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99화 (198/230)

199화. 술래잡기

대피소에는 천 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다.

대부분 바닥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멍하니 있었고 나를 보는 사람도 많았다.

천여 명의 모르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모여 앉아있으니 답답하기도 할 테고, 몬스터로부터 숨어있다는 상황 자체도 두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꼬마 여자아이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씩씩하게 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헌터 아저씨, 고마워요. 따뜻했어요.”

내가 힐을 써준 여자의 아이인 것 같았다.

“그래, 고마워.”

나는 아이에게 대답을 해준 후 지원팀장에게 이곳 상황을 정리하라고 했다.

“지원팀장님 여기 아이템 두 개 더 놓고 갑니다.”

“앗! 감사합니다. 아까도 아이템 덕분에 살았어요. 너무 감사해요.”

“팀장님이 각성자시니까 아이템도 사용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럼 갑니다.”

바깥으로 나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몬스터를 찾으려 했다.

다시 나가려는데 아까 그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아이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따뜻했어요.’

뭐가 따뜻했다는 뜻이었을까?

꼬마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아까 뭐가 따뜻했니?”

“아까 그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테스트를 해보았다.

“다음 중 가장 따뜻한 손가락은?”

“새끼손가락이요.”

빙고.

나는 새끼손가락에만 마나를 흘리고 있었다.

“디바인 홀리 큐어.”

“와! 이번엔 따뜻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네요!”

마나와 신성력도 구분하는 모양이었다.

아이의 엄마에게 물었다.

“어머니, 이 아이 각성했나요?”

“아니요.”

아이는 각성하지도 않았는데 마나를 느끼고 있었다.

왠지 샤론 마을에 있는 길리언이 생각났다.

아이의 엄마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지원팀장님.”

“네!”

“이 아이, 재능이 있네요. 찜해두세요.”

재능과 찜이라는 단어에 지원팀장의 눈빛이 달라졌고, 아이 엄마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주위에서도 부럽다는 시선이 쏟아졌다.

“너 이름이 뭐니?”

“이예솔이요.”

“그래, 예솔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고 몬스터도 나오고 그래서 무섭지?”

“음, 괜찮아요.”

“그래, 훌륭하네. 예솔아 지금 예솔이는 술래잡기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게임이요?”

“그래. 헌터들은 몬스터를, 몬스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지. 네가 꼭꼭 잘 숨어야 우리가 이기는 게임이야. 할 수 있겠지?”

“네.”

지원팀장에게 확실히 찜해두라는 눈짓을 했다.

“문을 닫으세요.”

드드득.

나와 길드의 헌터들이 나오자 대피소 문이 닫혔다.

털썩.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인지 공유에 집중했다.

허공에 붕 하고 부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이 구름 속을 떠다니며 서울을 한 번에 인식했다.

그런데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수많은 헌터들의 인식 정보가 취합되어 들어오는데, 몬스터들의 위치가 완전히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걸 어떻게 다 잡아내냐.”

한군데 뭉쳐 있어야 싸우기 쉬운데 이건 싸우는 시간보다 찾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점은 인지 공유에 접속하고 있는 헌터의 수가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협회장이 부지런히 헌터들을 만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앗!

인지 공유에 접속한 헌터 중에서 급속히 체력이 떨어지는 쪽이 있었다.

마나를 밀어 넣어 그 헌터에게 집중했다.

협회장의 인지 공유 스킬이 좋은 것은 무려 S급 인식을 나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나는 눈앞의 대상이 아니면 소환수, 용병이어야 힐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디바인 홀리 큐어, 디바인 프로텍션, 힐, 힐, 힐!”

협회장의 스킬로 인해 인지 상태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힐이 들어갔다.

그렇게 위험해 보이는 헌터가 있으면 일단 체력부터 채워주고 보호막을 씌워주었다.

“알파야, 용병 제안해드려.”

―승낙하였습니다.

나는 샤샤의 선물함을 열어서 포션 세트 한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방금 용병을 건 헌터의 선물함에 넣어주었다.

[선물함이라고 외치시면 안에 포션 세트가 있을 거예요. 다른 분들도 용병 걸어야 해서 오래 두지는 못해요. 기회 있으면 빨리 꺼내세요.]

“알파야, 이 용병분 포션 세트 꺼냈니?”

―네, 꺼냈습니다.

“용병 취소.”

