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209화 (208/230)

209화. 인간의 특성

“신성교국이 당하고 있어요!”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성녀도 입을 틀어막고 눈이 동그래져서 화면을 보고 있었다.

나는 성녀와 눈이 마주쳤다.

“캬아아아!”

은둔자의 몬스터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었지만, 성녀와 나는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걱!

바로 1m 뒤에서 몬스터의 목이 잘렸다.

성녀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돌아갈게요.”

화면에서 신성교국의 풍요와 대지의 신전이 불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무운을 빌게요. 저도 화면을 놓지 않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성녀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소환 취소.”

화아악.

성녀가 신성교국으로 되돌아갔다.

주변의 몬스터들을 보면서도 화면 속 신성교국의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풍요와 대지의 신전까지 들이닥친 적의 군대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 은둔자가 보였다.

저벅저벅.

나는 은둔자에게로 다가갔다.

“이게 목적이었나?”

“성녀가 돌아간 모양이군.”

“이제 알겠어. 조금 이상하긴 했거든. 마족인데, 충분히 우리를 더 괴롭힐 수 있을 텐데도 계속 사라진 이유를 말이야. 지구 전체가 미끼였었나?”

“아쉽군. 조금 더 시간을 끌었으면 좋았을 것을.”

짝짝짝.

나는 박수를 쳐 주었다.

“훌륭한 방법이었어. 하지만 은둔자, 당신은 잘못 생각한 것이 하나 있어.”

은둔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지구를 건드려 성녀가 지구로 오도록 하고, 그사이에 신성교국을 치는 건 참 훌륭한 작전이었어.”

“후후후.”

“신성교국을 치는 것까지는 말이야.”

나는 은둔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당신이 마족이 되어서 그런지 인간의 특성을 잊어버린 것 같아. 그게 뭔지 알아?”

은둔자는 팔짱을 끼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알파야!”

―네, 민준 님.

“미국팀 소환!”

화아악!

국제 헌터 연합의 미국팀이 소환되었다.

“오, 민준! 드디어 소환이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와, 한국말로 대화하니까 신기하네요.”

캡틴을 포함해 S급이 셋, 7서클 마법사 둘이 포함되었다.

몸짱인 캡틴, 더 몸짱인 아니 몸짱이라기보다는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탱커, 법사 남성, 스피드 계열의 여성, 누가 봐도 마법사인 여성이 소환되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팀 또는 캡틴 사단으로 불리는 팀이었다.

미국에서도 마족의 문제는 최고로 심각한 수준의 문제로 다루었다.

그래서 내가 이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을 바로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협회장의 인지 공유 덕분이었다.

협회장도 마족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국제 헌터들을 스킬로 묶어 두었다.

나는 그 스킬 덕에 그들을 볼 수 있었고 이렇게 소환도 할 수 있었다.

국제적인 공조 덕분이었다.

성녀는 갔지만 나와 소환수 그리고 기예라, 팬니르, 미국의 캡틴 사단이 있었다.

“캬아아악!”

몬스터들은 눈을 부라리며 우리를 공격했지만 우리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면서도 은둔자에게서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씨익.

내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작전 A 부탁드릴게요.”

“오호! 드디어 써먹는군요!”

“좋아요.”

“옛설!”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시작은 마법사였다.

“공간이동 차단 결계.”

위이이잉.

드론제리가 하늘을 날며 공간이동 차단 아이템을 곳곳에 뿌렸다.

이중으로 공간이동을 방해했다.

지이이잉.

넓은 범위의 공간에 강력하지는 않지만, 제한적인 마법이 걸렸다.

공간이동을 방해하는 마법이 이중으로 깔렸다.

“그동안 도망가는 거, 쫓아다니는 것도 힘들었거든.”

은둔자를 놓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번에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몬스터를 부르고 튀어버리곤 하는 은둔자를 위한 마법이었다.

가장 독이 오른 이는 기예라였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어!”

나는 기예라에게 신성력을 부어주었다.

내가 신성력을 부어서 기예라 주변의 마계화된 땅을 지우면 디버프를 상쇄할 수 있었다.

“디바인 홀리 큐어! 디바인! 디바인!”

성녀는 신성력을 사용하면서 갑작스런 충격을 받았지만 나는 내 몸에 성물이 흡수되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신성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기예라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문을 읊었다.

“얼음과 빙정과 눈의 이름으로 이르니… 블리자드!”

독이 오른 기예라의 광역기가 펼쳐졌다.

얼음 폭풍이 몰아쳤다.

