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용병스킬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민준 님, 레벨업이 장난 아닌데요?]
샤샤의 쪽지였다.
[그래, 나도 지금 계속 올랐어.]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의 각도를 조절해서 제국군에게 정타를 먹였다.
제국군이 있던 장소에서는 거대한 폭발과 버섯구름이 피어올랐고 그 결과 나와 소환수들에게는 막대한 경험치가 들어왔다.
띠링!
[용병 스킬이 올랐습니다.]
[용병 가능 수가 6으로 상승합니다.]
“뭐?”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질문이 터져 나왔다.
용병 스킬이라고?
용병 스킬은 소환 스킬과 더불어 핵심 중에 핵심인 스킬이었다.
“대박!”
이거 정말 편해질 것 같았다.
그동안 최대 용병의 수가 3이라서 대규모 전투에서 계속 머리를 쓰며 전투를 했는데, 이제 숨통이 트였다.
화면으로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인해 만들어진 거대한 충돌 구덩이가 보였다.
저 거대한 충돌구만큼이나 경험치와 스킬이 증가한 것 같았다.
나는 사무실에서 함께 화면을 보며 작전을 짜고 있는 나의 참모들에게 물었다.
“적들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는데, 성 바깥으로 나가서 싸우는 건 어떨까요?”
“잠시만요, 적의 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화면을 조절했다.
처음에는 이십만 명 정도 몰려왔던 적들은 절반, 아니 몇만 명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대령이 나보다 먼저 숫자를 세었다.
“대략 삼만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아요.”
“음… 애매하네요.”
“그러면 나가지는 말죠.”
삼각성 내부의 인원이 오만 정도 되었다.
적의 수가 우리보다 적었지만, 눈앞의 적이 다가 아니었다.
우리는 적의 선봉대를 꺾었을 뿐이었다.
* * *
“우와와와!”
삼각성 내부에서는 환호성이 솟아올랐다.
거대한 폭발이 발생하고 성 자체가 부들부들 흔들렸다.
흔들림이 지나고 먼지가 가라앉고 난 후 저 멀리 구덩이가 보였다.
“저건 뭐죠?”
“마법이었던 건가요?”
“엄청난 폭발이었어요.”
스피오크는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이 발동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마나를 최대한 퍼부어서 방어 마법진을 완성할 준비를 거의 마쳐 두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거대 암석이 빠르게 한 지점을 타격하는 마법이기에 방어 마법진을 폭넓게 두 겹을 만들고, 그 두 겹이 부서지는 사이에 타격지점에 집중적으로 방어력을 퍼부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역이용해서 상대를 가격하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었다.
이미 적의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거대한 충돌 구덩이 앞에서 적은 싸울 전의를 잃은 것 같았다.
씨익.
스피오크도 짙은 미소를 지었다.
스피오크가 샤샤에게 무전을 날렸다.
―샤샤?
―네, 스피오크 님.
―이건 자네들 작품인가?
―네, 저희 마스터께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어떻게 한 것이지?
―비행 차량으로 최대한 높이 올라간 다음 운석에 충격을 가해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스피오크는 그게 그렇게 말처럼 간단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 대단해. 내가 7서클이라서 나를 현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네. 하지만 그 현자라는 타이틀은 이제 자네의 마스터인 샤론 영주에게 주어야 할 것 같아.
―감사합니다.
스피오크는 전황을 살폈다.
이제 어떤 작전을 펼쳐야 할지 고민해야 할 차례였다.
―스피오크 님.
―그래, 샤샤 양.
―마스터께서 적의 수가 아직 3만은 남았다고 섣불리 성 밖으로 나가서 야전을 하지는 않았으면 하십니다. 제국군은 변신 야수형이기 때문에 병사들이 야외에서 다수 대 다수로 붙으면 불리하다고 하십니다.
―허허허, 그래. 내 명심하도록 하겠네.
스피오크는 샤론 영주가 손바닥 내려보듯 전황을 꿰고 있다고 생각했다.
* * *
“뭐라?”
프란시아의 국왕이 반문했다.
첫 전투의 소식은 빠르게 마법 통신과 무전을 이용해 프란시아 왕국의 본대에 전해졌다.
“국왕 폐하,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막 첫 전투가 삼각성에서 발생했습니다. 적은 이십만이 쳐들어왔고 삼각성 가벼운 전투가 있은 후, 초대형 마법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초대형 마법?”
“네, 하늘에서 운석을 불러서 떨어뜨리는 마법입니다.”
“누가 그 마법을 발동시켰는가? 스피오크인가?”
