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201화 (200/230)

201화. 추적

옥상에 갇힌 시민들은 하늘을 보고 감동했다.

“하늘에서 내리면서 이렇게 감동적인 건 첫눈뿐인 줄 알았어요.”

“으앙. 우릴 구해주러 오셨군요.”

탁.

헌터들이 옥상에 착륙했다.

“고마 몬스터는 어데 있는교?”

“오빠야, 눈깔 삣나? 저 안 있나.”

“아~ 가가 가가?”

“아니, 가가 가가 아니고 가가 가가다.”

시민들은 헌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자신들을 구해주러 온 영웅들이었다.

별무늬 망토를 두른 여자 마법사가 옥상 문으로 다가갔다.

바닥에 떨어져서 실드를 펼치고 있는 가영이의 가방을 주웠다.

“이거 누구 겁니꺼?”

가영이가 손을 들었다.

“아, 제 거예요.”

“어머, 언니야. 가방 직인다 직이. 이게 여러 목숨 살렸다.”

가영이는 가방을 다시 한번 보았다.

무려 두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가방이었다.

예전 대운 대학교 던전브레이크 때 민아와 함께 골목에 갇힌 상태로 몬스터들을 막아주던 것이 이 가방이었다.

그리고 이 가방은 다시 자신과 세희 그리고 여러 시민들의 목숨을 구했다.

마법사는 툭툭 가방을 치더니 실드를 끄고 가방을 가영이에게 돌려주었다.

“언니야, 좋은 가방 오래 써요.”

“고마워요.”

이제 열린 문으로 몬스터와 헌터들이 마주 보았다.

라이칸스롭이 헌터들을 노려보았다.

“크르르르.”

“확 마 쌔리삘라.”

“그렇게 노려보기만 할 거면 집에 가던가유.”

타탁.

선공은 라이칸스롭이었다.

옥상 안으로 들어오며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콰칵!

어느새 중세 기사처럼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차려입은 기사가 라이칸스롭을 막아섰다.

힘 대 힘으로 부딪혔다.

힘의 크기는 백중세였다.

“집에는 가기 싫은 가벼.”

탱커와 힘겨루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숫자도 적다면 결정 난 싸움이었다.

파앗!

헌터들이 손쉽게 라이칸스롭의 목을 잘랐다.

그 모습이 잔인하여 일반인들은 고개를 돌렸다.

“자자, 내려가유.”

헌터들의 보호를 받으며 5층 가게로 되돌아왔다.

“아직 바깥으로 돌아댕기는 어렵쥬. 그냥 오늘 밤은 여기 있쥬. 얼떨결에 밤새 놀쥬. 좋쥬?”

별무늬 망토 마법사가 앞문과 뒷문에서 뭔가를 했다.

“여기 앞문과 뒷문에 봉인했어요. 해제 방법은 여기 종이를 찢으면 돼요. 이건 앞문 봉인, 이건 뒷문 봉인. 그리고 아까 가방까지 원상태 해줬으니까 어지간하면 막을 수 있을 거요.”

“저기, 가시는 건가요? 저희랑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다른 몬스터 잡으러 가야 해서 안 돼요. 혹시 문제 생기면 아까처럼 옥상에서 가방으로 막으면서 다시 사이트에 올려요.”

헌터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

“여긴 다 잡았슈.”

잠시 후, 마법사들이 인사를 했다.

“여기 창문에도 인지장애 걸어놨으니까 편하게 식사들 하시면서 있어도 돼요. 그럼 언니야, 무슨 일 있으면 아까처럼 인터넷에 올려도 되고, 여기 내 번호 줄게요.”

마법사가 가영이에게 명함 한 장을 주었다.

명함에는 자갈치 길드 1팀장이라고 적혀있었다.

“잘 있그라!”

파앗!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난 것처럼 헌터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와, 대박.”

“요즘 헌터들은 공간이동이 기본인가 봐.”

“공간이동 부럽다.”

“그러면 지금 이 공간에서는 불도 켜고 밥도 먹어도 된다는 건가?”