블리자드도 차가웠지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은둔자와 몬스터를 노려보는 눈빛은 더욱 차가워 보였다.

“지옥의 열기, 겁화!”

은둔자였다.

한동안 발견하더라도 몬스터만 소환한 다음 튀어버리던 은둔자가 오늘은 제대로 싸워볼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지금 당장 은둔자가 피해버리면 내가 바로 신성교국을 도울 것이었다.

“흥. 평소에는 도망가기 바쁘더니, 신성교국을 친다고 이제는 시간을 끄는 건가?”

바닥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솟아오르고 상공에서는 차가운 얼음이 쏟아져 내렸다.

불과 얼음이 만나니 막대한 수증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윈드 거스트!”

미국 마법사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재빨리 바람을 만들었다.

몬스터들은 마계화된 땅 위에 머물렀고 우리는 맨땅 위에 있었다.

몬드터들은 다른 일반적인 몬스터들과 달리 우리에게 달려드는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다.

신성교국의 침략으로 시간에 쫓기는 것은 나였다.

“달려들어!”

내가 돌진하며 명령을 내렸다.

내 명령에 소환수들과 팬니르, 미국의 헌터들도 함께 몬스터의 무리로 달려들었다.

눈앞에 머리가 여섯 개인 뱀이 보였다.

“디바인 프로텍션!”

일단 보호막을 한 번 더 켰다.

“바인드!”

이건 권투로 치면 쨉에 해당했다.

“마력 펀치!”

그리고 쨉에 이은 스트레이트 펀치였다.

“바인드, 마력 펀치! 바인드 마력 펀치!”

옳지, 묶였다.

묶이면 그다음은 뚜드려 패기만 하면 되었다.

퍽, 퍽, 퍽!

뱀이라서 그런지 미끄덩거리며 빠져나가려 했다.

“바인드, 바인드, 바인드!”

마력 펀치는 이름답게 공격력이 마력에 비례했다.

그리고 마력만 따지면 나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충분했다.

“마력 펀치!”

퍽!

여섯 개의 머리, 그러니까 열두 개의 뱀눈이 감기자 주위를 보았다.

미국 헌터들도 열심히 전투를 하고 있었다.

캡틴도 주먹파였다.

주먹에 금속으로 만든 링을 찬 것 같았는데 한 번 주먹질을 할 때마다 몬스터의 살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캡틴 앞으로 근육 코뿔소 한 마리가 덤볐다.

미국은 근육 만들기에 진심이라는데 캡틴의 상체 근육을 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다.

퍽! 퍽! 퍽!

근육 코뿔소도 캡틴의 주먹을 감당하지 못했다.

캡틴은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조각을 하는 것 같았다.

캡틴보다 더 거대한 괴물 헌터는 키가 2미터 50은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큰 키에 길쭉한 팔, 거대 괴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튼튼해 보이는 헬멧과 다르게 상체는 쫄쫄이 옷 한 겹이었다.

덥석!

지나가는 베어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러더니 와락 껴안았다.

몬스터를 왜 껴안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꾸드드득.

뿌각.

우지직.

저 헌터가 캡틴이 뽑은 첫 번째 드림팀 멤버라는데, 캡틴이 근육형이라면 그는 근육형보단 괴수형이었다.

불꽃과 얼음 근육과 피가 사방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나는 주위의 헌터들을 둘러보았다.

“자, 여러분. 몬스터들을 적당히 정리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한번 해볼까요? 작전 B 부탁드립니다.”

“오, 예!”

“옛설!”

작전 B는 미국의 마법사부터 시작했다.

“헤이, 마이 프렌드 마나, 적의 심장을 부숴줄래. 하트 브레이크!”

뭔가 친구에게 장난치는 것 같은 주문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꾸구구구구.

마나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마나가 기괴하게 비틀리고 있었다.

불가능한 모양의 4차원 도형처럼 마나가 비틀어졌다.

하트 브레이크 스킬은 마나 자체를 비틀어 그 공간에 있는 마나를 사용하는 누구든 마나와 함께 비틀어버리는 스킬 같았다.

일반적인 마법사는 심장에 마나 고리를 형성한 경우가 많으니 마나를 비틀어버리면 심장이 함께 비틀어 터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옆의 미국 헌터들도 저마다의 궁극기를 사용했다.

극점에 이른 펀치를 날리고,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무기가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수의 무기를 던졌으며, 공간 자체를 베어버렸다.

미국 헌터 다섯 명이 한 번에 궁극기를 사용했다.

