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83화 (182/230)

183화. 별성

제국군 사령관 이스하끄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별 모양의 성이라서 모양 자체가 독특해 크게 경계를 했는데 특이한 모양에 비해서는 평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옆에서 응추가 말했다.

“사령관님, 이제 외성을 점령하고 내성도 얼추 진행이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음…….”

“외성과 내성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외성에서도 내성을 향해 화살 공격을 할 수 있나 봅니다. 저들은 그런 준비를 해서 화살 위주의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용맹한 병사들이 몰아치고 있으니 내성도 결국은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이스하끄가 보기에도 그래 보였다.

이미 프란시아의 병사들은 바깥쪽 별인 외성에는 없었고 모두 내성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리고 제국군은 외성을 점령해서 외성 위쪽에서 원거리 공격을 날리고, 내성과 외성 사이로 내려갔다가 다시 내성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야수화된 제국군은 성을 기어오르는 전술이 제격인 부대였다.

위에서 화살을 쏘며 저항하지만 결국은 압도적인 수량 앞에는 무의미한 발악이었다.

이스하끄가 명령을 내렸다.

“몰아쳐라!”

사령관의 몰아치라는 명령이 전 부대로 빠르게 전달되었다.

“사령관님께서 몰아치시랍니다!”

“돌격!”

“와아아아아!”

“성을 점령하라!”

출렁.

제국군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별성을 다시 한번 몰아붙였다.

병사들로 만든 사람의 파도가 내성을 몰아쳤다.

프란시아의 소드 마스터인 헬른 공작과 대마법사 스피오크는 내성의 가운데 있는 첨탑에 서서 전쟁의 전체적인 진행 상태를 관찰했다.

“음. 내성도 곧 제국군의 손에 떨어지겠군.”

“네 공작님, 제국군이 돌격 명령을 내린 듯합니다. 병사들이 몰아치는 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렇구려. 그림 이제 슬슬 빠져나가야 할 시간이 왔나 보구려.”

“네. 이제 저희가 힘을 조금 써볼 차례군요.”

“자, 갑시다.”

휙.

마스터와 대마법사가 내성에 자리를 잡았다.

“프란시아의 병사들은 탈출 작전을 시작하라.”

“탈출하라!”

“물러나!”

“훈련한 대로 이동하라!”

“빨리!”

프란시아의 별성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병사들은 탈출 명령을 듣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안쪽으로 뛰어!”

별성의 내성 가운데는 사방을 감시하기 위한 높은 첨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첨탑 아래에는 위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 가려진 비밀 통로가 있었다.

“뛰어!”

병사들은 비밀 통로를 향해 거침없이 뛰어 들어갔다.

비밀 통로를 들어가면 한참을 내려가는 긴 계단이었다.

그리고 계단 끝에는 다시 긴 터널이 뚫려 있었다.

“달려! 뒤에 사람 들어와야 하니까 꾸물대지 말고 빨리 가!”

병사들은 부지런히 뛰었다.

터널은 곳곳에 전등이 달려 있어서 어둡지 않았다.

척척척.

마치 아침 구보를 하듯 병사들이 뛰었다.

“선두 천천히!”

이제 후미에서 들어올 인원들은 모두 들어온 모양이었다

선두는 천천히 걸었다.

터널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끝이 보였다.

밖으로 나온 병사들을 맞이해주는 병사들이 있었다.

“여어, 수고했어. 이것 좀 마셔.”

밖으로 나온 병사들을 위해 탁자에 마실 것들이 죽 펼쳐져 있었다.

병사들은 한 병씩 음료를 마셨다.

“크으, 이거 포션이구만?”

“아, 좋네. 살 것 같아.”

“그런데 별성은 어떻게 된 거야?”

“낸들 아나?”

“저쪽이야.”

누군가의 외침에 한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별성이 보였다.

* * *

병사들이 후퇴하면서 작전이 시작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 병사들이 비밀 통로로 탈출을 하고, 그다음 샤샤, 카나, 제리가 비행 차량을 타고 탈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헬른, 스피오크, 알타르가 버티다가 소환으로 탈출하기로 했다.

“병사들이 모두 이동했습니다.”

병사들이 후퇴했지만 헬른 공작, 스피오크, 알타르, 그리고 샤샤, 제리, 카나는 내성 위에 남아 있었다.

알타르는 삼각성에 있었지만, 저쪽도 오드아이를 이곳으로 불러들였으니 굳이 삼각성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헬른 공작이 본신의 무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성벽 위의 적들은 상당히 많았고 그중에는 제국군의 마스터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굴하지 않았다.

“타앗!”

