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Chapter 6 - 일본의 초대 (2)
그 날 수업이 끝나고 유성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3군은 경기 출전 못하는거였어?"
"그래."
"난 몰랐는데..."
"나도 오늘 알았는데 유성이 넌 어떻게 알았냐?"
"그냥 이것저것 들은게 있으니 아는거야."
"아무튼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들이 몰랐던 미래고의 시스템으로 인해 만약 일본행을 정하지 않았다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조금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좋은 선택이었다는 사실로 돌아온 것이었다.
한편 일본으로 향하는게 정해진만큼 코치들은 누가 일본으로 가는 선수들을 지도할지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 빠지면 우리도 곤란한데..."
"임시로 한명 정도는 충원 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임시니깐요."
"아직 못 정했나?"
"누구 하나 빼기가 애매하니깐요."
"그래서 방금 학교측에 허가를 받았네. 당분간 2명의 인스트렉터를 고용하기로 말이야."
"그러면..."
감독은 투수코치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투수코치 자네가 이끌어야할꺼야."
"제가 가는거로군요."
"그래. 인스트렉터 1명을 붙여줄텐데 그 사람이 타격이랑 수비를 담당할꺼야."
"전 제 일인 투수 분야에 선수단 관리까지 해야하고 말이죠?"
"그렇지."
"자꾸 어려운걸 시키십니다."
"별 수 없지 않나. 항상 3군 담당 코치들이 부족했으니깐."
"이런 3군으로 좌천되는겁니까?"
"일본으로 가는 녀석들을 3군으로 구분 시켜둘꺼야. 그러니 임시겠지."
"알겠습니다."
제법 긴 시간동안 회의를 했으나 감독이 단번에 상황을 정리하면서 회의는 종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코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 1학년들을 집중적으로 단련 시켜야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대회가 있기 때문에 기존 멤버들에게 신경을 써줘야했다.
"죽겠다."
"중학교때랑 강도가 다르네."
"그래도 일본행을 이제 물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
친선전에 그들은 수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남은 기간동안 해결 할 수 있는 약점은 매꾸었고, 그렇지 않은 약점은 놔두고 대신 강점을 강화 시켰다.
그것은 유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150km만 보면 좋지. 하지만 고등학교까지만 하고 그만둘껀 아니잖아?"
그래도 당장 포심이나 구속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기에 변화구와 제구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렇게 바쁘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을때 누군가가 찾아왔다.
"유성아."
"네?"
"잠깐 저기 가봐라."
감독님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보니 어딘지 감이 왔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선수들의 출입이 불가능한 코칭스태프 회의실이었다.
그곳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거의 20년 정도 젊으실적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모님보다 자신이 먼저 죽었다.
회귀 전의 이야기였지만 순간 회귀 전의 부모님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하니 입맛이 씁쓸해졌다.
"아버지."
"이놈아! 잘못했으면 얼굴 잊어먹을뻔 했다!"
"죄송해요."
"...그래도 안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하하..."
회귀 했을때 유성의 키가 180cm가 조금 안되었는데 지금은 180cm를 넘어간 상태였다.
아버지도 키가 큰 편이었지만 이젠 올려다 봐야할 정도가 되었다.
"목 아프니깐 앉아라."
"네."
마지막으로 본게 아마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쯤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반만에 다시 보았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앞으론 연락 꾸준히 해라."
"네."
"그러고보니 일본으로 간다고 했던가?"
"그렇게 됬네요."
"일본이라... 박살내고 와라."
"네."
서류 작업은 이미 끝났다.
원래 학부모를 위한 숙소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거절하고 빠르게 돌아가셨다.
"시간이 오늘 밖에 없어서 일부러 아침부터 움직였거든."
"쩝..."
"방학때는 올꺼지?"
"어... 아마도요?"
"못 온다고? 그럼 하다못해 겨울에는 와라."
"네."
생각보다 순순히 물러나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걸 본 유성은 이내 훈련에 복귀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팡!
"자꾸 제구가 흔들린다. 침착해."
딱!
"거기 자꾸 타격폼이 무너지잖아!"
