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제국
나는 마음이 설렜다.
“저희가 싸웠던 제국군이 넘어온 포탈이 살아 있다구요?”
“그래요.”
후아.
나는 깊은숨을 쉬었다.
그러면 샤론 마을과 서모너 영지에 내가 직접 가볼 수 있다는 말 아닌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화면으로 바라보기만 했던가?
“가보죠. 카나야!”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쪽에서 쉬고 있던 카나를 불렀다.
일렁대는 하남 SS던전의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포탈의 크기는 여전히 컸다.
저만한 포탈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빠져나온 후 크기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고 했다.
최대 크기일 때보다는 조금 작아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커다란 크기였다.
“저희 셋, 입던할게요.”
포탈을 지키고 있는 헌터들이 있었지만 나, 차지율, 카나는 얼굴이 출입증이었다.
꿀렁.
셋이서 포탈을 넘었다.
달랑 셋이었지만 어지간한 길드는 덤비지도 못하는 조합이었다.
“카나야, 비행 차량.”
“네! 선물함.”
선물함에서 비행 차량을 꺼냈다.
철컥.
카나가 문을 열자 내가 얼른 비행 차량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이 급한 것이 티가 났는지 카나와 차지율이 미소를 지으며 따라 들어왔다.
우우웅.
차량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슈우우우.
비행 차량을 타고 제국과 연결된 포탈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민준 님! 저쪽이에요.”
카나는 이곳에서 비행 차량을 타고 마르바스를 피해 한참 뺑뺑이를 돌았었다.
그래서 덕분에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빽빽한 침엽수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드문드문 오크들도 보였다.
오크들이 나오는 B급 던전은 원래 이게 정상이었다.
“민준 님, 저기 아래요. 네. 저기예요.”
먼발치 아래쪽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슈우우욱.
착.
비행 차량이 착륙했다.
달칵.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오크의 마을인 듯한 장소를 헌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샤론 길드장님, 천마님 오셨습니까?”
“와, 카나 님이시다!”
나는 우리를 마중하러 나온 헌터에게 물었다.
“지금 저 포탈이 살아 있는 건가요?”
“네. 포탈 수치를 측정한 것으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정상적인 기능을 할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저희로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포탈 너머, 그러니까 글리제 제국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그걸 알아보는 건 내 전문이었다.
나는 한쪽 공간에 화면을 열었다.
“알파야, 화면 열어봐.”
화악!
화면이 열렸다.
“제국의 수도로 가봐.”
슈우욱.
화면은 제국의 수도로 이동했다.
곧 많이 관찰하던 제국의 수도가 나왔다.
잠시 화면을 관찰하며 포탈을 찾아보았다.
“여기도 아니고… 황제가 있는 곳이 아니라, 많은 병사가 넘어왔으니까 병사들이 충분히 모일 수 있는 곳일 것 같아.”
제국의 수도에 있는 대형 연병장 부근을 뒤졌다.
“지난번에 병사들이 잔뜩 모여 있다가 갑자기 수가 줄었잖아. 그때 병사들이 잔뜩 모인 곳 부근일 거야.”
줌인, 줌아웃.
나도 글리제에 넘어갈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
그래도 나 혼자가 아니니 무작정 넘어갈 수는 없다는 답답한 마음.
하지만 포탈 너머를 화면으로 확인하고 나면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마음까지 섞인 화면으로 포탈 찾기였다.
“이 근처 어디 있을 것 같은데…….”
있을 듯하면서도 포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국 수도의 대형 연병장 한쪽에 수십 명의 인원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쟤들 뭐지? 따라가보면 좋을 것 같아. 알파야.”
화면이 연병장에서 이동하는 병력의 뒤를 따라갔다.
병력은 어느 건물로 향했다.
나는 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희망을 가지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았다.
일렁일렁.
건물 내부에 내가 찾던 포탈이 숨어 있었다.
“크크크크. 찾았어요.”
“찾으셨어요?”
차지율이 기뻐했다.
“알파야, 차지율 헌터님 용병 제안.”
“아우, 당연히 용병 수락입니다.”
차지율도 냉큼 용병을 수락한 후 함께 화면을 보았다.
“보자, 몇 명인가…….”
화면을 이동시키며 포탈을 지키고 있는 인원수를 세어보았다.
“지금은 오십 명 정도가 포탈을 지키고 있네요.”
“수준은 얼마나 될까요?”
“잠시만요.”
나는 포탈을 지키고 있는 오십 명의 병사들 부근으로 화면을 가져갔다.
화악, 화악.
