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208화 (207/230)

208화. 마르바스

TV 화면에서 뉴스가 나왔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흑마정석이란 것이 국제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 이것이 흑마정석이란 것인데요.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낸 후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기자가 흑마정석을 보여주었다.

[이런 방법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며 몇 년 이내로 정신착란으로 인해 마족의 노예화될 수 있습니다. 마족의 노예, 당하시겠습니까?]

뉴스의 화면이 어딘가를 비추었다.

쿵, 쿵, 쿵.

[여기는 미국의 켄싱턴 거리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검은 흙으로 덮여 있는데요. 이것이 마계화된 땅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보시는 바와 같이 연못형 포탈이 있는데요. 이곳을 통해 몬스터가 넘어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라 마족의 명령을 따르는 몬스터입니다. 지휘를 따르는 몬스터. 마치 군대 같죠.]

기자는 화면을 응시했다.

[마계화된 지역을 발견하시면 국번 없이 111로 전화하세요. 포상금으로 흑마정석을 사용한 자를 신고하면 1천만 원, 마계화된 지역을 신고하시면 10억을 드립니다.]

포상금이라는 소리에 뉴스를 시청하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졌다.

“으잉?”

“마계화된 지역을 찾으면 포상금이 10억이래.”

“로똔데?”

“그냥 검은 땅이면 되려나?”

이런 뉴스는 단지 한국에만 전달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곳곳에 흑마정석과 마계화된 지역에 대한 신고 포상금이 걸렸다.

한국에서도 10억은 큰돈이었지만 경제가 어려운 나라에서는 너도나도 마계화된 지역을 찾는다고 나섰다.

나는 기예라와 소환수들과 함께 비행 차량을 타고 있었다.

슈우욱.

하늘을 날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막이나 극지역, 사람이 없는 무인도 같은 곳에서 마계화가 이루어지면 어떡하죠?”

나의 물음에 기예라가 고개를 저었다.

“은둔자의 말을 기억해봐요. 절망, 허기… 그런 건 사람이 있어야 해. 사실 마족은 인간을 필요로 해. 아예 인간이 사라지는 것은 그들도 원하지 않을 거야.”

“아, 마치 인간에 기생하는 생물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글리제도 절반만 침략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죠.”

“기생충은 숙주가 완전히 죽는 것은 원하지 않지.”

“그렇군요.”

“그런데 여긴 어디야?”

“여기는 아프리카예요.”

“그래?”

“네.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변이에요. 흑마정석을 박은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끄덕.

기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슈우욱.

비행 차량이 소말리아의 해안에 도착했다.

해안가는 어디나 아름다웠다.

하지만 착륙해서 본 사람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굶주림과 가난.

절망과 허기의 신이 있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절망과 허기의 신이라고 해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싶을 것 같아.”

“포탈이 열리기 전에도 이곳은 굶주림과 가난이 흔한 곳이었어요.”

“아이들의 꿈이 해적이 되는 것이라는데, 말 다했죠.”

“지금도 그래?”

“지금도 각성해서 헌터가 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마족이 침투하기에 적합한 지역이군.”

“그래요. 마족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식량을 원조해야 하는 것 아냐?”

“이렇게 굶주리고 있는데 마족이 꼬시면 넘어가지, 안 넘어가겠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나 같아도 먹을 것이나 힘을 준다고 하면 넘어갈 것 같아.”

“휴. 국제 헌터 협회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마계화된 지역은 정리해볼까요?”

“디바인 홀리 큐어!”

치이이익!

쾅!

신성력을 뿌리자 몬스터들이 지하에서 건물을 부수며 뛰쳐나왔다.

“쟤들은 왜 꼭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걸까요?”

“그러게. 빛을 싫어하나 봐.”

“마력 펀치, 디바인 홀리 큐어, 디바인 프로텍션.”

언데드들이 많았다.

“리빙 아머를 두른 흑기사들이에요.”

갑옷 안에는 검은 구름만 있어 보였다.

하지만 갑옷들은 검술을 펼치는 데 상당히 고급검술이었다.

“팬니르 님, 소환.”

팬니르가 소환되어 흑기사들을 보았다.

“오호, 리빙 아머군.”

“네. 검술을 펼치길래 팬니르 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불러봤어요. 지난번에 검술을 쓰는 적들이 있으면 불러달라고 하셨잖아요.”

“고맙군. 좋은 대결이 되겠어.”

챙챙챙챙.

사샤샤샤샥.

