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Chapter 6 - 일본의 초대 (1)
"감독님. 가겠습니다."
"뭐?"
"아니, 유성아. 그렇게 급하게 정하면 어떻게 해?"
"급하게 정한게 아니야. 오히려 냉정하게 생각해봐. 이건 기회야."
"기회?"
의문을 표하는 선수들에게 유성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선수들도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어차피 2,3학년을 뚫고 경기에 나설만한 선수는 유성 정도 밖에 없었다.
그들도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강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정한거 같군."
"네."
이런저런 목적도 있지만 결국 야구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그렇다면 출전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럼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야겠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할때 유성은 한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올해가 2010년이라는 점과 내년이 2011년이라는 점이었다.
'내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온다.'
그러고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10년은 안심하고 일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
'이왕 가기로 한거 제대로 해야겠지.'
"좀 더 자세한 설명으로 들어가마. 일본 고시엔은 2가지 대회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너희도 잘 아는 여름에 열리는 본 대회가 있고."
또 다른 대회는 봄에 열리는 '선발 대회'
지금 감독이 이야기하는 대회는 바로 그 대회였다.
"선발 대회는 이전해의 가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28팀과 그외의 4개 팀을 선발해서 32개팀이 경기를 치루는 본 대회의 전초전 격의 대회지."
"그럼 저희는 그외의 4팀에 들어가는건가요?"
"그래."
설명이 이어지던 중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학업에 관한 문제였다.
"일단 이번 일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출석은 문제 없겠지만 거기서도 수업은 들어야한다."
"네? 거기서 공부를 어떻게 해요?"
"학교 방침이니 학교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줄꺼다. 그러니 일단 기다려보거라."
"네."
꽤나 갑작스럽게 정해진 것이었기에 여러가지로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그건 남은 기간동안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기에 별 다른 상관은 없었는데 감독이 깜빡했다는듯 이 말을 꺼냈다.
"여권 때문에 각자 부모님 불렀으니 내일이나 모래 오실꺼다."
"네?"
"특히 유성이 넌 결국 집에 안 갔다면서?"
"아..."
보통 2월 초에 졸업식이 있는데 미래고에서는 졸업생을 위해 2월이 되자마자 기숙사 배정을 시작한 상태였다.
덕분에 유성은 미래중에서 그대로 미래고로 이동했기에 집에 가지않고 미래고에서 2월을 보냈다.
'그러고보니 집에 가는걸 잊고 있었네.'
과거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유성은 혼자 살았기에 딱히 외롭다는 생각은 없었다.
때맞춰 다른 선수들도 차례차례 기숙사에 합류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거 불효자가 된 느낌인데..."
과거로 돌아온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유성은 집에 간 적이 없었다.
동시에 부모님도 과거로 돌아온 이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나마 졸업식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집안에 일이 생겨서 못 오셨다.
"우와... 대체 얼마만에 부모님을 보는거야."
"이제 니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겠지?"
"...할말이 없네."
다른 선수들마저 그렇게 보고 있었다는 분위기니 유성이 얼마나 야구에만 몰입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유성은 오로지 야구만을 바라보았다.
덕분에 지금처럼 150km를 던지게 되었지만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 그러면 오늘은 이만 쉬도록 해라. 해산!"
기숙사로 향하면서 유성은 앞으로를 위해서 미리 여러가지를 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우선 순위는 당연히 가족들이었다.
"저기..."
"응?"
"아,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미안해, 세연아. 너무 깊게 생각했나봐."
"아니야. 그보다 벌써 학교에 소문이 퍼졌어."
"무슨 소문?"
"너희가 일본으로 간다는거."
"뭐? 아까 정해졌는데 그게 벌써 퍼졌다고?"
"오히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알리고 있던데?"
"헐..."
터무니 없을 정도로 빠른 행동 속도였다.
마치 감독님이 학교측에 알리자마자 퍼트린듯한 움직임이었다.
아니 어쩌면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서 이렇게 퍼트린걸지도 몰랐다.
'전부 다 안 간다고 했으면 모를까 우리가 간다고 했으니 쐐기를 박아두겠다는건가...'
순간 할말이 없어진 유성은 세연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진짜?"
"응. 학교 차원에서 유학을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본래 유성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
회귀 전의 이 시기에는 재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하게 투수를 하고 있기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고, 지금 세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유학을 보내주니깐 세연이 넌 일본으로 간다는거지?"
"응. 이번에 야구부가 일본에 가니깐 그거랑 연계한다고 하더라고."
"아하..."