“아닙니다. 제국군이 마법을 일으켰고 스피오크 대마법사는 방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샤론의 기사들이 하늘로 올라가 운석의 방향을 틀어서 제국군에게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제국군에서 발동시킨 마법은 역이용당해서 제국군 스스로를 가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국군의 선발대는 지금 약 삼만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웅성웅성.
대전에 모여 토의를 하며 전투 결과를 기다리던 관료들이 수군거렸다.
“샤론이?”
“시작하자마자 십칠만의 적을 무찌른 셈인가?”
“그것도 단일 마법으로?”
“십칠만?”
“한 방에 십칠만?”
“거 대단하구만.”
* * *
이런 소식은 프란시아 국왕뿐 아니라 베이론에 있는 적의 수뇌부에도 전달되었다.
베이론의 왕성에 있는 제국군의 사령관에게 전령이 도착했다.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들라 하라.”
전령이 무릎을 꿇으며 보고했다.
“죄송합니다. 이십만 부대가 크게 당해서 삼만 정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베이론 방향으로 크게 뒤로 물러났습니다.”
“졌다고? 벌써? 출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삼각성에 적이 얼마 없었을 텐데, 이십만으로?”
“죄송합니다.”
“그래, 어쩌다 그랬나?”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에 당했습니다.”
“뭐라?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에 당했다고?”
“그렇습니다.”
베이론에 있던 제국군의 사령관 이스하끄는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당했다는 소리에 잠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는 바로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2단장인 주흐라의 궁극기였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발동 시간이 길고 한번 발동시키면 취소가 안 되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발동시킬 때 시전자의 거의 모든 마나를 써서 얼마간 전투에서 이탈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강력했다.
그런데 그런 마법사가 프란시아에도 또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제국군 쪽에서는 상대가 성안에 박혀있으니 성 자체를 목표로 메테오를 쓰면 되었다.
하지만 프란시아는 제국군이 야외에 있으니 메테오와 같이 발동 시간이 길고 한번 발동시키면 취소가 안 되는 마법을 사용해서는 안 됐다.
메테오 마법은 그 자리를 떠나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괜히 7서클 마법사만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메테오는 그런 장단점이 있는 마법이었다.
“그것참 이상하군. 적이 메테오를 쓴 건가?”
“저…….”
전령이 주저했다.
“말하라.”
“정확하지는 않으나 주흐라 님께서 마법을 발동시키는 모습을 보긴 했습니다.”
“그래? 그럼 주흐라의 메테오였다는 소린가?”
전령은 고개를 숙였다.
“주흐라의 메테오가 제국군에게 떨어졌다는 소린가? 주흐라는?”
“그게… 메테오 마법이 직격당한 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유프는?”
“유프 님이 잔여 병력을 이끌고 부대를 뒤로 물리셨습니다. 유프 님도 상처가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아…….”
사령관 이스하끄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프란시아가 보통이 아니었다.
“3부대장 응추를 보내라. 그리고 삼각성은 3만이 남은 병력으로 견제만 하라고 해라. 또한, 이러한 전투가 있었음을 응추에게도 자세히 알리고 헬른성 방향으로 이동하라고 해라. 한 방에 끝내려고 하기보다는 소모전으로 가라고 해라.”
이스하끄는 서로 비슷하게 소모되면 결국 자신들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주흐라가 병력을 아끼려 한방을 걸었지만, 그것이 역이용당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며, 서로 간에 지속적인 소모가 일어나면 아군의 필승이라고 생각했다.
명령이 3부대장 응추에게 도달했다.
응추는 부하들과 한상 크게 차려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먹던 고깃덩이를 크게 베어 물었다.
“그래, 주흐라가 졌다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메테오 마법이 주흐라 자신의 부대를 쳤다고?”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군.”
“이스하끄 님께서는 2부대의 남은 병력을 유프 님께서 맡아 삼각성을 견제하고, 응추 님께서는 삼각성을 우회하여 헬른성 방향으로 이동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흐라 님처럼 한 방 승부를 걸다가 실수하지 마시고 아군의 병력 수가 많으니 소모전을 벌이라 하셨습니다.”
“크크크, 이스하끄 님도 걱정이 많으시군.”
꿀꺽꿀꺽.
목을 축였다.
“얘들아.”
“예, 대장님.”
“가자. 우리도 출진이다.”
3부대가 공격을 나갔다.
응추는 삼각성을 우회해 헬른성 방향으로 이동했다.
저 앞에 성이 보였다.
“저긴가?”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던 헬른 성과는 조금 달랐다.
“어이, 부관.”
“네.”
