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205화 (204/230)

205화. 마계화

투명제리가 액상화 단계를 거쳐 은밀하게 들어간 곳은 넓은 홀이었다.

강당처럼 생긴 넓은 홀은 마치 무대처럼 높은 곳이 있었고, 그 아래 더 넓은 공간이 있었다.

아래의 넓은 공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제리의 목에 달린 캠으로부터 신호를 전해 받아 대형 TV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옴무니마스 아란드라.]

“저게 뭔 소리야?”

“뭔가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모습만 보면 딱 종교 집단 같았다.

나는 샤샤, 카나, 지율, 예라를 둘러보며 물었지만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홀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에 사람 한 명이 누워 있었다.

제리는 조심스레 홀의 구석 위쪽으로 올라갔다.

위쪽에서 바라보니 전체를 비출 수 있었다.

“저게 뭐 하는 거죠?”

“그러게요. 민준 님, 테이블 위에 사람을 올려두고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요?”

“꼭 수술하는 것 같은데?”

“수술? 그러기엔 장비가 별로 없는걸?”

제리가 조금 더 가까이 이동했다.

화면이 더 잘 보였다.

화면상에서 어떤 남자가 테이블 위에 누운 사람의 가슴을 작은 칼로 베었다.

피잇!

피가 튀었다.

하지만 누워 있는 사람은 마취되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술이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테이블에 누워 있는 남자의 상처 난 부위에 뭔가를 끼웠다.

마치 가슴에 보석을 끼우는 것 같았다.

“저건 왜 끼우는 거야?”

“흠… 글쎄요.”

가슴에 끼워진 것은 장신구 같기도 하고 돌이나 보석 같기도 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다.

무대 위에는 테이블에 누워 있는 사람만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무대 아래에서 뭐라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테이블에 누워 있던 사람이 깨어났다.

[오오오!]

그가 깨어나자 강당에 있던 무리가 환호했다.

깨어난 남자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듯했다.

화르륵!

마치 마법사처럼 오른손에서 불길이 솟았다.

신이 난 남자는 마치 자신의 강함을 뽐내려는 듯 무대 위에서 불길을 자랑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품평했다.

“흠. 쇼하는 건가?”

“마법사라고 해도 B급도 안되어 보이는데?”

“저 마법사가 강한가도 문제지만 하는 짓이 좀 이상한데?”

테이블 위의 사람이 한쪽으로 물러나니 강당에 있던 다른 사람이 테이블로 올라왔다.

그리고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저들이 뭘 하는 걸까요?”

“멀리서 봐서 잘 모르겠지만 꼭 마정석을 끼워 넣는 것 같지 않아요?”

“마정석?”

“마정석을 끼운다고?”

“흠…….”

마정석은 마법사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알타르 님, 소환.”

화아악.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알타르 님, 여기 화면을 봐주세요.”

알타르는 수술 중인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흠… 마정석을 몸에 끼운다라… 가슴 부근에 끼우는 것으로 보아 마정석의 마나를 심장의 고리로 돌려 쓰고자 함인데… 저게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흠… 아!”

알타르는 뭔가 떠오른 듯했다.

“흑마정석! 그러면 말이 되는군요.”

“흑마정석이요?”

“네. 저들이 어둠의 마나를 담은 흑마정석을 몸에 끼운다면 말이 됩니다. 흑마정석을 몸에 끼우면 단시간에, 빠르게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와, 정말요?”

“네. 하지만 오래지 않아서 정신 착란이 올 수 있고, 길어야 몇 년 안에 마족의 노예가 되거나 언데드화 되어버리곤 합니다. 지금 저들은 힘을 주는 척하면서 마족의 노예를 생성하는 중일 겁니다.”

노예?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도시에서 힘을 미끼로 유혹한다면 마족의 노예가 되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제리에게 쪽지를 보냈다.

[제리야, 다른 곳도 더 둘러볼 수 있을까?]

제리가 천천히 이동했다.

문틈을 이용해서 강당을 나왔는데 경비를 서고 있는 곳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었다.

경비가 있는 모습이 왠지 더 수상했다.

[제리야, 저기 경비 두 명이 서 있는 곳으로 한번 가볼까?]

