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90화 (189/230)

190화. 백작과 남작

마족의 몸에서 나온 세 가지 물체.

이건 딱 봐도 재료 아이템이었다.

세 가지 재료 아이템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니 일단 각각의 아이템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스피오크 님, 감정 가능하실까요?]

[일단 보겠소.]

스피오크는 마법 주문을 외워 세 가지 물체를 감정했다.

[음. 마족의 눈은 흠… 조금 애매하구려. 잘 모르겠소. 그리고 마정석은 간단히 최상급 마정석이오. 적당히 가공해도 빌려준 리치의 마정석 정도는 될 것 같소. 잘 다듬으면 그 이상의 작품도 나올 것 같소. 그리고 뿔은 전기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감정을 하는 마법사에게 맡겨야 할 것 같소.]

[그럼 지구에서 감정을 해봐도 될까요? 이곳에는 아이템의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샵들이 있거든요.]

[그런 곳도 있소? 그거 좋은 방법이구려.]

[그러면 이제 이쪽으로 넘어오실래요?]

[내가 가겠소.]

[좋아요.]

사무실로 한국인인 기예라, 노승민, 차지율이 넘어왔고 스피오크도 아이템 세 가지를 들고 넘어왔다.

소환수들도 이제 사무실로 불렀다.

“다들 정말 고생하셨어요.”

“이렇게 커다란 전쟁을 치르다니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고생했어.”

우리는 서로서로 격려해주었다.

기예라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속이 꽉 막혔던 것이 쑥 내려간 것 같아.”

“마족 때문에요?”

기예라가 단검을 꺼냈다.

“그래. 이 단검을 들고 다닌 지도 20년이 지났거든.”

“그랬군요. 어떻게 마족을 잡아서 조금 시원하세요?”

“그래, 고마워.”

“뭘요.”

“그럼 트란 산맥도 부탁해.”

“물론이죠.”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아이템 감정샵 까지는 비행 차량을 타고 이동하시죠. 카나야, 부탁해.”

“응.”

카나가 선물함에서 비행 차량을 꺼냈고 모두 탑승했다.

슈우욱.

비행 차량이 떠올랐다.

“카나야, 내가 네비게이션 찍어줄게. 여기로 가자.”

“응.”

비행 차량이 하늘을 날았다.

이렇게 하늘 위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스피오크는 창밖을 내려다보며 연신 감탄했다.

“오호! 허어! 참 대단하구만.”

“스피오크 님, 멋지죠?”

“샤론 영주, 내 이리 멋진 영지는 처음이구려. 건물들 하나하나가 마탑의 작품 같소.”

“지구에서도 꽤 멋진 도시랍니다.”

“그래 보이오. 강과 산과 발달 된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소.”

스피오크에게 서울 칭찬을 들으니 으쓱했다.

얼마간 이동하자 네비게이션이 도착을 알렸다.

“착륙합니다.”

슈우욱.

주차장에 착륙한 다음 선물함에 다시 넣었다.

“여기예요.”

간판이 보였다.

[진품 아이템 감정소]

안으로 들어가자 넓고 깔끔한 홀이었다.

“어서 오세요. 아!”

직원이 우리 일행을 보며 놀랬다.

하긴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차지율, 노승민 얼굴을 모르면 말이 안 되었다.

물론 나도 이제 조금 얼굴이 팔렸다.

“감정을 받으려고요.”

“네, 바로 사장님에게 모시겠습니다.”

우리는 조용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감정실은 모두 따로 방으로 분리되었는데 자신의 아이템을 주변 손님들에게 보여주지 않게 해주는 배려 같았다.

노련해 보이는 사장님 아저씨가 감정을 시작했다.

“우선 마정석부터 보겠습니다. 감춰진 진실, 내재 된 가능성을 보여라, 감정!”

감정사는 재료 아이템을 상태창으로 읽는 것 같았다.

“호오, 이거 물건이네요. S+급 마정석입니다. 제가 S급 마정석을 두 번이나 감정해본 경험이 있는데 제가 본 물건 중에는 최고입니다. 역시…….”

