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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파괴자-13화 (13/156)

# 13

Chapter 5 - 천재 위의 괴물 (1)

미래중과 미래고는 규모에서 차이가 있었다.

미래중의 관중석은 3천석 정도의 규모였지만 미래고는 5천석이나 될 정도로 관중석 규모가 컸다.

물론 미래고 학생들을 채워도 관중은 1천명 정도 밖에 안되었기에 좀 휑해보이기는 했다.

다만 이번 경기를 위해서 기자들을 부른 것인지 익숙한 언론이 몇개 보이기도 했다.

"방송국이 왔어?"

"2월 말이라 아직 프로 팀도 스프링캠프 기간이거든. 그래서 이참에 여기로 시선을 돌린거 같네."

"이러면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잖아."

"말 할 시간에 얼른 준비해."

"알고 있어."

유성은 2차전 선발로 준비 중이었지만 투수로써의 능력과 함께 각성했다고 평가 받는 뛰어난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해 대타로 나설 준비를 해야했다.

왜냐하면 선수들은 아직 아마추어였기에 공격을 잘해도 수비를 못하거나 반대의 경우인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성과 함께 대타로 나설 선수들과 반대로 대수비로 나설 선수들도 이미 구분이 되어 있었다.

"아직도 떨린다."

"시작하면 그것도 잊고 던지게 될꺼야."

"그렇겠...지?"

"적당히 떨고 이만 나가봐."

"안 떨었어, 인마."

전날 이야기된 라인업은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벤치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플레이볼!"

한국에서 치루는 경기.

그것도 미래고의 구장에서 치루는 경기였기에 미래고는 후공을 펼치게 되었다.

"이정도는 감수해줘야 한국 녀석들이 졌을때 별 다른 말을 못하거든."

"그렇죠. 어디 저쪽 수준이 어떤지 한번 봅시다."

겨울 사이에 꾸준한 훈련을 진행했기에 지훈의 구속은 142km까지 올라왔다.

그렇기에 자신감을 가져도 되었다.

자신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지훈도 유성이 사용하는 3개의 변화구에 또 다른 변화구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첫 타자는 정석대로 발이 빨라 보이는 유형의 타자였다.

특이한 점이라면 피부색이 좀 더 검은색에 가깝다는 것이었는데 그에 대한 의문은 금방 풀렸다.

"저 선수는 혼혈 선수라는군."

"혼혈이요?"

"어디쪽인지는 안 적혀있지다만..."

결국 내일 유성이 상대해야하는 타자 중 하나였다.

딱!

"빠졌어!"

"괜찮아. 외야수가 전진하고 있어서...!?"

분명 내야를 벗어났으나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는 외야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였다.

그렇기에 저 주자가 1루에 멈출 것이라 생각했으나 녀석은 2루로 달렸다.

"뭐야 저놈?"

"심지어 살았어."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는 우익수의 재빠른 송구.

보통의 타자였다면 아웃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살아남았다.

"뭐 저런 터무니 없는 주력이..."

"저게 이제 고1이 되는 녀석이라고?"

"혼혈이라고 해도 터무니 없잖아. 100미터 11초라도 나오는거 아니야?"

'아니, 저녀석은 그냥 빠른게 아니야. 순간적인 폭발력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이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유성은 조용히 녀석을 분석했다.

시기가 달라서 그라운드에서 그를 만나본적은 없지만 사석에서 그를 만나본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신이 내린 1번 타자 '리키 핸더슨'과 말이었다.

사실 유성은 회귀 전에 300도루를 달성할 정도의 주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런 부상이 없는 지금도 마찬가지였으나 투수로써 뛰고 있기에 도루는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유성이 저렇게 많은 도루를 성공 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리키 핸더슨과의 만남이었다.

은퇴한지 제법 되었던 그였으나 그렇기에 유성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일본 타자들 중에 제일 골치 아프겠군..."

어떻게든 틀어막을 수 있는 다른 타자들과 달리 저런 터무니 없는 주력을 가진 타자라면 기습번트를 통한 안타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만약 녀석이 출루하면 2루까지 내줄 각오를 해야할지도 몰랐다.

