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81화 (180/230)

181화. 핫바

응추는 성벽 자체가 기울어짐을 느꼈다.

“어어어… 성벽이!”

성벽 자체가 제국군이 기어오르던 방향으로 기울었다.

그 바람에 성벽 위의 제국군들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서부터 위로 기어오르던 제국군들은 성벽이 자신들을 덮쳐오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괴성을 질렀다.

뒤쪽은 산사태로 인해 막혀 버렸고 앞쪽에서는 성벽이 쏟아져 내려왔다.

바닥은 흙이 아니고 단단한 암석이라서 짧은 시간 동안 팔 수도 없었다.

뒤도, 옆도, 위도, 아래도 막혀 버린 공간.

지면에서 성벽을 오르려고 대기 중인 제국군들의 머리 위로 성벽이 쏟아졌다.

꾸구구구궁!

콰과과과광!

쾅!쾅!쾅!

뭉게뭉게.

성벽이 바닥을 덮치자 그 가장자리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내 옆에서는 조금 전에 도착한 차지율, 노승민도 함께 자리에 앉아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차지율, 노승민, 그리고 까밀로까지 감탄을 터트렸다.

“와, 대박! 저게 공성전이야? 성으로 적을 그냥 깔아버리네.”

“이야. 민준 헌터님, 지난번에 5조 땡기더만 성 하나 따위는 그냥 소모품으로 쓰네. 민준 헌터님 클라스 지리는데요?”

“구뤠잇! 퐌타스틱합니다.”

내가 손짓을 했다.

“잠시만요. 들릴 소리가 있어서요.”

“들릴 소리요?”

“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크으.

“레벨업 소리가 들렸거든요. 이건 집중해서 들어줘야 하는 소리라서요.”

“와, 지금 소파에 앉아서 팝콘 먹으면서 레벨업 한 거예요?”

“아니, 잠깐만. 누구는 성벽 위에 올라가서 적들이랑 싸우다가 수십 미터 위에서 외줄타기하고 도망가고 그러는데, 누구는 팝콘 먹으면서 레벨업 하는 거예요? 이렇게 레벨업을 하면… 와, 정말…….”

“지율 님도 억울하면 소환술사 해요.”

“와, 정말…부럽다고요. 부러워서 그래요. 부러워서.”

적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레벨업 소리는 참 맑고 경쾌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차지율이 팝콘을 입에 물었다.

“그런데 이 집 팝콘 맛있네. 조금 더 줘요.”

“잠시만요. 민아야.”

나는 동생을 불렀다.

동생은 방학을 맞아 샤론 길드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나는 민아가 방학일 때 민아를 샤론으로 보내 마법 공부를 시킬 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쟁이 터져버려서 민아를 보낼 수는 없었다.

샤론 길드는 어느덧 규모가 상당해졌다.

길드 전투 헌터들도 충원했고, 행정직 직원들도 많아졌다.

창고 물건 관리와 영업 직원들도 여럿 뽑았다.

그렇지만 민아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렇게 일해다가 가끔 S급들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거였다.

민아는 일단 지원부에서 헌터들의 전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팝콘에 콜라를 먹고 있는 것이 꼭 노는 것 같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다리는 일도 중요한 일이었다.

“민아야, 팝콘 더 있어?”

“어, 있어. 가져올게.”

“응, 땡큐.”

나는 팝콘을 하나 먹었다.

“이 팝콘, 마나로 튀긴 거예요. 불로 가열한 게 아니고 찜기의 공간 자체의 온도를 높인 거라서 골고루 열이 가열된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래? 어쩐지.”

“그런데 저 성은 어떻게 만든 거예요?”

“보셨다시피 성벽을 기울여서 만든 다음에 강력한 줄로 잡아당긴 거죠. 대형 다리인 현수교에서 쓰이는 줄이라 튼튼하거든요. 그래서 기울인 성벽을 줄로 버티고 있다가 적들이 성벽 앞에 모여 있을 때 쓰러뜨린 것이죠.”

“이야, 대단해.”

“그리고 혹시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산사태를 일으켜서 뒤쪽으로 물러나지 못하게 했고, 바닥은 화강암으로 깔아놔서 땅을 파고 들어가지도 못하죠.”

“아, 나도 하나 찾았어. 암벽등반 가짜 손잡이!”

“네, 암벽등반 가짜 손잡이. 위에서 공격하는 병사들은 모두 속임수죠. 적들이 물러나지 않고 덤벼들게 하는 동기부여라고나 할까요?”

전투를 크게 이기는 모습을 보니 소파에 앉은 S급들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 같았다.

“뭐 어쨌거나 우린 언제 들어가요?”

“그러게. 몸이 근질근질한데요?”

“아니, 이렇게 S급 셋을 소파에만 앉혀두는 것도 너무한 거 아냐?”