헬른 공작의 검이 휘둘러지자 주변 성벽 자체가 진동했다.

콰광!

헬른 공작과 맞상대하고 있던 4부대장 자크는 자신의 도끼로 헬른 공작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다.

자크는 도끼에 미세하게 금이 간 것을 느끼며 이를 꽉 물었다.

“저 영감탱이가!”

자크는 조금만 시간을 끌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프란시아의 마스터는 무리하는 것 같았다.

본신의 실력이 훌륭하겠지만 마나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 같았다.

마치 뒤가 없는 사람처럼 지금 모든 마나를 쓰고 가겠다는 사람처럼 검을 휘둘렀다.

자크는 설마 프란시아의 마스터가 무한 마나는 아닐 테니, 잠시 버티면 곧 마나가 소진되어 자신의 순서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자크뿐이 아니었다.

스피오크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무라나도 마찬가지였다.

스피오크도 마나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썬더 스트라이크!”

콰지지지직!

빠른 공격 속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전격 계열의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속도와 공격력이 좋은 만큼 많은 마법사들이 좋아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전격계 마법은 다 좋은데 마나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통은 1 대 1의 대인전에서 사용하곤 했다.

빠르고 강력한 마법으로 한 명만 잡으면 될 때 사용하는 마법이 전격계 마법이었다.

이렇게 다수를 상대로 오랫동안 싸워야 할 때 사용하는 마법이 아니었다.

스피오크의 마법이 다시 작렬했다.

“썬더 스트라이크!”

스피오크와 싸우고 있던 무라나는 이런 대규모 전장에서 전격계 범위 마법을 연달아 사용하고, 있는 스피오크의 마나량에 놀라기도 했지만 설마 저 마나량이 언제까지고 유지될까 하는 의심을 했다.

무라나는 조금만 버티면 스피오크의 마나가 떨어질 테고 그러면 스피오크를 잡는 건 자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화면을 보면서 탈출각을 재고 있었다.

내 소중한 소환수들이 탈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얘들아 이제 빠져나가. 맨 후미는 헬른 공작과 스피오크 님, 그리고 알타르 님에게 맡겨.]

[알겠어요.]

샤샤, 제리, 카나가 내성 위에서 이탈해 가운데 첨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비행 차량에 탑승해 위로 상승했다.

나는 화면으로 상황을 유심히 보았다.

혹시나 뭔가 날아올까 지켜봤으나 내성 위에는 헬른 공작과 스피오크가 깽판을 치고 있었다.

S급의 깽판은 이런 것이라는 듯 뒤를 생각하지 않은 공격을 뿌리고 있어서 비행 차량까지 신경 쓰는 공격은 없었다.

성벽 자체가 진동하고 있어서 병사들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엎드리기까지 했다.

뒤가 없는 마스터의 짜내기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쭉쭉 올라가, 쟤들 이상한 거 쏘기 전에 쭉 올라가.]

비행 차량이 충분한 고도에 올라갔다.

[이제 서쪽으로.]

이제 별성을 버리고 서쪽으로 물러나야 할 시간이었다.

[알타르 님?]

[네, 스승님]

[준비되셨죠?]

[물론입니다.]

[누르세요.]

[네! 눌렀습니다.]

“알파야, 헬른 공작님, 스피오크 님, 알타르 님. 모두 샤샤에게로 보내드려.”

―네 알겠습니다. 모두 이동 완료했습니다.

성벽 위에서 깽판을 치고 있던 헬른 공작과 스피오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이 성에는 프란시아의 군대는 없고 오직 제국군만 남게 되었다.

헬른과 스피오크의 강력한 공격에 몸을 낮추고 있던 제국군은 허망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외성과 내성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취이이이익.

“앗 차가워.”

“이게 뭐지?”

자세히 보니 외성의 안쪽 면과 내성의 바깥쪽 성벽을 이루고 있는 암석 틈 사이에는 작은 구멍이 일정 간격으로 박혀있었다.

그리고 일부 구멍에서 차가운 액체가 분사되었다.

“와아아아아!”

제국군들은 내성까지 차지하자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프란시아의 성을 점령했다!”

“제국군은 승리한다.”

“프란시아의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도 결국 다 도망갔다.”

제국군은 이상한 모양의 성은 모양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뭐야? 미끌거리는데?”

“글쎄, 기름인가?”

“킁킁, 뭐 이상한 냄새 안 나?”

“기름 냄새?”

“아니 기름 냄새 말고도 다른 냄새가 나는데?”

쾅!

외성과 내성 사이에 있던 병사들은 조금 멀리서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다.

화르르륵!

외성과 내성 사이를 따라서 불길이 휘몰아쳤다.