야구부가 일본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빠르게 퍼졌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학교 차원에서 준비가 되고 있었기에 연계가 되면서 진행이 된 것이었다.
"그렇구나. 그나저나 슬슬 들어가야하지 않아?"
"아, 그렇네? 그러면... 먼저 갈게."
"잘 쉬어."
"응."
세연이 여자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유성은 자신도 기숙사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냈기에 그것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유성을 덮친 친구들만 아니었다면 말이었다.
"잡아!"
"걍 깔아버려!"
"으악!"
"역시 이녀석 힘 하나는 장난 아니라니깐."
유성이 그동안의 훈련으로 단련되기는 했으나 여러명이 한꺼번에 달라 붙는 것까지 이길 정도의 힘은 없었다.
덕분에 유성도 자신에게 달려든게 누구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니들 뭐야?"
"철민아, 잡기 힘드니깐 얼른 진행해."
"뭘 할려는거야?"
"세연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말해."
"...니들도 남자구나."
철민, 강혁, 지훈에 강호와 백현 그리고 유신까지 6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유성을 잡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로 인해서 대략적인 상황이 파악된 유성은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 했냐."
"별거 아닌데..."
"고문 준비."
"알았어. 항복."
"에이... 이거 가져온다고 힘들었는데."
"아니, 그런걸 왜 가져와!"
기다란 봉이라고 해야할까?
봉 2개와 의자를 가져온 유신은 아쉽다는듯 혀를 찼다.
한숨을 내쉬며 유성은 입을 열었다.
어차피 금방 알려질 이야기이기에 숨길 필요는 없었다.
"허어..."
"안 그래도 우리 일본 간다는 이야기가 금방 퍼졌더라."
"그래서 여학생은 얼마나 온다냐?"
"저놈 좀 치워봐."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확실하게 정리 할 수 있었다.
일본으로 향하는 22인의 야구부에 미래고 학생 몇명까지 30명 정도의 인원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었고, 원래부터 교사들이 따라 붙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런대 세연이가 그 이야기를 했으면..."
"세연이도 일본으로 온다는 소리 아니냐?"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지."
"오호라..."
뭔가를 깨달았다는듯 지훈은 유성을 보여 웃기 시작했다.
물론 유성은 왠지 기분 나빠서 지훈을 가볍게 눌러버렸다.
"핵심으로 들어가보자."
"응?"
"우린 3월 말에 일본에 가는거고 거기에 여학생들도 끼여있다는거지?"
"그렇지...가 아니라 왜 자꾸 여학생을 찾는거야."
"여친이라는 환상의 존재를 가지고 싶거든."
"..."
이쯤되니 왠지 안쓰러웠다.
그러나 유성은 몰랐다.
그들이 유성과 세연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었다.
다음날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은 전날 유성과 다른 선수들끼리 이야기했던대로의 전개이기도 했다.
"원래 성별 구분 없이 맞춰야하는데 야구부가 가게 되면서 나머지는 여학생들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또한 이번에 일본으로 가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교사 두분이 동행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 미래고에서 보내주는 유학은 15명 정도의 인원인데 이번에 야구부가 가게 되면서 30명 정도의 인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연도 합류했다.
"일본어 할줄 알아?"
"조금?"
"그래?"
"다른건 좀 할줄 아는데 일본어는 못해서 이참에 배워볼려고."
"다른건 할줄 안다고? 그러면 다른 나라 말도 할줄 알아?"
"응. 영어랑 중국어에 독일어, 불어, 이탈리아..."
"헐..."
예상 외의 장소에서 뛰어난 능력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당장 가는 것은 아니지만 차후를 위해 미리 얼굴을 익혀두라는 의미에서 선수들은 잠시 다른 학생들을 만났다.
그리고 어제부터 여학생을 찾으며 눈이 돌아가던 몇몇 선수들은 미리 다른 선수들과 힘을 합쳐서 제압해두었기에 별 다른 소동은 없었다.
"...사실 난 연상이 취향이야."
"정신 차려. 이놈아!"
예상 외의 상황이라면 교사 2명 중 한 사람이 교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의욕은 있는듯 하지만 다른 교사를 보고 다시 교생을 보면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대 교생 쌤들은 보통 학기 시작한 후에 오지 않나?"
"그랬나?"
"그건 우리 학교의 유학 시스템 때문에 우리 학교만 먼저 배정된거야."
"아하..."
요즘 들어서 배우는게 많았다.
야구에 관련 없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기는 했다.
아무튼 이제 일본으로 향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3주 정도 뿐이었다.