차지율, 노승민, 까밀로가 소파에 앉아서 화면만 보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팝콘에 콜라를 들고 있다는 점이 달랐지만, 꼭 축구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는 후보선수 같았다.

“조금 기다리세요. 아직 여러분이 투입될 시기가 아니에요. 저 성벽 위에 여러분이 있었으면 적들이 마구 달려들었을까요? 기다리시면 때가 올 겁니다. 여러분들은 S급들이 맞붙을 때, 그것도 비슷한 수로 S급들이 맞붙는 상황이 올 때 투입할 거예요.”

“오호라. 우린 S급 잡는 데 쓰겠다?”

“이야. 이거 오랜만에 장기말로 쓰이는데요?”

“그래? 그래도 난 좋은데. 가만히 앉아서 팝콘에 꿀잼 구경하잖아. 싸우는 것보다는 팝콘각이 낫지.”

* * *

쾅!

베이론의 왕성에 있던 제국군의 사령관인 이스하끄는 부하들의 보고에 의자를 내리쳤다.

그의 진한 턱수염이 부들거렸다.

퍼석.

S급인 사령관의 분노에 의자 손잡이는 맥없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고 S급의 분노가 담긴 마나의 파동에 보고하던 부하의 내장이 진탕되어 입가에 핏물이 스며 나왔다.

“다시 말해봐라!”

“네, 3사령관 응추 님은 적들의 성벽을 공략하고 계셨습니다. 성벽 위의 적들을 물리치고 성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지만, 적들이 성벽 자체를 쓰러뜨렸습니다. 그래서 3부대의 제국군들이 대부분 사망했습니다.”

“성을 쓰러뜨렸다?”

“네, 적들은 일부러 성을 쓰러뜨린 것 같았습니다.”

이스하끄조차 상상도 못 한 전술이었다.

성으로 공격을 해?

성은 지키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찔러 들어오는 전술이었다.

이스하끄는 적이 대단한 참모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스하끄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부관들에게 물었다.

“적의 참모가 누구냐?”

“알려진 바로는 헬른 공작, 스피오크 대마법사 등이 주요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니다.”

부관은 상관의 부정에 침묵했다.

“아니야. 누군가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벌떡.

이스하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군 출동 명령을 내려라.”

“네! 알겠습니다.”

“아 참.”

“네”

“출동하기 전에 그 왕세자 있지 않은가?”

“네.”

“출동하기 전에 제거해라.”

“네, 알겠습니다.”

부관은 사령관 이스하끄의 명령을 받고 프란시아의 왕세자가 있는 곳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갔다.

벌컥.

왕세자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갔다.

“네, 네, 그럼요. 어? 지금 분위기 이상한데요? 갑자기 병사들이 들어왔어요. 네!”

부관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왕세자는 허공을 보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파앗!

왕세자가 사라졌다.

부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관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

부관은 사령관에게 이를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걱정이 들었다.

베이론에 주둔해 있던 제국군 60만 대군이 출병했다.

선봉이었던 주흐라의 제2부대와 추가 병력이었던 제3부대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사령관 이스하끄가 직접 나머지 60만 대군을 이끌고 병력을 이끌었다.

60만 대군은 보기만 해도 웅장했다.

부대는 한 번에 이동할 수 없어서 이동할 때 늘어선 거리만 해도 수 km였다.

이스하끄가 이끄는 부대를 향해 일단의 무리가 도착했다.

“사령관님, 죄송합니다.”

3부대의 대장인 응추였다.

응추는 큰 부상이 없었지만, 부대의 대부분의 병사를 잃고 돌아왔다

“책임은 나중에 묻겠다. 합류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60만 대군에 S급으로는 사령관인 이스하끄, 3부대장 응추, 4부대장과 5부대장을 합해 총 4명이 있었다.

부대의 전진은 조심스러웠다.

처음 선발대가 이동할 때는 누가 먼저 도착하나를 내기하듯 마구 달렸지만, 지금은 척후를 두고 조심조심 이동했다.

부대 자체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한 번에 몰살당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부대의 진격로는 삼각성을 우회해 응추가 당한 무너진 성을 거쳤다.

무너진 성을 지날 때는 성 자체를 함정으로 꾸민 적에 감탄했다.

응추는 이십만 대군을 몰살시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을 맞이한 곳은 새로운 모양의 성이었다.

“저건 뭐지?”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답했다.

그녀는 5부대장 무라나인데, 나이가 많은 여자 대마법사였다.

무라나가 손짓을 하자 다섯 마리의 새가 무라나의 곁으로 날아들었다.

“너의 눈에 보이는 것을 나도 볼 지어라.”

새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푸드득.

새들이 성을 향해 날아올랐다.

무라나가 설명을 했다.

