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
Chapter 4 - 고등학교 (2)
투수들의 테스트가 끝난 이후 야수들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먼저 수비 부분을 확인했는데 그 사이에 투수들은 타격 테스트를 먼저 받게 되었고, 유성은 거기서도 눈에 띄는 타격을 과시했다.
"5타석 5안타라..."
"3개는 2루타였죠."
투수조의 타격 테스트였기에 일부러 피칭머신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유성의 타격은 독보적이었다.
"중학교에선 가장 높았던 타순이 7번이라..."
"투수에 집중 시키겠다는 의도겠죠."
"이정도라면 4번은 몰라도 3번이나 5번은 해야지."
"뭐, 일단은 지켜보시죠. 다른 애들은... 이쪽도 나쁘지 않군요."
그렇게 한참동안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점심 시간 전에 테스트가 종료되었다.
"다들 테스트 수고 많았다. 미안하지만 점심 식사 후에는 바로 훈련을 시작한다. 2,3학년도 첫날이기에 가볍게 몸 푸는 정도만 진행될 예정이니 그렇게 겁 먹지는 말고."
"네!"
그렇게 선수들이 식당으로 향한 가운데 감독은 이사회 호출을 받았다.
"얼마 전에 겨우 협의를 끝냈소."
"그렇습니까?"
"헌데... 그쪽에서 사정상 2,3학년은 제외한다더군."
"그 말은..."
"1학년만 온다는 이야기지. 다시 말해서..."
"1학년만이라고요?"
그 소리를 듣자 괜히 자존심이 상하는지 이를 가는 소리가 잠시 들렸으나 이어진 이야기 덕분에 분위기를 전환 할 수 있었다.
"올해 1학년들은 어떤가?"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차세대 에이스는 기대 이상이더군요."
"그거 좋은 소식이군."
그때 그가 앉아있는 책상에 서류가 놓여졌다.
그 서류에 적혀 있는 내용은 바로 '한일교류전'이었다.
"잘 알고 있겠지만 모기업은 이번 교류전에 제법 큰 관심을 가지고 있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대... 응? 이거 사실입니까?"
"어떤 부분 말인가?"
"작년 고시엔에 참여한 학교 7곳의 연합 말입니다."
"그렇네. 바로 그 부분이 문제야. 모기업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
이 7개 학교는 작년 고시엔은 물론 꾸준히 고시엔에 참가하는 단골팀이었다.
심지어 지역도 제각각이었다.
북부, 동북부, 서부, 서남부, 중부 등등 전국에 있는 팀에서 골고루 선발해온 느낌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올스타라고도 할 수 있지."
"그래서 이 조항이 추가된거로군요."
'1학년만을 기용한다.'
"2년 뒤면 각 학교의 핵심 멤버들이 될 선수들이기도 하니 나름 신경 써서 선발했더군. 게다가 그쪽에선 괴물 세대라는 별명까지 붙은 모양이야."
"골치 아프군요. 1학년끼리의 대결이라는건..."
"차후 3학년때의 대결을 고려한것도 있지."
그들이라면 분명 1번만 하고 멈출리가 없었다.
전 연령대 국가대표를 획일화하며 국가대표 친선전을 꾸준히 유치하며 전력을 유지하고 강화 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기는 언제하죠?"
"2주 뒤라네."
"...빡빡하군요."
"그렇지."
결국 코 앞으로 다가온 난제는 1학년들에게 달려있는 문제였다.
겨우 2주라는 시간이라면 그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기보단 컨디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게 한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점심식사 이후 소집된 선수들은 2주 뒤에 일본 고교연합과 맞붙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본쪽에서 오는 선수들은 전부 올해 입학하는 1학년이다. 그렇기에 우리쪽도 1학년만 기용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아쉽네요."
"그쪽에서도 별 다른 말이 안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 조절해놨으니 우린 별 수 없이 따라가줘야한다."
"그렇게 되었으니 2,3학년은 우선 훈련을 시작한다."