"새학기 시작하고 애들이랑 좀 익숙해지면 바로 일본으로 가네."
"그거 때문인지 야구부인 우리는 몰라도 여자애들은 같은 반에 몰려있다더라."
"벌써 그걸 알아봤어?"
야구부도 중학교때와 달리 집중된 분위기였다.
그때 10개가 넘는 반에 골고루 배치 되었다면 지금은 5개 정도의 반에 집중되었다는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유성의 반에는 지훈, 철민, 주환까지 투수 3명이 모두 한곳에 몰리게 되었다.
"어이, 3박."
"누가 그렇게 부르래."
"...미안."
장난스럽게 이야기했고 유성도 가볍게 받아주었다.
생각해보면 유성, 지훈, 주환 모두 박씨 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떻게 본다면 가장 정확한 별명이기도 했다.
'그래도 좋지는 않지만.'
언론이 좋아할만한 별명이기는 했다.
그러다가 유성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확인했다.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우리 학교 진짜 쩐다."
"노트북 보급에 올해부턴 아예 스마트폰까지 주고 있으니..."
"뭐, 꽤나 엄격하게 사용이 제한 되어있기는 하지만..."
"기사 떴네."
"응?"
[미래고의 신입생, 친선전에서 150km를 던지다.]
[일본팀과 맞붙은 미래고. 승리를 거둔 열쇠는 강속구를 던진 우완]
["올해 신입생들의 능력이 좋다." 기대되는 미래고의 유망주들.]
"아주 제대로 금칠을 하는데?"
"뭐, 못 던진것도 아니니깐."
"너도 잘 던졌어."
"아니. 난 아직 멀었어. 오히려 주환이가 더 대단하지."
지훈은 6이닝 2실점, 주환은 1과 2/3이닝 무실점.
주환이 마무리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둘 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건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승호한테는 미안하지만 제일 떨어지는건 녀석이니...'
2와 1/3이닝동안 2실점.
긴 이닝을 담당하기 위해 나왔지만 그 경기에서 한계점을 보여주었기에 감독이 일본으로 가기 전까지 제 3구종을 준비 시키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하나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일본 갈때 감독님이 가시나?"
"응? 그거야... 아니다. 2,3학년 선배님들이 계시는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얘들아."
"넌 또 왜 왔냐."
"뭐, 그렇게 말하냐. 저기 선배들이 불러서 왔다."
"응?"
밖에는 3학년 선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유성은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여, 괴물."
"괴물이라뇨?"
"나도 1학년때 150을 못 던졌는데 넌 벌써 던지잖아?"
"그래도 아직 선배님만큼은 아닙니다."
"뭐... 빠르게 용건만 말할게. 일본 간다면서?"
"네."
예상했던대로의 이야기였다.
2학년은 둘째쳐도 3학년은 드래프트가 코 앞이었다.
그러니 함부로 일본으로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당장 3월에 대회가 있기도 했고 말이었다.
"1학년만 보내는건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해."
"그렇기는 하죠."
"그렇게 쉽게 인정하면 좀 그런데... 하지만 친선전을 보면서 너희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저희를 너무 믿는거 아닌가요?"
"당연히 불안하지. 그래서 2학년이라도 보내야하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쪽은 지들이 알아서 결판을 내놨더라고."
별 수 없다는듯 그들은 3학년에 이어 2학년까지 일본행을 포기한 이유를 말했다.
이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래고 야구부의 시스템을 간단하게 알아야했다.
미래고 야구부는 기본적으로 1군과 2군, 3군으로 구분 된다.
1학년만 22명이나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미래고 야구부에는 70명 정도의 인원이 소속 되어 있었다.
"1군이 대회를 치루는 사이에 2군은 2군 나름대로 경기를 치루는데 3군은 그런 것도 없어. 그래서 경기 못 뛰는 애들보면 안쓰러울 정도라니깐."
"그런대 너희가 일본으로 간다면?"
"인원이 부족해서 3군이 임시로 폐지되고, 1,2군으로만 운영이 되겠군요."
"그렇지. 이해력 좋네."
고교팀 숫자가 60개 정도 밖에 안되는 한국에서 과포화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대회에 탈락한 팀들하고만 경기를 잡아도 이미 수십번의 경기를 더 치룰 수 있었다.
그래서 18인 제한이 있는 고시엔에 연연하기보다는 한국에서 경기를 치루겠다는 의도였다.
"그럼 결국 저희끼리 가는건가요?"
"왜? 지금이라도 포기할래?"
"아니요."
"그러면 나가는 김에 우승까지 하고 와라."
"그러죠."
이야기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