얼굴 가까이 화면을 가져가도 눈 깜짝하는 인원이 한 명도 없었다.
“아시다시피 S급이 아니면 화면을 인식하지 못해요. 저들은 아무리 잘 쳐줘도 A급이에요. 그런데 보아하니, 전부 A급도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저 50명이 다가 아니지 않을까요?”
“네. 물론 그렇죠. 제국의 심장부니까 상당한 병력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국에서 12명의 초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모두 우리에게 죽었죠.”
“그래요? 제국에 S급이 없어요?”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다.
“일단 제국에 12명의 초인급 인물이 있다는 건 프란시아 왕국이나 신성교국에서도 알고 있던 내용이에요. 따로 숨겨둔 인물이 있다면 그것까지는 알 수가 없죠. 공개된 초인은 12명이고, 그들은 모두 이번 저희와의 대결로 죽었어요.”
“그래요?”
“흠…….”
나는 현재 제국에 S급이 없다는 말을 내뱉고 나니 잘하면 제대로 크게 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이거… 잘하면 크게 한탕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게요. 제대로 한번 판을 짜봐야겠는데요?”
공격대를 다시 불렀다.
제국으로 넘어가는 포탈 앞에 나, 소환수, 하모스, 차지율, 노승민, 기예라를 포함한 500명의 팔라딘이 다시 모였다.
“여러분.”
“네”
“지금 포탈을 타고 넘어가면 글리제라는 행성의 제국이 나옵니다. 우리와 싸운 적의 심장부죠.”
“와! 싸우자! 복수해야지.”
아직 적과 싸우던 흥분과 분노가 풀리지 않은 헌터들이 있었다.
“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지금 그냥 복수를 하러 가는 게 아니고 제국을 잡아먹을 판을 짜고 들어가는 겁니다. 단순 분풀이가 아니라 그 이상을 내다보는 일이라고 말씀드릴게요.”
“레이드를 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일단 저희를 공격해온 제국의 황제가 마르바스였고, 우리가 레이드해서 잡았죠. 그리고 그 마르바스가 데리고 온 12명의 S급들 역시 우리가 잡았어요. 그래서 현재 제국에 S급은 없어요.”
여기까지 이야기하니 500명의 헌터들도 조금은 다른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다.
“여러분!”
“네.”
“저희는 레이드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점령하러 가는 겁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이야기였는지 헌터들이 웅성거렸다.
“국가를… 500으로 점령이 가능한가요?”
“숨겨진 병력들이 있으면 어떡하죠?”
“적들이 항복하지 않고 게릴라전을 펼치면 어떡하지?”
“국가면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인가? 예상외의 전술을 펼치면 어떻게 해?”
나는 그런 걱정들을 해소시켜주어야 했다.
“설마 500명으로 점령하러 가자고 하겠습니까? 또 저희 아군도 1만 정도는 모이기로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는 수도의 핵심을 장악하고, 점점 넓은 영역을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을 포섭할 겁니다.”
“포섭이요? 그 세계의 인물들을 잘 아시나요?”
“잘 아냐구요?”
나는 샤샤, 제리, 카나, 하모스를 둘러보았다.
“샤샤, 제리, 카나, 하모스가 그 세계의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제가 그 세계에서 나름대로 백작의 지위를 갖고 있어요. 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긴 하지만요.”
“오오!”
“여러분, 아무튼 지금 제국에서 무력으로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어요. 그리고 제국은 지구의 러시아보다 크기가 크죠. 제국을 꿀꺽하면 보상이 아주 클 겁니다.”
내 공약에 헌터들의 눈이 빛났다.
“자, 그럼 갑시다.”
나와 소환수들이 먼저 포탈을 넘었다.
꿀렁.
포탈을 넘어서 나오니 제국의 병사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차곡차곡 헌터들이 나왔다.
우리의 수가 제국 병사들의 수를 압도했기에 제국의 병사들이 주춤거렸다.
“아, 쟤들이 제국군이에요?”
“자, 걸리적거리는 병사들은 치우고 황궁을 점령하러 갑시다.”
헌터들의 손속은 과감했다.
“너희가! 하남을! 서울을! 다 깨부수고 다닌 놈들이랑 같은 편이라 이거지!?”
오천 명 이상의 제국군 병사들이 하남 던전을 빠져나갔었다.
그들은 하남 포탈을 지키고 있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하남에서 뻗어나가 서쪽으로는 잠실과 강남까지 퍼져나갔고, 북으로는 의정부, 남으로는 성남에서도 발견되었다.
