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대피소
어느새 나를 보조하는 길드원들이 내 뒤편에 도착해 있었다.
“지금 모든 길드원들에게 전하세요. 적들은 강한 적과 만날 때 우회해서 돌아갑니다. 현재 중구A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온 라이칸들은 본능만 있는 몬스터가 아니에요.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뭐?”
내 얘기를 들은 기예라가 놀라 소리쳤다.
“단순히 본능에 의지하는 몬스터가 아니에요. 정확히 전달하세요. 라이칸들은 S급 기예라 헌터를 피해 우회하여 일반인들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에요. 어쩌면 이 던전브레이크의 목적 자체가 최대한 많은 민간 사상자를 내는 데 있을지도 몰라요.”
팀원들은 샤샤, 제리, 카나쪽의 팀원들에게 내 말을 전달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협회장의 인지공유에 집중했다.
서울 전 지역의 전황을 살필 수 있었다.
나는 샤샤를 불렀다.
[샤샤야, 어디야?]
[송파A 던전 부근이에요.]
[상황은 어때?]
[여기는 차지율 헌터가 와서 그럭저럭 막을만해요.]
천마 차지율이라면 믿을만했다.
[내가 보기에 거기도 몬스터들이 천마를 피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차라리 천마에게 들이받아 주면 좋을 텐데 몬스터들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 그러면 어쩌죠?]
[창고에 다녀올 여유 있어? 창고에서 무기를 가지고 선물함에 넣어. 그럼 내가 꺼내서 쓸게. 헌터들을 이분화해야 할 것 같아. S급은 몬스터를 쫓아다니고 그 아래 헌터들에게는 무기를 주고 길목을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바로 창고로 갈게요.]
[부탁해.]
나는 서모너 영지의 샤론 마을에 있는 르녹과 알타르에게 연락했다.
[르녹, 알타르 님.]
[네, 영주님.]
[네, 스승님.]
[지구에 대규모 몬스터들이 흘러나왔어요. 마치 몬스터 웨이브와 비슷합니다. 서모너 영지에 있는 무기들을 챙겨주세요. 잠시 후에 지구로 소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예라 누님.”
“응.”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똑똑해요. 그리고 헌터들과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목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반인들을 지킬 수 있도록 미리 장소를 선점해서 수비진을 만들어 놔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어떻게 할까?”
“조금 전에 누님의 공격을 피해서 물러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니까 뒤쪽에서 몰아 오세요. 제가 먼저 앞질러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알았어.”
타다다닥.
빠르게 이동해서 라이칸스롭들을 우회해서 앞질렀다.
라이칸스롭이 몬스터답지 않게 강자를 우회하는 영리함을 보이긴 했지만, 멀리서 살펴보니 이것저것 새로운 물건이나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 몬스터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보니 라이칸스롭뿐만 아니라 인간도 있었다.
인간과 라이칸스롭이 저렇게 어울릴 수는 없으니 아마도 지난번에 곡물 창고에서 잡은 언데드일 것 같았다.
왠지 저놈들이 몬스터들을 몰아가는 것 같았다.
샤샤의 쪽지가 왔다.
[민준 님, 창고에 도착했어요. 물건을 넣을게요. 다연발 발리스타부터 넣을게요.]
[오케이.]
다연발 발리스타가 좋긴 했지만 비쌌다.
그리고 지난 프란시아의 전쟁에서 왕창 써버려서 많이는 없었다.
일반 발리스타와 마법 폭탄, 각종 물약류까지 왕창 챙겼다.
눈을 감고 다시 근처의 상황을 살폈다.
나를 따르던 길드원들이 헐떡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팀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무기와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두 명씩 조를 지어서 학익진으로 마법 무기를 이용해 저격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눈을 감았다.
기예라가 맨 뒤에서 마치 양들을 몰이하듯 라이칸들을 몰아오고 있었다.
번쩍.
나는 눈을 떴다.
라이칸들이 보였다.
팀원들은 내 지시를 기다리며 마법 무기들을 움켜쥐고 있었다.
“발사!”
슈슈슈슉!
쾅, 쾅, 쾅, 쾅!
쿠에엑!
뒤는 S급 기예라 앞은 내가 막고 있었다.
“이런!”
“길드장님, 왜 그러십니까?”
양쪽에서 샌드위치를 하니 꽤 많은 몬스터를 잡긴 했지만, 이것들은 자기들이 몬스터가 아니라 초식동물이라도 된 듯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익! 차라리 덤비라고!”