“여기가 헬른이냐?”
“아닙니다.”
“그럼?”
“새로 급조한 성인 듯합니다.”
“성을 급조해?”
“지도상으로 보면 헬른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필시 빠르게 만든 성입니다.”
“급조해서 만든 성이 얼마나 튼튼하겠냐? 도착하는 대로 밀어붙여라!”
“네!”
양쪽에 산줄기가 있고, 그 사이를 성벽이 막고 있었다.
성벽은 꽤 높았다.
“급조한 것 치고는 꽤 높구나”
“그런데 경사가 역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병사는 기어오르기가 구조입니다.”
“기어오르려면 오직 팔 힘만으로 매달려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적들이 머리 좀 쓴 모양입니다.”
“크크크크크.”
그들은 앞으로 기울어진 성벽을 보며 웃었다.
“변신해서 벽을 뚫어 손잡이를 만들어라.”
응추는 직접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성위에서는 화살, 돌, 기름이 쏟아졌다.
응추는 벽 앞에 섰다.
다행히 성벽 가장 가까이 달라붙자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훗, 바보인가 보군. 기어오르지 못하게 성을 앞으로 기울였지만, 그러다 보니 맨 아래에서는 성벽 위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건가?”
손에 오러를 둘렀다.
푹푹푹.
손잡이를 만들며 올랐다.
“오호라.”
어느 정도 올라가다 보니 잡기 딱 좋은 돌기들이 있었다.
휙 탁.
휙 탁.
“암벽 등반하기 딱 좋군.”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다가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니 상당히 높았다.
“훗, 이 정도는 쉽지.”
휙.
손잡이처럼 생긴 돌기를 잡으려 했다.
휭.
어라?
순간 손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환영마법?’
응추는 상공 50m에서 낙하했다.
쿵.
제법 높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S급은 이 정도에서 다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응추처럼 환영마법에 속아서 상공 50m에서 가짜 손잡이를 잡으려다가 떨어지는 병사들이 속출한다는 점이었다.
바닥은 단단한 암석이었다.
반들반들한 암석에 떨어진 병사들은 크게 부상을 당했다.
정말 별것 아닌 환영 마법이었다.
상공 50m 위에 손으로 붙잡기 딱 좋게 생긴 돌부리였을 뿐이었다.
아주 가깝지 않아서 살짝 점프를 뛰어서 잡아야 했는데 그게 환영이었다.
지금까지 손잡이들이 모두 진짜여서 의심 없이 점프를 뛰어 잡은 손잡이 모양의 돌부리가 환영이었다.
“이런 썩을 놈들을 봤나! 얘들아! 성벽에 환영마법이 걸린 돌부리가 있다! 아무거나 잡고 지탱하지 말고 성벽에 달라붙어 길을 만들어라.”
준비한 사다리 세 개를 이어붙여 대형 사다리를 만들었다.
이십만 명이 성문에 달라붙었다.
개미떼처럼 기어올랐다.
성벽 위에서도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
응추가 성벽 위에 올랐다.
“하하하, 기껏 준비해봐야 겨우 기어오르기 힘들게 하는 것과 환영 손잡이냐?”
그때 성벽 양쪽에 있던 산지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콰콰콰쾅!
산사태가 발생해서 엄청난 양의 흙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제국군에게는 다행히 산사태가 발생한 위치가 부대의 뒤쪽이었다.
병사들이 성벽 방향으로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산사태에 휩쓸린 병사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제국군은 산사태는 무시하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벽 위에서 보니 성이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
기울어진 성을 강한 줄로 붙들고 있는 구조였다.
이런 모양은 처음이었다.
응추와 제국군을 본 프란시아 병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후퇴하라!”
프란시아의 병사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고리를 줄에 매달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성벽 위에서 줄을 타고 성벽 안쪽 뱡향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가며 멀어졌다.
응추는 쫓아갈까 하다가 성벽 위로 아군이 충분히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성벽 위에 프란시아 군이 물러나고 제국군이 성벽 위를 점령했다.
“하하하, 프란시아 놈들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나는구나.”
성벽 위의 응추는 프란시아 병사들이 성벽 위에서 줄을 타고 달아날 준비를 한 것을 보고 웃었다.
응추는 프란시아 군이 제국군을 막아낼 자신이 없으니 달아날 방도를 미리 준비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
팅, 팅, 팅.
성벽과 저쪽 바닥에 연결되어 있던 줄이 끊어졌다.
“훗, 우리가 줄을 타고 쫓아갈까 두려워서 줄을 끊어버리는군.”
기우뚱.
어라?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