경비 두 명은 모두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둘 다 스마트폰을 보며 대충 경비를 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실내라서 긴장감이 없는 모양이었다.

천천히 벽을 타고 제리가 이동했다.

빠르게 한 번에 둘의 머리 위를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다 보면 바람이 불 수도 있었다.

살금살금.

제리가 그들의 머리 위쪽으로 이동했다.

슬쩍 아래를 보니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

경비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TV를 보고 있는 우리도 깜짝 놀랐다.

걸렸나?

하지만 소리를 지른 경비는 이내 곧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다가 죽은 모양이었다.

제리가 지하실 문 앞에 도착했다.

경비들이 뭘 지키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문 너머에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은둔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제리 혼자서는 은둔자에게 이길 수 없었다.

혹시라도 공격을 당한다면 바로 소환해야 했다.

다행히 지하실 문은 강당의 문보다 더 형편없었다.

문틈은 더 넓었다.

제리가 문틈으로 스며 들어가려고 폼을 잡았다.

그런데 문틈을 삐져나온 바닥이 조금 이상했다.

“저기 바닥이 조금 이상한데요?”

그러고 보니 바닥이 돌이나 시멘트 등으로 닦이지 않았다.

검은 흙으로 덮여 있는 것 같았다.

알타르의 표정이 심각했다.

“바닥이 왜요?”

“화면으로만 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냥 흙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러면 뭔가요?”

“평상시라면 그저 땅이 검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는 마족을 찾고 있지 않습니까. 마계화시켜서 지역 자체를 마족의 땅으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어요.”

“마계화…….”

빼꼼.

우리가 말하고 있는 사이에 제리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희미하게 빛이 있었다.

제리가 액상화되어 틈으로 스며 들어갔다.

지하실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제리의 낮은 시선 방향으로 보았을 때 바닥에는 검은 흙이 깔려 있었고, 곳곳에 책상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짐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창고로 쓰던 지하실의 짐을 한쪽으로 치운 것 같았다

그리고 중심 부분에는 이상한 물이 고여 있었다.

지름 수 미터 정도의 연못 같았다.

살금살금.

천천히 제리가 연못으로 다가갔다.

이런저런 짐들이 있어서 시야가 제한되었다.

제리는 그런 제한된 짐들에 달라붙어 이동했다.

좌우를 두리번거려도 뭔가 보이는 건 없었다.

연못에 다가갔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것이 뜨거운 물인 것 같았다.

맑지는 않고 지저분했다.

그래도 제리가 연못에 얼굴을 비추자 연못물에 제리의 얼굴이 반사되었다.

스윽.

그리고 그런 제리의 얼굴을 보고 있는 누군가의 얼굴도 카메라에 잡혔다.

익숙한 얼굴, 은둔자였다.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변했다.

“악!”

“제리 소환!”

“안 돼!”

화아악!

나는 깜짝 놀라 제리를 소환했고 다행히 제리가 내 앞으로 소환되었다.

그런데 제리는 온몸의 털이 검게 그을린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디바인 홀리 큐어! 큐어! 큐어!”

나는 신성력을 제리에게 퍼부었다.

5분 정도 신성력으로 도배를 하니 제리가 간신히 눈을 떴다.

“아, 제리야!”

“제리야!”

“냥, 어떻게 된 거냥?”

“다행이에요.”

제리는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

“정찰하다가 은둔자를 만났어. 그래서 바로 소환했는데 이미 네가 공격을 당했던 것 같아.”

끄덕끄덕.

제리는 상황을 이해했다.

“민준 님,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떡하긴 뭘 어떡해? 어디 있는지 찾았으면 한판 붙어야지.”

“그래요. 갑시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저들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차지율, 기예라, 카나는 S급이었다.

그리고도 샤샤, 제리, 알타르 그리고 내가 있었다.

은신도 풀어버린 채 제리가 촬영하던 건물로 다가갔다.

1층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무리가 우리를 발견했다.

저들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뭐라는 거죠?”

“글쎄, 꺼져라 뭐 그런 뜻이겠지?”

화르륵!

불꽃이 날아왔다.

굳이 더 말이 필요 없었다.

슈칵.

