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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230화 (229/230)

230화. 금쪽같은 소환수들 (完)

글리제 제국의 변방 도시, 카딩의 중심 상점 거리는 물건을 팔고 사러 오는 이들로 인해 활기가 넘쳤다.

“마석 팔아요!”

“여기 따끈따끈한 힐링 포션 팔아요!”

“단검 팔아요! 이거 샤론산 제품이에요. 무려 샤론산!”

샤론산이라는 말에 지나가는 손님 한 명이 발걸음을 멈췄다.

“샤론산이라고? 어디 보세.”

직원에게 물건을 건네받은 손님은 단검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잘 오셨어요. 마침 세일 기간이거든요. 딱 절반 가격에 모십니다.”

손님은 샤론산 제품이 절반 가격이라는 말에 기뻐하며 지갑을 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순간 그 단검이 짝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제국을 둘러보는 내내 보이던 모습이었다.

“왜 웃냥?”

내 어깨 위에서 흔들흔들 몸을 맡기던 고양이 상태의 제리가 물었다.

“어, 뻔히 짝퉁인데 너무 당당하게 팔고 있어서.”

그러자 내 우측에 있던 샤샤가 나를 보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제지하시게요?”

그러자 좌측의 카나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황제의 이름으로 짝퉁 금지령을 내리시면 한 번에 사라질 일입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째 카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해지는 것 같았다.

마왕을 잡은 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나는 황제로 즉위했고, 제국은 안정화되었다.

그리고 석 달 전부터는 소환수들과 함께 제국 투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로 즉위한 다음부터 카나가 조금 딱딱하게 굴었다.

예전의 까칠하고 도도한 카나가 그리웠다.

“아니야. 그러지 마. 이제 막 개발하기 시작하는 단계인데 내버려 둬. 어차피 저들도 제국민인데.”

“그래도 샤론산이라고 하는 건 거짓말 아닌가요? 그것도 무려 황제 앞에서 거짓 물건을 파는 거잖아요. 민준 님, 지난번처럼 경제부 행정관을 불러서 명령을 내리시면 되지 않나요?”

“우린 지금 몰래 다니는 거라고. 황제에게 바치는 물건이 짝퉁이라면 나도 마음 상했겠지. 저들은 우리가 누군지 모르잖아. 그리고 짝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장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지, 황제가 강제할 수준의 일은 아닌 것 같아.”

샤샤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왕이나 황제가 입법, 사법, 행정, 경제, 군사… 모든 권한을 쥐는 세상에서의 사고방식은 지구인인 나와 달랐다.

“암튼 우린 조용한 여행객이야. 알았지?”

“네, 알았어요.”

“알겠습니다.”

샤샤는 밝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고, 카나는 명령을 접수했다는 표정이었다.

어깨 위의 제리는 자는 듯했다.

거리를 더 걸었다.

물건을 파는 골목의 끝부분에 도달하니 주점이 몰려 있었다.

주점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소년, 소녀들이 있었다.

호객꾼 소년 한 명이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주점은 오래된 과실주와 전 종류가 아주 맛있는 집이에요. 절대로 실망하시지 않을 거예요.”

맑은 눈빛, 바른 자세. 비록 어린 소년이 길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지만 소년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 당당함이 좋았다.

내가 힐끔 카나를 보자 카나가 입을 열었다.

“진실.”

“호오!”

나는 진심으로 감탄이 나왔다.

카나의 고유 스킬은 정견이었다.

즉, 카나는 아이의 말이 거짓인지 판독하는 거짓말 탐지기였다.

그리고 그 말은 이 집 음식이 아주 맛있다는 뜻이었다.

기대가 되었다.

“아이야, 네 이름이 뭐니?”

“칼잔이에요.”

“그래, 칼잔. 너희 집으로 가자. 앞장서라.”

“네.”

소년이 앞장서고 우리가 뒤따라갔다.

아이의 부모가 하는 주점에서 추천하는 음식 몇 가지를 먹어보았다.

맛있어서 눈이 커졌다.

샤샤도 전을 크게 한 입 먹으며 말했다.

“하아… 역시 여행은 먹는 게 최고예요.”

실컷 음식을 먹은 후 칼잔을 불렀다.

“칼잔. 이리 와보렴.”

“네.”

“내가 너에게 용병을 제안할 거야. 그러면 승낙해줘.”

“…용병이요?”

“응. 뭘 좀 알아보려고. 금방 끝나. 바로 취소하면 돼.”

소년은 의아해했지만 이내 곧 용병을 등록했다.

나는 칼잔을 용병으로 등록한 후 용병 스탯창을 열어보았다.

“오오!”

여행 중에 똘똘해 보이는 아이들을 만나면 이렇게 스탯창을 한 번씩 보곤 했다.

샤샤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어때요?”

“나도 이제 보는 눈이 좀 생긴 것 같아. 이번 달에 찾아본 아이들 중에는 최고야. 마나 수치가 80이나 되는걸.”