슈칵.

카카카칵!

리빙 아머의 검이 팬니르를 세로로 쪼갤 듯이 휘둘렸다.

팬니르는 검을 사선으로 들어 검의 힘을 비껴내었다.

휭!

한 바퀴 함께 회전하는 검.

서로가 싸우는 것인지 함께 검무를 추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팬니르 님… 너무 즐기시는 것 아닌가?”

“냥. 그런 것 같당.”

우리는 농담을 하면서 편안하게 싸웠다.

“홀리 레인!”

성녀가 신성력의 비를 뿌렸다.

“성녀님, 감사해요. 이렇게 수월하게 싸울 수 있는 것도 성녀님 덕분이에요.”

“아니에요. 이렇게 마족이 지구에서 힘을 쓰는 것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돼요. 잘못하면 지구가 마족에게 점령당할 수도 있어요. 작은 불이 났을 때 빨리 꺼야 큰불이 되지 않아요.”

“네.”

“마족이 마계화된 지역을 만들기 시작할 때 빨리 지워야지, 내버려 두면 그들의 본진이 넘어오는 수가 있어요.”

“그렇군요.”

“네. 저도 마계화된 땅을 지우는 일이라면 함께 앞장서도록 할게요.”

“감사해요.”

그렇게 한 장소를 소탕하자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다.

“네? 어디라고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이번엔 중동이래요.”

슈우우우욱.

전 세계를 넘나들었다.

* * *

글리제 행성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제국이었다.

그 광활한 제국의 중심에는 수도 황궁이 있었고, 그곳에는 황제 마르바스가 기거하고 있었다.

황궁에는 황제가 신하들에게 능력을 하사하는 신성한 장소인 황궁의 의식장이 있었다.

저벅저벅.

당당한 걸음으로 황궁의 의식장으로 일단의 무리가 들어왔다.

가장 앞선 사람은 긴 망토를 걸쳤는데 망토의 윗부분에 화려한 금빛 털이 있어서 마치 한 마리의 사자처럼 보였다.

황제 마르바스였다.

황제가 의식장에 들어서자 신하들이 식을 진행했다.

“폐하, 이번 승급시험에서 우승을 한 기사들이옵니다.”

마르바스의 앞에는 십여 명의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끄덕.

마르바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하가 고운 비단으로 감싼 쟁반 위에 올린 검은 보석들을 준비했다.

흑마정석이었다.

마르바스는 그중 하나를 집어 들고 기사 한 명에게 다가갔다.

기사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기사의 뒷목이 보였다.

황제는 기사의 뒷목에 흑마정석을 올려두었다.

그러자 흑마정석이 부드럽게 녹아 기사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번쩍.

기사의 눈빛이 빛나는 듯했다.

붉으락푸르락 기사의 얼굴색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힘을 써보거라.”

“감사합니다. 폐하.”

기사는 황제에게 절을 한 뒤 마나를 일으켰다.

꾸구구구국!

몸이 뒤틀리고 팽창했다.

점점 몸집이 커지더니 사족 보행의 야수가 되었다.

날카로운 이빨, 윤기 넘치는 검은색 털이 인상적인 흑표범에 가까웠다.

“캬아아악!”

그 모습을 본 마르바스가 흡족하게 웃었다.

“흑표범이라… 노력했군.”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로 황제에게 흑마정석을 수여받고 야수로 변신하는 능력을 얻었다.

기사들을 돌려보내고 개인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때 황제의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르바스.

그 소리에 황제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했다.

“주인이시여.”

―때가 되었다. 빠르게 북진하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잠시 후 마르바스가 일어나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는 여러 문무대신들이 있었다.

마르바스는 좌중을 집중시켰다.

“신탁이 내려왔다.”

신탁이라는 말에 모든 신하들이 무릎을 꿇었다.

“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빠르게 북진하라!”

그 소리에 문무대신들이 한결같이 외쳤다.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황제가 한마디를 더했다.

“이번 북진은 내가 직접 지휘한다.”

신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황제가 직접 이끄는 출정이라니, 이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전쟁 준비는 순식간이었다.

아니, 준비할 것이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부대가 도열했다.

평소라면 당당히 사령관을 맡았을 S급 기사들이 부대장이 되어 황제의 뒤에 섰다.

일반 병사들까지 준비하였으면 백만은 거뜬하게 출전할 수 있었으나, 마르바스는 빠르게 북진하라는 명령을 받들었다.