곳곳으로 늑대들이 흩어졌다.
라이칸스롭이 뭉치면 헌터들에게는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칸스롭이 흩어지면 헌터들에게 각개격파 당할 수 있었다.
사실 몬스터가 흩어지면 헌터들은 더 쉬웠다.
마치 던전처럼 시간만 주면 큰 피해 없이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움직임을 보이는 적은 일반인들에게 더 위험했다.
* * *
예솔이는 엄마와 함께 집에서 쿠키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예솔이의 엄마는 금손이라서 뚝딱뚝딱 맛있고 예쁜 음식을 잘 만들어주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엄마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엄마, 전화 울려.”
“응, 알았어.”
요리에 집중하느라고 스마트폰 확인이 살짝 늦었다.
예솔이의 엄마는 스마트폰을 확인해보았다.
[비상 상황, 중구A 던전 브레이크 발생.]
예솔이의 엄마는 스마트폰에 울린 재난 대피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중구A 던전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예솔아, 옷 입자.”
예솔이의 엄마는 빠르게 예솔이를 데리고 대피소를 향했다.
다행히 예솔이의 집에서 대피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에에에엥~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엄마…….”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예솔이가 엄마 옆에 착 달라붙었다.
“괜찮아. 헌터님들이 잘 해결해주실 거야. 엄마 손 꼭 붙잡아.”
대피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주 커다란 대피소라서 천명도 넘는 사람들이 들어온 것 같았다.
예솔이는 엄마의 품에 폭 파묻혀 있었다.
대피소는 중구A 던전의 브레이크를 가정하고 제작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었으며 문도 상당히 단단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채워지자 대피소의 문을 닫는 것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말다툼했다.
대피소 직원과 주민인 것 같았다.
“자, 이제 문 좀 닫아요.”
“아직 사람들이 오고 있잖아요.”
“그러다 몬스터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그럼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문을 닫으란 소리예요? 거참. 이기적이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이기적이라고 했다. 너 몇 살이야?”
예솔이는 문에서 멀지 않은 위치여서 그 말이 모두 들렸다.
엄마가 예솔이의 귀를 막아 주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자 방공호의 문이 모두 닫혔다.
방공호의 안에서는 CCTV를 통해 바깥을 볼 수 있고 문도 단계가 있어서 사람이 다가오면 단계적으로 문을 열어 줄 수 있었다.
방공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긴급 담화문 발표가 있겠습니다.]
곧이어 대통령이 나왔다.
[국민 여러분 통탄할 일이 다시 한번 발생했습니다. 지금 서울의 다섯 군데 A급 던전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크윽.”
“아…….”
대통령이 A급 던전 브레이크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자 여러 사람들이 안타까운 탄식을 했다.
[국민 여러분, 이 시간부로 서울을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합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 모두 가까운 대피소로 피신을 하시기 바랍니다. 대피소로 피난을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정에서 커튼을 치고, 모든 문을 잠근 채 인기척을 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예솔이도 뉴스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예솔이를 안는 엄마의 팔에 힘이 더욱 실렸다.
[현재 서울에서는 헌터들이 최선을 다해 몬스터를 소탕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금 전 전국 헌터 동원령이 내려졌습니다. 전국에서 서울을 향해 모든 헌터들이 집결하고 있으니 서울 시민 여러분께서는 조금만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화면이 바뀌어 헌터들이 몬스터와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쾅쾅거리며 싸우는 모습은 흡사 전쟁터를 연상하게 했다.
아니 이미 처절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쾅!
그때 대피소 바깥에서 커다란 충격이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전등이 깜빡이며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모든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얼음이 되었다.
쾅!
쾅!
쾅!쾅!쾅!쾅!
무언가가 대피소를 거세게 두드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끄고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르르 떨고 있는 사람들의 떨림만이 전달되었다.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사라졌다.
“뭐였어요?”
“늑대 비슷한 몬스터였어요. 라이칸인가 그럴 거예요.”
“아, 라이칸스롭.”
“그거 몇 등급에요?”
“중구A 던전이 라이칸스롭으로 유명하잖아. 거기서 나온 거겠지. 일반적인 필드몹이었다면 B등급은 되었을 거야.”
“B등급이라.”
이제 바깥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없자 사람들은 다시 호기심이 생겼다.
“B등급이면 얼마나 세? 여긴 안전한가?”
