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0화 (10/156)

# 10

Chapter 3 - 천재의 등장 (4)

후웅~

여기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녀석의 스윙은 강했다.

물론 유성이 그런 무력 시위에 오히려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당했는데 아직 의욕이 넘친다는거지?"

아껴두었던 구종을 꺼내며 유성은 포심의 비중을 살짝 줄였다.

그리고 그만큼 커브를 기용하며 타자들의 배트를 유도했다.

녀석은 이러한 패턴들을 충분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상대해볼까."

두 타석이나 녀석을 상대했다.

그만큼 자신이 어떤 공을 던질지도 파악 했을 것이다.

유성이 타자를 보는 사이에 강혁은 벤치의 사인을 확인하고 볼배합을 시작했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

고개를 끄덕이며 사인을 받은 유성은 바로 초구를 던졌다.

팡!

142km.

여전히 구속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유성은 아직 80구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7이닝 퍼펙트에 투구수마저 잘 절약해놨어."

"저녀석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2학년만 되어도 감당이 안될지도 모르겠군."

"내가 볼때 1학년부터 난리를 피울지도 모르겠군."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2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타자에게 불리한 볼카운트로 만든 유성은 상대 타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체인지업을 유인구로 이용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는 이렇게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타자는 어떻게든 유인구를 참아냈지만 몸이 움직이는것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잡았다."

녀석이 노리는게 무엇인지 파악했다.

1볼을 얻어냈지만 이미 2스트라이크를 내준 상황이기에 녀석은 하나 밖에 답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유성은 3가지 구종을 가지고 있었기에 녀석이 노리는 것을 파악했다면 그 순간 끝나는 것이었다.

팡!

여기서 다시 143km라는 최고 구속의 포심이 정확하게 미트에 들어갔다.

그걸로 끝이었다.

오늘 경기 16번째 삼진.

남은 아웃카운트는 5개.

"이제 대타가 나올때가 되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아직 상대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래도 5번 타자까지는 믿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면 그 기대를 꺾어주는게 좋겠지."

4번 타자와 달리 5번 타자는 수준이 한단계 떨어지는걸 파악했다.

두 타석만에 140km의 공에 제대로 대응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140km의 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타자는 포심, 포심, 체인지업으로 이어지는 기본 패턴으로도 처리가 가능했다.

이번에도 삼진이었기에 17번째 삼진이 되었고, 아웃 카운트는 4개가 남게 되었다.

"드디어 움직이는군."

이 시점에서 대타.

2아웃이라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 대타는 버리는 카드일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기에 유성은 초구를 바깥쪽 코스로 설정해 던졌다.

딱!

"초구?!"

빠르게 유성을 스쳐지나간 타구는 그대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향했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3루수가 움직였으나 몸을 날린 3루수가 공을 잡기에는 길이가 약간 모자랐다.

그렇게 공은 3루수를 지나갔고, 그대로 외야로 빠져나가는듯 했지만 어느새 나타난 유격수가 잡아서 1루로 공을 던졌다.

팡!

공과 발이 동시에 도착했다.

유성이 봐도 쉽게 구분이 힘들 정도로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1루심의 판단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그리고 1루심은 이 경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과감하게 판정을 내렸다.

"아웃!"

"예스!"

기록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렇게 긴장되는 상황에서 좋은 판정이 나오면 아무리 유성이라고 해도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수비로 미래중은 크게 기울어진 승부의 축을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반대로 상대팀은 아직 3개의 아웃카운트가 남아있었음에도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저쪽은 이미 끝난 분위기로군."

"그러게. 남은건 저녀석이 마지막 1이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렸지."

이미 승기가 기울었기에 상대 선발은 진작에 교체가 된 상태였고, 미래중은 마지막이나 다름 없는 8회 말 공격에서 2점을 더 추가하며 스코어를 5대0까지 벌리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닝이 코 앞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지금 유성이 투구수는?"

"80구를 조금 넘었습니다."

"깔끔하군. 트로피에 개인 커리어까지 말이야."

이미 미래중에게 패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가 승리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은건 3명. 전부 대타 준비 중인가?"

어떻게든 1명만 나가도 다시 1번 타자와 연결된다.

구종이 3개 뿐인 유성에게는 꽤나 힘든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았다.

물론 구종이 3개 뿐이라면 말이었다.

첫번째 대타는 유성의 공을 처음 보는걸 감안해서 바로 포심을 찔러 넣으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구속은 여전히 141km가 유지되고 있었고, 그것은 상대팀의 전의를 꺾기에 충분한 숫자였다.

2구째는 커브.

체인지업만 있을때와 달리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타자는 이번 공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손에서 그립을 바꾸며 유성은 강혁에게 사인을 추가했다.

"응? 무슨 사인을 보내는거지?"

"그냥 사인이 안 맞는건... 아니군."

의문을 가지고 유성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내 유성이 던진 공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타자의 몸쪽 코스로 향하던 공이 휘어지며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이건...슬라이더?"

"슬라이더보단 커터에 더 가깝지 않나?"

"직접 듣기 전까지는 모르겠군."

결과는 당연히 삼구삼진.