수 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훈련을 진행하면서 또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지적을 받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지적을 받지 않는 선수는 각 학년별 에이스로 분류된 소수의 선수들 뿐이었다.
"이봐, 후배."
"전에는 편하게 부르시더니 이젠 후배라고 부르시네요?"
"그랬나? 아무튼 너 타격도 잘한다면서?"
"보통이죠."
"내가 직접 경기를 봤는데 그게 말이 되냐?"
계속해서 공을 던지던 그는 잠시 투구를 중단하고 유성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여유가 있었으면 이번 대회 끝난 뒤에 한번 상대해보고 싶은데 그쯤엔 일본으로 떠나겠지?"
"아직 시간 많으니깐 나중에 하시죠."
"그래야겠지."
팡!
"150km 던지는게 둘이 되니깐 더 시끄러워진거 같아."
"그래도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되었어."
"뭐, 저 둘이 원투펀치를 이룰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으로 향할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가끔 세연이 유성을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기에 일본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모기업하고 연관된 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머무른다더라."
"그게 정확히 어딘데?"
"효고현. 옆지역이 오사카라고 하더라."
"고시엔 경기 치루는 곳이 어디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신의 홈 구장인 고시엔 구장."
"아, 고시엔이 그 고시엔이야?"
"이제 알았냐..."
그리고 누가 일본으로 향할 그들을 지도할지도 정해졌다.
"투수 코치님이요?"
"그래. 그리고 임시 코치가 하나 더 붙어서 2명만 너희를 따라갈꺼다."
"그렇군요."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임시 코치까지 영입할 정도로 기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일정상 나 혼자서 모든 경기를 다 소화할 수는 없다.'
2선발의 역할이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었다.
32개 팀이 참가하는 선발 고시엔은 대진대로 진행된다면 5번의 승리를 거두어야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결승까지 간다면 지훈이 5경기 중 2경기를 담당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결승전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지훈은 4강전을 담당해야했다.
"초반에 흔들리는걸 해결해야겠군."
중학교 시절과 달리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지훈은 꾸준히 1회에 불안감을 보였다.
괜히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는게 아니었다.
물론 고등학교와 프로의 차이는 더 컸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2,3학년을 어떻게 상대하느냐였다.
생각을 마친 유성은 쉬고 있던 강혁을 불렀다.
"왜?"
"지훈이는 어때?"
"여전히 좋지. 제구력도 안정적이고."
"다른 부분은? 멘탈이라던가."
"음..."
잠시 고민하는듯했던 강혁은 지훈이 있는 곳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친선전때 초반 실점했잖아? 그거 때문에 좀 자책하나봐."
"그럴 만도 하지. 저녀석 은근히 민감하잖아."
"하긴... 작년에도 완투패 하고 며칠동안 다운 되어있었으니깐."
"나중에 경기할때 신경 잘 써라."
"알았어."
강혁의 이야기로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여차하면 자신이 조금 더 부담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에 대해 정의를 하자면 간단했다.
초반을 문제 없이 막으면 유성과 비견되는 최고의 투수지만 초반에 흔들리면 뒤가 힘들어지는 투수였다.
다행인 점은 몇주의 시간이 있기에 멘탈을 수습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누구 덕분에 생각도 않은 멘탈 케어를 하게 생겼네."
"포수라면 그 정도는 해줘야지. 아무튼 수고해."
"그래그래. 포수를 한 내 잘못이지."
사실 유성은 이미 준비를 끝냈다.
그렇기에 남은 것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쉴 수는 없기에 다른 선수들의 훈련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훈련 안 하냐?"
"너 도와주고 있잖아."
"...그렇네."
아직 알게된지 얼마 안된 선수들이 꽤나 남아있었다.
유성은 그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그들과 친분을 쌓으며 선수들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알 수 있는 점이 있었다.
'대부분이 한 포지션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멀티 플레이어는 2명 뿐.'
18인 엔트리를 생각하면 1학년 중에 4명이 탈락하게 된다.
부상을 감안해서 모두 가기로 했지만 경기에서 못 뛰게 되는 선수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멀티 플레이어의 존재는 임시 감독을 담당할 투수 코치에게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누가 엔트리에 들어갈지 대충 짐작이 되는데..."
