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실드마스터
알림 소리가 카나의 귓가를 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방패술을 마스터합니다.
―친밀도 100 특전으로 모든 스텟이 각각 20씩 증가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소환술사의 위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체력을 50% 소모하여 소환술사에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소환술사의 앞을 지킬 때는 능력치가 30% 증가합니다.
―소환술사의 체력이 10% 이하가 될 때는 방어력이 100% 증가합니다.
카나는 환한 빛에 휩싸였다.
나는 뭔가 멍한 표정인 카나를 보자 걱정이 들었다.
“카나야 괜찮아?”
카나가 고개를 들었다.
“민준… 아니, 영주님!”
카나와 나는 말을 놓고 지냈었다.
“어, 카나야 왜 갑자기 말을 높이고 그래?”
카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척.
한쪽 무릎을 꿇고 선물함에서 방패를 꺼내 자신의 몸 앞쪽으로 내밀었다.
화아아악.
마나의 향기가 카나의 주변으로 뿜어져 나왔다.
“마나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뭐?”
마나의 맹세.
이건 그냥 약속이 아니었다.
마나의 구속력을 갖는 맹세였다.
말로 하는 약속은 쉽게 어길 수 있지만 마나의 맹세는 마나를 걸고 하는 맹세였다.
약속을 어긴다면 마나의 심판을 받았다.
“카나야…….”
카나는 굳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신, 카타리나 디아론은 주군이신 김 민준 백작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쉬이이이익.
마나가 회오리쳤다.
카나의 충성맹세는 짧았지만, 무게감이 있었다.
카나가 나를 배신할 리 없었지만, 마나의 맹세로 인해 만약 배신을 한다면 마나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었다.
“카나야…….”
“민준 님, 이제 민준 님은 저의 마스터, 저는 충성을 다하는 민준 님의 가신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그래, 카나 고마워. 그런데 갑자기 왜 그래?”
카나는 남작 임명 서류를 들었다.
“갑자기는 아니죠. 이렇게 백작님께서 저를 귀족으로 임명하셨는데 가신의 위치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할 뿐이죠.”
카나는 기사학교 출신으로 군인 정신이 투철했다.
“그래, 고마워. 그런데 나한테도 카나의 친밀도가 100이 되었다는 알람이 떴거든. 뭐 달라진 것 없어?”
“안 그래도 정신없었어요. 지금 갑자기 친밀도 100이 되었다면서 레벨업도 막 하고 특전도 마구 생겼어요.”
“그래? 잘되었네. 뭐가 생겼어?”
“레벨이 10이 올랐고 거기에 더해서 올스텟 20업. 게다가 이제 언제 어디서든 민준 님의 위험을 느끼고 내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민준을 지키는 일이라면 더 강해진다고 합니다.”
“그래, 잘 되었네.”
“아, 그리고 방패술을 마스터했다고 떴어요.”
“마스터?”
“네.”
그 마스터가 주인이라는 마스터의 의미일까 아니면 소드마스터 할 때의 마스터일지 궁금했다.
나뿐만 아니라 카나도 마스터라는 단어의 의미가 궁금했는지 방패를 꺼내 보았다.
휘리릭.
휘리리릭.
“어때?”
“음… 많이 편안해졌어요. 뭐랄까. 그냥 이제는 내 손을 쓰는 듯한 기분이에요.”
카나는 방패를 가지고 놀다가 마나를 활용해 보았다.
웅웅웅웅.
방패에는 마나가 어렸다.
처음에는 푸르스름한 마나의 막을 형성하더니 그다음으로는 줄기줄기 마나플레임이 피어올랐다.
마나플레임은 자세히 보면 마나가 불꽃 기둥처럼 피어오른다는 의미였다.
뭐 여기까지는 예전에도 늘 보여주던 수준이었다.
웅웅웅웅.
그런데 이제 카나의 방패는 마나플레임이 지워지고 두텁고 차분한 마나막이 형성되었다.
“어라? 이건 뭐야?”
옆에 있던 샤샤와 제리도 카나의 방패에 이런 마나막은 처음 보았다.
“카나, 이건 뭐예요? 신기하네요. 질적으로 평범한 마나와는 다른 것 같아요.”
“맞당, 단순한 마나 방패가 아니라 꼭 차지율이나 팬니르의 검에 씌워진 오러 소드 같당.”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오러 소드? 아니 오러 방패?”
당황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카나의 방패의 경지를 확인해줄 인원은 많았다.
