의 경기에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한신은 당연히 있고 니폰햄에... 소프트뱅크까지 보이는군."

"그게 보이십니까?"

"스카우터 경력이 몇년인데 다른팀 정도는 빨리 알아차려야지. 그리고 메이저리그쪽으로 보이는 곳도 하나 있군."

"설마..."

"그래.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점은 다른 팀에서도 유혹을 느낄 정도로 매력적인 부분이니깐."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다시 유성에게 시선을 돌렸을때 유성은 벌써 2회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거 예상보다 기대치를 올려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성급해할거 없어. 겐세이 고교는 2번째 타석부터가 진짜니깐 그때 어떻게 상대하느냐를 보고 정해도 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작년보다 전력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게 바로 겐세이 고교였다.

그래서인지 올해야말로 고시엔 제패를 하겠다고 대회 시작전부터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지금 겐세이 고교는 한국에서 넘어온 괴물에게 막히기 직전이었다.

'저녀석은 아직 여력을 숨기고 있어.'

그게 정말로 무서운 점이었다.

어쩌면 스카우터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평가를 상향 조정해야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NPB 드래프트에 못 나와서 아쉽군."

"아무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것 자체가 이벤트성이니깐요."

"사실 그 부분도 마음에 안들지만..."

이벤트성으로 참가한 1학년으로만 구성된 팀이 8강까지 올라왔다.

1학년뿐인데도 불구하고 수준급 투타를 자랑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덕분에 미래고의 주가는 오르고 있었다.

여름 고시엔만큼은 아니지만 봄 고시엔도 제법 영광의 자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막아냈군요."

"그래. 이제부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봐야할꺼야."

"긴 이닝이라..."

"이 팀의 연습경기 자료를 봤는데 꽤나 투수를 관리해주고 있더군. 아마 박유성은 4강에 안 나오겠지."

"4강 상대가 세이슈인데도 말인가요?"

"그래. 심지어 그날 등판이 유력한 저 박지훈이라는 투수는 세이슈와의 경기에서 5이닝도 못 채우고 박살났었지."

"우승은 안 노렸던 모양이군요."

"뭐, 야구에는 만약이라는게 있으니깐. 예상 외로 저 투수가 세이슈를 잡는다면 미래고가 우승을 거둘 수도 있겠지."

2회 말 공격은 철민부터 시작되었다.

이젠 확고하게 4번 자리를 차지한 철민이었기에 상대 선발도 쉽게 승부를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젠장. 유인구는 안 먹혀.'

'그렇다고 승부를 하자니 분명 장타가 나올테고...'

겐세이 고교의 배터리도 고민에 빠졌다.

보통의 팀이라면 투수가 9번 타자에 배치된다.

그렇기에 이럴땐 타자를 거르고 투수를 상대한다.

하지만 미래고는 유성을 5번에 배치해두었다.

이 말은 흔히 만화에서나 보던 타격까지 뛰어난 에이스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주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도 없었다.

'바깥쪽으로 찔러보자.'

'그래. 그것 밖에 없겠지.'

하지만 철민은 그들이 바깥쪽 코스로 공을 던질 것을 예측했고, 망설임 없이 바로 스윙을 시작했다.

딱!

투수 키를 완전히 넘긴 타구는 그대로 내야를 관통하며 빠져나갔고, 바운드로 인해 타구의 방향마저 바뀌며 타구는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흘러갔다.

철민의 장타력을 생각하며 후진 수비를 펼치고 있던 외야수들이 급하게 전진하였으나 철민은 순식간에 1루를 지나 2루로 향하였고, 서서 2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이스. 좋은 안타였다."

"큰거 노렸는데 생각만큼은 멀리 안 갔네요."

"그러는 녀석이 2루까지 가냐?"

"하하..."

아무튼 유성 앞에 주자가 만들어졌으니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겐세이의 배터리도 2루 주자 때문에 좀 더 신중한 피칭을 해야했기에 유성에게는 한결 더 편한 상황이 되었다.

'저쪽은 안되겠고...'

방금 사소한 실수가 나온 좌중간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우익수쪽이 좋을듯 했다.

주자가 2루에 있기에 낮게 타구를 깔아도 문제 없었다.

팡!

"144km라..."

워낙 괴물 같은 투수들을 봐서 조금 싱거운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공에 미래고 타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팡!

세트처럼 나오는 이 변화구가 더 문제였다.

"포크인가?"

"..."

"이 구종 뭐야?"

"..."

혹시나해서 포수에게 말을 걸어보았으나 녀석은 말이 없었다.

꽤나 조용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유성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3구째가 날아오는 가운데 포수가 입을 열었다.

"스플리터."

"윽..."

갑작스러운 이야기와 스플리터의 궤적으로 인해 유성은 헛스윙을 하고 말았고, 볼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1볼이 되었다.

