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84화 (183/230)

184화. 팝콘

“기예라 누님 아니세요?”

“어, 너는 승민이니?”

“네. 누님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는 그 말에 조금 황당했다.

이 사람들이 뭐라는 하는지 의아했다.

기예라?

기예라면 S급 마법사를 말하는 거 아닌가?

나는 찬찬히 문 안으로 들어온 여자를 바라보았다.

기예라는 내가 초등학생 때 이미 S급 헌터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눈앞의 여성은 얼굴만 보면 내 또래였다.

“저 혹시 그 S급 마법사 기예라 님이세요?”

기예라가 씽긋 웃었다.

“맞아요.”

진짜였다.

“와, 반가워요. 정말 동안이세요. 분명 20년 전에도 그 얼굴이셨던 것 같은데…….”

노승민 헌터가 기예라와 많이 친했던 모양이었다.

“누님,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뭐, 여기저기 다녔지.”

20년 전에도 저 얼굴이었는데 승민 헌터가 누님이라고 하니 눈치껏 누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저도 누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호호, 그래요.”

“말씀 편하게 놓으셔도 돼요.”

“그럼 그럴까?”

“그럼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기예라가 핫바 껍질을 보여주었다.

“이거 여기 거지?”

핫바 껍질이었다.

“샤론 핫바는 저희 샤론 길드의 명물입니다.”

“이것 찾으러 왔어.”

“핫바가 왜요?”

“이거 어디서 만든 거야?”

“이거요? 샤론 영지에서 만든 거죠.”

“내가 그곳에 가볼 수 있을까?”

“왜 그러시죠?”

“내가 찾는 것이 있어서.”

내가 잠깐 생각하고 답해주었다.

“샤론을 보여주는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지금 그 동네가 전쟁 중이라서요. 여기 차지율 헌터, 노승민 헌터도 전쟁 때문에 지금 대기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얼마든지 보내드릴게요.”

“그렇구나. 그럼 나도 기다릴게.”

기예라가 기다란 소파의 한쪽 자리에 편안히 앉았다.

그 모습을 보자 노승민은 재미난 생각이 난 것처럼 웃었다.

“누님, 그러면 저희 편에서 함께 싸워주세요. 누님 블리자드 한번 보여주시죠!”

나도 노승민의 말에 힘을 더했다.

“누님께서 함께 싸워주시면 영광이죠. 전쟁이 빨리 끝나서 좋고, 누님도 뭐 구경하고 싶으신 것 빨리 볼 수 있어서 서로 윈윈입니다.”

“후후.”

노승민이 팝콘을 기예라 앞으로 밀어주었다

“팝콘 드세요. 여기 팝콘 맛있어요.”

바삭.

기예라가 팝콘을 씹었다.

* * *

제국군 사령관 이스하끄는 무너진 별성을 보며 부하들에게 보고를 들었다.

“성 밑에 비상 탈출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비상탈출로를 통해서 프란시아의 병력이 빠져나간 듯합니다.”

“이건 이 성을 쌓을 때부터 계획해서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암석 틈 사이에 관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성 자체에 불을 지르고 무너트리려고 작정하고 성을 쌓은 것입니다.”

이스하끄는 조금 의아했다.

제국군이 언제 공격할지 알고 이런 성을 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을 쌓으려면 수년은 걸릴 텐데, 제국군이 공격할 것을 예상해서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하면 조금 이상했다.

“베이론을 대비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베이론에서 프란시아를 향하는 방향이 같으니 베이론을 대비하던 성인데 그것에 저희가 걸린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사령관님, 베이론의 군인이었던 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별 모양의 성은 지난번 베이론의 침략 이전에는 없던 성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성을 쌓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1년도 되지 않는 순간에 저렇게 비상 탈출로가 포함된 무너지는 성을 짓는다고?”

“적들이 성을 쌓는 수준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음…….”

이스하끄는 고민 후 결정했다.

“좋아, 병사들을 다시 준비시켜라. 출진이다.”

병사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유프, 응추, 자크, 무라나.”

“네.”

“적들이 성 자체를 무기화하면 일반 병사들로는 회피가 어렵다. 허나 너희들이라면 다르지. 마스터에도 수준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어라.”

