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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221화 (220/230)

221화. 제국의 점령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나는 사레가 들릴 뻔했다.

모두가 나를 보았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샤샤,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의 카나.

황제, 황제라니.

그런데 오백 명의 팔라딘을 데리고 넘어와서 제국의 수도를 점령한 후 뒤로 빼는 것도 모양새가 우스웠다.

“일단 안 한다는 건 아닙니다만…….”

“와!”

“황제 폐하 만세!”

헐.

왜들 저래?

마치 축구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것처럼 어퍼컷을 날리며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었다.

소환수들과 내 영지 출신들은 아주 환장을 하고 있었다.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러분, 그런데… 지금 겨우 성 다섯 개 점령하고서 황제 타령을 하는 건 좀 이른 것 아닐까요?”

“민준 님, 그 말씀은 제국을 충분히 접수하신 뒤 즉위식을 하신다는 것이죠?”

샤샤와 카나가 몹시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

샤샤와 카나는 둘이 눈을 마주쳤다.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소환수들이었다.

“민준 님, 제국을 안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할게요.”

“지구에서 이 넓은 제국을 먹자고 넘어왔는데 제가 구심점이 되어야 하는 것도 이해하고, 그 방향성으로 정교일치의 국가를 만들자는 것도 이해했어요.”

모두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우리 편은 겨우 1만이에요. 황궁과 포탈을 지키고, 기존에 점령한 수도의 성들에 병력을 조금씩 배치하다 보면 1만은 금방이네요. 이 광활한 제국을 복속시킬 방법이 무엇일까요? 조금 구체적으로 의견을 모아볼까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제국은 넓으니 중간중간 거점 지역을 설정하시죠.”

“제국의 넓이가 러시아의 세 배가 넘어요. 모두를 힘으로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강강약약을 하시죠. 덤비면 시범 케이스로 패고, 복종하면 잘해주는 겁니다.”

“문화적 방법은 어떨까요? 지구의 고급 과자들을 맛보여주면 복종할 겁니다.”

“맞습니다. 일단 맛있는 걸 먹이면 복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고로 초기 황제가 지방 유지들을 다독이려면 혼인이 최고입니다. 제국의 귀족가와 결혼하시지요. 대충 따져보니 지방에 영향력이 있는 귀족가가 10만입니다. 그중에 한 1만 명 정도를 혼인으로 묶어두면 확실한 우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충 우리나라 면적의 500배 정도였다.

인구는 얼마인지 집계도 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주요 도시에서 알아서 관리하며 세금을 상납할 따름이었다.

회의 의견 중 쓸 만한 것들을 취합했다.

“강강약약 좋네요. 거점 넓히기도 좋고요. 군사를 이끌고 거점을 넓히러 가죠. 항복하면 잘해주고, 아니면 힘으로 눌러야겠죠. 지구와 교류하면서 음식뿐만 아니라 생활 수준을 높여주는 문물들을 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종하지 않을까 해요.”

“좋습니다. 거점을 중심으로 거점 간의 연계를 만들어야 할 거예요.”

행정관 차이세가 자신의 의견이 묻히자 다시 물었다.

“정략혼은요?”

“하아… 여기 병사가 1만 명인데 무슨 1만 명이랑 결혼해요?”

“아니… 역사적으로 통일 제국의 시조들께서는…….”

디아론 백작가에서 온 행정관 차이세가 1만 혼인설을 주장했는데 카나가 나서서 입을 막아버렸다.

“읍읍!”

힘으로 카나를 떼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 *

틸터 백작은 제국의 수도에서 말을 타고 스무날 거리에 위치한 지역을 다스리는 귀족이었다.

“백작님!”

틸터 백작의 행정관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어허, 뭘 그렇게 조급한가?”

“황… 황제께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뭐?!”

보고를 듣고서 틸터 백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왜? 어떻게 돌아가셨느냐?”

“그게… 서모너 김이라는 자가 황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서모너 김?”

“그렇습니다. 들어온 정보로는 프란시아 왕국의 귀족이라 합니다.”

“아, 프란시아! 어쩐지 프란시아를 치다가 그렇게 망하고 돌아올 때부터 기분이 싸하더라니…….”

“그래, 그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다고 하더냐?”

“예, 서모너 김은 황궁과 수도를 점령한 후 군대를 일으켜 지방 귀족가를 하나씩 방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문을 걸어 잠그고 공성전을 하면 전투를 하는데 무력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음… 그렇겠지. 12 초인을 뚫고 수도를 장악했다는데 보통 군대로 되겠는가.”

“하지만 항복하면 잘해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

“예.”

그때였다.

기사 한 명이 날 듯이 달려왔다.

“전하!”

“왜?”

“적이 나타났습니다!”

“적?”

“예, 서모너 김이라는 자입니다!”

“서모너 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예, 외성 바깥 망루에서 보일 정도까지 다가왔다고 합니다.”