마치 대형 폭격이 일어난 것 같았다.

콰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지면이 움푹 패었다.

미국 드림팀의 5단 궁극기는 천조국의 드림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공격이었다.

반경 백여 미터에 궁극기의 영향이 미쳤다.

이제 바닥에는 더 이상 마계화된 땅이 보이지 않았다.

“클린 에어.”

누군가 시야를 깨끗하게 하는 마법을 외우자 움푹 파인 지면에 홀로 남아 있는 은둔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깔끔한 한국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꼬리가 달리고 뿔이 나 있는 마족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미국의 5단 궁극기를 한국인의 모습으로는 버틸 수 없는 모양이었다.

“크크크크. 제법이구나. 이동을 차단하고 강력한 공격을 퍼붓는 것은 정석적인 공격이야.”

은둔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는 버틸 만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쩌지?

“역시 천조국의 드림팀이시네요. 고생하셨어요. 알파야, 캡틴 빼고 미국 드림팀 네 분은 원래 계셨던 곳으로 보내드려.”

화아악.

네 명의 미국 헌터가 사라졌다.

공간이동 차단마법이 이중으로 걸려 있었지만 그 공간이동마법을 우리 편에서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인증키가 있었다.

적은 공간이동이 불가능하고 우리 편만 공간이동시킬 수 있는 이중마법.

나의 소환이 단순한 공간이동이 아니었기에 이런 방식이 가능했다.

은둔자를 상대하고자 이것만 연습하는 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자, 다음… 노승민, 차지율, 스피오크, 까밀로 소환!”

화아악!

미국 헌트들이 궁극기를 사용하고 돌아갈 때까지만 해도 웃던 은둔자였다.

하지만 S급 넷이 교체를 하자 표정이 굳었다.

스윽.

차지율과 노승민 그리고 기예라까지 마족의 뿔로 만든 단검을 꺼냈다.

일명 마족 전문 무기.

그 무기들을 알아봤는지 은둔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저벅저벅.

새로 소환된 헌터들이 은둔자에 대한 포위를 마쳤다.

작전 A는 달아나지 못하게 이동을 막고, 작전 B는 궁극기를 쓰고 교체하기였다.

“작전 C입니다!”

마족 전용 무기를 든 세 헌터가 돌격했다.

은둔자는 강했다.

터질 것 같은 근육, 강력한 주먹질, 날카로운 뿔, 채찍처럼 휘어져 오는 꼬리.

휙!

콰직!

컥!

퍽!

육탄돌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미국 드림팀의 5단 궁극기를 맞고 난 이후였다.

콱!

움찔!

기예라의 마족 전용 단검이 은둔자의 공룡 같은 허벅지에 꽂혔다.

움찔!

마족에게 마족 전용 단검이 박히면서 승리의 기세가 우리 팀에게 넘어왔다.

푹!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팬니르의 검이 등에 박혔다.

콱!

반대쪽 허벅지에 차지율이 단검을 박았다.

콱!

노승민도 단검을 박았다.

푹!

카나의 오른손이 창으로 변해 목을 찔렀다.

푹, 푹, 푹.

작전 A로 인해 은둔자는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나는 은둔자에게 다가갔다.

“차라리 마족의 부대가 한꺼번에 몰려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여러 번 공격하면 인간은 빠르게 학습해서 대응책을 마련하지. 은둔자, 당신이 잊은 인간의 특성은 학습이야.”

나는 기예라를 보았다.

왠지 은둔자의 마지막은 기예라에게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안녕. 잘 가.”

기예라가 은둔자의 몸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웠다.

“프로즌!”

쩌저저적.

은둔자의 몸이 얼음이 되었다.

“민준, 부탁해.”

마나가 다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은둔자의 마지막을 본인이 처리하기 어려워서인지 기예라가 마지막 한 방을 나에게 부탁했다.

“마력 펀치!”

오른손에 가득 마나가 차올랐다.

나는 얼음이 돼버린 은둔자의 앞에서 마치 오락실 펀치를 치듯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강하게 허리를 돌려 주먹을 휘둘렀다.

퍼어어엉!

주먹질과 함께 은둔자가 산산이 부서졌다.

촤라라락!

땡그랑.

은둔자였던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상당량의 레벨이 올랐다.

은둔자가 부서진 자리에는 뿔을 포함해 몇 가지가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부산물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마무리를 해주세요. 저는 성녀를 도와주어야 해요.”

나는 뒷정리할 새도 없이 바로 신성교국을 띄운 화면을 보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