그러면서 우리 일행을 존경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다음으로는 한 쌍의 마족의 뿔을 감정했다.

“이 두 개의 뿔은 딱 봐도 한 쌍이네요. 두 개가 같은 성능입니다. 각각 기본적으로 전기 쇼크를 줄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뿔로 만든 무기에 찔리면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턴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기예라의 무기와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기예라의 무기도 마족의 뿔로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이 눈알은 조금 신기한데요. 보고 있는 공간으로 관찰자를 전이시키는 공간계 능력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보는 곳으로 간다고요?”

“네, 뭔가 조금 아쉬운데… 혹시 이건 쌍이 아니었습니까? 보고 있는 공간으로 관찰자를 전이시킨다는 건데, 이 눈알만으로는 먼 곳을 갈 수 없습니다. 차라리 텔레포트가 멀리 이동할 수 있겠네요.”

“잠깐만요. 보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요?”

“네, 하지만 이 눈알은 갈 수 있는 능력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볼 수 있는 능력은… 제 추측에는 다른 눈알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드아이.

눈알 하나로 보고, 다른 눈알 하나로 마족이 넘어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보는 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알파야?”

―네, 민준 님.

“이거 눈알로 내가 샤론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가능해 보입니다.

“진짜?”

―저 눈알은 보는 곳으로 넘어가는 능력인데 보는 능력은 이미 보유하고 계시니 가능해 보입니다.

“오케이! 스피오크 님.”

“네, 샤론 영주.”

“저는 마족의 눈알을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소.”

다음으로 기예라가 말했다.

“나는 뿔을 고르고 싶어. 사실 내 단검도 마족의 뿔을 이용해서 만든 거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뿔을 감정했을 때의 설명을 들을 때 기예라의 단검과 비슷한 성능이라고 생각했다.

“뿔로 마족 전용 무기를 만들고 싶어. 이 뿔은 차지율, 노승민, 내가 나누면 되는 것이었지? 그러면 무기를 만들고 지율이와 승민이에게는 내가 각각 S급 마정석 1/3가격으로 돈을 지불할게.”

노승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누나 나 오성 다녀요. 돈은 필요 없어요. 그리고 마족 전용 무기를 만들어서 누나 혼자 싸우려고요?”

“그럼?”

“뿔이 한 쌍, 그러니까 두 개잖아요. 그럼 지율이와 제가 하나씩 가지면 셋이서 각자 마족 전용 무기를 들고 마족과 싸울 수 있잖아요.”

기예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아. 그러면 내 몫이 없잖아. 이렇게 하자. 지율, 승민은 내가 부르면 3번은 무조건 오기.”

“마족 앞으로요?”

“그래.”

“콜?”

“콜!”

그렇게 합의한 기예라, 차지율, 노승민은 마족의 뿔 한 쌍을 들고 무기를 만들러 갔다.

스피오크는 마정석을 들고 돌아갔으며 나는 마족의 눈알을 들고 소환수들과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알파야, 이 눈알 스킬로 어떻게 사용하지?”

―재료 아이템의 경우도 카드 다섯 장을 모으시면 스킬로 바꾸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섯 장?”

―네.

“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어.”

―재료 아이템을 사용하긴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스킬을 고르는 것입니다. 그러니 랜덤이 아니고 선택이므로 다섯 장이 필요합니다.

“하아.”

기껏 좋다고 가져왔더니 그림의 떡이었다.

“좋아. 아무튼 카드 다섯 장이면 샤론으로 갈 수 있다는 거지?”

―가능해 보입니다.

“좋아! 내 반드시 다섯 장을 모아보겠어.”

드디어 나도 샤론 땅을 밟아볼 방법이 생겼다.

그동안 얼마나 바라보기만 했던가.

나는 북한에서 넘어온 실향민이 휴전선 인근의 관측소에서 마냥 북한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샤론 땅을 바라보기만 했었다.