눈에 보일 정도면 정말 코앞이었다.

틸터 백작은 얼른 바깥 망루로 나가보았다.

저 멀리, 수천이 넘는 병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니! 적들이 여기까지 몰려들 때까지 너희들은 왜 몰랐느냐!”

틸터 백작은 병사들의 무능력에 화가 날 뿐이었다.

기사는 백작의 호통에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틸터 백작이 서서 왔다 갔다 하며 이빨로 손톱을 깨물었다.

“하아… 이거 어쩌면 좋은가…….”

“백작님, 적의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전령? 들라 하라!”

사뿐사뿐.

은발의 여기사가 성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만 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는 성을 유유히 홀로 걸어왔다.

커다란 성문이 딱 한 사람 들어올 정도로만 빼꼼히 열렸다.

쏙 하고 카나가 들어가자 성문이 얼른 닫혔다.

지휘부실 안.

카나가 틸터 백작과 마주했다.

“나는 서모너 김 님을 모시고 있는 카나라고 해요.”

“틸터 백작입니다.”

“대충 수도의 상황은 알고 계시나요?”

꿀꺽.

틸터 백작은 지금의 대화가 영지의 운명을 가를 대화라고 생각했다.

“서모너 김 님께서 수도를 접수하시고, 인근 귀족가를 차례로 돌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쉽겠네요. 서모너 김 님께 복종하세요. 그러면 지금처럼 영지를 다스리실 수 있을 거예요.”

“마르바스 님을 배신하고 갈아타라는 건가요?”

“아니요. 걱정 마세요. 죽은 사람을 어떻게 배신합니까?”

협박이었다.

하지만 밖에 있는 병사의 수는 겨우 몇천, 틸터 백작은 오만 명 이상의 병사들이 성을 지키고 있었다.

“아, 맞다. 병사의 수가 너무 적어서 항복을 망설이시는 건 아니겠죠?”

카나가 고개를 들어 대각선 위쪽을 보았다.

화아악!

차지율, 팬니르가 나타났다.

틸터 백작을 지키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이 창과 검을 빼들었다.

웅웅웅웅!

웅웅웅웅.

카나 역시 오른손을 검으로 변환시키며 오러를 흘려보냈다.

“커억! 마스터가 셋!”

틸터 백작은 차지율과 팬니르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몰랐다.

지금 이 공간에 세 명의 마스터가 오러를 드러내고 있는데 거절한다는 것은 죽여달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카나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 설마 지금 마스터 세 명과 싸우시려는 거예요?”

카나가 지휘부로 들어온 순간부터 틸터 백작에게 항복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민준 님,]

카나에게서 쪽지가 왔다.

[어.]

[여기도 접수했어요.]

[그래. 고생했어.]

“틸터 백작도 항복했대요.”

황궁의 회의실 바닥 가운데에는 커다란 모형이 있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여기도 깃발을 바꿔 꽂도록 하겠습니다.”

모형은 제국 전체의 지도였다.

알타르에게 용병을 걸어서 화면으로 제국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어 만든 입체 모형 지도였다.

모두가 나의 화면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이렇게 모형을 만들어두고, 우리가 점령한 지역들에 깃발을 다르게 꽂아가며 보고 있었다.

“여기도 꽂았으니 벌써 서른 개의 성을 먹은 건가?”

“처음에는 하나 꽂는 데도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하루에도 몇 개씩 바뀌는 것 같아.”

“원래 사는 게 다 그렇지. 처음이 어려운 거지. 그다음에는 눈덩이 굴리는 것처럼 규모가 커지는 거야.”

“하긴, 우리가 조그마할 때는 덤벼볼까 하다가도 우리가 점령한 지역이 많아지면 쫄아서 항복하겠지.”

그때 샤샤의 쪽지가 도착했다.

[민준 님! 여기도 항복했어요.]

[어. 샤샤, 고생했어. 전투는 없었어?]

[네. 이제 어느 정도 소문이 났나 봐요. 처음에는 무력시위를 해야 했는데, 이제는 무력시위를 하지 않아도 문을 잘 열어요.]

카나, 차지율, 팬니르가 한 팀이었고 샤샤, 기예라, 스피오크가 한 팀이었다.

제리는 알타르, 노승민과 한 팀이 되어 성을 접수하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세 팀이 성을 접수하러 다니다 보니 거의 하루에 세 곳을 접수했다.

“알파야, 화면을 샤샤에게 비춰봐.”

―네.

슈우욱.

화면이 샤샤를 비췄다.

샤샤의 옆에는 나이 든 통통한 남자가 있었는데 항복한 귀족인 것 같았다.

[샤샤야, 그 사람이야?]

[네.]

[용병 제안할 테니까 수락하라고 해.]

[알겠어요.]

“알파야, 저 사람에게 용병 걸고 소환해.”

―수락하였습니다. 소환합니다.