“80이요? 와, 대박. 저렇게 어린아이가 마나 수치가 80이면 못 참죠.”

“그렇지?”

우리가 마치 아이를 품평하듯 이야기하자 아이는 무슨 상황인가 싶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칼잔, 미안해. 네가 재능이 있는 아이라서 우리가 조금 놀랐어.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서 말이야.”

“아… 네.”

샤샤에게 선물함에서 귀족 연명부를 꺼내 달라고 말하려는데 이미 샤샤가 나에게 연명부를 내밀고 있었다.

“274번이에요.”

“크크. 땡큐.”

이제는 척하면 척이었다.

“알파야! 274번 귀족 소환하고, 알타르 님도 소환.”

화아악!

“폐하! 존안을 뵙사옵나이다!”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이 지역 귀족은 소환되자마자 넙죽 엎드리며 인사했고 알타르도 소환되어 나에게 인사해왔다.

“알타르 님, 요 아이 때문에 불렀어요. 마나 수치가 80이에요.”

“호오.”

알타르도 흥미가 동한 듯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아이는 앞으로 알타르의 관심 아래 적당한 교육을 받게 될 것이었다.

나는 소환수들과 꾸준히 제국을 돌면서 여행 겸, 제국민들의 실생활을 파악할 겸, 인재 발굴을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귀족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어 귀족들로 하여금 황제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영지를 둘러본다는 소문을 돌게 해서 영지를 더욱 열심히 돌보게 하는 것은 덤이었다.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꽤 할 일이 많았다.

그날 저녁, 274번 귀족이 마련한 숙소 한쪽에서 작은 모닥불을 피웠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소환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캠프파이어 하는 것 같네.”

“불꽃에는 뭐를 구워 먹어야 할 것 같은데요?”

“선물함에서 꼬치 좀 꺼낼까?”

모닥불에 꼬치를 구웠다.

은은한 고기 냄새가 풍겼다.

카나가 연필로 지도 위에 체크를 하며 말했다.

“이제 제국의 주요 지역을 모두 둘러보았네요.”

“뭐, 주요 도시들만 본 거지. 작은 마을까지 보려면 끝이 없겠지.”

“이렇게 제국 곳곳을 다니는 황제도 없을 거예요.”

“나는 이렇게 제국을 둘러보고 너희들이랑 여행도 해서 좋은걸.”

샤샤가 초승달 눈을 만들며 물었다.

“히히. 우리랑 여행하는 게 좋아요?”

“그럼.”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 소환수는 모두 친밀도가 100이었다.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는 나의 소환수들이 아니면 누구와 여행을 할까?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들어갔다.

타들어가는 불꽃을 보다가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친밀도는 얼마일까?

저들이 나를 믿는 만큼 나도 저 아이들을 믿고 있을까?

소환수들은 나에게 한 번 이상의 충성 맹세를 했다.

제국의 황제가 될 때 공식적인 기사의 맹세를 하기도 했고, 따로 나에게만 맹세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너무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다.

소환수들을 둘러보았다.

“얘들아, 그동안 너희만 나에게 맹세를 했잖아. 그래서 말인데 나도 맹세하도록 할게.”

“네?”

나는 소환수들을 보며 말했다.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한다.”

가슴에서 마나가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마나를 걸자 소환수들의 눈이 커졌다.

장난이 아니라 진심임을 느낀 것이었다.

“나 김민준은 앞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너희를 아끼고 위하는 소환술사가 될 거야.”

받기만 하는 소환술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간단한 내용의 맹세였지만 내 마음이 전해지면 좋을 것 같았다.

“아… 민준 님…….”

“주군!”

“냥!”

다들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이거 잘못하면 소환수들을 울릴 것 같았다.

띠링!

그때 귓가에 알림 소리가 들렸다.

―친밀도가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EX급 소환술사가 되었습니다.

―연결 가능한 행성 2(글리제, 지구) / 10

―소환 가능 소환수 3/100

“…어?”

EX급 소환술사?

연결 가능한 행성이 10?

이게 뭔 소리야? 앞으로 더 많은 행성을 가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소환수 100?

소환 가능한 소환수의 숫자가 많아진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이해되었다.

지금은 세 명의 소환수가 있는데 앞으로 100명을 채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연결 가능한 행성이라는 말이 궁금했다.

“알파야!”

―네, 민준 님.

“이거, 다른 행성을 볼 수 있는 거야?”

―네. 현재 글리제와 지구에서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8개의 행성을 더 연결할 수 있습니다. 후보들을 보여드릴까요?

“오오! 그럼 보여줘. 화면 열어봐.”

화아악!

커다란 화면이 열렸다.

“민준 님, 왜요?”

“나 소환술의 경지가 올라버렸어.”

샤샤가 박수를 쳤다.

“오! 축하드려요.”

