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
Chapter 8 - 대회의 시작 (2)
팡!
"장난 아니군."
"그러게요."
전원 1학년 뿐이라는 이야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은 있었다.
그러나 미래고는 보통 팀이 아니었다.
"세이슈가 베스트 멤버를 내서 밟아야했을 정도로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 널려있어."
"게다가 저쪽은 선발을 겨우 3이닝만 기용했습니다."
"다음 경기까지 일정이 있으니깐 에이스를 아끼겠다는거지."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며 유성이 사용한 투구수는 단 23구.
이정도라면 3일 뒤의 2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서고도 남을 정도로 여유 있는 투구수였다.
스코어는 3회가 끝난 시점에 이미 15점차로 벌어졌기에 미래고도 승호와 주환이 1이닝씩 나머지 이닝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환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것으로 경기는 종료 되었다.
1차전
미래고 5회 콜드승
스코어 17대0
"세이슈가 베스트 멤버를 꺼내서 밟아버렸다길래 어느정도인가 했더니만..."
"경계할 정도의 전력은 충분하군."
"특히 저 선발 투수... 150km를 던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오늘 최고 구속은 143km가 끝이었어."
"최고 구속에서 7km나 여유를 둘 정도라..."
"게다가 세이슈와의 대결때는 등판을 안 했다고 하니깐."
"그렇군."
고시엔 구장에는 많은 관중들이 몰려있었다.
봄 고시엔의 첫 경기라는 점이나 한국팀이 치루는 경기라는 점은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지 교민들까지 미래고를 응원하러 찾아왔기에 미래고 선수들은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와... 대체 몇명이야?"
"못해도 500명은 넘는거 같지?"
"그런거 같다."
선수들이 감탄하는 사이에 유성은 지훈과 강혁을 불러서 몇가지 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2차전에 나설 준비는 됬냐?"
"대충..."
"힘들면 말해라. 대신 나서 줄테니깐."
"그럴 필요 없어. 나도 선발의 한축이야."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지만..."
'아직이야.'
지훈은 선발로 나서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강혁은 아직이라는 의견을 눈빛으로 보냈다.
2차전 상대가 유력한 팀은 투타 모두 약하지만 그나마 타격이 조금 더 나은 편이라는 팀이었다.
'2차전은 7회 정도까지 갈려나...'
그런 유성의 예상을 알기라도 했던 것인지 코치는 따로 지훈을 불러들였다.
"부르셨다고요?"
"그래. 하나 알려줄게 있어서 말이다."
"어떤...?"
"사실 하나가 아니라 두가지인데 첫번째를 먼저 말하자면... 지훈이 너는 2차전에서 짧은 이닝만 소화하게 될꺼다."
"짧은 이닝이라면..."
"3이닝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콜드가 유력하니깐."
"네."
그정도는 문제 없었다.
미래고 타선은 분명 콜드 게임을 만들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는 지훈에게 망설임을 주었다.
"새 구종이요?"
"그래. 단기간에 마스터하기는 어렵겠지만 너도 느끼고 있을꺼다."
그랬다.
지난 1년간 거의 10km가 증가한 유성과 달리 지훈은 그 절반 정도만 늘어났으며 유성이 커브와 슬라이더를 단기간에 습득하고 꾸준히 퀄리티를 올려온 것과 달리 자신은 추가된 구종도 없었으나 그 구종들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 구종이 뭐죠?"
결단은 신속했다.
***
며칠 후 시작된 2차전.
예정대로 지훈이 선발로 나서기는 했으나 코치는 지훈을 단 3이닝만을 던지게 하고 뒤 이어 유성을 등판 시켰다.
"어차피 8강까지 다시 3일의 시간이 있으니... 4강전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전까지는 지훈이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게 좋아."
"그래도 역으로 유성이에겐 좀 힘들지 않을까요."
만전의 상태로 준비를 한다면 모를까 이렇게 약간 체력이 소모된 상태로 8강에 간다면 아슬아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저 모습을 봐."