결국 남아있는 1학년에게 시선이 집중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급박한 시기를 잡은걸 보면 일본쪽도 호흡만 맞추는 선에서 연합팀이 한국으로 올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미래고도 1학년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팀워크를 최대한 맞춰두는게 좋았다.
"미안하지만 너희 몸상태를 최대한 올려야하니 당분간 하드모드로 진행될꺼다."
이때 선수들은 불길한 예감을 받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사회는 일본에서 넘어오는 일본 고교연합의 일정을 조율하며 경기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
2주 후
"바로 내일과 모레인 27일, 28일. 2일동안 경기를 치루기로 했다."
"감독님 그때면..."
"기존 학생들이 돌아오는 때지."
그 말을 듣고 유성은 이제보니 미래중이나 미래고나 은근히 관중동원을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뜬금 없는 생각이었기에 금방 생각을 비울 수 있었지만 내용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2주라는 시간동안 선수들은 각자의 포지션을 찾아갔고, 유성과 지훈도 예상했던대로 2번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일본 선수들이 미래고에 도달했다.
"와, 엄청 넓어."
"여기가 한국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라더라."
일본 선수들이 떠드는 소리를 선수들은 알지 못했으나 유성은 알아 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선수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는게 바로 일본 선수였기 때문인데 당시 유성과 제법 친했던 일본 선수의 존재 덕분에 유성은 일본어를 제법 알고 있었다.
"저거 뭔 소리냐?"
"촌놈들이 우리 학교 보고 감탄하고 있을뿐이야."
"하긴 우리 학교가... 쩔기는 하지."
"일본어 알아듣냐?"
"어, 잘 들려. 그나저나 저녀석들 이제야 우릴 봤네."
신경전이라고 해야할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을 보았을텐데도 일본 선수들은 그들을 없는 것처럼 보았다.
"오오... 쩐다."
물론 아무 생각 없는 선수도 하나 정도 존재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기에 먼저 감독들의 인사가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의외로 감독도 일본어를 할줄 알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피지컬은 양팀 모두 비슷했다.
실력은 경기에 들어가봐야 알겠지만 각 학교에서 선별해서 온 선수들이라면 절대 쉽게 봐서는 안되었다.
경기 전날인 오늘은 일본팀이 그라운드 적응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기에 유성을 비롯한 선수들은 그들의 연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라운드 적응 기간을 3일 줬는데 거절하고 하루만 받았다더라."
"그렇단 말이지? 프로도 아니고 건방지네."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자신감이 넘쳐보였는데 미래고 선수들은 당연히 내일과 모레에 있을 2경기를 위해 녀석들의 훈련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진행되는 훈련을 보면 볼수록 쉽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고시엔 진출 학교라는건 그 지역에서 수준 높은 선수들을 꾸준히 수급 할 수 있다는 것이네. 그런 학교들 사이에서 끌어모은 멤버들이라면 단순히 1학년급 전력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저쪽은 이 승부를 받아들인걸 후회하게 될겁니다."
물론 이쪽도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
이 대결이 어떻게 끝날지 그리고 이 대결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말이었다.
그렇게 그라운드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생각한 그들은 이내 떠나갔다.
"우린 내일 2선발을 내세우고 모레 1선발을 내세울겁니다."
"그 말은 우리도 그렇게 하라는겁니까?"
"강요는 아닙니다. 단지 알아두시라는거죠."
그렇게 일본 선수들이 떠난 가운데 내일 출전할 선수들이 소집되었다.
"저쪽에서 우릴 도발하기 위해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더구나."
"어떤 이야기죠?"
"내일은 2선발 모레는 1선발이라더군."
"자신감 한번 넘치네요."
"그래. 그러니 어떻게든 2경기 다 잡아야한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선수들을 슬쩍 훑어보았고, 시선의 끝은 유성에게 향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아까 연습을 보면서 느낀게 있을꺼다. 녀석들은 쉽지 않은 상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2경기 다 잡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
"그래서 유성이 니 역할이 가장 중요할거야."
"알겠습니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었다.