“방금 그랬잖아. 인지 장애 걸어놔서 못 알아볼 거라고. 양쪽 문에 봉인되었으니까 몬스터가 함부로 못 열고, 혹시라도 힘으로 열면 아까처럼 옥상에서 버티면서 전화하면 다시 온다잖아.”

“와, 한결 안심이네.”

식당 안의 손님들이 은근히 가영이를 바라보았다.

세희가 가영이를 보며 말했다.

“가영아, 고마워. 네 가방 아니었으면 여기 사람들 다 죽었어. 가방에, 직통 전화번호에 네가 여기 대장이다.”

잠시 후, 가게 사장님이 풀세트 음식을 차려오셨다.

“대장님, 목숨값치고는 너무 저렴해서 죄송합니다.”

가영이가 세희를 보며 웃었다.

* * *

관악구 신림동 타운 길드의 헌터들은 주택가 빌라촌 골목에 숨어있었다.

몬스터가 그들보다 세서 후퇴하며 싸우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짓으로 서로 이야기했다.

팀장이 고갯짓으로 물었다.

‘저쪽에 있나?’

절레절레.

팀원이 입술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요. 저쪽에서 올 것 같아요.’

팀장이 다른 팀원을 보며 손으로 땅바닥을 다지는 흉내를 냈다.

‘바닥에 함정 마법을 설치하는 건 어때?’

팀원이 한숨을 쉬었다.

‘해보긴 할 텐데 큰 데미지는 주지 못할 것 같아요.’

팀의 막내가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보스가 있다고 몬스터 위치 공유 앱에 올렸어요. 여기 올리면 지원 헌터가 금방 온대요.’

‘지금 온 서울이 난리가 났는데 지원이 금방 온다고?’

‘네, 여기 별점이 10점 만점에 9.9점이에요. 댓글에도 빠른 배송 너무 만족했다고 야단인걸요?’

‘아니 이 시국에 무슨 배송을 해?’

‘비행선도 있고 드론 배송도 있대요.’

그때였다.

훅 하고 노린내가 퍼졌다.

놈이 가까이 있었다.

팀원들은 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았다.

“크르르르르!”

놈이 3층 빌라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스다!”

다른 회색 라이칸스롭과 다르게 놈은 검은 몸체에 붉은 털이 머리 주변에 나 있었다.

덩치도 다른 라이칸스롭보다 훨씬 컸다.

“아우우우우우!”

“저건 하울링 같은데요?”

“왜?”

“동료를 부르는 건가?”

“우씨 저 혼자만 가지고도 우리가 피하고 있었는데 더 부르면 반칙이지.”

검붉은 라이칸스롭이 하울링을 마친 후 헌터들에게 덤벼들었다.

크라라락!

쾅!

콰직!

파악!

순간적으로 접전이 벌어졌다.

보스는 아주 빠르게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고 헌터들은 이에 반응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보스의 강한 발톱에 팀 탱커의 견갑이 우그러졌다.

통짜 쇳덩이로 만든 견갑이 우그러지면 그 속의 몸통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크윽.”

탱커는 숨쉬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타앗!”

“파이어!”

“힐!”

마법사가 불길을 피어 올리고 탱커에게 힐이 들어갔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

보스와의 대결은 무리라고 판단한 팀장이 조금씩 뒤로 물러날 것을 주문했다.

타다다다닥.

“아…….”

골목 양쪽에서 라이칸스롭 무리가 몰려들었다.

조금 전의 보스의 하울링을 듣고 모인 것 같았다.

보스 하나만 가지고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졸개들까지 몰려 길을 막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슈우우욱.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날아다니는 자동차 같았다.

공중을 날던 차는 갑자기 허공에서 사라지곤 두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은발을 휘날리는 여자와 검을 든 외국 남자였다.

“타앗!”

“하앗!”

둘은 허공에 나타나자마자 보스에게 무기를 날렸다.

콰악!

콰직!

휘리릭.

착.

보스의 정수리에 롱소드가 정확히 박혀 있었다.

기우뚱.

스르륵.

철퍽.

보스의 몸통이 비스듬하게 갈라져 상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팬니르 님, 이번에는 제가 조금 먼저인 것 같아요. 맞죠?”