유성에게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주자 견제였다.

사실 유성이 등판한 경기에서 주자가 나가는 상황이 거의 없다보니 견제를 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가끔 뛸줄 아는 선수가 있더라도 그 선수가 뛰기 전에 타자를 잡아내서 이닝을 마무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골치 아프네."

주자를 내보낸 경우가 적다보니 역으로 견제 능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건 확실히 남은 하루동안 골치 아프게 궁리를 해봐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지훈은 2번 타자에게 번트를 대주며 주자를 3루로 보내고 말았다.

1사 3루.

짧은 단타 하다못해 땅볼이 나오더라도 저 주자라면 홈에 들어올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1점을 준다고 생각하고 던지는게 좋았다.

미래고 타선은 공격에 초점이 맞추어졌기에 3,4점 정도는 충분히 뽑을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긴장되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3번 타자는 예상 이상이었다.

딱!

"이런!"

지훈이 글러브를 뻗어보았으나 공을 정말 살짝 건드리는 것에 그치고 말았고, 그나마 2루수가 몸을 날려서 잡아낸 덕분에 타구가 내야에서 벗어나지는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주자는 확실하게 홈에 들어올 수 있었고, 3번 타자만 잡아내며 시작부터 점수를 주게 되었다.

"...이보게, 코치."

"네, 감독님."

"승호와 주환이로 4이닝 정도 버틸 수 있을까?"

"승호가 오래 던질 수 있기는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가 코치에게 지시를 내렸다.

"승호가 6회부터 던지게 준비 시켜. 아니, 만약을 위해 5회에 들어가는걸로 가정해서 준비 시켜."

"네."

겨우 1회 초 2아웃 상황에 호들갑을 떠는게 아닌가 싶었으나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를 보며 그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팡!

141km

구속은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변화구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휘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으나 지훈은 왠지 불안감을 느꼈다.

'하나 뺄까?'

강혁도 무엇인가 느꼈는지 유인구에 대한 사인이 나왔다.

3번 타자가 때려낸 타구는 지훈이 건드리지 않았다면 2루수인 유신이 잡지도 못하고 흘러갔을게 분명했다.

그렇게 빠른 타구를 때려내는 타자가 3번이다.

그러면 4번 타자는 어느 정도라는 말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려고 했으나 지훈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은 유인구부터 던진다.

하지만 긴장감 때문일까 지훈이 변화구는 제대로 안 떨어졌다.

다시 말해 실투가 나왔고 녀석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딱!

"생각보단 별로군."

그걸로 스코어 2대0.

급하게 감독이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그 사이에 유성은 일본쪽 벤치를 살펴보았다.

"별거 아니군."

"에이스라는 놈은 이렇게 싱겁지 않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어이어이 아직 확실하게 제압한건 아니야."

전체적으로 지훈을 깔보고 있는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아까 만났던 상대팀 에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차라리 니가 나오는건 어때?'

마치 그렇게 말하는듯 했다.

하지만 유성은 지훈을 믿었다.

"공은 괜찮은데..."

1번 타자는 갑자기 때린 것이기에 둘째치고, 3번 타자의 타구도 속도가 빠르기는 했지만 사실 방향은 2루수 정면이었다.

그걸 지훈이 건드리면서 방향이 바뀌었으나 속도도 같이 죽었기에 방향이 바뀌었음에도 대응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의문이 들었다.

강혁은 자신과 지훈 둘 모두와 수년간 호흡을 맞추어왔다.

그러다가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녀석 설마..."

원인을 발견함과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이런 부분까지 자신이 챙겨줘야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잠시 대화가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강혁은 순간적으로 벤치로 향했다.

자꾸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는데 유성도 강혁이 벤치로 오자마자 이야기를 전달했다.

"강혁아, 너 나랑 호흡 맞출때랑 똑같은 볼배합 쓰고 있지?"

"어? 어... 그래."

"어쩐지..."