"1차전에도 23구만에 끝냈던 녀석이야. 이정도는 문제 없다고 할 녀석이야."
그 말대로 유성은 오늘도 26개의 공으로 3이닝 무실점을 이끌어냈고, 그 사이에 15대0의 스코어를 만들어낸 미래고 타선의 화력 덕분에 6회만에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2차전
미래고 6회 콜드승
스코어 15대0
"2연속 콜드 승?"
"생각보다 더 한데?"
"그러게."
"뭐, 약점은 없어?"
"딱히 안 보여. 전체적으로 다 뛰어난 편이야. 그나마 1가지 확인한 점이 있다면..."
"뭔데?"
"어떻게든 감춰보려고 했던것 같지만... 그쪽은 에이스 원맨팀으로 추정되고 있어."
"원맨팀? 그래도 원맨팀 자체는 흔하잖아?"
"그래. 게다가 2경기 모두 3이닝만 소화해서 문제 없고 말이야."
미래고의 8강 상대는 겐세이 고교는 8강에 유성이 나올게 분명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훈보다는 유성을 그리고 다른 두 불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오늘 구속은 145km까지 올라왔는데..."
"조금씩 끌어 올리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서 그날 경기는 1,2점 경기가 될꺼야."
"불펜 투수쪽은 아쉽지만 1차전 데이터만 봐야겠다."
"그래."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성은 아이싱을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갔기에 이곳에 없었지만 지훈은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팀을 말이었다.
"저 팀 무슨 팀인지 알아?"
"저 유니폼이면... 겐세이 아니야?"
"겐세이?"
"8강 상대로 유력하다는곳."
"아..."
유성의 다음 상대가 바로 저 팀이라는 이야기였다.
방금 투수 코치가 이야기했다.
오늘은 유성이 나왔지만 4강에선 못 나온다고 말이었다.
3이닝 무실점으로 제법 감을 찾은 지훈이었지만 아직 불안감이 더 강했다.
그것도 세이슈와의 재대결이었기에 한신고로 돌아온 지훈은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그런대 뭘 가르친거죠?"
"비밀."
"맨날 그러시네요."
"뭐, 어때. 무리하면 내가 미리 말릴테고, 그 이전에 빠른 습득을 위해서는 그만큼 많이 던져봐야하니깐."
이미 유성도 얼마 소모되지는 않았지만 오늘 소모한 체력을 회복 시키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8강전이 될쯤이면 만전의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투수 상황을 가볍게 체크한 그들은 다시 지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제때 될까요?"
"8강까지 3일 그리고 4강까지 다시 3일. 어제부터 준비 했으니 겨우 1주일 밖에 시간이 없지."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유성이도 습득 자체는 빨랐지만 실전에 꺼내는건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으니깐요."
"무리하게 퀄리티를 올릴 필요는 없어. 그리고 1주일이면 충분해."
"네?"
"지훈이는 잘 모르고 있겠지만 녀석도 유성이만큼이나 구종 습득력이 뛰어나거든."
팡!
지훈이 4강을 위해 바쁘게 준비를 이어가고, 유성은 8강을 위해 몸 상태를 조절하고 있었다.
승호와 주환도 마찬가지로 2차전에서는 쉬었지만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3경기 모두 등판할 가능성이 높았다.
"쉬는날이 끼여서 연투라기에는 애매하겠지만 준비는 철저하게 하는게 좋겠지."
"그래. 특히 지훈이가 무너지면..."
"내 부담이 크지. 그래도 걱정마. 세이슈에게 또 박살나지는 않을꺼니깐."
"...나도 좀 더 철저하게 준비 해야겠구만."
시선을 돌려서 야수들도 경기를 치루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코치와 훈련을 돕고 있던 여학생들도 한층 더 바빠지고 있었다.
"손이 모자라다보니 이런 일까지 시켜서 미안한데..."
"괜찮아요. 마냥 가만히 있는 것보단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좋고 말이죠."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특히나 세연이 적극적이었다.
모래부터 일본 학교의 학기가 시작하기에 바쁠법도 했으나 세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유성이는 대체 무슨 복을 받은걸까."