호텔 연회장에서 작위 수여식을 하다가 갑자기 실드마스터 확인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는 호텔을 나와 사무실로 이동했다.
사무실로 도착하자 거의 동시에 차지율이 도착했다.
“차지율 헌터님, 고마워요. 이렇게 빨리 와줄 줄은 몰랐어요.”
“아, 민준 헌터님, 우리 사이에 뭘요. 그나저나 카나가 실드마스터가 되었다고요? 만사를 제쳐두고 와야죠. 이야. 이거 앞으로 더 잘 보여야 되겠네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소드마스터는 팬니르, 차지율 님도 있으니 쉽게 알아보겠는데 실드마스터는 저도, 카나도 본 적이 없어서 확신을 못 하겠어요. 카나의 실드를 검증해 주세요.”
“좋습니다.”
우리는 사무실 앞 공터로 나갔다.
카나는 방패를 꺼내 마나를 가득 채웠다.
이에 맞춰 차지율도 마나를 끌어올렸다.
웅웅웅웅.
웅웅웅웅.
휘몰아치는 마나에 주변 헌터들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뭔 일이야?”
“차지율? 마나를 왜 일으키는 것이지?”
“그 앞은 소환수인 카나 님인데?”
차지율이 외쳤다.
“일점 찌르기!”
차지율의 검이 카나의 방패 한가운데를 찔렀다.
꾸구구국!
치이이익!
화아아악!
검과 방패가 충돌하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전해졌다.
“어이쿠!”
그 충격파에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도 있었다.
유심히 검과 방패를 바라보았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
카나의 방패가 차지율의 검을 막았다.
“오! 막았어!”
“카나가 마스터의 검을 막았다고?”
“정말?”
차지율이 카나의 방패를 자세히 만져보았다.
“흠집 하나 없네요. 마나가 담긴 카나의 방패는 저의 일점 찌르기를 완벽히 막아내었습니다.”
“와! 놀랍네요.”
“큼, 한 방은 막혔지만 여러 번 찌르다 보면 어찌 될지 모릅니다.”
카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같은 부분으로 막을 리가 없잖아요. 방패의 여러 부위로 돌려서 막으면 훨씬 더 많이 막아낼 수 있겠죠. 그리고.”
카나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저는 소환수랍니다. 술사를 지키는 상황이라면 두 배까지도 강해질 수 있어요. 그러면 아무리 차지율 님이라고 해도 저를 뚫을 수는 없을 거예요.”
그다음으로 사무실 앞 공터로 팬니르가 소환되었다.
팬니르도 검을 질러 보았다.
쾅!
카나는 굳건하게 팬니르의 검을 막아내었다.
“오! 카나 님, 역시 디아론 백작님의 따님답습니다. 실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두 소드마스터가 카나의 방패를 검증했다.
카나는 명실상부한 S급 실드마스터였다.
* * *
장유환은 길드 사무실에 출근했다.
유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길드에 누가 있나 확인하는 것이었다.
길드장이 쓰는 사무실 등을 먼저 확인해보았다.
“오늘은 아무도 없군.”
유환은 다시 부길드장이 있는 사무실로 갔다.
며칠 동안 팝콘 셔틀을 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부길드장이 있는 사무실로 와보니 모두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헌터 뿐이었다.
다시 한번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장유환은 길드 사무실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차지율이 샤론 길드인가?’
답은 아니었다.
‘기예라, 노승민이 샤론 길드인가?’
물론 아니었다.
‘그럼 그 뭐 무슨 팬니른가 하는 자는? 엊그제 이탈리아로 돌아간 까밀로는?’
모두 샤론 길드 소속이 아니었다.
“그래! 결국 다 아니었어!”
부길드장 차동서가 장유환을 힐끔 바라보았다.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길드장님의 사무실에 S급들이 많았잖아요.”
“그랬죠.”
“그래서 제가 막 팝콘 셔틀하고 딸랑딸랑 춤도 추고 그랬거든요.”
부길드장이 장유환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춤까지 췄었나요?”
장유환이 순간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윽… 기예라 누님과는 나이 차이가 한참 난다고요. 거의 어머니뻘이거든요?”
“누가 뭐랍니까?”
“아무튼 제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저희 길드장님은 인맥이 좋은 것이지, 개인의 무력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기예라, 차지율, 노승민, 팬니르 S급은 많았지만, 어느 한 명 우리 길드 소속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인맥도 실력이라는 말 인정합니다. 학연, 지연, 혈연 중요하지요. 하지만! 엄밀히 길드 내에서 순수 실력은 제가 짱이라는 것이죠!”