“별 모양의 성이군요. 바깥쪽으로 뾰족한 부분이 여섯 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병사들이 진을치고 있습니다. 성의 안쪽에는 중간중간 계단이 있어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다시 안쪽에 작은 별이 있네요.”

사령관을 포함해 모두가 집중했다.

“커다란 별 모양의 성 안으로 다시 같은 모양의 작은 별이 있어요. 두 개의 별이군요. 외성과 내성인 것 같아요. 신기한 모양이군요.”

이스하끄는 고민했다.

별 모양으로 성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성 자체가 무너졌던 방식은 아닐 것 같았다.

별 모양이라면 성벽이 지그재그 모양이기 때문에 무너지기 어려웠다.

“저런 지형이라면 성벽의 튀어나온 부분에서 버텨준다면 그곳 말고는 대부분 상대방을 포위하는 진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름 전술에 밝은 4부대장 자크였다.

“안으로 오목한 지형에서 싸우면 상대방을 포위하는 셈이 됩니다. 우리가 싸울 때 저 별 모양의 바깥 부분을 공격하면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는 셈이 되고, 그냥 돌진한다면 별의 오목한 부분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포위공격을 받게 됩니다.”

“흠…….”

이스하끄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게 다일까?”

“…….”

“그런다면 뾰족한 부분만 아군의 병사들이 닿도록 완급을 조절하면 되겠지. 그런데 말야. 왠지 그것 이상의 뭔가가 있을 것 같군.”

이스하끄는 상대가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방향을 바꾸고 성벽으로 이십만 병사를 덮어버린 전략가라는 점을 상기했다.

“전 병력은 성을 멀리서 포위한다. 그리고 자크.”

“네.”

“네가 말한 대로 뾰족한 부분을 조금씩 공략해 봐라. 천천히, 급하지 않아도 된다.”

“네, 알겠습니다.”

“전군 이동!”

“넷!”

60만 부대가 별 모양의 성을 포위했다.

* * *

지구의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의 니알슨 기지촌에는 수십여 개의 붉은 적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곳은 북위 85도로 위도가 매우 높은, 북극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그래서 주변은 온통 눈과 빙하뿐이었다.

붉은 적벽돌은 멀리서 보아도 눈에 잘 띄었다.

눈보라가 불면 시야가 제한되었다.

그럴 때도 잘 보이라고 이런 색으로 건물을 지었다.

이곳은 너무 추운 곳이라 머릴 육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대량으로 식량을 가져오곤 했다.

오늘은 외부의 식량이 들어오는 날이어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작은 파티를 하는 날이었다.

적벽돌로 지은 마을 회관 건물에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탐스러운 검은 머리의 동양 여자가 들어왔다.

식사를 나르고 있던 두툼한 뱃살을 지닌 백인 아주머니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양 여자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했다.

“라~ 왔어? 어서 와.”

“뭐예요?”

“어, 이거? 이게 뭐지? 무슨 고기 꼬치 같은데? 먹어봐. 상당히 맛이 좋아.”

“네.”

여자는 꼬치를 하나 받아 입에 가져갔다.

오물오물.

여자의 눈이 맛있음을 의미하는 듯 커졌다.

오물오물.

오물거리는 입의 속도도 빨라졌다.

그런데 점점 오물거리는 입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리고 꼬치를 먹던 여성의 표정이 조금 묘하게 바뀌었다.

유심히 꼬치를 살펴보았다.

“라~ 왜 그래? 맛이 이상해?”

“아니요. 이거 포장지가 있나요?”

음식을 준비하던 아주머니는 여자에게 포장지를 가져다주었다.

[샤론 핫바]

한국에서 만든 샤론 핫바가 멀리 노르웨이 북단의 섬까지 수출되었다.

여자는 한글로 써진 핫바 포장지 뒤쪽의 생산 장소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생산지: 글리제, 프란시아 왕국, 샤론 영지]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핫바를 먹다 말고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상태창! 역시! 체력, 체력이 1 올랐어. 찾았어!”

여자가 찾았다는 말에 아주머니가 물었다.

“라~ 무슨 일이야? 찾았다니? 설마? 그동안 그렇게 찾아다니던 걸 찾은 거야?”

“네, 찾은 것 같아요.”

여자는 샤론 핫바라고 써진 비닐 포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내가 더 고마웠지. 라는 어디서든 잘 해낼 거야.”

“네, 나중에 뵈어요. 그럼 가볼게요.”

붉은 벽돌 건물은 나온 여자는 얇은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다.

바깥의 외부 기온이 영하 30도보다도 낮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아이스 레비테이션.”

주변 기온보다 더 차가운 얼음판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여자는 얼음판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여자는 멀리 날아가 작은 점이 되었다.

한국의 S급 마법사, 마녀 기예라가 한국으로 향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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