화아악.

방금 화면으로 보고 있던 통통한 남자가 소환되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당황한 것 같았다.

“꾸얀!”

꾸얀은 저쪽 구석에서 오늘 항복한 귀족 두 명에게 정신 교육을 하고 있었다.

“넵! 폐하!”

“아, 벌써 폐하라고 하지 말고.”

“넵. 백작님.”

“거기 두 명, 이리로 오라고 해.”

“넵! 들었죠? 가보세요.”

오늘 항복한 세 명의 귀족들이 내 앞에 나란히 섰다.

“오늘 항복하고 이렇게 낯선 곳으로 소환되어서 당황스러우시죠?”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해해요. 저라도 당황스러울 텐데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제가 마르바스를 처치했고, 황궁을 차지했고, 이렇게 여러분들의 항복까지 받았는걸요.”

세 귀족은 신병처럼 바짝 쫄아 있었다.

“저기 지도를 보세요.”

대형 지도 모형에 여러 개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제국에 있는 서른 개 이상의 성에서 항복했어요.”

그런데 성의 위치가 황궁 중심으로 모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 줄기의 선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공격대를 세 개로 나눠 보내서 줄줄이 항복을 받고 있는 것이에요. 그리고 항복하신 분들은 이렇게 오셔서 저와 대화를 나누고 돌려보내죠.”

세 귀족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알파야, 여기 세 분 중에서 첫 번째 분의 성으로 가보자.”

슈우욱.

화면이 첫 번째 귀족의 성을 보여줬다.

“어?”

“네. 본인 성이시죠?”

“그렇습니다.”

“알파야. 안쪽으로 들어가보자.”

슈우욱.

화면은 성의 안쪽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나와 용병 계약을 하고 있는 귀족들은 함께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

“어때요?”

꿀꺽.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의 귀족은 침을 삼켰다.

“제가 이 화면을 보여드리는 이유는 쓸데없는 충돌을 피하고자 함입니다.”

“넵.”

“다 보고 있어요.”

“아!”

“아침에 뭐 먹는지도 다 볼 수 있다고요.”

완벽한 감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라고 이렇게 보여주었다.

물론 귀족들이 한두 명도 아닌데 쳐다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겁을 주려는 의도였다.

“다 보고 있습니다. 혹시 반역이라도 생각한다면 곧바로 마스터 몇 명이 방문합니다.”

“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상황 파악을 했는지 목소리가 신병답게 커졌다.

협박만 할 생각은 없었다.

“디바인 홀리 큐어!”

화아악!

“아!”

“우오!”

“우와!”

이런 말 하기가 민망하지만 지금은 정신 교육 시간이었다.

“제가 곧 교주요, 제가 곧 성물이요, 제가 곧 제국을 다스리는 사람입니다.”

“아!”

세 귀족이 넙죽 엎드렸다.

이제 사은품을 주고 돌려보낼 차례였다.

“선물함이라고 외쳐보세요.”

“선물함!”

“그 공간에 저기 있는 박스 열 개씩을 넣고 가져가셔서 돌아가는 즉시 꺼내세요.”

“알겠습니다.”

“박스 안에는 음식물들이 있으니 드셔보세요. 드시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거예요.”

글리제인들에게 인기 있는 먹거리들로 준비했다.

생전 처음 맛보는 음식들을 먹다 보면 문화적 충격을 받으리라.

협박과 권위 그리고 문화적 충격까지 3단 콤보로 충성을 이끌었다.

귀족들이 기념품을 챙겼다.

“알파야! 돌려보내.”

파앗!

눈앞의 귀족들이 돌아갔다.

나는 그동안 항복한 귀족 명단을 들었다.

“알파야, 오늘은 여기 17번부터 다시 방문해보자. 17번 귀족에게 방문해봐.”

슈우욱.

화면에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 귀족의 모습이 보였다.

그 귀족은 용병 제안에 화들짝 놀랐는지 바로 엎드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면은 먹을 만해요?]

[폐하, 망극합니다. 신의 맛이옵니다.]

항복하더니 말투도 극존칭으로 바뀌었다.

[네, 잘 지내시나 한번 둘러봤어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황공하옵니다.]

* * *

두 달이 흘렀다.

제국의 지도에는 수백 개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모두 고생 많았어요. 이제 어느 정도 제국이 안정화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제 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용병을 걸면서 관리하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겉으로는 충성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걱정할 것 없었다.

용병도 친밀도가 표시되었다.

“괜찮아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요. 저를 너무 싫어하면 거르도록 할게요.”

나는 두 달 동안 꾹 참아왔던 말을 하려고 했다.

“제가 글리제로 넘어와서 일단 제국을 치는 데 힘썼지만, 사실 가장 하고 싶었던 건 따로 있어요.”

사람들이 뭔가 싶어 나를 쳐다보았다.

“샤론 마을에 가고 싶어요.”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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