* * *

프란시아의 부대가 베이론에서 삼각성, 헬른성을 거쳐 수도를 향했다.

척, 척, 척.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는 부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승전가를 불러라!”

굳세게 싸우리라~

프란시아는 승리하리라~

부대는 노래를 부르며 도심지를 지나갔다.

프란시아의 국민들이 환호했다.

“프란시아 군 만세!”

“최고예요!”

“베이론을 함락시키다니 너무 자랑스러워요!”

“고마워요!”

주민들은 지나는 병사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100만 제국군과 싸울 걱정에 죽을 각오를 하며 출발한 병사들은 영토를 두 배로 늘린 엄청난 성과를 가지고 귀환했다.

프란시아의 왕성에서도 승리하고 돌아온 이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왕의 칭찬이 이어졌다.

“승리의 주역들이 여기 있군. 모두 고생 많았소.”

헬른 공작이 대표로 인사를 했다.

“모두 국왕 폐하의 은덕입니다.”

“하하. 내가 왕인 시기에 프란시아가 베이론을 점령하다니 내가 그 소식을 듣고 난 다음부터 하도 웃어서 입이 다 아플 지경이라오. 하하하.”

“감사합니다.”

“이거 그 넓은 영토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이라오. 그래, 공적 보고서를 잘 읽어보았소. 내 그대로 하리다. 여봐라.”

“예, 폐하.”

“공적 발표를 하겠다.”

중요한 발표에 대신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먼저, 이번 전쟁의 1등 공신은 샤론 영주 김 자작이다. 오늘 이 시간부로 김 자작을 백작으로 승작한다. 알겠나?”

“예, 폐하.”

“다음. 2등 공신은…….”

* * *

베이론에서 프란시아의 왕성으로 헬른 공작이 돌아갈 동안 샤샤와 카나는 샤론으로 돌아갔다.

카나의 쪽지가 왔다.

[민준?]

[어, 카나야.]

[축하해. 민준이 이번 전쟁의 1등 공신이 되었어.]

[그래?]

[그리고 왕성에서 민준을 백작으로 승작한다는 연락이 왔어.]

[오오오! 백작!]

[정말 축하해. 곧 수여식이 있을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민준, 사전에 조율할 내용이 있어.]

[뭔데?]

[왕성에서는 민준이 백작에 어울리는 영지를 주려고 해.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베이론에 백작령에 어울리는 영지를 받는 방법이 있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디아론 백작령을 넘겨받는 거야. 그럴 경우, 우리 아빠가 베이론으로 가신다고 해.]

[디아론 백작령을?]

[응. 하지만 분명히 말하겠는데, 베이론의 땅이 훨씬 풍요로워. 기본적으로 프란시아는 산지가 험해서 농작물의 소출이 적어. 그에 비해 베이론은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지. 평범한 영주였다면 나는 무조건 베이론으로 가자고 말했을 거야. 거기가 농사가 더 잘 되니까. 하지만 민준은 다르잖아. 그래서 잘 모르겠어. 민준의 뜻대로 해.]

영지를 선택하는 일은 중요한 문제였다.

나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우선 가장 믿음직한 동서 형님의 의견을 들었다.

“민준은 샤론 길드장이야. 설마 헌터들을 잔뜩 뽑아놓은 길드장이 몬스터가 많은 곳이 아니라 밀이나 쌀 생산량이 더 많은 곳으로 간다는 건 아니겠지?”

하긴, 밀이나 쌀 생산량 따위는 베이론이 아무리 잘나봐야 지구에 비할 바 못 되었다.

그리고 기예라 헌터는 전쟁 이후로 거의 매일 사무실에 왔다.

경험 많은 S급 헌터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뭐? 안돼! 베이론을 왜 가? 나 트란 산맥 탐사하기로 했잖아.”

트란 산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탐사로 단어가 바뀌었지만, 기예라는 디아론을 받으라 했다.

이제는 창고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한상일에게 물었다.