물론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연습 경기를 치룬다고 했으니 확실한건 그때 정해질 것이다.
그래도 유성이 알아볼 수 있는건 다 알아보았기에 남은건 대회까지 몸 관리를 잘 하는 것 뿐이었다.
"시간 더럽게 안가네."
***
"준비 다 됬냐?"
"당연하지."
"일정 참 절묘하네. 선배들이 4강 치루고 있을때 우린 일본으로 넘어가니깐."
"덕분에 배웅도 없다더라."
"우승하면 환영하러 나오겠지?"
"아마도?"
3월 말에 시작되는 대회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미래고는 3월 중순에 미리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중순이라고 해도 월말이 다가온 시기였기에 대회 시작까지 남은 기간은 제법 아슬했다.
"다들 준비 끝났나?"
"네."
여러가지로 준비하는 사이에 임시 코치도 합류하였다.
그리고 여학생팀도 합류했다.
"세연아. 너희는 짐이 왜 그리 많아?"
"글...쎄? 이것저것 넣다보니..."
무게에 안 걸릴려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나 많은 양이었다.
대회 치루는 기간을 고려하면 1달이 조금 넘는 일정이었는데 그걸 감안해도 제법 많은 짐이었다.
"그나저나 일본쪽은 4월부터 학기가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야구 하고 있으면 되지만 너희는 뭐한데?"
"당분간은 너희 응원할꺼야."
거리가 좀 있었는데 그걸 들었는지 선수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치어리더?"
"아니, 말로만 듣던 야구부 매니저?"
"이녀석들 정상이 아니야..."
"누가 저놈들 좀 처리해줘."
"하하..."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금방 다른 선수들의 도움으로 상황이 정리 되었다.
그리고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움직였다.
"나 비행기는 처음이야."
"어차피 우리 모두 처음이야."
"아, 난 제주도 갈때 타봤는데."
"나도."
"...대부분 처음인걸로 하자."
비행기에서 별 다른 일이 없었다.
오히려 어느시점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때 일본에 도착했다.
"그런대 일본어 할줄 아는 사람 있냐?"
"교생쌤이 가능하다는데..."
"코치님은요?"
"난 머리가 굳어서..."
"그럼 제가 할게요."
"그래라."
30명 정도의 인원 중에 일본어가 가능한 인원은 단 2명 뿐이라는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유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회귀 전에도 국대 경기로 일본에 갈때마다 자신이 필수적으로 끼여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자체에 익숙했다.
"그런대 우리 어디서 머물죠?"
"내가 안 말했나?"
"네."
"이런... 실수했군."
"그쪽 학교에도 기숙사가 있어. 우리 학교만큼은 아니지만."
그러고보면 임시 코치는 미래대 출신이라고 들었다.
각 학교들은 큰 틀에서 비슷한 설비를 갖추고 있었기에 납득이 되는 답이었다.
"그런대 거기도 야구장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야구부도 있거든."
"네? 그러면 훈련은..."
"그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우리처럼 그라운드가 2개인데 그쪽은 인원도 적은 편이라서 말이지."
"나머지 하나를 우리가 쓰는거로군요. 그런대 연습 상대는..."
"2경기 중 하나는 그쪽이랑 붙을 예정이다."
"그렇군요."
유성이 코치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며 선수들은 선수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런거 보니깐 유성이가 주장 같지 않냐?"
"주장은 좀 멀리 나간거 아니냐."
"어차피 여긴 주장이 없으니깐 임시라도 골라야하잖아."
"그것도 그렇네... 그래도 투수라서 좀 애매하지 않냐?"
"야수랑 달리 모든 경기에 나올 수는 없으니깐."
"하긴..."
유성의 리더십은 분명히 선수들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투수라는 포지션의 제한으로 인해 선수들은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됐고 버스 왔다."
"얘들아! 짐 챙겨라!"
버스의 도착으로 인해 이야기가 끊어졌고, 선수들은 분주하게 짐을 버스에 실어넣었다.
그리고 1달 정도의 기간동안 신세를 져야하는 학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