우리 쪽으로 날아오던 파이어볼은 다 날아오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잘렸다.

이쪽은 어지간한 마법도 다 베어버렸다.

파이어볼이 허공에서 잘리자 적들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건물 안에서 언데드들이 등장했다.

“휘유~ 언데드군요.”

“살아 있는 사람이면 조금이라도 고민했겠지만 언데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죠.”

슈칵!

서걱!

치이이익!

단칼에, 단 한 번의 방패 짓, 화살 한 방에 언데드들이 쓰러졌다.

언데드 수십 마리가 나왔지만 다가가는 우리의 걸음을 느리게 하지는 못했다.

손쉽게 경비와 언데드를 뚫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우리들이 들이닥치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한 것 같았다.

흑마정석을 몸에 박아 넣은 자들이 몇 있었다.

강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뭔가 눈빛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마치 약에 취한 듯 눈빛이 풀려 있었다.

나는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디바인 홀리 큐어!”

디바인 홀리 큐어를 범위로 뿌렸다.

신성력을 여러 번 뿌리자 강당 안의 사람들의 눈빛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러자 무대 위의 흑마정석을 몸에 끼운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흑마정석의 힘에 취해 마족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바인드, 바인드.”

시끄러워서 입까지 묶어버렸다.

일반인들은 우르르 달아나버렸다.

건물 바깥, 1층을 쓸어버릴 동안에도 은둔자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까지 땅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잠깐, 이 땅을 좀 보세요.”

나는 땅을 만져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검은 흙이었는데 흙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고 마치 한 덩어리처럼 탱글탱글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이게 아까 말한 마계화되는 땅이란 건가요?”

“마치 땅 자체가 한 덩어리로 살아 있는 느낌이에요.”

알타르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스승님, 신성력을 땅에 부어보시겠습니까?”

“네. 디바인 홀리 큐어!”

나는 땅에 신성력을 부었다.

치이이익!

꿈틀.

땅 자체가 내 신성력에 깜짝 놀라는 듯했다.

꿀렁꿀렁.

내가 신성력을 부은 곳을 중심으로 반경 1m 정도의 검은 부분이 사라졌다.

“신성력을 부은 곳만 시멘트가 나오네요.”

“시멘트 위로 저 검은 흙이 덮여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마계화되는 땅인 것 같습니다.”

이 땅이 마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성력을 부어서 줄어드는 것을 보니 나의 신성력과 반대 성향의 땅임은 분명했다.

“아무튼 들어가보죠.”

“네.”

저벅. 저벅.

우리는 검은 땅을 밟으며 지하실 문으로 향했다.

“크윽.”

“응?”

“어?”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다들 놀랐다.

“…이상해요.”

“언니도 그래요? 저도요.”

“이거 위험한데요?”

“마나가… 제대로 움직이지를 않아요.”

“잠시 뒤로 물러나세요.”

우리는 지하실에서 다시 1층으로 물러났다.

지하 1층 문을 열지도 못하고, 은둔자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뒤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그 느낌은 뭐였죠?”

“뭔가 가슴 깊은 곳까지 답답한 느낌이었어요.”

“저도 그랬어요. 막 체한 것 같았죠.”

“아무래도 마계화된 땅에서는 마나를 순환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 검은 땅을 밟고 전투를 하려면 디버프를 받고 싸우는 셈이 되겠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디버프를 주는 땅인 것 같습니다. ”

카나가 다시 반 계단 내려가 땅 위에 올라섰다.

우우웅.

칼날 방패에 마나를 순환했다.

“어때?”

“마나가 원활하게 돌지 않아요. 오러가… 잘 맺히지 않아요.”

오러가 맺히지 않는 S급?

상당 수준의 디버프였다.

꿀렁꿀렁.

우리가 그렇게 고민하던 순간 검은 땅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속도 정도로 검은 땅이 계단을 올라 1층으로 확장되었다.

“물러나.”

우리는 그 기세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검게 마계화된 땅은 1층 전투에서 바인드로 묶어놓은 인원들이 있는 곳도 점령했다.

파각.

바인드가 풀렸다.

다시 묶어버릴까 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저벅저벅.

은둔자가 지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