위험을 겪은 헌터는 우연히 위험에 처했을 수도 있지만 레벨이 낮거나 경험이 부족할 수 있었다.

그러면 앞으로도 또 위험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포션 세트는 덤이었다.

그렇게 한 곳을 처리하면 다시 인지 공유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멀지 않은 곳에서 몬스터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

내가 가야 할 것 같았다.

“따라와요!”

길드원들에게 말하고 바로 자리를 박찼다.

타다다닥.

파각!

파각!

마나를 담은 발걸음에 보도블록과 건물 기둥이 부서졌다.

“파이아!”

“크아아아!”

“더블 크래쉬!”

“캬아아아!”

라이칸스롭 다섯 마리와 헌터 세 명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몬스터와 헌터의 머리 위로 붉은 달이 보였다.

“하아… 여기서도 붉은 달이냐.”

나는 여태 달이 붉은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왜 지구에서 달이 붉어?”

글리제에서는 원래 그래왔다고는 하지만 지구에서도 이러면 곤란했다.

헌터들과 싸우고 있는 라이칸스롭들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원래 라이칸스롭은 거칠고 빨랐지만,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기다림과 싸울 때의 조화를 아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광전사 스타일이었다.

수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비는 피에 굶주린 야수.

아무래도 붉은 달의 영향인 듯했다.

“바인드, 바인드, 바인드!”

바인드를 날리며 다가갔다.

촤라락!

촤라락!

한 마리는 상체에, 다른 한 마리는 다리에 바일드가 걸렸다.

“마나 펀치!”

쾅!

멈추지 않고 펀치를 날려버렸다.

“힐, 힐, 힐.”

세 헌터에게 힐을 주고 다시 바인드를 날렸다.

“바인드, 바인드, 바인드.”

“캬아아아!”

“오케이, 다 묶였어요.”

일단 다 묶었으면 상황 종료였다.

뒤처리는 헌터들이 하면 되었다.

털썩.

다시 제자리에 앉아 인지 공유에 접속했다.

아까보다 접속된 헌터의 수가 더욱 늘어났다.

협회장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인근의 몬스터들은 직접 도움을 주고 멀리 있는 헌터들은 체력이 줄어든 헌터 위주로 도움을 주며 차근차근 싸웠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각개격파할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인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었다.

“절망……”

몬스터들이 다 죽는다 해도 일반인들의 피해가 커서 절망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결국은 저들의 승리였다.

시간을 줄일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 * *

경찰청 CCTV 관리센터

“최 경감님, 여기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어디 어디 있어?”

“이쪽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쪽에 뭐가 있는데?”

“주택가입니다.”

“헌터들은?”

“저기 몬스터들을 찾아다니는 헌터들도 있습니다.”

최 경감은 CCTV에 보이는 몬스터와 이들을 찾아다니는 헌터들을 연결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헌터들에게 연락을 해줄 수 있을까요?”

“우린 나갈 수 없잖아. 부하들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어.”

“방송은 안 될까요?”

“방송?”

“네, 지금 CCTV의 상황을 아예 TV로 방송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헌터들이 그 방송을 보고 몬스터를 찾아가지 않을까요?”

“으음…….”

CCTV의 내용을 전 국민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공개하자는 말은 조금 대담했다.

이 방송을 헌터들에게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헌터 협회에 연락해.”

* * *

협회장이 나에게 다시 연락했다.

“네? 그러니까 경찰이 CCTV의 정보를 저에게 주면 제가 그 정보를 근처의 헌터들에게 전달해 주라고요?”

협회장은 인지 공유 자체를 늘리기 위해 서울을 거의 날아다니고 있었다.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나에게 맡기는 셈이었다.

“알겠습니다. 경찰과의 미팅 장소는 서울역 광장이라고요?”

나는 장소를 옮겼다.

오늘 정말 많이 뛰는 하루였다.

내가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찰 특공대가 도착해 있었다.

빠르게 막사가 쳐지고 각종 전자 장비가 설치되고 있었다.

이들을 지키는 헌터들도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경찰들이 나의 신분을 물었다.

“샤론 길드장입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나를 안쪽으로 이끌었다.

“기다렸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상황은요?”

지금도 대형 전자칠판이 하나둘 연결되고 있었다.

어느 경찰이 브리핑을 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서울 전 지역의 CCTV를 이곳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몬스터가 관측되는 장소를 헌터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인지 공유는 헌터들의 눈을 공유하는 셈이었다.

