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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86화 (185/230)

186화. 헬른성

화아악.

마족의 기운이 S급들에게 퍼져나갔다.

기운만으로 사방으로 밀어내는 압력이 작용했다.

파바바박.

바닥의 돌 따위가 바상으로 비상했다.

이쪽은 샤샤, 카나, 제리를 빼더라도 무려 S급들이 7명이 있었는데도 섣불리 공격하진 않았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어머어마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마족 한 명, 이쪽은 대장전을 위해 나섰던 열 명이 마족을 바라보며 반원 형태로 늘어서 있었다.

“크아아!”

앞에서 마족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먼저 다가올 것인가?

먼저 쳐야 할 것인가?

마족이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슥.

어느새 마족이 오른손을 들어 가로로 손을 그었다.

둥근 파동이 늘어서 있던 아군을 공격했다.

콰콰콰광!

주르르륵.

마족의 손짓에 헬른, 팬니르, 카나와 같이 탱킹이 되는 기사들도 1m 뒤로 물러났다.

샤샤처럼 몸빵보다는 다른 주특기를 가진 이들은 탱커 뒤로 숨어야 했다.

상대의 존재감이 컸지만, 이쪽도 과반수가 S급이었다.

가만히 있을 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손짓으로 인사를 대신했는지 마족은 빠르게 뒤로 날아서 자신의 아군 쪽으로 물러났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더니 허무하게 날아간 마족이었다.

마족이 날아간 방향을 보며 노승민이 질문을 했다.

“예라 누님, 저건 뭔가요?”

“보는 대로 마족이지. 방금 공격에서 마나가 조금 다르지 않았어? 끈적하고 이질적인 마나, 어둡고 퀘퀘한 느낌. 어둠의 마나야. 그리고 느꼈겠지만, 상대는 S급 이상이야.”

마족이라는 강력한 적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굳어졌다.

“누님은 마족과 싸워보신 적이 있나요?”

기예라는 잠시 과거를 떠올리는 듯했다.

“그래, 있었어. 20여 년 전. 지구에서 본 적이 있지.”

“네? 지구요?”

“그래, 정확히는 지구가 아니라 지구에 생긴 던전 안에서지.”

“아, 그럼 누님이 찾아다닌다는 것이 마족이었던 것이에요?”

“그래, 저것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지. 핫바도 그렇고 저 마족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곳 글리제가 과거에 지구와 연결된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께서는 그럼 20년 동안 마족들을 추적해 오신 거예요?”

“그래, 조금 오래되었네. 마족에 대해서는 나 혼자 알고 있던 건 아냐. 마족의 존재 자체는 협회장님도 잘 알고 있어. 다만 나는 조금 개인적인 일로 더 찾고 싶었을 뿐이야.”

개인적인 일이라기에 더 물어보지 못했다.

“일단 성으로 돌아갑시다.”

“그래요.”

일행이 성으로 돌아갔다.

나는 마족과 우리 일행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에게 직접 말을 걸다니 당황스러웠다.

보통 존재가 아니었다.

마족이 제국군 방향으로 날아가자 나도 화면을 이동했다.

“알파야, 따라가. 디바인 프로텍션.”

마족이 나에게 말을 걸고 당연히 나를 바라본다면 나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보호막을 걸고 화면을 지켜보았다.

“알파야, 조금 멀찍하게 떨어져서 지켜보자.”

S급들은 30m 정도 거리면 대체로 화면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오드아이일 때부터 검으로 내 옷을 잘랐는데 저렇게 변해버렸으니 얼마나 더 세졌을지 알지 못했다.

적정 거리를 알지는 못했지만 일단 멀찌감치 떨어졌다.

적의 본진 한가운데에 떨어진 놈은 뭔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뭘 하는 거지?”

그런데 녀석의 주변에 있는 병사들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래 제국군들은 수인화 되는 기능이 있었다.

원숭이, 곰 따위로 변해 프란시아의 성벽에 손을 박아넣으면서 올라오곤 했다.

마치 도미노가 사방으로 넘어지듯이 제국군의 병사들이 변신하기 시작했다.

“알파야, 화면을 뒤로 빼서 조금 크게 비춰봐.”

화면이 넓게 제국군 전체를 조망했다.

“헐.”

40만 대군이 모두 변신하고 있었다.

나는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다시 화면을 좁혔다.

수인화된 병사들은 지난번 성벽을 기어오르던 때보다 더 상태가 이상했다.

