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224화 (223/230)

224화. 마왕 (2)

오성 마도공학 연구소.

오성의 자랑, 노승민은 자신의 무기인 켄타우로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곤 했다.

오늘은 켄타우로스의 왼쪽 주먹에 티타늄 코팅이 벗겨진 것을 다시 할 겸, 샤론에서 발주한 것을 확인할 겸 해서 방문했다.

“어? 노 헌터님 오셨어요?”

“아, 예.”

연구소의 책임 연구원인 한 차장이 종종 오는 노승민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한 차장님.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은 어떻게 되어가나요?”

“아, 그거 거의 다 됐어요. 조립까지 싹 다 되었고, 마지막으로 내부 인테리어만 조금 손보고 있어요.”

“그렇군요.”

“캬. 그런데 그거 만들 때 나도 같이했거든요. 그런데 만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뭐냐… 글리제라는 곳에 오성 연구소의 지사를 만들면 어떨까 해요.”

“글리제에 지사요?”

“그럼 글리제에 마나가 많다는 것을 전제로 이런 수송선을 만든 거잖아요. 그래서 마나 밀도가 높은 세상이니까 연구의 출발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군요.”

“이 수송선만 해도 그래요. 하이브리드라니… 나는 생각도 못 했어요.”

노승민이 잠시 머뭇거리니 한 차장이 옳다구나 하며 입을 털었다.

“보통 마력을 얻는 방법은 마법사의 마력 아니면 마정석이잖아요. 그런데 이 수송선은 마정석으로 갈 수도 있지만 저서클 마법사들이 충전을 하면서도 갈 수 있어요. 마정석과 마법사의 마나를 혼합시킨 것이죠.”

“그게 대단한 건가요?”

“세상에 없는 기술이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구에는 없는 방법이죠. 이건 수송선에 탑승하는 인원의 절반 이상은 저서클 마법사라는 가정하에 만들어지는 방법이에요. 아니면 하이브리드가 무의미하니까요.”

“그렇군요.”

“그래서 제가 그곳에 가보고 싶고, 지사를 만들어 연구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에요. 노 헌터님 빽으로 어떻게 안 될까요?”

“제가 샤론에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너무 감사하네요. 그러면 이번에 나가는 수송선도 제가 아주 신경 써서 광택까지 내라고 할게요.”

지이잉.

그때 노승민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 민준 헌터?”

노승민의 혼잣말에 옆의 연구원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네, 민준 헌터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트란산맥에 마족이 나타났어요.

트란산맥이라면 노승민도 잘 알고 있었다.

“몇 마리나요?”

―최소 다섯,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질 것 같아요. 제가 지난번에 부탁드린 수송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잠시만요.”

노승민이 연구원에게 물었다.

“민준 헌터인데, 수송선이 매우 급한가 봐요. 지금 바로 출고 가능할까요?”

“네. 광택만 내면 되는 단계였습니다. 급하시면 바로 출고 가능합니다.”

노승민이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네, 바로 가능하답니다.”

―그럼 지금 바로 하남 B 던전으로 부탁드릴게요. 샤론 마을, 서모너 영지의 주민들을 태우고 피난을 가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노승민이 연구원에게 말했다.

“광택은 중단하고, 지금 당장 출고해야 해요. 주민들을 태우고 당장 피난을 가야 한답니다.”

끄덕.

노승민도, 연구원도 마음이 급해졌다.

* * *

샤론 길드의 A급 마법사인 장유환은 신입 길드원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야, 그때 하남 던전에서 어땠는지 알아? 너네 마족 못 봤지?”

B, C급 헌터들은 하남 던전이 SS급이 될 때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내가 하남 던전이 SS급이 될 때 공격대로 들어갔잖냐. 마족이 아주 그냥, 와… 그냥 와… 말이 안 나오더라고.”

“어땠는데요?”

“아주 그냥 드래곤만 한 마족이 육탄 돌격으로 밀어붙이는 거야. 어? 니들이 생각을 해봐. 우리 헌터들이 일렬로 줄을 딱 서 있는데, 드래곤만 한 마족이 육탄 돌격을 해. 크으으. 눈앞이 깜깜했지.”

“오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하모스 님이 누구인 줄 알지?”

“그럼요. S급 힐러시잖아요.”

“그분, 그냥 힐러가 아니야.”

“그럼요?”

“맞혀봐.”

“음… 우아한 힐러? 나이가 조금 있으신 것 같은데 그래도 우아하고 아름다우세요.”

“그분, 그냥 힐러 아니고 성녀님이셔.”

장유환이 겉옷을 벗었다.

그러자 등에 커다란 황금색 십자가가 그려진 붉은 조끼가 드러났다.

“보여?”

“네, 독특한 조끼네요.”

