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223화 (222/230)

223화. 마왕

드드드드.

강렬한 지진이 트란산맥에서 발생했다.

쿠쾅쾅.

여러 군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경사가 있던 곳의 바위와 흙들은 순간적으로 굴러떨어졌고, 단단했던 지면도 마치 죽처럼 변해서 흐느적거리며 흘러내렸다.

땅에 뿌리 내리고 있던 나무들은 땅 자체가 흘러내리자 수수깡 부러지듯 속수무책으로 구겨지며 부러졌다.

땅에 사는 동물들은 물론 하급 몬스터들까지도 대형 산사태에 목숨을 잃었다.

콰콰콰콱!

암반이 갈라졌다.

하나였던 산봉우리가 쩍 하니 둘로 갈라졌다.

콰앙!

화산이 터졌다.

붉은 용암이 흐르다가 식으며 검은 줄무늬 모양으로 쌓였다.

용암이 흘러나오는 곳은 너무 뜨거워 노랗고 하얀 마그마가 눈으로 보기도 힘든 열기를 뿜어냈다.

거대한 시커먼 연기가 솟구쳤다.

시커먼 연기 사이로 군데군데 대형 암석들이 하늘을 날았다.

휘이이잉.

쾅!

마치 대형 공성 병기를 쏘듯 불덩이처럼 뜨거운 암석들이 날아다녔다.

그런 무자비한 자연의 폭력에 트란산맥의 생명들은 어디로 달아나야 할지를 몰라 몸을 낮췄다.

하지만 자연의 폭력은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지는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흔들림도, 날아다니던 불덩이 암석들도 잦아들었다.

간간이 분화구에서는 울컥울컥 용암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그 주변만 피한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지이이잉.

파아아악!

그런데 지하에서 하늘을 향해 강렬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이이잉.

강렬한 빛줄기는 마치 길을 뚫는 듯 앞에 걸리는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마치 레이져 쇼를 하듯 하늘을 향해 빛줄기가 여러 번 쏘아졌다.

그 결과 지하에서부터 지표면으로 연결된 거대한 구멍이 만들어졌다.

척, 척, 척, 척.

크캬캬캬.

우헤헤헤.

크와왁!

깊고 거대한 구멍에서 무언가 대규모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척, 척, 척, 척.

발걸음이 마치 군대의 발걸음처럼 규칙적이었다.

캬캬캬캬!

크와왕!

울부짖는 소리는 몬스터였다.

펄럭, 펄럭.

날개가 있어서 날아다니는 무언가가 지표면으로 먼저 솟구쳤다.

인간의 얼굴과 몸에 박쥐의 손과 날개가 달렸다.

펄럴, 펄럭.

피피피핏!

한두 마리가 나오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박쥐 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캬캬캬!

하늘을 불규칙적으로 날며 하늘을 나는 자유를 즐기는 것 같았다.

척, 척, 척.

지하에서 울려 퍼지던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대규모의 몬스터들을 쏟아냈다.

오크, 트롤과 같은 트란산맥의 흔한 몬스터도 있었지만 드레이크와 같은 상위 몬스터, 지옥견과 같은 악마형 몬스터도 섞여 있었다.

지하에서 올라온 몬스터들은 흩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모여 괴성을 질러댔다.

얼마 후 여섯 명의 인영이 몬스터들을 제치며 나왔다.

몬스터들은 그들을 보자 환호하며 괴성을 질렀다.

몬스터들을 이끄는 대장인 6명의 마족이었다.

남성체, 여성체, 괴수형 등 모습은 다양했지만 강한 어둠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6명의 마족이 등장하고도 몬스터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콰우우우!

캬캬캬캬!

수많은 몬스터들이 울부짖었다.

그런데 한순간 몬스터들의 괴성 소리가 잦아들었다.

저벅, 저벅.

마족이 등장했을 때도 괴성을 지르던 몬스터들이 꼬리를 만 강아지처럼 조용해졌다.

저벅, 저벅.

단 한 명의 걸음이 울려 퍼지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 소리에 모두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6명의 마족은 그에게 경배했고, 모든 몬스터들은 포식자를 만난 사냥감처럼 납작 엎드렸다.

저벅, 저벅.

어둠의 군대를 이끄는 수장.

만마의 제왕이었다.

눈을 마주친 이는 모두 죽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 모습을 알 수 없다는 존재.

마왕의 등장이었다.

* * *

“꺅!”

샤론 마을 주민들이 지진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드드드드.