“성벽을 오를 때는 화가 난 수준이라면, 지금은 뭐 거의 마약한 느낌인데?”

적이지만 이상했다.

적의 수가 많아서 두렵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라! 쟤들 움직인다!”

약에 취한 듯한 40만 수인화 부대가 헬른성을 향해 진군했다.

성벽 위에서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얼른 용병으로 등록된 이들과 소환수들에게 단체 쪽지를 보냈다.

[여러분, 이제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아요. 적은 40만인데 모두 수인화된 것 같아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상태가 이상해요.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보여요.]

[약에 취했다면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는걸.]

[고통을 느끼지 않는 40만 수인?]

[막판 전투도 빡시겠네.]

[해봅시다. 그동안 우리도 많은 준비를 했잖아요.]

지휘관급 인원들은 성에 골고루 흩어져 배치되었다.

“와와와와!”

병사들은 방금 전까지 10대 10으로 상대를 휘몰아쳤던 용사들이 성벽으로 올라오자 환호를 했다.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은 자신들 바로 옆에 헬른, 스피오크 등 자신들의 영웅이 오자 용기백배했다.

게다가 차지율, 노승민, 까밀로는 각자의 증명을 했다.

차지율과 까밀로는 무기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웅웅웅웅.

“소드마스터다!”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지만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기사급이라면 알 수 있었다.

“와아아아!! 소드마스터가 우리와 함께하신다!”

노승민은 켄타우로스로 변신을 했는데 하체가 없는 상체만 드러났다.

성벽 위에서 상만 있는 켄타우로스가 있으니 갑자기 없던 공성탑이 생긴 셈이었다.

물론 소환수들의 인기도 폭발이었다.

“샤샤 님!”

“제리 님!”

“카나 님!”

이미 나의 소환수들도 전장에서는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워낙 샤샤는 지난 베이론과의 전쟁부터 이름을 날렸고 제리와 카나 역시 한 인기 했다.

무릇 전장에서는 영웅을 필요로 했고 나의 소환수들은 영웅의 위치에 설 충분한 역할을 했다.

두두두두두.

적들의 파도가 밀어닥치고 있었다.

내가 쪽지를 보냈다.

[여러분, 일단 준비한 것들부터 다 쏟아부어요.]

[네.]

[그래요.]

끄덕. S급을 포함한 지휘관급들 인원들이 준비를 서둘렀다.

“발리스타를 융단 폭격형으로 설정해!”

“네!”

“확인했어? 일점사가 아닌 융단 폭격형으로!”

“네! 확인했습니다.”

“발리스타를 발사하라.”

전쟁의 시작을 알린 것은 대용량 발리스타였다.

슈슈슈슉!

커다란 네모난 통 안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각각의 구멍에서는 대형 화살이 날아갔다.

마법 화살은 하나하나 명품을 만들 듯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대형 화살 하나가 하늘을 날았다.

처음 사출구에서 뿜어져 나온 대형 화살은 로켓처럼 솟아오르다가 작은 날개를 폈다.

깜빡깜빡.

대형 화살에 붙은 붉은 렌즈가 깜빡였다.

지이잉.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눈처럼 목표물을 스캔했다.

목표물은 널리고 널렸다.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던 다수의 대형 화살은 마치 서로 작전이라도 짠 듯 간격을 벌렸다.

콰콰콰쾅!

대형 화살은 띄엄띄엄 서로 양팔 간격을 벌리듯 떨어져 폭격했다.

서로 간의 거리가 적당히 떨어진 채 적군에 떨어지자 최대한 넓은 영역을 폭격할 수 있었다.

나는 화면으로 발리스타가 융단폭격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늘 위에서 점점이 떨어지는 발리스타를 보니 감회가 깊었다.

저것이 돈으로 하면 다 얼마인가!

이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군수 물자를 생산했는지 몰랐다.

5조 원이나 되는 돈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차고차곡 쌓이는 군수 물자에 승리를 다짐했다.

이제 그 물자들을 사용할 시간이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불꽃이 터지고 제국군들이 죽어나갔다.

다행히 마법 화살로도 죽은 제국군도 경험치로 카운트해주었다.

그다음은 대마법사급인 스피오크와 기예라가 마법을 준비했다.

둘은 서로 이야기가 되었는지 서로 공격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마법을 준비했다.

“워터 스톰!”

기예라는 블리자드가 자신의 궁극기였지만, 상성을 위해 한 단계 아래인 물 폭풍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 폭풍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물이라고 해도 속도가 빠르면 무시할 수 없었다.