“사장님, 물어보나 마나죠. 저희 샤론 길드의 특산물은 몬스터의 살과 가죽, 마정석 가공물입니다. 곡물이라니요.”

누구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이었다.

[카나야, 디아론 백작님께 용병 건다고 전해드려.]

나는 디아론 백작을 소환해서 한참을 토의했다.

“고맙네. 베이론으로 가면 디아론보다 거의 두 배나 되는 넓은 영지를 준다네. 영지민들도 더 많고 식량 생산량이 많아서 세금도 더 많이 걷힌다네. 나야 베이론으로 가면 좋지만, 괜찮겠나?”

“네, 괜찮습니다.”

“음, 그럼 디아론을 부탁하겠네.”

며칠 후에 국왕이 취임식과 함께 연회를 개최했다.

프란시아 왕궁의 연회에 맞춰 나는 서울에서 최고 수준의 호텔을 빌렸다.

왕궁에서 연화를 하는 동안 내가 갈 수 없으니 여섯 명씩 용병의 형태로 서울 호텔 연회장을 방문하게 했다.

국왕도 용병이 되어 호텔 연회장을 방문했다.

“김 백작, 고맙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이번 전쟁에서는 김 백작이 1등 공신임을 잘 알고 있네.”

“프란시아의 병사들, 헬른 공작과 스피오크 대마법사, 용병들과 소환수들이 힘을 쓴 덕분이죠.”

“아무튼 고맙네. 디아론 백작의 영지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네.”

“네, 그렇습니다.”

“디아론 백작도 믿음직했지만 김 백작은 전쟁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니, 내 이제 트란 산맥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폐하, 몬스터 웨이브는 일어나야 합니다.”

“아니, 왜?”

“그래야 한 번에 몬스터를 많이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찔끔찔끔 잡는 것도 좋지만, 원래 사냥은 몰이사냥이 제격이죠.”

“허허허, 그래. 백작 말이 옳소.”

여러 귀족들이 호텔 연회장을 방문했다.

“어머, 이 식기들 좀 봐. 너무 세련되었어.”

“꽃으로 장식을 한 것은 또 어떻고.”

“품격이 뭔지 배운 느낌이야.”

“김 백작은 귀족의 품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인 것 같아.”

귀족가의 평판도 올라가는 것 같았다.

연회 마지막 날 나는 샤론의 인물들을 불러서 수여식을 했다.

“샤샤, 카나, 제리. 백작은 자신의 가신에게 작위를 줄 수 있는 것 알고 있지?”

“설마?”

“그래, 너희 셋에게 작위를 주려고 해.”

“아!”

“자, 이거 받아. 너희를 남작으로 임명한다는 서류야.”

“민준 님…….”

“준…….”

“냥.”

“형식이라고 해도 갖출 건 갖춰야겠지?”

나는 예식용 검을 하나 구해서 검으로 소화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듯한 퍼포먼스를 했다.

그리고 각자에게 남작의 작위를 주는 서류를 주었다.

“샤샤 남작님! 축하해.”

샤샤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제가 작위를 가진 귀족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왜, 한참 전부터 영주 대리였는데 귀족을 해야지.”

샤샤가 울컥했다.

나는 카나에게도 서류를 주었다.

“카나 남작, 축하해. 이제 카나는 디아론 백작의 딸이 아니라 그냥 카나 남작이야.”

카나는 멍하니 있었다.

“제리도 축하해. 드리마스 남작은 처음이지 않아?”

“맞당, 고맙당.”

카나는 작위를 받자 기분이 이상했다.

조금 멍한 느낌이었다.

이제 자신이 디아론 백작의 딸이 아니라, 카나 남작이라는 말이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카나는 생각했다.

‘이분이 나의 마스터.’

‘내 충성을 바칠 주군.’

‘나는 디아론 백작의 딸이 아니라 김 백작을 지키는 카나 남작이다.’

카나의 귓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띠링!

[친밀도가 100이 되었습니다.]

화아악!

카나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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