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97화 (196/230)

197화. 서울

서울에는 다섯 개의 A급 던전이 있었다.

중구, 성동구, 마포구, 관악구, 송파구에 각각 하나씩 있었다.

이 던전들은 서울의 주요 길드들이 관할하고 있었다.

서울 3대 길드는 천마, 오성, 크리스탈인데 천마가 A급 던전을 두 개, 오성이 두 개, 크리스탈이 한 개의 A급 던전을 관리하고 있었다.

중구A 던전은 크리스탈 길드의 관할이었다.

중구A 던전의 입구인 포탈 바로 옆에는 사무실 공간이 있었고 관리 공무원, 협회 파견 직원이 있었다.

그리고 포탈을 지키는 초소에는 크리스탈 길드의 헌터들이 24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있었다.

초소의 헌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달이 밝네.”

“그러게 오늘은 슈퍼문이라고 그러더라고.”

“슈퍼문?”

“달이 크게 보인다 그 말이지.”

“달이 막 커져?”

“응, 커진대.”

“달이 어떻게 커져?”

“그냥 그런가 보다 해.”

“색깔은?”

“색깔 얘긴 없어.”

“그래? 저것 봐. 달이 붉은데?”

하늘에는 커다랗고 붉은 보름달이 떠 있었다.

“그러게 달이 붉네.”

“뭔가 기분 나쁜데?”

“저 안에 있는 놈들이 저걸 보면 환장하겠지?”

“던전 안에 있는 라이칸?”

“그래. 여긴 라이칸스롭의 던전이잖아. 던전 안의 세계는 지구와 달라서 상관없겠지만, 원래 라이칸들은 달을 보면 환장하잖아. 아마 붉은 달이면 한술 더 뜰 거야.”

“그래도 다행이야. 지구와 던전 안의 세상은 다른 세상이라서.”

“어?”

“왜?”

“저기 누가 오는데?”

포탈 주변은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허가받은 업체만 들어올 수 있었다.

“어디 예약된 데 있어?”

“글쎄? 내가 알기론 없는데.”

“그럼 어디지?”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인원이 스무 명은 넘어 보였다.

저 정도 인원이라면 예약된 팀이어야 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상대는 대답 없이 가까이 다가올 뿐이었다.

저벅저벅.

이쪽 포탈을 지키고 있는 헌터는 네 명, 사무실 안에 다섯 명이 더 있긴 했다.

하지만 쪽수는 저쪽이 더 많았다.

포탈을 지키고 있던 헌터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사무실에 호출을 했다.

“방 팀장님!”

바로 앞 사무실 문이 열리고 A급 헌터인 팀장이 나왔다.

스마트폰에서 재미난 것을 보고 있었는지 스마트폰을 들고 고개를 들지도 않으며 물었다.

“왜?”

하지만 그도 A급 헌터였는지 저쪽에서 오는 기세를 느꼈다.

“거기 뉘슈?”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하기는 했다.

“캬아악!”

상대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 * *

나는 팀을 나누어 절망과 허기에 관련된 장소를 수색했다.

샤샤와 카나는 각각 서울의 동쪽과 서쪽의 대형 물류 창고로 향했고 제리는 한강으로 향했다.

전투를 벌일 때라면 한곳에 모여야겠지만, 지금은 수색할 때라서 흩어지기로 했다.

길드의 강자들이 한군데 모여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소환수들을 혼자 보낸 건 아니었다.

지구에는 샤론 길드가 있었다.

“카나 언니, 언니는 저랑 짝궁이에요.”

한나리였다.

“샤샤는 내가 모셔야지”

동서 형님이었다.

“제리는 내가… 제리 어디 갔어?”

종구였다.

소환수들은 각각 봉고차 두 대씩의 인원을 데리고 다니며 수색 활동을 벌였다.

나는 가장 절망한 이들이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다가 법원으로 향했다.

처음엔 교도소를 가려고 했지만, 막상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보다는 막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더욱 절망할 것 같았다.

파산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라면 절망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다.

법원의 안내인이 물었다.

“헌터님께서 법원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제 막 파산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렇게 흩어져서 절망과 허기를 찾아 헤맸다.

카나 팀으로부터 언데드 한 마리를 잡았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는 누가 성과를 올렸나 하는 생각을 하며 스마트폰을 보았다.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협회장의 직통 전화였다.

이분이 내게 자주 전화하는 분이 아니셨다.

나는 이 타이밍에 이분에게 전화가 오자 뭔가 큰일이 났을 듯한 걱정에 불안감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다.

“네, 협회장님.”

―A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네!

“A급 던전 브레이크요?”

긴장감은 현실이 되었다.

“어디인가요?”

―모두 다섯 곳이라네!

“네?!”

―자네 지금 어디인가?

“여긴 종로 쪽이에요.”

