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22화 (22/156)

# 22

Chapter 7 - 도전자 (3)

마지막 순간에 얻어맞은 투런포의 충격이 있었으나 유성은 다음 타자를 잘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투구수가 90구가 안되기는 했지만 등판은 여기서 끝이다."

"네."

최종 성적은 7이닝 2실점.

그리고 스코어는 5대2로 3점차가 되었다.

유성 다음으로 나선 투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승호와 주환이었다.

그리고 남은 이닝은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나온 상대 에이스가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승호와 주환도 1이닝씩 나누어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기에 스코어는 5대2가 그대로 유지되며 결국 미래고가 승리를 거두었다.

"후..."

"홈런 생각하고 있냐?"

"아니. 홈런 때린 타자를 어떻게 잡을지 생각하고 있었어."

"나중에 다시 만날때를 위해?"

"그래."

그렇게 유성이 생각에 잠긴 사이 경기 종료가 선언되며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이번 경기에서 미래고가 승리를 거두었으나 아직 과제가 남아 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한편 곳곳에 깔려있던 다른 학교의 전력 분석원들은 각자의 자료를 챙겨서 순식간에 그곳을 떠나갔다.

"저 친구가 에이스라고 했던가?"

"네."

한신고 감독은 유성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였다.

유성은 분명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였다.

그러나 아직은 어린 선수답게 부족한 점이 보였다.

"잘 크면 대단한 투수가 될지도 모르겠군. 우리 투수가 아니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죠. 오히려 경계 해야할 정도의 재능이죠."

져도 상관 없는 경기였기에 편하게 임했지만 유성이 경계의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한신고였다.

그리고 미래고의 다음 상대가 어느 학교인지를 듣고는 표정이 바뀌었다.

"그곳이랑 붙는다는건 예상 외로군."

"이거 오늘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게 말이야. 그 팀의 전력도 전력이지만 상대가 지는걸 보기 위해 몰려드는 팬들이 많으니깐 말이야."

기숙사에 돌아온 미래고 선수들도 다음 상대의 정보를 들었다.

"다음 상대팀은 작년 여름 고시엔 우승팀이다."

"우승팀이요?"

"그래. 그리고 가을 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두면서 선발 고시엔에 참가하는 팀 중 하나이기도 하지."

다시 말해 우승후보를 미리 만난다는 이야기였다.

오늘 공을 던졌기에 그날 나설 수 없는 유성은 상황이 안 좋은 것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고, 그날 선발로 나서는 지훈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가벼운 멘탈 붕괴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으어어어..."

"두개 대회 연속 우승팀이라..."

"골치 아프네."

오늘 상대한 한신고도 작년 고시엔때 초반에 탈락했는데 그때 맞붙었던 팀이 또 미래고가 다음에 상대할 그 팀이었다.

"사립 세이슈 학교라... 아니 일본식으로 하면 학원인가?"

"그런건 상관 없고 세이슈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문제지."

"유성이가 못 나오는게 문제네."

사실 필요하다면 2,3이닝 정도를 유성이 소화할 수 있었지만 고시엔도 아닌데 무리를 시킬 수는 없었기에 진작에 넘어간 의견이었다.

"기본적으로 지훈이가 최대한 버텨줘야한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승호가 3이닝 이상을 던질 각오를 하고, 주환이도 2이닝까지 던질 생각을 해놔야한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야수들을 불러 모은 코치가 수비를 강화 하기 위해 라인업을 조율하고 있었다.

유성도 투수로 등판하는게 막혔기에 대타로 나서는걸 준비하고 있었다.

"한신고 때문에 일정이 꼬였어. 3일 밖에 시간이 없다보니 유성이는 못 쓰고."

"그러면 지훈이는 대량 실점을 하더라도 5이닝 이상을 끌고 가게 해야하는데요."

"실점은 어쩔 수 없어. 우리가 그날 경기에서 확인할건 투구수 뿐이야. 그나마 주환이가 마지막에 있으니 마무리는 걱정 없는데..."