“카나 님, 무기가 먼저 닿았다고 먼저 죽인 것은 아닙니다. 제 검이 먼저 뇌를 정지시킨 후, 카나 님의 칼날 방패가 몸을 자른 겁니다.”

S급 두 명이 도착했다.

A급 보스 정도는 1초 컷이었다.

몰려든 졸개 라이칸스롭들도 보스가 죽자 당황했다.

“도발!”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는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스킬에 끌려들었다.

파바바바밧!

휘리릭.

척.

“그럼 갈까요?”

카나는 선물함에 넣어둔 비행 차량을 다시 꺼냈다.

팬니르가 탑승하고 카나가 비행 차량에 오르면서 헌터들을 향해 한마디를 남겼다.

“저는 카나예요. 온라인 후기에 매우 만족 부탁드려요.”

슈우욱.

툭.

“팀장님, 침 떨어져요.”

후르륵.

“어? 그랬나?”

“하긴, 여자가 봐도 예쁘긴 하네요. 그래도 침은 좀.”

“야, 누가 얼굴 보고 놀랐냐? 지금…….”

팀장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검 이상이 필요한 몬스터가 없었다.

“내가 실력은 없어도 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하는데, 방금 저 둘. A급을 넘는 것 같아. 남자 쪽은 거의 천마를 보는 줄 알았어.”

“에이, 설마 S급이 애 이름도 아니고 둘이나 다녀갔다고요?”

“그러면 A급 보스를 포함한 스무 마리를 10초 만에 잡은 건 뭐로 설명할 건데?”

“어, 그건…….”

“팀장님, 이제 어떡하죠? 추가 지시하실 것 없으신가요?”

“있어.”

“뭔데요?”

“별점 10점 올려드려.”

* * *

나는 용병 스킬을 이용해서 용병 배달을 하고 있었다.

서울역 광장에서 용병들은 4열 종대로 다가왔고 나는 이들을 샤샤, 카나, 제리에게 보냈다.

초반에는 카나의 비행 차량과 제리의 드론을 이용해 용병들을 배달했다.

샤샤는 나와 선물함을 공유할 수 있어서 사무실 창고의 무기 등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집단전이 아닌 시가전 형태로 바뀌자 헬기를 한 대 붙여 샤샤도 용병 배달을 시켰다.

소환수들은 지그재그로 끊임없이 서울 하늘을 날았다.

샤샤, 제리, 카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스무 명이 넘는 경찰들이 열심히 코스를 짜고 있었다.

“제리 님은 이대로 서쪽으로 쭉 가야 합니다.”

“샤샤 님은 신대방으로 가야 해요.”

“카나 님은 지금 A급 잡고 팬니르 님과 함께 있잖아요. 목동 상황이 안 좋아요. 이쪽으로 보내야 합니다.”

헌터들이 4열 종대로 가까이 다가오면 마법사 그룹이 부유 마법을 사용했다.

“플로팅!”

네 명의 용병들에게 부유 마법이 들어갔다.

이제 이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았다.

알타르, 르녹, 꾸얀은 용병수 제한을 고려해서 영지로 돌려보냈다.

나에게 신호를 주는 담당 경찰이 외쳤다.

“민준 헌터님. 이번에는 제리 님에게 보내주세요. 5초 전, 4…….”

“알파야, 여기 용병들 제리에게…….”

“3, 2, 1초 지금!”

“보내! 바로 뒤에 네 분 용병 제안, 제리에게 보내. 한 팀 더!”

화아악!

네 명씩 조를 이루어 제리에게 날아갔다.

잠깐의 시간에 수백 미터씩 낙하지점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다.

프란시아에서 팬니르와 스피오크를 불렀다.

그래서 가용 용병 수가 넷밖에 되지 않았지만, S급 용병은 그 정도 가치가 있었다.

샤론으로 유학을 보냈던 민아도 다시 소환되어서 서울역에서 경찰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용병 배달에 집중하려고 알타르도 서모너로 보내버린 상황에서 민아에게 용병 한 자리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협회장의 인지 공유 스킬에 접속해 상황을 살폈다.