“그러면서 소환 가능한 소환수의 수가 100이 되었고, 가볼 수 있는 행성의 수도 10개가 되었어.”

“소환수 100명이요? 와, 장난 아니네요.”

“다른 행성은 어디입니까?”

“다른 행성은 나도 아직 잘 몰라. 이제 살펴봐야지.”

소환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화면을 보았다.

스윽.

제리도 머리를 기대며 함께 화면을 보고 있었다.

첫 번째 행성을 살펴보았다.

“알파야, 여긴 어디야?”

―옐로플레닛이라는 곳입니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확대하고 이동해보았다.

슈우욱.

화면이 새로운 행성에 가까이 다가갔다.

노란 나무, 노란 강, 기본적인 색이 노란빛을 띠는 행성이었다.

“민준 님, 여긴 다 노랑이에요.”

“그러게. 뭐가 노란 것들이 많네.”

색은 노란색이었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산과 바다, 강과 호수.

그리고 생명체도 살고 있었다.

“어? 저기 뭐가 움직인다.”

“오오, 커요!”

목이 긴 초식 동물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커다란 동물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이동해서 살펴보니 도시도 있었다.

“이야, 도시네. 꽤 발달했는걸?”

“그러게요. 바퀴도 있고, 전기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마치 사막과 같은 배경이었지만 문명이 발달한 유사 인류가 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노란 행성을 구경했다.

“다른 곳도 구경해보자. 알파야, 다른 행성으로 가줘.”

―네.

슈우욱.

노란 행성에서 화면이 솟아오른 후 빛처럼 별 사이를 날아갔다.

“유후! 우주 비행선을 타는 느낌인데.”

슈우욱.

이번에는 붉은 행성이었다.

붉은 행성도 둘러보았다.

이곳은 화산활동이 활발한 행성이었다.

화산에서 내뿜는 물질들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행성이 붉게 보였다.

“저기 봐요.”

샤샤가 가리킨 곳에 도시가 있었다.

슈우욱.

손을 움직여 화면이 도시를 향하게 했다.

그곳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줄을 맞춰서 무언가를 훈련하고 있었다.

“무술을 훈련하는 것 같아요.”

“군대인가?”

“어린이도 있는 것 같은데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훈련을 하고 있었다.

2층에서 5층 집까지 높은 건축물이 있었고 먹거리를 파는 듯한 거리도 있었다.

하하 호호 밝게 웃으며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 사람들은 표정이 좋네요. 밝아 보여요.”

그렇게 붉은 행성을 관찰한 후 초록 행성으로 향했다.

“와, 여기는 숲이네요.”

“그러게. 행성의 절반 이상이 숲인데?”

“알파야, 생명체는 없나?”

―민준 님과 대화를 나눌 만한 지적 생명체가 없는 행성은 추천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 생명체가 있구나. 조금 더 찾아보자.”

슈우욱.

한참을 찾아보았지만 생명체가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고 그만 다른 행성을 보려고 하는데 제리가 말을 걸었다.

“냥, 저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나무뿐이었다.

그렇지만 나무에서 살던 제리의 눈에는 뭔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뭔데?”

“저쪽으로 가봐랑.”

제리가 손짓하는 곳으로 화면을 이동했다.

그렇게 짙은 숲을 뚫고 내려가자 생명체가 있었다.

“와!”

“여기 모여 있었군요.”

그곳에는 마치 제리와 같은 드리마스처럼 나무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종족이 있었다.

“숲의 종족이라니… 마치 엘프 같아.”

긴 녹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나무 사이를 타잔처럼 날아다니는 종족을 보니 엘프가 떠올랐다.

“숲을 사랑하는 종족 같당.”

그렇게 몇 군데의 행성을 더 보았다.

“얘들아, 어디로 가볼까?”

“저는 노랑 행성이요.”

“나는 빨강.”

“나는 숲이 땡긴당.”

그러다가 카나가 손을 들었다.

“잠시만요. 제국은요?”

“어? 아예 간다는 건 아니야. 왔다 갔다 하는 거지. 카나는 안 갈 거야?”

그러자 카나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설마 저를, 민준 님의 방패를 떼어놓고 가려고 했어요? 저야 민준 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죠.”

고개를 돌려보니 샤샤와 제리는 이미 눈이 초롱초롱해져 있었다.

눈앞에 커다란 화면이 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새로운 세상에 가면 새로운 만남, 새로운 사건 그리고 새로운 과제가 우리를 반길 것이다.

그 세상에는 즐거운 만남과 신기한 물건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딘가의 빌런이 우리를 가로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에겐 늘 나와 함께하는 소환수들이 있다.

“얘들아.”

내 부름에 세 소환수가 대답했다.

“네, 민준 님.”

“네.”

“냥.”

소환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긴 여행이 될 거야. 가자, 우리 함께.”

<‘금쪽같은 소환수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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