“익스퍼트 중급 이상만 출진한다.”

“이곳에서 신성교국까지 전력으로 달린다.”

“식량은 말로 대체한다. 말은 1만 마리를 데려간다.”

“모두 변신! 부대 뛰어!”

오만 명의 부대가 야수화되었다.

제국군 익스퍼트 중급 이상이면 야수화 스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야수화하여 달렸다.

또한 곡식 종류의 식량 대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1만 마리의 말 자체를 식량으로 데려갔다.

그래서 병력과 식량이 모두 함께 달렸다.

제국의 영토가 넓었지만 병력과 식량 모두 달리지 못하는 것이 없었으니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휴식은 하루에 몇 시간뿐이었다.

야수화된 기사들보다 말이 먼저 지쳤다.

하지만 말에게도 비약을 먹이면서 행군했기 때문에 말의 체력도 훨씬 오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진하기 시작하는 말은 먼저 잡아먹으며 제국군은 내달렸다.

두두두두.

대륙을 가로지르는 듯한 거리였지만 불과 삼 일 만에 오만 명의 기사들이 신성교국 바로 앞에 도달했다.

황제가 직접 이끄는 부대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뜨고 두 시간이 지난 후 공격한다. 모두 준비되었나?”

“네! 모두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신성교국의 하루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무렵.

두두두두.

황제 마르바스, S급 부대장들 그리고 5만 명의 야수화된 기사들이 신성교국을 덮쳤다.

“와아아아아!”

“캬아아아아!”

인간과 야수화된 목소리가 섞인 고함과 함께 황제의 군대가 신성교국을 몰아쳤다.

갑작스런 적의 등장에 당황한 교국 측은 신속히 방어를 펼쳤다.

하지만 제국군은 전원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야수화된 기사들이었다.

심지어 S급들이 곳곳에 섞여 오러를 뿌리고 다녔고 7서클 마법도 간간이 뿌렸다.

제국의 황제와 함께하는 군대는 광신도 그 자체였다.

신성교국에의 지휘관들은 갑작스런 외침에 성녀를 찾았다.

“성녀님은?”

“소환되셨습니다.”

“언제?”

“오늘 아침에 소환되셨습니다.”

“그럼 언제 오셔?”

“보통은 저녁때 오시곤 했습니다.”

“연락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럴 수가!”

신성교국을 이끄는 성녀가 부재한 상태에서 마치 이런 상황을 노렸다는 듯이 제국군이 들이닥쳤다.

성녀가 없으면 신성교국의 지역방어 마법을 펼칠 수가 없었다.

디펜스에 최적화된 신성교국의 군대였지만 그건 본진에서의 무한에 가까운 힐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캬아아아!”

“쿠아아아아!”

S급들이 손쉽게 신성교국의 성벽을 넘었다.

* * *

나는 성녀와 한 팀이 되어 마계화된 지역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번에 마계화 장소에는 마침 은둔자가 있었다.

운둔자를 포함해서 몬스터 수백 마리 그리고 흑마정석을 끼운 인간들 백여 명이 있었다.

“은둔자, 여기 있었구나!”

“그래. 잘도 찾아오는구나.”

은둔자를 발견했기에 나, 소환수, 차지율, 기예라, 팬니르뿐만 아니라 성녀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마계화된 지역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는 신성력이 가장 좋았다.

나도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녀보다는 못했다.

그런데 성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성녀님?”

“네?”

“왜 그러세요? 갑자기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요?”

“…아니에요. 기분이 이상해서요. 어서 전투하죠.”

“네.”

성녀가 주문을 외웠다.

“풍요와 대지의 신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홀리 크로스!”

성녀의 몸을 중심으로 빛의 십자가가 나타났다.

쿨럭.

하지만 성녀는 곧 입에서 피를 뿜으며 몸을 숙였다.

“성녀님!”

성녀는 불안한 눈빛이었다.

“성물!”

“네?”

“신성교국을 보여주세요!”

“알파야, 화면을 띄워서 신성교국을 보여줘.”

그때 은둔자가 이끄는 몬스터들이 우리에게 들이닥쳤다.

“캬아아악!”

커다란 입을 벌린 뱀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의 야수 그리고 언데드들의 조합이 밀려왔다.

하지만 소환수들이 내 앞을 지켰고, 나는 성녀의 부탁에 화면을 열어 신성교국을 비추었다.

허공에 열린 대형 화면으로 신성교국이 보였다.

그곳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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