1학년만 오는게 확정 되었을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게 투수가 4명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투수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유성은 사용 불가가 되었다.

"지훈이가 만약 5이닝을 버텨준다고 가정하면 승호가 2,3이닝을 막아서 주환이에게 연결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그렇지."

"그런대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닐까요?"

"물론 예상과 달리 잘 던질 가능성도 있지만 연습 경기니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거야. 최악의 상황을 미리 대비해놔야 대회에 들어가서 좀 더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깐."

"그렇군요."

두 코치가 머리를 싸매는 사이에 선수들은 다음 경기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고, 등판을 했던 유성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은 아니었다.

1이닝씩이었지만 공을 던졌던 승호와 주환 그리고 어느새인가 찾아온 세연까지 있었다.

"다음 상대가 작년 우승팀이라고?"

"그래."

"넌 오늘 등판해서 못 던지고?"

"그렇지."

"그러고보니 오늘 홈런 맞았다면서?"

"뭐... 평생 안 맞을 수는 없는거니깐. 나도 살짝 방심하기도 했고."

이런 유성과 세연의 모습에 뒤에 조용히 구경하고 있던 승호와 주환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둘 진짜 사귀는거 아니야?"

"분위기는 저렇게 좋은데 정작 당사자들은 아니래."

"그거 참 이상하구만..."

'다 들린다.'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자신도 지금의 관계가 애매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성아."

"네?"

"아무튼 오늘 등판했으니 내일까지는 쉬어라."

"네."

선발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휴식일.

평소라면 그냥 쉬었겠지만 지금 유성의 옆에는 세연이 있었다.

'코치님 설마 오해하신건 아니겠지...'

"저기 유성아."

"응?"

"내일 근처에 나가볼래?"

세연의 반응은 유성의 예상대로였다.

하긴 세연도 일본은 처음 와봤다고 했으니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마침 근처에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도시인 오사카가 있으니 적당히 하루를 보내기에는 좋을지도 몰랐다.

"그러지 뭐... 쉬고 있으면 할 것도 없으니깐."

"진짜?"

그런 모습을 보고 다시 뒤에서 쉬고 있던 승호와 주환은 말 못할 미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좋은 한쌍이라고 해야하나?"

"뭐... 난 경기랑 훈련에 방해만 안되면 신경 안 쓸려고."

"다른 애들은 눈 돌아가겠지?"

"그래도 하루만에 진전될꺼 같지는 않은데? 저 둘 알고 지낸지 1년이나 됬다면서."

"그렇겠지?"

"다 들린다."

"윽."

어느새 세연은 자리를 비웠고, 유성은 두 사람을 보며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유성과 세연은 떠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좋을때라며 부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

"그래서 데이트 잘했냐?"

"뭔 데이트?"

"아니 남녀가 같이 나갔는데 솔직히 어디까지 갔냐?"

"적당히 해 이놈들아!"

전날 여러 일이 있었지만 따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는 이제 내일로 다가온 경기에 집중할 때였다.

"준비는 잘 되고 있냐?"

"여기선 워낙 유명한 팀이라 그런지 자료 구하기는 쉬웠는데 머리 터지겠다."

"어떤 부분에서?"

"전력이 너무 강해."

봄 고시엔 이전의 마지막 연습 경기 상대인 사립 세이슈 고교의 이력은 특이했다.

역사가 긴 팀은 아니지만 각종 장학금으로 유망주들을 끌어 모았고, 작년 2학년 중심의 멤버로 고시엔에 우승한 천재 집결소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학교였다.

"2학년 중심의 팀으로 우승이라..."

"그 멤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3학년이 되었으니 말 다했지."

"나도 보자."

"여기."

에이스는 최고 155km의 포심을 앞세운 탈고교급 투수.

주전 선수들은 모두 프로나 대학에 관심을 받고 있는 톱 클래스 선수들이었다.

"뭐 이런 팀이 있지?"