"훈련 도와줘. 지식도 많아. 게다가 이쁘고 착해."
"더럽게 부럽네."
"내 말이 그말이라니깐."
"그래서?"
"응?"
"어..."
어느새 쉬고 있던 유성이 난입해서 선수들을 단번에 제압했다.
쉬고 있는 동안 할 일이 없기에 선수들을 관리할 목적도 있었다.
"일단 주장을 맡았으니 열심히 굴려야겠지?"
"잘못 뽑은거 아닐까...?"
"부주장으로 뽑힌 녀석은 더 한 녀석이잖아..."
"아..."
굳이 따지자면 유성이 조금은 여유로운 편이었기에 유성에게 잡혀있던 선수들은 한숨을 쉬며 훈련을 재개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 되었고,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딱!
"1루!"
"큭."
8강전이 다가오고 있기에 훈련 난이도가 조금 올라갔다.
지금만해도 이전까지는 없던 1루 강습타구가 나오며 철민이 곡 소리를 낼 정도였다.
"이정도라면 실전에서 큰 문제는 없겠죠?"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좋겠지만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여러가지 부분에서 시간 부족을 절감했다.
아직 1학년인 그들의 잠재력을 억지로 끌어내기에는 한계점도 존재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가장 특출난 선수에게 더욱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유성이가 어느정도까지 해주느냐가 관건이겠군."
"그렇군요."
많은 준비를 할 수는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 믿을건 선수들이었다.
"차라리 안 했다면 편했지만..."
"그러면 저도 임시 코치로 못 왔겠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면 또 다르게 보이는군."
"게다가 협회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서 말이죠."
"음. 그건 우리도 짐작하고 있어."
현재 미래고는 내부의 적까지는 아니지만 야구계에서 믿을만한 상대가 전무한 상태였다.
그나마 한신고가 전폭적으로 데이터 제공을 해주었으나 이쪽도 완전히 신뢰 할 수는 없었다.
'혹시나해서 알아봤더니 정보 유출을 시켰다라...'
타팀 전력 분석원을 몰래 불러들이는 것은 물론 한신고가 작성한 미래고에 대한 자료가 몰래 다른 학교로 흘러갔다는 사실은 이미 파악했다.
그가 유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은 유능했다.
"8강부턴 정말 난전이 될꺼야."
"그렇겠죠."
***
다시 시간이 흘러 경기날이 되었고, 8강전이 시작되었다.
팡!
"스트라이크!"
149km
"저게 한국에서 온 투수인가?"
"제법인데?"
1,2차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작년 2번의 고시엔에서 연속 8강을 기록한 팀이라더니 과연 많은 관중들이 모여들었다.
"겐세이는 이걸로 3연속 8강인가."
"반대로 미래고도 첫 출전이지만 8강까지 왔군요."
"그쪽은 대진이 좋았으니깐."
"뭐, 전원 1학년이라는걸 생각해도 좋은 성적이죠."
순식간에 유성이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 모습을 보며 그들은 유성에 조금 더 포커싱을 맞추었다.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가진 원석이로군."
"그렇게나요?"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점차 세공이 되어가고 있는 원석이겠군."
"저 투수가 어디까지 먹힐꺼라고 생각하나요?"
그때 유성은 2번 타자로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3번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긴 이닝을 소화해야하는만큼 빠른 템포로 타자를 처리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유성을 보며 그는 냉철하게 분석했다.
"현 시점에서 봐도 고교 최고 수준이고, 한단계만 더 오른다면 프로에서도 선발의 한축을 담당할 수 있을꺼야."
"제 생각보다 높게 보시는군요."
딱!
"아웃!"
그때 유성은 3번 타자에게 2구만에 땅볼을 유도하였고, 자신이 직접 1루로 던지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말했다.
"쿄진에서 20년 넘게 스카우터로 있었네. 저런 유망주를 못 알아볼리가 없지."
일본 최고의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직 스카우터인 그의 말이니 신뢰도가 높았다.
그렇다면 유성을 지켜볼 가치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