―그러면 중구A 던전으로 오게나. 나도 그리로 가겠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바로 소환수들에게 바로 쪽지를 보냈다.

[얘들아,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대. 모두 다섯 곳이야. 나는 일단 중구A 던전으로 가고 있어.]

[네?]

[앗!]

[냥.]

나는 잠시 고민했다.

소환수들을 부를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은 인근의 던전으로 가서 도와. A급 던전 브레이크라면 우리가 모두 모이는 것보다는 너희 각각의 팀이 각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장소에 가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야.]

[알았어요.]

[네!]

[냥.]

내가 갑작스런 전화와 지시를 하는 동안 나를 따라다녔던 길드원들도 던전 브레이크라는 말에 눈치를 채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지원팀장이 있었다.

나를 따라다니는 인원들 중에서는 나름 서열이 높았다.

지원팀장은 F급 여성 각성자였지만 헌터일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성자라서 헌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에 지원팀 일을 잘하는 분이었다.

“서울에 있는 다섯 곳의 A급 던전이 모두 브레이크 되었어요. 지원팀은 당장 인근의 대피소로 피신하세요. 그리고 헌터들!”

“네!”

B, C급 헌터 십여 명이 있었다.

“저는 먼저 중구A 던전으로 갑니다. 따라오세요.”

“네!”

“아, 지원팀장님 이것 가져가세요.”

나는 샤샤의 선물함을 열었다.

샤샤의 고유스킬은 공유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샤샤의 선물함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샤샤의 선물함 한쪽을 내가 사용할 영역으로 구분해두고 있었다.

샤샤는 나보고 다 쓰라고 하지만 적당히 나눠 쓰자고 했다.

나는 적당한 아이템 두 개를 지원팀장에게 주었다.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빠르게 달려갔다.

나도 명색이 A급 헌터였다.

B급 각성자만 되어도 복잡한 도심에서는 배달업무의 무쌍을 찍는 수준이었다.

도로로만 다녀야 하는 차보다, 신호위반을 하는 오토바이보다도 신호등 자체를 밟고 뛰어다니는 배달 헌터의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배달 헌터들은 5층 이하는 창문을 열어두면 알아서 창문으로 물건을 넣어주곤 했다.

나는 발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파각!

발밑에서 보도블록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휙, 휙!

중구A 던전을 향해 달리는데 스마트폰에서 연이어 알림이 떴다.

지이이잉.

[비상상황, 중구A 던전 브레이크 발생, 현재 중구A 던전에서 브레이크가 발생했습니다. 민간인들은 모두 대피하시고, 인근의 헌터들은 던전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협조 바랍니다.]

[비상상황, 성동A 던전 브레이크 발생]

[비상상황, 마포A 던전 브레이크 발생]

[비상상황, 관악A 던전 브레이크 발생]

[비상상황, 송파A 던전 브레이크 발생]

협회장의 전화와 이 문자는 느낌이 또 달랐다.

내용은 같았지만, 협회장의 전화는 내가 필요하다는 전화였고, 이 문자들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달아나라는 의미를 담은 문자였다.

달리는 발에 마나를 더욱 쏟아부었다.

아직 밤 11시 무렵이었기에 거리에는 사람이 많았다.

징징거리는 스마트폰을 무심코 열었다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들이 보였다.

에에에에엥!

거리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급상황입니다. 긴급상황입니다. 서울에 있는 A급 던전 다섯 곳이 터졌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실제상황입니다. 중구, 성동, 마포, 관악, 송파 A급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습니다. 거리의 모든 분들께서는 지금 즉시 인근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이렌 소리와 비상 대피 방송을 들으며 마나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런!”

“실제상황이래!”

“달아나!”

“중구A이면 저쪽 방향이야! 반대로 달아나야 해!”

젠장, 마음이 급해서 조금은 과격해졌다.

도심에는 건물이 너무 많았다.

전력을 다해 달리다 보면 결국 건물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방향을 살짝 바꾸기 위해 마나를 가득 담은 발로 건물 벽을 밟았다.

파각!

내 발에 밟힌 벽의 일부가 파손되었다.

하지만 그 덕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

파각!

파각!

여러 건물의 모서리를 부쉈지만, 지금은 긴급 재난 상황이었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저 멀리 소리가 들렸다.

콰과과과광!

쿠와왕!

퍼퍼퍼펑!

“죽어라!”

“쏴버려!”

“막아!”

“파이어!”

소리를 들어보니 거의 다 도착했다.

타다다닥.

눈앞에 개떼, 아니 라이칸스롭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A급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들이라서 그런지 한눈에 보기에도 강력한 녀석들이었다.

원래 이 정도 수준이었나?

내가 지구보다 글리제를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아서 그랬는지 라이칸스롭들의 강력함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것을 따지지 않고 일단 전투에 합류했다.

“마력 펀치!”