작년까지만 해도 지훈이 던질때의 볼배합은 유성과는 달랐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지훈의 패턴은 유성과 거의 흡사했다.

"뭐가 문제인데?"

"볼 배합. 지훈이랑 난 다른 유형의 투수야. 그런데 나랑 맞출때의 패턴으로 가면 어떻게 하냐."

"내가 그랬냐? 끙... 너무 오랜만의 실전이라 그런가."

자책하듯 강혁은 자신의 머리를 한대 후려쳤다.

오늘 지훈의 공은 분명히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맞고 있는걸 보면 유성의 말이 맞는걸지도 모른다.

짝!

자신의 빰을 한번 쳐준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 지훈도 진정하며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미안."

"뭐가?"

"볼배합에서 실수 한거 같아."

"아니, 실투를 던진 내 잘못이 크지."

"그건 더 아니지. 실투 안 던지는 투수가 어디있냐? 오히려 지금 실투가 나왔으니깐 다행이야. 남은 경기에선 안 그럴꺼잖아?"

"그렇지. 게다가 이제야 긴장이 풀린거 같아."

"좋아. 그러면 좀 더 까다로운 볼배합으로 간다."

"얼마든지."

그렇게 다시 뭉친 두 사람은 단 3개의 공으로 5번 타자를 정리했다.

포심의 비중이 높던 이전과 달리 볼배합이 바뀐 이번에는 지훈은 오직 변화구만을 던졌다.

"한방 맞으니 정신 차렸나본데?"

"우연이겠지."

"글쎄..."

일본팀의 두 핵심은 강혁이 벤치로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이 경기가 생각보다 더 재미 있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팡!

"스트라이크!"

상대 선발은 좌완 투수였다.

그러나 그것을 제외하면 지훈과 거의 유사한 볼배합을 구사하는 투수였다.

변화구에 강점을 보이는 3번 민백현이 그나마 안타를 때려냈으나 4번 철민이 순식간에 당하면서 결국 1회에 점수를 만회하는 것은 실패하였다.

"2대0이라..."

"못 잡을 점수는 아니야. 문제는..."

"저쪽 타선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꺼란 말이지."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후의 전개는 투수전이었다.

2회부터 5회까지 0의 행진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었다.

"후우..."

문제는 저쪽 투수와 달리 지훈은 까다로운 타자들을 계속 상대하다보니 투구수 소모가 많아지고 말았고, 길어도 6회에는 끝을 내야했다.

"승호는 준비 끝났고, 주환이도 몸 풀고 있습니다."

"음..."

문제는 6회 일본팀의 타순이 3번 타자부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지친 지훈을 계속 끌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감독님. 1이닝만 더 하게 해주세요."

"안돼."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쉽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지훈을 보았다.

분명히 지친 몸이었다.

그러나 지훈의 눈은 아직 살아 있었다.

"...하나라도 출루 시키면 바꿀꺼다."

"네!"

그렇게 지훈이 마지막 이닝을 위해 그라운드로 향했고 코치들은 감독에게 몰려갔다.

"감독님. 이미 지훈이는 한계에 근접했습니다. 남은 힘을 다 짜내도 1이닝 소화는 힘들어요."

"어차피 져도 큰 손해는 없는 경기야. 또 지훈이는 아직 1학년 밖에 안되었어. 오히려 이 경기로 녀석이 발전한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

그렇게 말하고는 유성을 잠시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코치들도 순간 감독을 따라 유성에게 향했는데 이내 그들도 깨달았다.

2선발끼리의 대결보단 1선발끼리의 대결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메인은 남아있어."

"과연..."

겨우 2주 밖에 안되었지만 이미 코치들은 유성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중학교 무대에서 보였던 압도적인 포스나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에 보이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서 말이었다.

"그 전에... 유성이 넌 대타 준비해라."

"네."

지훈은 3,4,5번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로 마지막 힘을 쏟아냈고, 오늘 경기 첫 삼자범퇴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6회 초까지의 스코어는 2대0이었다.

이제 반격을 시작할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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