오늘 경기 유성의 18번째 삼진이었다.

"커브만으로도 놀라웠는데 이젠 슬라이더인지 커터인지 모를 구종까지 있다니..."

"게다가 저정도 변화라면 최상급 구종이라고 평가 할 수 있어."

"대체 언제부터?"

"그게 의문이지."

유성이 체인지업을 사용한것도 중학교에 들어온 이후였는데 커브와 슬라이더로 추정되는 구종은 또 언제 배운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오늘 경기가 결승전이기에 경기가 끝난 이후 약간의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상대 타자들은 차근차근 스트라이크를 내주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고, 유성은 놓치지 않고 아껴두었던 신 구종으로 삼진을 잡아내며 결국 마지막 타자에게 삼진을 잡아내는 것으로 20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경기 종료!"

그리고 완성된 퍼펙트 게임과 우승.

2009년 봄에 치루어졌던 중학교 대회는 미래중의 우승으로 종료 되었다.

***

"터무니 없는 재능도 다 있군."

"구속은 노력의 산물이고 변화구는 재능이라... 이런 투수를 본적 있나?"

"한국은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선 있지."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유성과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를 복기하고 있었다.

놀라운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중 가장 압도적인 것은 단 하나였다.

"9회에 던진 구종이 뭐죠?"

"슬라이더를 던졌습니다."

"커브에 슬라이더까지... 중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체인지업 말고는 변화구가 없었는데 언제 배운거죠?"

"커브와 슬라이더를 배운건 딱 2달 됬습니다."

"2년이 아니라... 2달?"

"네."

터무니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유성은 경기에서 직접 보여줬다.

"그래도 그렇지. 겨우 2달이라... 그동안 보아왔던 유망주들과는 아예 격이 다르군."

"고등학교로 올라오면 정말 기대 되겠어."

그렇게 그들은 학교에서 떠나갔고, 미래중은 이 우승을 기점으로 점차 경기 숫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올해 우승을 노린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육성 중심의 팀이었기에 1,2학년들이 출전하는 경기도 간간히 존재하였고, 미래중은 이 경기들을 통해 백업 라인을 강화 시켰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미래중은 남아있던 3개 대회에서도 압도적이거나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미래중학교 야구부 역사에 남게 되는 최초의 4관왕이었다.

팡!

"봄에 143까지 올라간 이후로 정체된건가?"

"정체 되었다기에는 145km도 충분히 빠른 공인데 말이죠."

"그래도 기대에 비해선 느려."

최고 145km의 구속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라는 3개의 변화구를 장착한 유성은 하반기에 치루었던 2개의 대회에서 1번의 노히트를 포함해서 4번의 완투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투구수를 줄이는 유성의 스타일 덕분에 유성은 매 경기 적은 투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모든경기를 다 포함해도 그 정도 밖에 안된다고?"

"네. 공식대회에서는 자주 나왔지만 그 외의 연습 경기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안 나와서..."

많은 공을 던진듯 했지만 연습경기에서 유성을 함부로 기용하지 않았고, 덕분에 유성이 경기마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올해 소화한 총 이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것은 지훈도 마찬가지였는데 지훈도 어느덧 최고 구속이 140km까지 올라왔다.

덕분에 왠만한 팀들은 유성이 아닌 지훈이 나서도 가볍게 승리를 가져올 정도가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지훈도 관리를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트로피는 다 얻었으니 잘 관리해서 고등학교로 올려보내면 되는 문제지."

"그렇죠."

1,2학년때 잠재력을 보여주어도 진학 문제로 인해 3학년이 주전을 차지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환경에서 유성과 지훈은 2학년부터 한축을 담당하던 멤버들이었다.

"졸업이라..."

"3학년이 해산하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군요."

"아쉽구만..."

한편 선수들은 미래고로 향할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갈리고 있었다.

유성과 지훈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미래고로 가는게 확정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지만 일부 선수들은 미래고로 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육성의 장인 중학교에서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여기까지라는거지."

"옛날부터 느꼈지만 가차 없으시네요."

"무조건적인 투자가 있다고 하지만 이사회도 프로 배출 같은 실적이 필요하니깐 가능성 있는 선수들로 꾸리는게 맞지."

이미 다른 중학교에서 미래 고등학교로 들어올 학생들은 모두 찾아놨다.

일부는 거부하기는 했지만 미래고의 감독인 그의 입장에서 말하기는 뭐 하지만 이 선수들은 내년에 2,3학년이 되는 선수들보다 더욱 기대가 되는 유망주들이었다.

"내년부터 다시 재미 있겠어."

"당연히 그래야지. 그러고보니 그 이야기는 어떻게 됬나?"

"아직 논의 단계입니다만 이사회에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흠... 일본이라..."

"쉿."

"아, 그렇지."

그 일은 아직 비밀로 되어야하는 이야기였다.

여러 루트를 통해 미래고에 이야기가 전달되기는 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우선 돌아가기로 정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네."

그렇게 미래고 감독과 코치가 떠나고 미래중 3학년들의 중학교 야구부 생활은 종료 되었다.

이제 그들은 고등학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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