병사들은 키보다 서너 배 높은 불의 벽이 자신들에게 밀려옴을 느꼈다.

양쪽은 성벽으로 막혀 있어서 달아날 곳은 없었다.

“악!”

외성과 내성 사이의 한 지점에서 시작된 불길은 두 성벽 사이를 따라서 별 모양으로 진행했다.

화르르륵!

별이 불타올랐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잘 탄다.”

“저건 또 무슨 마법이에요?”

“일단, 용병부터 걸어드릴게요. 헬른, 스피오크, 알타르 용병 취소하고 대령님, 후 님도 용병 상태로 상황을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대령은 나의 참모 중 한 명이었고 후 님이라고 부르는 이도 나의 참모였다.

후 님이라 부르는 이는 이름이 외자로 후였는데 고대 냉병기 전투의 덕후였다.

현대전은 대령님, 고대전은 후 님, 그리고 시뮬레이션은 개발자님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

“저건 성을 지을 때부터 설치해둔 거예요. 기름과 가스를 뿌려둔 거예요.”

“오호. 기름과 가스를 뿌리고 폭발을 시킨 거예요?”

“네.”

“기름은 그렇다 쳐도 야외인데 가스는 안 날아가요?”

“네. 기름은 한번 불이 붙으면 오래 가지만 순간적으로 빠르게 폭발하는 건 가스가 낫죠. 가스도 공기보다 무거운 가스가 있어요. 지금 별성의 외성과 내성 사이는 공기보다 무거운 가스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요.”

“아하, 그래서 별 모양으로 만든 거군요. 두 성벽을 따라 폭발하라고?”

“뭐 그런 것도 있고 아직 안 끝났어요.”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별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

“이번에는 스스로 붕괴하네요.”

“탈출 통로로 병사들이 달아났잖아요. 통로를 없애야죠.”

“이거 앞으로 제국군들이 성만 보면 놀라서 달아나는 거 아니에요?”

“크크, 그런가요?”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전쟁으로 죽어가는 적에게는 미안하지만, 전쟁만큼 경험치를 잘 올려주는 것은 없었다.

지구에서 던전을 돌 때의 경험치는 샤론에서 몬스터를 휩쓰는 것만 못했고, 또 몬스터를 휩쓰는 것보다도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적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경험치를 많이 주었다.

숫자 앞에서 이길 장사가 없었다.

* * *

제국군 사령관 이스하끄의 턱수염이 부들부들 떨렸다.

또 당했다.

이번 전투는 적의 작전을 읽지 못한 탓이 컸다.

별성을 보며 그 모양이 이상해서 어떤 작전을 걸어올지 의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병력을 잃었다.

“어느 정도의 병력을 잃었는가?”

이스하끄의 질문에 부관이 대답했다.

“자세히 파악해봐야 하겠지만 약 이십만 명 정도가 저 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으음…….”

이스하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삼각성에서 17만, 응추가 20만,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20만을 잃었다.

100만 대군이 어느새 50만도 안되는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이제는 성만 보면 놀랄 지경이었다.

저들에게 성은 적을 상대하는 일회용 무기였다.

유프, 응추, 자크, 무라나가 되돌아왔다.

그래도 마스터 급은 성이 무너진다고 죽지는 않았다.

“사령관님, 면목 없습니다.”

“아니다. 책임자는 나다. 아직 병력은 많이 남았으며, 너희 넷이 남았다. 다음에는 야전에서 전투할 것이야.”

이스하끄는 성이라면 치가 떨렸다.

* * *

내 사무실에 있는 마스터들은 화면으로 불타는 성을 보며 팝콘을 먹었다.

“야, 이 팝콘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네. 너무 달지도 않고, 고소하고 짭짤한 게 맛있네. 민준 헌터님, 저 이거 레시피 주세요.”

“그거 그냥 시중에서 옥수수알 파는 거 사 온 거예요. 튀기는 걸 마나를 써서 튀겨서 그래요.”

“민준 헌터님, 이거 팔아도 될 것 같아요.”

“그러게, 고소한 맛, 달콤한 맛 이런 식으로 맛도 더 추가하고요. 좋죠?”

“안 된다니까요. 이거 헌터가 튀기는 건데, 인건비가 감당이 되겠어요?”

똑똑.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가서 문을 열려고 했는데 바깥의 이가 더 먼저 문을 열었다.

짙은 검은 머리에 화사하고 나풀나풀한 옷을 입은 여성이었다.

“여기가 샤론 길드 맞나요?”

“네, 맞아요. 어디서 오셨나요?”

내가 어설프게 응대를 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예라 누나?”

노승민이 아는 척을 했다.

예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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