그래도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인지 대체로 급한 불은 끈 것 같았다.

옆에서 CCTV와 일반인들이 알려주는 몬스터의 위치를 나에게 알려주는 경감이 말했다.

“몬스터의 기세가 꺾였습니다.”

경찰의 CCTV의 눈으로도 몬스터들의 활동이 크게 줄었음이 보였다.

4열 종대로 다가온 헌터들 중에는 금발 푸른 눈, 검은 피부, 주근깨 주황 머리의 헌터 등등이 보였다.

한국의 던전 브레이크 소식을 듣고 해외에 있던 헌터들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다시 몇 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CCTV에서 몬스터를 찾기 어렵습니다.”

“온라인 몬스터 앱에 새롭게 올라오는 구조 신호도 없습니다.”

서울 거리에서 몬스터들을 보기 어려웠다.

몬스터들보다 헌터들이 훨씬 많아서 이제는 발견하기만 하면 떼로 몰려갈 지경이었다.

그러자 기예라가 서울역의 나를 찾았다.

“민준, 이제 진짜를 찾아야 할 때야.”

이 사단을 일으킨 최종 보스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글리제에서 넘어왔으며, 절망과 허기의 신과 관련이 깊은 자.

그리고 보면 이상했다.

놈은 마치 서울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놈은 서울의 어디에 절망한 이들이 있는지, 어디를 공격하면 이렇게 먹을 것이 풍요로운 한국이 굶주리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신성교국의 성녀가 조언을 해주었다.

[코토풀요를 활용해. 코토풀요는 신의 사랑을 받는 동물이야. 절망과 허기의 신의 냄새라면 누구보다 잘 맡고 찾아갈 수 있을 거야.]

나는 꿍이를 소환했다.

헌터들이 내 부탁을 받고 언데드 한 마리를 끌고 왔다.

“꿍아, 냄새 맡아 봐. 이 언데드에 묻은 신의 냄새를 기억할 수 있겠니?”

“꾸우.”

꿍이가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라 누나, 저는 꿍이와 함께 절망과 허기의 신의 냄새를 추적해볼게요.”

“그래, 나는 나대로 마족을 추적해볼게.”

“마족이요?”

“그래, 이 언데드들을 만드는 방식이 마족이 언데드를 만드는 방식과 아주 유사해. 분명 연관이 있을 거야. 마족을 추적하는 일이라면 20년을 해왔어. 관련이 있다면 금방 찾을 수 있어.”

그렇게 나는 꿍이와 함께 신의 냄새를 추적했고 기예라는 마족을 찾아 나섰다.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서울에서 몬스터는 모두 소탕되었다.

팬니르, 스피오크, 카나, 협회장, 차지율, 노승민, 기예라까지 S급만 일곱이었다.

그리고 전국, 세계의 헌터들이 모였다.

전력은 인간 측이 훨씬 강했다.

A급 던전 브레이크 정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가전의 특성상 일반인들의 희생자가 없을 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희생자는 발생했고 국가는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기간을 가졌다.

나는 소환수들과 함께 꿍이가 향하는 방향을 따라다녔다.

“꿍아, 이번에는 왼쪽인 것 같아?”

“꾸우”

“민준 님, 왼쪽으로 가요.”

소환수들과 함께 꿍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어머? 민준 님, 저기 예라 언니 아니에요?”

샤샤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저쪽 반대편 길에서 기예라가 나타났다.

“누님, 저희 보러 오셨어요?”

기예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요?”

“마족을 추적해서 왔어.”

“우린 꿍이를 따라서 왔는데요?”

신의 냄새를 추적하던 우리와 마족을 추적하던 기예라가 만났다.

둘이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은 이곳에 우리가 찾던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꿍이는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재빨리 꿍이를 따라 올라갔다.

인적이 드문 산, 위쪽으로 가면 수련원이 나온다는 팻말이 보였다.

꿍이는 자신 있게 수련원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수련원의 넓은 운동장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이제 꿍이는 저 남자라는 듯 남자를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윽.

남자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마주쳤다.

남자가 낮고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예라, 오랜만이구나.”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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