화아아악!
그때 문밖에서 마나의 바람이 불어왔다.
“뭐지?”
부길드장과 장유환을 포함한 여러 헌터들이 밖으로 나가보았다.
차지율, 팬니르, 카나 등이 있었다.
차지율이 온 힘을 다해 검을 질렀다.
후욱!
마나의 파동이 밀려왔다.
장유환은 명색이 A급 마법사였다.
소드마스터가 온 힘을 다한 찌르기에 어떤 힘이 담겨있는 줄 느낄 수 있었다.
꿀꺽.
침이 삼켜지고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저 검이 자신을 향한다면 막을 수 있을까?
없다.
절대로 막을 자신이 없었다.
저것은 S급의 진심이 담긴 찌르기였다.
A급과 S급은 단지 하나의 등급 차이가 아니었다.
거대한 벽.
장유환은 다시 한번 거대한 벽을 느꼈다.
하나의 등급이었지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처럼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존재했다.
콰콰콰콱!
하지만 그 검은 방패를 뚫지 못했다.
카나가 차지율의 진심이 담긴 찌르기를 막아내었다.
차지율이 모두 들으라는 듯 말했다.
“하하하, 이거 세 번째 찌르기도 막혀 버렸네요. 한두 번이면 제가 핑계를 대겠는데 안 되겠네요. 카나 양은 S급 실드마스터입니다. 카나 양이 S급 실드마스터가 되었으니 이거 샤론 길드가 이제 S급을 보유한 대한민국 3대 길드가 되었어요. 앞으로 저희 천마 길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S급이라곤 카나 한 명인데 제가 더 부탁을 드려야죠.”
“카나도 그렇지만 샤샤와 제리도 거의 A+급은 되어 보이는데요?”
“네, 이번 전쟁에서 경험치를 꽤 먹어서 그럴 거예요.”
“이야, 이거 따라잡히는 거 금방이네요. 처음 보았을 때 지분 교환해두길 정말 잘했어요. 지금 교환하려면 이거 비싸서 감당하겠습니까? 교황님이 5조를 무이자로 빌려주신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교황님께서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아이, 왜 그러세요.”
“민준 님은 렙이 몇이시죠? 이번 전쟁으로 꽤 올랐죠?”
“네, 조금 올랐죠.”
“얼마인데요?”
“아, 얼마 안 돼요.”
“그러지 말고 말해줘요. 얼마예요?”
“아… 백…….”
“백이요? 제가 170이니까 백이면 조금 노력하셔야겠네요.”
“백…오십이요.”
“예? 얼마라고요?”
“백오십이요. 저한테는 여러 명이 경험치를 주죠. 절반씩이긴 하지만 소환수 셋에 용병 여섯이 전쟁을 뛰니까 경험치가 제법 들어오더라고요.”
“와, 그럼 민준 님도 얼마 안 있으면 S급 달겠네요.”
“아이고, 아직 멀었죠.”
“S급 둘 이상 보유하면 대한민국 원탑입니다. 뭘 그렇게 빼세요.”
“하하하!”
“하하하!”
장유환은 멍하니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부길드장이 장유환에게 물었다.
“유환 씨.”
장유환이 부길드장를 쳐다보았다.
“유환 씨, 렙이 얼마죠?”
장유환은 말이 없었다.
“제가 인사 서류에서 봤을 때는 99인가 그러시던데… 아마 99렙이면 원래 B급 아닌가요? 보통 100레벨부터 A급을 달던데 용케 A급을 다셨더라고요.”
장유환이 힘없이 말했다.
“빠른입니다.”
“네?”
“빠른 99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제가 헌터 레벨 등급 측정 검사일이 7월이었는데, 제가 그 전해 8월에 99렙을 찍었거든요. 그러니까 99렙으로 11개월을 꽉 채웠으니까, 100렙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그게 무슨… 신박한 논리죠?”
“이제 막 99렙을 찍은 헌터와 99렙을 찍고 11개월이 지난 헌터를 같은 서열로 볼 수는 없는 거잖아요.”
“아니, 그게 무슨… 뭐, 1레벨 차이니까 그렇다고 치죠. 아무튼 유환 씨가 A급 중에서 제일 아래일 것 같은데, 샤론 길드 넘버원이 되시려면 노오오력 좀 더 하셔야 할 것 같네요.”
장유환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A급 마법사답게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지원실이었다.
장유환은 지원실 직원들을 향해 외쳤다.
“팝콘 기계 주세요.”
다시 팝콘을 튀겨야 할 시간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