“네!”

* * *

민아는 샤론 길드의 지원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민아 씨? 우리 지원부에서는 헌터들이 사냥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 이외의 일을 도맡는 일을 해. 예를 들어 헌터들의 사냥 스케쥴 관리, 먹고, 자고, 물건을 구매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지.”

“매니저 같은 건가요?”

“그렇지. 매니저 업무를 포함하지.”

“그리고 말야, 저기 사무실에서 회의하잖아. 그때, 회의용 간식거리들을 채워 넣는 일도 우리 지원부의 일이야. 그런데 저 사무실 담당은 민아 씨가 해줄 수 있을까?”

“네, 물론이죠.”

“사실 나는 저기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워.”

“왜요?”

“왜긴? 용담호혈이라고 몰라? 민아 씨는 아예 일반인이라서 그런데, 나도 F급이긴 하지만 명색이 헌터라고 상대의 기운을 느낄 수는 있어. 나에게 저 사무실에는 용이 살고 호랑이가 사는 것 같아.”

“용과 호랑이요?”

“그래.”

민아는 갸웃했다.

민아는 넘겨주는 서류를 받았다.

“민아 씨, 물류 팀에 여기 서류 보여드리고 싸인 받아서 차동서 부길드장님에게 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민아는 물류 팀으로 갔다.

물류 팀 사무실은 대형 창고에 바로 붙어 있었다.

커다란 창고는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느라고 분주했다.

띠이. 띠이. 띠이.

커다란 트레일러 차량이 들어왔다.

차량 주변에서 직원들이 물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자, 이번에는 마법 무구들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꼼꼼하게 전표 확인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물류 팀 물건 하차 부탁해요.”

“네!”

척척.

트레일러의 차량에 있는 물건들은 차량 문 앞까지 이동해서 연결한 컨베이어에 실려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슉슉슉.

사람이 물건을 내리고 옮기고 올리고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민아가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다.

“저, 지원팀에서 보내서 왔어요.”

“그래요? 무슨 일이죠?”

“지원팀장님이 이거 보여드리고 서명받아서 부길드장님에게 가라고 했어요.”

물류 팀 직원이 서류를 넘겨보았다.

“어디 보자, 샤샤 님, 일반화살 10박스, 철갑촉 화살 10박스, 마법 폭탄 10박스, 오오오!”

민아는 왜 놀라는지 궁금했다.

“드디어 다연발 발리스타를 사용하는군요. 꽤 공들여서 만들어두었는데 이번 전쟁에서는 언제 사용하나 했거든요.”

민아는 그게 무슨 무기인지 궁금했지만 일단 가만히 있었다.

“자, 그리고 길드에서 필요한 물건도 있네요. 오케이, 다 체크했어요. 여기 서명했고요, 물건은 저희가 바로 보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민아는 서명받은 서류를 들고 길드 사무실로 이동했다.

길드 사무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길드 사무실 안에 들어오니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꼭 누가 싸우는 것 같았다.

덩치 큰 부길드장과 키가 크고 약간 마른 듯한 남자가 말싸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부길드장님. 수원 팔달구 C급 던전에 꼭 가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다른 던전으로 준비해 주세요.”

“던전을 유환 헌터님 혼자 가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길드원들의 실력도 고려한 것이고, 아직 저희 길드는 팀원들을 받은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팀웍을 기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하시는 만큼 고등급 몬스터를 사냥하실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네, 물론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A급이잖아요.”

“그렇죠.”

“부길드장님은 B급이시죠?”

부길드장 차동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 정도 정신 공격에 화를 내기에는 그동안 겪은 직장 생활과 헌터 생활의 짬밥의 양이 많았다.

“그래요. B급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 길드장님도 B급이시던데, A급인 제가 길드에 들어왔는데도 이렇게 찬밥 신세일 줄은 몰랐어요.”

“찬밥이라고요?”

“아니, B급 길드장이 있는 곳에 A급이 왔는데 길드장 얼굴도 못 보는 게 말이 되나요? 도대체 길드장은 뭘 하는 건가요?”