이제 헌터들의 눈뿐만 아니라 CCTV의 눈을 얻었다.

보다 빠르게 몬스터들을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 * *

인터넷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우리집 주소 성동구 OO동 OO번지인데, 지금 골목 바깥에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렸어. 나 불 끄고 이불 뒤집어쓰고 폰으로 글 올리는 중. 헌터님들 제발 빨리 와주세요. ㅠㅠ

└이렇게 주소를 공개해도 돼?

└몬스터가 게시판에 글 읽고 찾아가는 것보다는 헌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올리는 것이지.

└여기에 몬스터 위치 찍어라. 몬스터 위치 찍는 싸이트다. ―링크―

└오오오오, 역시! 집단지성! 다들 이곳에 지금 본 몬스터 위치 찍어라.

└그렇다고 절대로 위험한 짓은 하지 마라.

└맞아, 그냥 저절로 알게 된 위치만 찍어라.

└더센터스 아파트 5동에서 6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갈색 늑대 세 마리가 있어.

└탐조하는 사람이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옥상 위장포 안에서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갈산 초등학교를 왼쪽에 끼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길에 두 마리, 옴마트 좌측에 두 마리, 저 밑에 믿음교회 앞에서 몬스터와 헌터가 교전 중이다.

SNS에도 지금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누군가 만든 사이트에 몬스터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찍히고 있었다.

“경감님, 지금 SNS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몬스터들의 위치를 올리는 싸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래? 어디 보세. 정말이군. 좋아. 이 정보도 샤론 길드장에게 넘겨.”

“네, 알겠습니다.”

나에게 일반인들이 올리는 몬스터의 위치 정보가 넘어왔다.

헌터들의 눈, CCTV의 정보, 일반 시민들의 눈이 모아준 몬스터들의 위치 정보를 헌터들에게 뿌렸다.

눈을 감았다.

[거기 헌터님, 오른쪽으로 쭉 올라가면 두 마리 있습니다. 더, 더, 더. 쭉!]

[헌터님은 스톱, 뒤로 돌아서 왼쪽으로 가세요.]

[고고. 빨리 달려가요. 디바인 프로텍션! 코너 꺾으면 바로 나옵니다.]

관리자 권한은 막강했다.

용병을 걸지 않아도 협회장의 권한을 양도받아 협회장처럼 공유된 헌터들을 지휘할 수 있었다.

마치 서울 전 지역의 헌터들을 지휘하는 커맨더가 된 기분이었다.

옆에서 CCTV 담당 경찰이 나에게 말했다.

“긴급상황 발생했습니다. 문래동에서 지금 몬스터에게 쫓기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인지 공유스킬에 집중하면 문래동에 있는 헌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제 목소리 들리는 헌터님들, 지하철역 2번 출구 쪽으로 가세요. 거기 몬스터들이 제법 되거든요. 용병 걸게요.]

“알파야, 용병 걸어.”

―네, 수락하였습니다.

선물함을 이용해 무기와 포션도 지급했다.

CCTV와 몬스터맵 사이트가 있으니 나 혼자 싸울 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그래도 몬스터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몬스터는 서울 전 지역으로 흩어졌는데 이를 잡으려면 지금보다 헌터의 수가 더 많아야 했다.

뻔히 몬스터가 있는 것을 알아도 근처에 헌터가 없어서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헌터의 수뿐만 아니라 헌터의 질도 중요했다.

주로 B급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시가전에서 C급 이하의 헌터들은 독자적으로 돌아다닐 능력이 없었다.

도둑 한 명을 막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수의 경찰이 필요하듯 몬스터를 피해 없이 소탕하려면 훨씬 많은 수의 헌터가 필요했다.

“하아… 헌터의 수가 부족해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갑자기 없던 헌터가 쏟아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경감이 나에게 한 말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곧 도착합니다.”

누가 도착한다는 말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곧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우르르르.

갑옷을 입고, 해머를 들고, 망토를 둘렀으며 허공을 부유하는 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수천 명의 헌터들이었다.

“자갈치 길드에서 왔심더. 얼로 가면 되예?”

“지는 호두과자 길드에서 왔슈. 근디 지가 조금 늦었쥬? 어제 올걸 그랬슈.”

“아따 써글. 늑대 새끼 대그빡 쪼사불러 왔제. 잉!”

술래잡기의 술래 역할을 맡을 수천 명의 헌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곳은 서울역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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