지진은 집을 무너트릴 정도로 세게 흔들렸다.

샤론 마을의 건물은 지구의 현대식 건물과 오래된 통나무집들이 섞여 있었다.

콘크리트 건물조차 금이 가고 유리가 깨졌고, 통나무집들은 지붕이 가라앉고 기둥이 쓰러졌다.

“밖으로 나와! 실드! 실드!”

“다친 사람은?”

“아직도 땅이 흔들려!”

“포션이 필요해!”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다. 파인드 라이프!”

집이 무너지고 물건이 떨어지거나 넘어져 다치는 이가 속출했다.

실드로 보호를 하고 다친 이들은 얼른 비상용 포션으로 치료했다.

주민들이 마을 광장으로 모였다.

“…저게 뭐야?”

저 멀리 트란산맥 방향에서 검은 먹구름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화산의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였다.

콰아!

분화구에서는 불덩이들을 뱉어냈다.

꼬마 마법사 길리언이 마을 행정관인 다니엘에게 말을 걸었다.

“행정관님! 큰일인 것 같아요!”

다니엘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허어… 이거 큰일로구나. 화산이 터졌어. 산불이 날 수도 있으니 마을 주민들이 모두 경계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아니, 그쪽이 아니에요.”

“…뭐?”

산불을 걱정하던 다니엘은 길리언이 이상한 말을 하자 길리언을 바라보았다.

길리언은 어린이지만 3서클 마법사였다.

어리다고 무시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다니엘은 길리언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하늘에 붉은 달 두 개가 떠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두 개의 붉은 달은 몬스터 웨이브가 올 거라는 징조였다.

* * *

나는 샤샤, 카나와 함께 한강 공원으로 놀러 나왔다.

돗자리를 깔고 선물함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 구경을 했다.

“민준 님, 피토니 더 드려요?”

“응. 땡큐.”

“여기 얼음 동동 띄웠어요.”

“캬~ 역시 피토니는 시원하게 먹으면 더 맛있다니까?”

“제리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리는 할머니랑 오붓하게 있을 시간을 줘야지.”

샤샤가 강물을 보며 내게 말했다.

“가끔 이렇게 나와요. 최근에는 너무 열심히 싸우고 일만 하신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았다.

“그래. 마족이 쳐들어오고, 제국을 점령하고 그러느라고 이렇게 쉴 시간도 없었네. 그래도 며칠 전에는 샤론에서 축제도 열고 그랬잖아.”

샤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영지민들에게 축제를 열라고 하신 건 그건 민준 님을 위한 휴가가 아니죠. 오직 민준 님 만을 위한 휴식이 진짜 휴가죠. 민준 님은 저와 카나에게는 휴가를 보내라며 시간을 주셨잖아요. 스스로에게도 휴가를 주셔야죠.”

“크크. 그래. 샤론에선 편히 쉬었어?”

“네. 오랜만에 아빠와 올가와 시간을 보냈죠. 요즘 많이 바빴잖아요.”

“카나는 어땠어? 디아론 백작님은 잘 계셔? 뭐 하다가 왔어?”

“저는 팬니르 님과 실컷 대련하다 왔어요.”

“그래도 마스터급들끼리 대결하면 기사들이 보고 배우는 건 많겠네.”

웅웅웅.

그때 가슴에서 처음 느껴보는 진동이 울렸다.

“…어? 이게 뭐지?”

나는 상의 목 부분을 당겨 내 몸통을 보았다.

가슴 부분에 새겨진 코토풀요의 문신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꿍이? 아, 꿍이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가슴의 문신은 꿍이와 연결된 문신이었다.

“알파야, 화면 켜고 샤론 마을의 마나초 밭으로 가봐.”

―알겠습니다.

화아악!

화면이 켜지고, 화면이 샤론 마을의 마나초 밭으로 이동했다.

꿍이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꾸얀의 연락이 왔다.

[영주님! 꾸얀입니다.]

나는 꾸얀을 제국으로 부를 생각이었다. 꾸얀이 제국으로 넘어가기 전, 샤론 마을을 키우고 다스리는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중이었다.

제국에는 제리가 있어 연락이 가능했고, 꾸얀은 용병으로 등록해서 샤론 마을 및 서모너 영지의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꾸얀,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꿍이의 부름에, 꾸얀의 쪽지까지!

무슨 일이 터진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트란산맥에 지진과 화산이 났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두 개의 붉은 달이 떴습니다. 몬스터 웨이브의 전조입니다!]

“아……!”