“던전에서 절체절명의 순간, 하모스 성녀님께서 우리 500명의 헌터들을 팔라딘으로 임명하셨지. 너넨 모를 거야. 무한 힐을 받는 줄 알았어. 들어봤어? 무한 힐? 어? 조끼 어때? 이거 구하느라 힘들었어. 딱 봐도 팔라딘 같지 않아?”

“네. 멋지네요. 십자가는 역시 팔라딘의 상징이죠.”

“십자가는 기독교 아닌가?”

“야, 유환 님이 십자가라면 십자가지.”

“…….”

“유환 님, 풍요와 대지 신의 상징이 십자가인가요?”

“…….”

장유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지이이잉.

그때 유환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글리제의 트란산맥에 마족이 출현.

모든 팔라딘은 하남 B 던전을 통해 제국의 황궁으로 집결 바람.

―교주 김민준.]

유환이 벌떡 일어났다.

“간드아! 교주님께서 팔라딘을 부른다!”

* * *

꾸얀과 르녹은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성벽의 마법진을 확인해!”

“병사들은 무기 챙겨!”

“마을 주민들은 피난 갈 준비를 해.”

“벙커를 활용할지도 몰라. 벙커가 제대로 작동되는지도 확인해!”

“지금 트란산맥의 중심에서 이쪽으로 몬스터들이 남하하고 있어! 서둘러! 시간이 없어!”

“식량이나 집기류는 챙기지 마! 어딜 가도 다 있으니까 먹을 건 걱정하지 말고, 그냥 몸만 챙겨!”

샤론 마을 광장에 주민들이 모였다.

화아악!

샤샤가 나타났다.

샤샤는 샤론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지구로 소환되었기 때문에 역소환을 하면 다시 샤론 마을로 이동하게 되었다.

샤샤는 창고에 있는 무기류들을 제국으로 보내기 위해 창고에 왔지만 오성에서 제공하는 이동 차량을 샤론 마을로 옮기기 위해 샤론 마을로 역소환되었다.

“선물함!”

창고에서 가득 채운 무기들을 꺼냈다.

그러자 선물함에 차량이 생성되었다.

차례차례 차량을 꺼냈다.

화아악!

작업복을 입은 다섯 명이 소환되어 나타났다.

“샤샤님, 안녕하세요. 오성에서 왔습니다. 차량 운전 지도하러 왔습니다.”

“아, 고마워요!”

“마을 주민 중에서 기계를 다루실 수 있는 다섯 분 모집합니다. 저희는 곧 역소환될 거예요. 삼십 분 이내로 운전을 마스터하셔야 합니다. 조작법이 어렵지 않고, 고속 주행을 하지 않을 거니까 가능할 거예요.”

차량은 각각 운전해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이곳 주민들은 운전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 차량을 연결해서 기차처럼 만들었다.

“마법사들, 손 들어보세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손을 들었다.

성인은 마법사가 아닌 이가 없었다.

“여기, 초록색 판 보이시죠?”

“이곳에 마나를 밀어 넣어주세요. 차량의 연료랍니다.”

광장에 모인 주민들을 태웠다.

백여 대의 차량은 각각 스무 대의 차량이 연결된 다섯 개의 기차가 되었다.

전투 인원을 제외한 주민들이 모두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에 탑승한 주민들은 남는 전투원을 보며 눈물지었다.

샤샤가 주민들을 달래주었다.

“걱정 마세요. 전투 병력도 곧 탈출할 거예요. 병력들은 이곳에서 준비된 무기로 전투한 후 영주님께서 모두 옮겨주실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이이잉.

오성 직원들의 지도로 주민들이 운전을 했다.

차량이 약 1m 정도의 허공으로 떠올랐다.

“기차는 동쪽으로 가서 밤나무, 에린 마을을 거쳐 서모너성으로 가는 경로와 남쪽 파닐 마을을 거치는 경로, 중앙의 산업단지를 거치는 경로로 이동합니다. 모두 타셨으면 출발합니다!”

초보운전이긴 했지만 어찌저찌 차량이 이동했다.

다섯 대의 기차라면 서모너 영지 전체의 인구가 꾸역꾸역 타면 모두 탈 수 있었다.

주민들이 대피했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샤샤야.]

[네, 민준 님.]

[주민들이 대피하는 모습 봤어. 몬스터들이 샤론성까지 밀려오는 데 한 시간은 걸릴 것 같아. 그리고 디아론성에 카나가 가 있어. 용병의 이동 스킬을 통해서 샤론성으로 병력을 보내줄 테니까 함정과 성벽에 의지하며 싸우다가 벙커로 후퇴하면서 싸워. 벙커에 다 들어가면 병력을 디아론성으로 옮겨줄게.]

[네, 알겠어요.]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지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화아악!

“샤샤님, 저 장유환이 왔습니다! 팔라딘으로서 마족을 잡는 데 선봉에 서겠습니다.”