그리고 유성은 다시 포수에게 말을 걸었다.

"순간 당황했네. 말이 없는 녀석인줄 알았는데."

"...너만 처리하면 무난하니깐."

"내 뒷 타자를 너무 무시하는거 아니야?"

"...저정도도 못 잡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팡!

이번에는 살짝 빠지는 공이었다.

2S-2B로 볼카운트가 균형이 맞춰졌고, 유성은 다음 공으로 무엇이 날아올지 선택해야했다.

스플리터의 임팩트가 강해서 그렇지 저쪽의 투수가 슬라이더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했다.

'여기서 포심으로 간을 봤다는건 변화구로 덤벼오겠다는 이야기인데...'

단순하게 보면 아직 안 나온 슬라이더지만 스플리터의 비중이 매우 높았기에 방심 할수가 없었다.

둘 다 떨어지는 구종이라면 상관 없지만 유형이 다르기에 더욱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후..."

결국 자신의 경험을 믿어야했다.

모 아니면 도인 선택이었으니 말이었다.

딱!

'슬라이더!'

유성의 타구가 빠르게 1,2루수 사이로 향했고, 두 선수가 시간차로 몸을 날렸으나 타구는 순식간에 내야를 빠져나갔다.

그 사이에 철민은 3루를 돌기 시작했고, 한박자 늦게 우익수가 공을 잡았다.

'승부!'

곧 바로 쏘아진 송구가 홈으로 향했고, 철민도 속도를 더 끌어 올려서 홈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유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무시해!"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포수 미트에 공이 들어갔고, 공을 받자말자 포수는 몸을 돌려서 태그를 시도했다.

그 사이에 이미 철민은 슬라이딩을 시작하며 홈 플레이트를 노리고 있었고, 결국 두 사람은 충돌했다.

퍽!

"으악!"

"악!"

서로 소리를 지를 정도로 강력한 충돌이었다.

2루에 도착해있던 유성도 2루심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바로 홈으로 뛰어왔다.

"철민아!"

"괜찮냐?"

"아오... 더럽게 아프네."

"어디 다친 곳 있냐?"

"좀 뻐근한데 그렇게 아픈 곳은... 없는거 같다."

그러나 상대 포수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제법 충격이 컸는지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정확하게 받았던 공도 이미 놓친지 오래였다.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구나. 유성이 넌 2루로 돌아가라."

"네."

철민은 그렇게 코치의 부축을 받아서 덕아웃으로 들어갔고, 포수는 결국 교체 되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경기는 어수선해졌고, 결국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혁이 쐐기를 박아버렸다.

딱!

"투런이라..."

"끝났네요. 주전 포수가 나가버린 이상 이걸 유지하기도 힘들테니깐요."

"포수의 욕심이 과했어. 주자가 몸을 날리긴 했지만 조금은 빠져서 들어왔는데 포수는 그대로 버티고 있었으니깐."

"네. 게다가 상태도 안 좋아보였으니깐요."

결국 2회 말 공격으로 스코어는 3대0으로 벌어졌고, 이후 조금씩 점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며 유성은 6회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수고했다."

"네."

6이닝 무실점 71구라는 완벽한 피칭으로 유성은 승리 투수 요건을 획득했고, 이어서 등판한 승호가 1이닝을 가볍게 마무리 하면서 최종 스코어 10대0으로 다시 한번 콜드승을 거둔 미래고였다.

8강전

미래고 7회 콜드승

스코어 10대0

"아쉽네요. 3회 포수 실책만 아니었어도 9회까진 갔을텐데."

"뭐, 어쩌겠나. 부상이라는게 피한다고 무조건 피해지는 것도 아니니깐."

"이걸로 미래고는 세이슈와 만날 확률이 높아졌군요."

"사실상 확정이라고 봐야지. 그나저나 반대쪽 시드는 어떻게 됬지?"

"둘 중 하나로 좁혀졌습니다."

"그런가..."

반대편 시드에서는 작년 고시엔에서 세이슈에게 패배하며 준우승과 4강에 머무른 팀들이 존재했다.

그 팀들이 세이슈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올해도 재미 있는 4강이 되겠군."

"이제부턴 콜드승도 없겠죠?"

"그렇지. 사실 겐세이가 운이 없었어. 4강부턴 콜드가 없어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노려봤을텐데 말이야."

"뭐, 지나간걸 후회해도 소용 없겠지만요."

그리고 다른 곳에 앉아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는 오늘 경기의 결과를 보고 결정을 내렸다.

"대회가 끝난 이후 한국에 가야겠어."

"한국요?"

"그래. 마이너에 좀 더 다양한 유망주를 넣어둘 필요가 있으니깐."

"일단 준비해두죠."

"그래. 저 원석을 챙길 준비를 하자고."

아직 유성은 느끼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의 손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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