"내가 느낀게 그거였어. 뭐 이런 만화에서 볼법한 팀이 있지?"

자료를 본 유성은 혹시나해서 코치님에게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불가 선언이 나왔다.

이 경기가 대회 중이라면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연습경기에 무리 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은 여전했다.

"결국 니들끼리 해야겠네."

"에휴..."

"아마 오늘 경기 소식을 들었을테니 저쪽도 2군을 꺼내지는 않을꺼야."

"차라리 방심하고 힘 빼주면 좋겠는데."

현재 미래고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놨다.

두 불펜 투수도 충분히 쉰 상태였기에 긴 이닝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유성이가 던질 수 있었으면 조금은 더 편했겠지만..."

"별 수 없지. 이젠 너희 공을 믿고 자신감 있게 던지는거 말고는 없어."

"그렇지."

주환도 그걸 알고 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훈련을 위해 떠나갔다.

남은 지훈과 승호도 미묘한 표정이었지만 유성이 계속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덕분에 그나마 봉합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꽤나 불안감이 드나 보네."

"실점을 안 할 수는 없는건데 녀석들은 그걸 좀 두려워한다고 해야하나?"

"저녀석들 없으니 하는 말인데..."

"응?"

"니가 에이스라서 다행이다."

"에이 뭐 그런걸... 넌 애들 멘탈 관리나 잘 해."

"네이네이."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세이슈 고교가 도착했다.

코치쪽에서 안면이 있는지 잠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인지 투수 코치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오늘 다들 각오 해야겠다."

"설마..."

"세이슈가 베스트 멤버로 나온다는구나."

"하..."

탄식이 나왔다.

작년 고시엔 우승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나온다는 이야기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한편 세이슈쪽에선 유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

"아쉽네."

"150짜리 투수를 상대하는건 지역 베스트4나 고시엔 본선 정도가 아니면 쉽게 경험하기 힘든 기회니깐."

"그래서 나머지 투수는요?"

"선발로 나서는건 140 초반의 포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는 기교파 유형의 투수. 불펜은 2명인데 140 초반의 구속에 변화구가 하나 뿐인 좌완에... 다른 하나가 조금 골치 아픈데 언더핸드 투수다."

"오? 언더핸드?"

"그건 또 신선하네."

세이슈가 작년에 2학년 중심의 팀이었음에도 우승을 거둔건 이렇게 야구에 목마른 짐승들이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도 막강한 포스를 보이던 선수들이 더욱 성숙해졌으니 세이슈 감독 입장에서 미래고의 운명은 어두웠다.

'그 150km를 꺼내들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래고 나름대로 전력을 준비한 상태였다.

철민은 물론 백현이나 유신, 강호 등 베스트 멤버가 총 동원 되었다.

"투수 빼면 둘 다 전력으로 맞붙는군."

"우리도 전력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그래."

그렇게 시작된 경기.

경기 시작전부터 강혁이 계속 지훈이랑 붙어있더니 이젠 지훈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마운드 위에 서 있었다.

"플레이볼!"

팡!

"143km."

"여기 구장이 빠른 편이라고 했지?"

"어. 3km 정도."

"그럼 140km인데..."

제구도 좋았다.

강혁이 요구한 바깥쪽 코스에 정확히 들어가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공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딱!

곧 바로 안타가 나왔다.

포심과 달리 변화구는 바로 반응을 한 것이었다.

"변화구를 바로 때렸네?"

"하필 1번 타자라서 힘들겠는데..."

더 문제는 2번 타자가 초구를 그대로 강타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야수의 키를 넘긴 타구가 안타가 되었고, 주자는 순식간에 2루를 지나 3루로 향했다.

그것으로 무사 1,3루.

"큰일 났네."

정말로 큰일이었다.

***

박지훈 4.1이닝 7실점

유승호 2.2이닝 4실점

박주환 2이닝 1실점

최종 스코어 12대1.

그날 미래고 투수진은 완벽하게 박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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