트란산맥에서부터 대량의 몬스터가 내려오는 몬스터 웨이브!

“샤샤, 카나, 트란산맥에 두 개의 붉은 달이 떴대!”

“아!”

“이런!”

“카나야!”

내가 카나의 이름을 부르자 카나는 자동으로 선물함에서 비행 차량을 꺼냈다.

비행 차량을 타고서 일단 사무실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알파야, 화면!”

날아가는 비행 차량 내부에서 화면이 켜졌다.

슉, 슉.

트란산맥 방향을 화면으로 찾아보았다.

“이런!”

뭉게뭉게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화면으로 보았을 때 트란산맥의 중심부 부근이었다.

“이거, 완전히 화산 폭발인데? 큰 피해가 있을 수도 있겠어.”

슉, 슉.

화면을 넘기다 보니 뭔가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저쪽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나는 그 방향으로 화면을 이동시켰다.

“아!”

몬스터가 개미 떼처럼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눈앞이 아찔했다.

저 몬스터들이 몰려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각했다.

막을 수 있을까?

꽤 오래전부터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 샤론 마을에 다양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바글거리는 수의 몬스터들을 보니 과연 저걸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슈우욱.

화면이 서서히 날아 몬스터들에게로 다가갔다.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샤샤야, 잘 봐. 몇 마리인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파악해둬야 해.”

뭐가 몇 마리 있는지는 전투의 기본이었다.

나는 하늘에서 어림잡아 수를 세는 게 익숙해서 대략적인 수는 금세 세어볼 수 있었다.

“10만 정도 되는 것 같아.”

“그렇군요.”

“어디 보자… 몬스터의 종류는 오크가 반은 되는 것 같고, 트롤에다가… 와아…….”

드레이크까지 보였다.

예전에 드레이크 퀸을 잡으려고 고생했던 기억에 저 드레이크를 잡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을 조금 가까이 가져갔다.

어라?

황소처럼 머리에 양쪽에 뿔이 나 있고 짧은 털로 얼굴이 뒤덮인 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마족!”

마족을 몇 번 상대해보니 이제 나도 척 보면 알 수 있었다.

분위기랄까?

마족 특유의 강한 어둠의 마력이 갖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한 저자가 나를 보고 있는 거리도 마족으로 유추하는 단서가 되었다.

화면을 인지할 수 있는 거리를 바탕으로 상대의 등급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이 거리에서 나를 인지하고 있음은 곧 마족이 아니더라도 마족급 능력을 가졌다는 말이었다.

마족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며, 바글거리는 몬스터들과 함께 있으면서, 마족급 능력을 가진 자.

그게 마족이 아니면 무엇일까?

화면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다른 곳을 정찰했다.

휙!

고개를 돌리며 나를 보는 여성이 있었다.

거기 있었냐는 듯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소름 끼쳤다.

다시 물러났다.

셋, 넷, 다섯.

그렇게 화면으로 찾은 마족만 다섯이었다.

어떡하지?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트란산맥 중심에 10만은 되어 보이는 몬스터가 있었다.

그것도 놀, 고블린 따위의 몬스터가 아니라 기본 오크에 오우거, 드레이크와 공중 몬스터도 있었다.

그리고 최하 다섯의 마족까지.

저들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까?

저들이 얼마나 빨리 이동할까?

막을 수 있을까?

마족 한 마리에 S급들이 총출동해야 했었다.

샤론 마을에 성을 쌓고 마법 무기와 함정을 만들어놨지만 그걸로 마족을 막을 수 있을까?

순간 아름다웠던 샤론 마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며칠 전 함께 웃고, 먹고 마시던 주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까득.

[꾸얀!]

[네. 영주님.]

[트란산맥에 마족 다섯과 10만 몬스터가 집결했습니다. 병사들은 성벽에 의지해 막아낼 준비를 하고 샤론의 전 주민들, 아니 서모너 영지의 모든 인원은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하세요.]

슈우우욱.

순식간에 사무실 부근에 도착했다.

“샤샤야, 부탁해.”

“네.”

드륵.

타악!

문이 열리고 샤샤가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샤샤와 나는 선물함을 공유했다.

그래서 전투 초기에 샤샤는 창고의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예전에는 내가 물자를 공급하고 샤샤가 전투의 전면에 나섰지만 성녀 하모스의 성물 역할을 해야 했기에 내가 전장에 있어야 했다.

바닥으로 사뿐하게 착지하는 샤샤를 내려다보며 비행 차량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속도를 높였다.

목표는 하남 B 던전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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