“전쟁 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샤론 영지의 영주이시기도 한데 그쪽 세계에서 전쟁이 나서 지금 바쁘시다고요. 샤론 영지는 저희 길드의 밥줄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로 유환 님 월급도 드리는 것이고, 전쟁이 끝나면 원하시는 만큼 몬스터를 잡게 해드린다고요.”

“아니, 그러니까 저는 그게 이해가 안 가요. 그렇게 전쟁 중이라면, 싸우고 있다면, 저처럼 굴러들어온 A급을 이렇게 방치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차동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유환 님 말씀은 전쟁 중에 왜 유환 님 같은 A급 인재를 쓰지 않느냐 이런 말씀이셨군요. 제가 약간 오해했네요.”

부길드장이 민아를 보았다.

“민아 씨?”

“아, 저는 이 서류만 드리면 돼요.”

“주세요.”

부길드장이 서류를 받았다.

“민아 씨, 팝콘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네, 알고 있어요.”

“유환 헌터님, 길드장님 사무실에 들어가서 직접 말씀해 보세요. 그리고 가실 때 민아 씨에게 팝콘을 받아서 들어가 주세요.”

“훗, 직접 말하라고요? 좋아요.”

“팝콘은 꼭 들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유환은 팝콘 타령을 하는 부길드장이 이상했지만, 일단 민아와 함께 이동했다.

“가시죠.”

민아는 지원팀에 가서 얼른 팝콘을 받아 유환에게 주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유환은 큰 목소리로 존재감을 보여주려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길드 모집에서 새로 뽑힌 A급 마법사 장유환입니다.”

훅.

“컥!”

갑작스러운 마나의 파동에 큰 목소리로 외치던 유환은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사무실에는 마나가 회오리치고 있었다.

차지율과 팬니르가 마나를 뿜고 있었다.

“지율 헌터님, 팬니르 님, 조금 살살하세요. 처음에는 문답만 하신다고 했잖아요. 검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면서 마나를 뿜으면 어떡해요. 그럴 거면 나가서 하세요, 네?”

“하하, 이거 대화만 나눈다던 게 기분이 좋다 보니 절로 마나가 동했네요.”

“샤론 영주님께 피해를 드렸군요. 사과드립니다.”

“아니요. 그렇게 사과까지 하실 건 없고요.”

사무실 안의 기예라가 유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 너 혹시 나 모르니?”

“예라 누님, 쟤 아세요?”

“어, 나 쟤 예전에 본 것 같아서.”

“어디서요?”

“아, 맞다. 너 나 모르니? 왜 10년쯤 전에 수원 어디더라 C급 던전에서 오줌을… 아, 미안. 내가 입이 좀 방정이지? 그때, 너무 인상적이었지 뭐야. 남자가 바지에… 그러는 건 처음 봐서 기억이 또렷했지, 뭐야. 아, 내가 나이 먹었더니 쓸데없는 것만 기억이 잘 나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새로 뽑힌 길드원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유환은 A급 마법사였다.

당연히 A급 마법사는 마나에 민감했다.

헌터가 뿜어내는 마나의 양으로 그 헌터가 어느 정도 되는지 구분할 눈은 있었다.

문을 열었더니 S급 검사 두 명이서 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유환의 숨이 턱하고 막힐 지경이었다.

유환이 그 둘을 보니 한 명은 천마 차지율이었고 다른 한 명은 누군지 몰랐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오성의 노승민 헌터가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지난번 TV에서 이탈리아의 미남 S급 헌터로 알려진 까밀로가 있었다.

S급들의 동향에 대해 관심이 많은 헌터라서… 아니, 그냥 일반적인 헌터라면 누구나 관심 있는 S급이라서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기예라라니!

아니 기예라가 여기서 왜 나오나 싶었다.

유환은 대한민국에서 얼굴 보기 어려운 헌터로 늘 순위 안에 드는 기예라가 왜 여기 있는지 의아했다.

유환은 도대체 이 작은 사무실에 S급이 몇 명인지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사무실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무슨 일이세요?”

기예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아가야. 말해봐.”

유환은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방금 문을 열기 전까지는 길드장이 겨우 B급이라는데, 무려 A급인 자신이 왔으니 신경 좀 쓰라고 말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핑계를 대야 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핑곗거리를 생각한 유환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대답을 했다.

“팝콘 드리려고 왔어요.”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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