주먹에 마력이 둘려졌다.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한 무리의 라이칸들을 향했다.

타다다닥!

“받아라!”

A급 던전 브레이크였지만 모든 몬스터가 A급은 아니었다.

필드 몬스터들은 B급 몬스터였다.

이들에게 나의 펀치는 충분히 먹힐 만했다.

퍼어억!

달리던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날린 마력 펀치 라이칸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았다.

“바인드, 마력펀치!”

먼저 바인드를 날려 동작을 제한한 다음 온몸을 비틀며 풀스윙을 했다.

일명 묶어놓고 패기였다.

퍼억!

마리당 한 대씩이었다.

제대로 맞으면 한 방에 죽기도 했지만 한 방에 죽지 않는 녀석이 더 많았다.

하지만 묶인 상태에서 마력을 듬뿍 담은 펀치를 맞은 라이칸스롭은 전투 능력을 상실했다.

근처에서 싸우고 있는 헌터들에게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디바인 프로텍션!”

“힐, 힐, 힐, 힐!”

“앗!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보호막을 걸어주고 힐을 쏴주었다.

나는 비교적 일찍 도착한 편이었다.

중구A 던전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고 비상 문자가 오기 전에 이미 협회장의 전화를 받고 출발했다.

아직 많은 수의 헌터들이 모일 시간이 아니었다.

지금이 초기였지만 원래 초기 대응이 중요한 법이었다.

“바인드!”

“프로텍션!”

“힐!”

일단 급해 보이는 헌터들을 챙겼다.

“디바인 프로텍션! 거기 탱커 이쪽으로 다섯 명이서 전위를 맡아요!”

“힐, 힐, 거기 노란색 딜러 뒤로 빠져요!”

“바인드, 바인드, 거기 빨강 뒤로 빠져요!”

급조된 헌터들을 지휘했다.

다른 헌터들도 척 보면 알았다.

보호막, 힐, 펀치, 바인드를 보곤 지휘를 잘 따라주었다.

그리고 이미 용병 상태로 트란 산맥에 있는 기예라를 소환했다.

마족 탐사도 좋지만, 지금은 서울에 던전 브레이크를 막아야 했다.

[예라 누나! 소환]

화아악!

“얘는 갑자기 소환을 하면… 잘했어!”

기예라는 밑도 끝도 없는 소환에도 1초 만에 상황을 파악했다.

“얼음의 핵이여, 빙정이 겹겹이 층을 이룰지어라. 글래셔스!”

그렇게 중구A 던전 브레이크의 한쪽 면을 막고 있을 때였다.

푸쾅!

앞쪽에 대형 폭발이 일어나며 십여 마리 몰려 있던 라이칸스롭이 쓸려나갔다.

누가 온 거지?

나 역시 척 보면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파워가 나보다 한 수 위였다.

힐끔 돌아보니 협회장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특기가 딜러가 아니더라도 역시 S급이었다.

“기예라?”

“협회장님 오랜만이에요.”

협회장은 기예라를 보자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회포를 풀 시간이 아니었다.

“민준 헌터님, 벌써 와계셨군요.”

“네, 협회장님 가까운 곳에 있어서 빨리 올 수 있었습니다.”

“서울 전 지역이 전장입니다. 그럼 지난번 동해 던전처럼 인지 공유해서 헌터들을 돌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협회장과 눈이 마주쳤다.

협회장의 인지공유 스킬에 연결되었다.

찰칵.

뭔가의 거대한 인지의 구름에 접속한 느낌이었다.

화아악.

알파의 화면을 통해서 서울시를 내려다보는 느낌.

이게 S급 커맨더의 시선이었다.

“민준 님은 저와 마찬가지의 관리자 등급입니다. 제가 보는 것,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민준 님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예라 헌터, 그리고 민준 헌터. 이곳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보다 많은 헌터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 돌아다니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 털썩 앉아서인지 공유 스킬로 전황을 살폈다.

전방에 기예라, 협회장이 나타나자 몬스터들이 뒤쪽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라?

몬스터들이 강자가 나타났다고 뒤돌아 달려간다고?

이상한 일이었다.

“몬스터들이 뒤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기예라도 갸웃거렸다.

“왜?”

“우리를 피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요.”

“강자를 피해 돌아간다고? 눈이 돌아간 라이칸들이?”

눈을 감고 몬스터의 방향을 살폈다.

사방으로 흩어지던 몬스터들은 우리 쪽을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합류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하나의 줄기가 되더니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고 있었다.

이건 마치 몬스터가 아니라 군대 같지 않은가?

저것들은 개별 몬스터가 아니라 목표를 가진 집단 같았다.

목표?

저들의 목표가 무엇이지?

그런 생각이 들자 몬스터가 향하는 곳을 인지 공유를 써서 찾아보았다.

그곳에는 이 시간에 사람이 가장 많은 곳.

대형 주택단지가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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