레이저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물방울은 돌을 뚫을 수 있었다.

“라이트닝 스톰!”

물의 폭풍으로 적셔둔 다음은 전기로 지졌다.

젖은 상태에서는 전기가 훨씬 더 잘 통하는 법이었다.

맨앞에 달려오던 적들은 물에 꿰뚫리고, 전기에 지져져서 상당수가 쓰러졌다.

그래도 적은 꾸역꾸역 밀려왔다.

적들의 선두가 성벽 앞에 도달했다.

“모두 눌러!”

꾹.

성벽 위의 병사들이 버튼을 누르자 헬른성 앞쪽 일대에 묻어둔 마법 지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위이이잉.

드론 제리가 헬른성 앞쪽 상공에서 성을 따라 가로로 날았다.

그러면서 제리의 선물함에 있던 마법 폭탄을 떨어뜨렸다.

위이이잉.

두두두둑.

하늘을 빠르게 날아가는 제리가 떨어뜨린 마법 폭탄이 지면에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쾅!

헬른성 앞은 환했다.

삼각성은 방어에 초점을 두고, 새로 만든 두 개의 성은 성 자체를 무기화했다.

헬른성은 이미 있던 성이라서 성 자체를 무너트리는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무기를 잔뜩 준비했다.

하늘에서는 대형 화살이 날아가고 바닥에서는 마법 지뢰가 폭발했다.

하지만 적들의 물량은 40만 이상이었다.

40만의 수는 밀려오는 길이만 해도 km 단위였다.

눈앞의 영역을 다 제거했다고 해도 금세 또 그만큼의 부대가 밀려왔다.

폭탄의 물결을 뚫고, 대마법사의 폭풍을 뚫고 제국군이 도착했다.

처음 도착한 제국군은 그 어마어마한 폭격을 뚫어내느라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 부상당한 채 성벽을 올랐다.

하지만 수인화된 상태로 마족의 무언가에 홀렸는지, 병사들은 자신의 부상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을 넘는 데 주력했다.

“캬우캬우!”

다른 적들이 작은 것은 원숭이, 큰 것은 오랑우탄만 했다면 저건 킹콩만 했다.

덩치에 걸맞게 마나 폭탄을 뚫어내며 성벽 위로 올랐다.

어느새 킹콩 앞에 카나가 준비하고 있었다.

“타앗!”

“콰아아악!”

힘 대 힘의 대결이었다.

킹콩과 힘겨루기를 하는 카나가 연약해 보였지만, 나는 카나의 힘 스텟이 여느 S급 못지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부들부들.

역시 킹콩이 카나를 힘으로 제압하지 못했다.

나는 화면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샤샤에게 쪽지를 보냈다.

샤샤는 카나의 오른쪽 성벽을 마크하고 있었다.

[샤샤야, 카나에게 제법 덩치 큰 적이 붙었어. 지원해줘.]

[네!]

타다다닥.

날 듯이 샤샤가 달려왔다.

“파이어 애로우.”

끼아아악!

화살에 불새 한 마리가 생기고 불새가 비명을 지르듯 날아갔다.

펑!

화르르륵!

킹쿵의 머리가 불타오르고 카나가 킹콩의 심장에 창으로 변한 오른손을 찔러넣을 수 있었다.

끊임없는 폭격에 하늘은 환했고, 지상의 비명은 끊임이 없었다.

헬른성을 지키는 부대는 강했다.

하지만 아픔을 모르는 수많은 제국군의 물결도 강력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도 몇 시간째 창고 안팎을 누비며 알바생들이 충전한 마나석을 챙기고, 창고에서 헬른성으로 들어가는 물자를 챙겨서 화면을 보며 프로텍션과 힐을 챙겼다.

벌써 다섯 시간째 병사들은 먹지도 못하고 전투를 하고 있다.

“사장님. 이번에는 영양식, 체력포션, 샤론핫바를 채운 도시락입니다.”

한바탕 식량 보급 작전을 펼쳤다.

“휴, 이것도 고되네요.”

헬른성에서, 지구의 창고에서 모두가 합심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알파가 물었다.

―지금까지 쌓아둔 카드가 꽤 많습니다.

―5장을 쌓으셨군요. 특전입니다.

―스킬 뽑기 카드를 랜덤으로 뽑기 5장을 하거나 임의로 A급 스킬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뭐? 랜덤 5장 또는 내 마음대로 A급 한 장을 고르라고?”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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