물론 지금은 정리를 다 했지만 당연히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 사람들은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데 제국군에게 이를 가는 헌터들이 제법 많았다.
“일단 목표는 황궁을 점령하는 것. 그리고 이 포탈을 확보하는 것이에요. 황궁을 점령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대로 돌아가야 하고, 이 포탈을 확보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
포탈이 집에 가는 열쇠라는 소리에 포탈을 신줏단지 모시듯 했다.
“카나와 하모스 그리고 100명의 팔라딘이 남아서 포탈을 지키도록 해요.”
“네, 민준님. 반드시 사수하겠습니다.”
“응. 무슨 일 있으면 쪽지 보내고.”
“네.”
S급 둘을 남겨두어도 S급이 아직 셋이 있었다.
차지율, 노승민, 기예라 그리고 400명의 팔라딘과 함께 황궁으로 가는 길에 걸릴 것은 없었다.
금색의 화려한 건물이 보였다.
“저기가 황궁입니다.”
우리의 앞을 약 이천여 명의 병력이 막아섰다.
“황궁 수비대예요.”
나름 황궁을 수비하는 병력이니 근성이 있을 것 같았다.
지이이잉.
사아아악.
하지만 여긴 S급이 셋이나 있었다.
“캬아아아!”
제국군들이 인간 형태로 또는 몬스터의 형태로 변하며 덤벼들었다.
“가로 베기!”
“아이스 블레스트!”
쾅, 쾅, 콰콰쾅!
하지만 전력은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500명의 팔라딘이 힘을 써보기도 전에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이래서 S급 또는 초인 타령을 하는 것이었다.
마르바스와 12명의 초인이 없는 땅은 임자 없는 빈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금세 황궁을 장악할 수 있었다.
“와, 여기가 제국의 황궁이에요?”
“그런데 소수의 병력으로 점령하기는 했지만 이곳을 통치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 같은데요. 우리의 수가 너무 적어요.”
“다 방법이 있죠.”
제국의 황궁 안뜰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꾸며놓은 넓은 공터가 있었다.
“여기가 좋겠네요. 알타르 님, 용병 및 소환!”
화아악!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기에 알타르가 S급 마정석 두 개를 가져왔다.
“스승님, 여기 가져왔습니다.”
“네, 감사요. 알타르 님 소환 취소.”
글리제에 있는 인물을 용병으로 설정한 후 소환수가 있는 곳으로 보낸 후 용병을 취소하면 그 인물은 소환수가 있는 곳에 그대로 남는다.
이러한 방법으로 디아론 백작가의 이사를 도와주기도 했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용병을 건 후 소환을 반복했다.
“르녹, 꾸얀. 어서 와요.”
“넵. 영주님, 이곳이 제국인가요?”
“네. 앞으로 여러분이 관리하실 장소죠.”
“네.”
르녹, 꾸얀에 이어 나의 영지에서 2천 명을 소환했다.
그리고 디아론 백작가에 협조를 구해 3천 명을 파견받기로 했고, 프란시아 왕국에 협조를 구해서 5천 명을 파견받기로 했다.
“헉헉! 알타르 님, 앉아서 용병 계약이랑 소환만 하는 건데도 왜 이렇게 힘들죠?”
“스승님. 단순 반복 업무가 원래 그렇죠. 그래도 오늘, 오천 명을 소환하셨습니다. 부지런히 하시면 내일 해뜨기 전까지 일만 명을 채우실 것 같습니다.”
마나가 딸려서 S급 마정석 마나를 다 뽑아먹고 알타르, 샤샤의 마나까지 얻어서 어찌어찌 1만 명을 해뜨기 직전에 모두 소환했다.
1만 명의 병력.
실제로 무력을 담당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내정을 담당하는 인원들도 상당수 불러들였다.
띠링.
―용병 스킬이 증가했습니다.
―용병 10명을 계약할 수 있습니다.
하아, 빡셌다.
용병 계약, 소환, 해제, 용병 계약, 소환, 해제…….
세 단어만 말하는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 가지만 말하며 하룻밤을 셌다.
1만 명을 용병 소환하고 나니 스킬이 진화했다.
“그래. 무슨 1만 시간의 법칙도 아니고, 1만 소환을 하니 스킬이 진화하는구나.”
소환할 사람들은 다 소환했다.
“자, 핵심 멤버들 모두 대전으로 모이세요.”
소수의 강한 무력으로 황국을 점령한 후 1만 병사를 소환했다.
이제 제국을 어떻게 땅따먹기할지 고민할 차례였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