샤론 마을을 둘러싼 성곽에는 오십 명 정도의 샤론 출신 병사들과 수백 명의 헌터들이 전투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분! 마법진과 각종 무기들은 아낌없이 사용하도록 합니다. 오늘 전투의 목표는 몰려오는 적들을 모두 잡는 것이 아닙니다. 치고 빠지기. 샤론성에서 막을 수 있는 만큼만 막아내는 것이 목표예요. 모두 초반에 힘을 내주세요.”

“오호, 오늘은 아웃복서가 되는 건가?”

“한 방 빡 때리고 튀는 거 안 해봤어?”

“초인종 누르고 튀는 거랑 비슷한 건가?”

그 시각, 나는 아직 하남 B 던전에 있었다.

오성에서 온 비행 차량을 샤론에 있는 샤샤에게 전달하고, 속속 모여들고 있는 팔라딘 헌터들도 샤론으로 보내주고 있었다.

“알파야, 화면!”

화아악!

화면에는 트란산맥의 현재 상황이 보였다.

거대한 띠 모양으로 몬스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트란산맥은 동서 방향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몬스터들은 북으로, 남으로 둘로 갈라져서 이동하고 있었다.

북으로 가면 제국이었고, 남으로 내려가면 샤론 마을을 비롯한 프란시아 왕국이었다.

차지율과 노승민이 도착했다.

“상황은 어때요?”

“트란산맥에 10만 몬스터와 다섯 마리 정도의 마족을 발견했어요. 몬스터들이 북쪽과 남쪽으로 갈라져서 이동하고 있어요.”

“양방향이요?”

나는 차지율과 노승민에게 용병 걸어준 후 화면을 아주 크게 잡아서 몬스터의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세요. 제국 방향으로 절반, 프란시아 방향으로 절반이 이동하고 있어요.”

“그러면 어느 쪽에서 전투해야 하죠?”

“저희의 병력을 둘로 나누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힘을 모아서 싸워야죠.”

차지율과 노승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첫 전투는 무조건 샤론일 수밖에 없어요. 북으로 간 몬스터들이 제국의 황궁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그쪽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요. 물론 저희가 황궁에서부터 싸우러 내려간다 해도 시간이 걸리긴 마찬가지예요.”

“샤론은요?”

“제 소환수들… 샤론에 샤샤가, 서모너성에 카나가, 제국의 황궁에 제리가 있어요. 일단 샤론에서 싸우고… 서모너성, 프란시아 왕성, 디아론 백작성 이렇게 물러나면서 싸워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렇군요.”

“그사이 제가 제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적당한 시기에 팔라딘 헌터들을 소환해서 제국으로 올라온 적들과도 싸워야 할 것 같아요.”

“전장이 꽤 넓어지겠군요.”

“네. 하지만 샤론성, 서모너성, 프란시아 왕궁, 디아론성에는 상당량의 방어 무기들이 쌓여 있어요. 그것들을 사용하면서 물러난다면 성의 피해는 있지만 최대한의 인명을 살리면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주민들이 대피하는 게 가능할까요?”

“최선을 다해야죠. 몬스터도 문제지만 마족 다섯은 장난이 아니니까요.”

“화면을 조금 더 자세히 볼까요?”

“그러죠.”

나는 화면을 조금 더 가까이 가보았다.

슈우욱.

달려가는 몬스터 그리고 눈여겨보았던 마족도 보였다.

남쪽으로 달려가는 몬스터를 보다가 화면을 움직여 북쪽의 제국으로 향하는 몬스터를 보기 위해 트란산맥을 거슬러 이동했다.

응?

그런데 이전에는 없던 특별한 집단이 보였다.

일반 몬스터들은 정신줄을 놓고서 북으로, 남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마치 그런 몬스터들과는 상관없다는 듯 트란산맥의 중심에서 고요하게 서 있는 집단이 있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조금 더 자세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

“저건 뭐죠?”

나만 이상하게 느낀 것이 아니었다.

화면을 움직여 그곳으로 향했다.

몬스터들이 마치 누군가를 중심으로 도열한 것처럼 배열되어 있었다.

일부 몬스터는 엎드려 있기도 했다.

“저것들이 왜 저러는 걸까요?”

스으윽.

혹시나 마족이 있을까 멀리서 훔쳐보다가 화면을 조금 더 과감하게 무리의 중심으로 향했다.

저기 가운데, 누군가 있는 것 같았다.

화아악!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다.

“윽!”

갑자기 화면 전체에 누군가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마치 파충류의 눈처럼 세로로 찢어진 모양이었다.

화면은 확대의 확대를 해서 눈알 하나만 비춘 듯한 모습이었다.

데굴, 데굴.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우리를 관찰했다.

―화면을 취소했습니다.

“크헉!”

“방금 뭐였죠?”

그것은 내가 화면으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화면을 통해 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마족보다 더 강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 존재에 의해 이번 전쟁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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