유성은 모레 1선발이 나오는 경기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지난 2주간 너희들의 실력은 잘 보았다. 그리고 지금 발표할 라인업은 현 시점에서의 베스트 라인업이다. 설령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도록."
"네!"
올해 미래고의 1학년은 총 23명.
그 중 일본 고교연합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설 선수는 두 선발 투수를 포함해 단 10명.
1차전 선발 박지훈
2차전 선발 박유성
1번 우익수 백강호
2번 유격수 최성현
3번 3루수 민백현
4번 1루수 이철민
5번 포수 이강혁
6번 좌익수 강선호
7번 중견수 김진표
8번 2루수 김유신
9번 투수 박지훈
나머지 13명의 선수들은 불펜이나 벤치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주환이나 승호는 지훈과 유성이 어떤 투수인지 알고 있기에 납득했고, 몇몇 선수들도 아직 실력이 모자람을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으나 몇몇 선수는 분함을 들어냈다.
또한 2차전 라인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유성의 타격 실력으로 인해 타선에 약간의 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정리가 끝나고 선수들은 경기를 위해 마지막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훈은 뭔가 부족한지 고민을 하다가 유성에게 물어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뭘 어떻게 하냐니?"
"정보도 하나 없고, 녀석들의 실력도 보통이 아니야."
"뭘 그리 걱정하냐? 니가 몸 상태가 안 올라왔으면 몰랐겠지만... 지금의 너라면 할 수 있어."
"음..."
고민에 빠진 지훈에게 유성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녀석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우리랑 똑같이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온 녀석들이야."
"그래. 니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그런대 일본팀이랑 붙는건 처음인데..."
"어렵게 생각할꺼 없어. 한일전이라는 이름이 붙겠지만 하던대로만 해도 충분해."
"그러니깐 더 떨리는데."
그런 지훈의 모습에서 유성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정확히는 자신과 함께 첫 한일전을 치루던 다른 선수들이었지만 말이었다.
"아무튼 걱정할 필요 없으니깐 잠이나 자라."
"알았어."
회귀 전에도 유성은 수 없이 많은 경기를 치루었고, 그 중에는 한일전도 있었다.
그래서 지훈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의식하게 되거든.'
이내 유성도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미래고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왔군."
"그러고보니 감독님. 저쪽은 몇명이죠?"
"투수 5명을 포함해서 20명."
"숫자도 우리보다 적네요?"
"그래, 그러니 유성이 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거다. 저놈들은 우릴 한수 아래로 보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아마 녀석들이 그런 도발은 한것도 우리 팀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일테니깐요."
"그래."
한편 일본 선수들은 학생들의 숫자가 많은 것을 보고 제법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미래 고등학교 학생들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사실에 표정을 바꾸었다.
"오호... 과연 한국 여고생들은 예쁘다던게 사실이군."
"그만. 여자들이랑 노는건 적을 쓰러트린 뒤에 하는거다."
"네네. 너무 딱딱하게 구는것도 안 좋은데 말이야."
"그래도 주장, 저정도면 좋지 않아?"
"그동안 훈련만 한다고 좀 그랬는데..."
그때 감독과 유성이 다가왔다.
"어젠 편하게 쉬셨는지요?"
"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인사였지만 서로에게 이를 갈고 있다는 것정도는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옆의 선수는?"
"그쪽에서 어제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하셨길래 저도 내일 선발로 나올 에이스를 미리 알려드릴려고 말이죠."
"아, 그렇습니까?"
순간적으로 시선이 교차되었다.
그리고 유성은 그 시선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뭘 봐요?'
'건방지군.'
"그렇군요. 경기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감독과 유성을 지나친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향했다.
다만 한 선수가 유성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만 내 상대가 너로구나? 기대하지."
"...재미 있겠군."
솔직히 말해서 중학교 레벨은 회귀 이후 첫 대회까지만 재미 있었다.
이후로는 소위 말하는 양민 학살이었기에 유성이 그렇게 기뻐할만한 경기가 없었는데 이 경기라면 유성의 기대감을 충족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내일이 기대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