“여긴 중구A 던전과 가깝잖아. 그러니까 거기 브레이크 날 걸 가정하고 지었다고 했어. 방금도 쾅쾅거리다가 그냥 갔잖아. 그럼 안전한 거 아냐?”
몬스터가 두드리다가 그냥 가자 사람들은 조금 안심하기 시작했다.
바깥을 살피던 사람이 말했다.
“사람이다.”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통통.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줘야지.”
“……”
문을 열어주라는 사람과 눈빛으로 열지 말라는 사람이 있었다.
“문은 이중입니다. 1차 문만 열고 그 안으로 들어오면 1차 문을 닫고 2차 문을 열면 됩니다. CCTV에 몬스터는 안보이고 사람만 있을 경우 그렇게 열어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원래 매뉴얼이 그렇습니다. 매뉴얼 대로 하겠습니다.”
관리 직원이 매뉴얼을 강조하며 문을 열었다.
드드득.
1차 문이 열렸다.
바깥에 서 있던 사람이 1차 문과 2차 문 사이로 들어왔다.
드드드.
그런데 1차 문이 닫히다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어? 문이 왜 이러지?”
“왜 그래?”
“1차 문이 완전히 닫히지가 않아.”
“그럼 어떻게 해?”
“뭔가에 걸렸나 봐. 빨리 나가서 안쪽에서 닫아야 할 것 같아.”
“그러다 몬스터가 있으면?”
“CCTV에 보이는 건 없어.”
“알았어. 빨리 해.”
드드드득.
2차 문이 열렸다.
예솔이가 있는 곳에서 10미터 정도에 문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어떤 아저씨가 서 있었다.
씨익.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딱 문이 닫히는 위치였다.
“아니 뭐 하세요?”
“빨리 들어오세요.”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외쳤다.
그때 CCTV를 주시하던 사람이 외쳤다.
“전방에 라이칸스롭이 나타났어요. 문을 닫아!”
“뭐해!”
대피소 관리원이 문틈에 서 있는 사람을 끌고 오려고 다가갔다.
푹!
“어?”
와락
예솔이의 엄마가 예솔이를 품 안에 감쌌다.
예솔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뭔가 큰일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
아우우우!
뭔가 터지는 소리, 늑대의 울음 소리, 고함 소리, 울음 소리가 들렸다.
“헉, 헉, 헉.”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의 힘이 약해지자 예솔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윽…….”
“엄마…….”
엄마의 팔에 긴 상처가 생겨 있었다.
팔에서 피가 흘렀다.
“쉿! 괜찮아. 별거 아냐.”
방금 전에 예솔이가 눈을 감고 있을 때 뭔가가 날아와서 다친 것 같았다.
예솔이는 엄마가 다치자 슬펐다.
문 쪽의 상황을 보니 문은 예솔이가 간신히 나갈 정도로 살짝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어떤 여자분이 막고 있었다.
그 여자 아줌마의 몸 부위로 어른거리는 막이 형성되어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헌터인가 봐.”
그 아줌마가 말했다.
“네, F급이긴 해도 각성자입니다. 길드 소속이기도 하고요.”
“지원팀장님. 와 씨, 죽을 뻔했습니다.”
“그러게, 길드장님이 아이템 챙겨주시지 않았으면 그냥 갈뻔했네.”
그 아줌마 옆에서 누군가 전화를 했다.
“네? 네네, 2분이요? 네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전화하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길드장님이 2분이면 오신대요.”
“보호막이 2분은 가겠지?”
“그러겠죠?”
그런데 보호막 너머에서 뭔가가 오고 있었다.
그것이 반투명한 막을 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야이, 늑대놈아! 꺼져라!”
“90초!”
“50초!”
“지원팀장님 조금만 버티십쇼!”
“에잇! 내가 헌터냐? 나 마나 스탯 12뿐이라고!”
쩌저적.
반투명한 보호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압!”
챙그랑!
“아……”
아줌마를 내려다보는 늑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늑대가 손을 들었다.
털썩.
아줌마가 주저앉았다.
예솔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뭔가가 충돌하는 소리가 난 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예솔이는 그 정적이 무서웠다.
“와!”
하지만 곧 대피소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예솔이는 다시 눈을 떠보았다.
늑대가 있던 자리에는 어떤 아저씨가 서 있었다.
그 아저씨가 예솔이에게 다가왔다.
“힐.”
엄마의 팔이 나았다.
힐은 따뜻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