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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79화 (178/230)

179화. 운석

팔랑팔랑.

성벽 위에서 마법 폭탄이 떨어졌다.

제국군의 부대장 주흐라는 삼각성의 성벽이 워낙 높아서 절벽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안 되겠다. 부대를 뒤로 물려라.”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제국군이 삼각성에서 멀어졌다.

“프란시아가 제법이군.”

“어쩔 셈인가?”

오드아이가 물었다.

“절벽 아래에서 절벽 위쪽을 공략하는 것은 하책이지. 저 절벽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아봐야겠어.”

주흐라는 부대를 삼각성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그리고 타고 있던 샤벨에서 내려 주위를 물렸다.

주흐라 주변에 반경 100m 이내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주문을 외웠다.

한 시간 이상 시간이 흘렀다.

위이이잉.

주흐라 주변으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죽음의 신이여, 그리고 절망과 허기의 신이여. 나 주흐라에게 어둠의 마나를 내려주소서. 공간을 떠도는 암석이 칼이 되어 떨어질 지어라.”

주흐라 주변으로 강력하게 튀던 스파크가 더욱 거세졌다.

지지직.

불꽃이 튀며 주흐라 주변의 마법진이 둥실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대령님? 저게 뭐 하는 짓이죠?”

“글쎄요. 대충 정황을 보면 일단 성을 치려 했지만, 성벽이 높아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렇게 누가 봐도 대형 마법인 듯한 짓을 한다면…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법진을 볼 줄 아는 마법사를 불러보시죠.”

“맞아요. 알파야, 빨리 스피오크 님 용병 계약해봐.”

―네, 승낙하셨습니다.

“오케이, 소환.”

지금 용병으로 계약한 이는 사무실에서 나와 함께 화면을 보고 있는 대령뿐이었다.

용병 제한이 빡빡하니 잘 계산해서 적재적소에 투입해야 했다.

아직 차지율이나 노승민은 오지 않았고, 까밀로도 투입하지 않고 대기 중이었다.

화아악!

스피오크가 사무실로 소환되었다.

“불렀소? 무슨 일이오?”

“저 화면을 봐주세요.”

제국군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삼각성에서는 무슨 짓을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화면으로 본 제국군은 대형 마법진을 만들고 있었다.

대형 마법진이 둥실 떠올랐다.

“저게 뭘까요?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모셔 봤어요.”

스피오크는 화면 가까이 붙어서 자세하게 마법진을 관찰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주시겠소?”

“너무 가까이 가면 들켜요.”

“그러면 여기 위쪽을 조금 더 비춰주시오.”

“네.”

스피오크는 한참을 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메테오 스트라이크인 것 같구려.”

“그게 뭐죠?”

“글리제 바깥 우주에는 거대 암석들이 떠돌아다니는 것들이 있다오. 그것을 불러서 떨어뜨리는 마법이외다. 단순히 암석을 불러서 떨어뜨리는 것이지만 그 파괴력이 엄청나오.”

그 사이 화면에서는 마법진 가운데에 앉아있던 여자가 마법을 완성한 것 같았다.

마법진이 사라졌고 여자는 딱 봐도 마나를 다 써버린 듯 지쳐버린 모습이었다.

“시간이 없소. 하늘에서 암석이 떨어질 것이오. 목표지점은 당연히 삼각성이겠지요.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은 한 번 발동하면 취소도 불가능하외다. 삼각성이 달아날 수 없으니 어서 가서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오.”

“알겠습니다. 알파, 스피오크 님 역소환.”

팟!

스피오크가 삼각성으로 되돌아갔다.

후우. 잠시 고민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암석은 가까이 다가왔을 때는 이미 너무 빨라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화면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 어디에선가 암석이 날아온다고 했다.

시간은 이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하늘을 향해 화면을 돌리다 보니 저 위에 떠 있는 우리 편이 보였다.

샤샤와 카나는 비행 차량을 탄 채 작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지금은 삼각성 상공에서 대기 중이었다.

[카나.]

[응.]

[하늘 위로 올라가 봐. 최대한 높이.]

[알았어.]

카나가 운전하는 비행 차량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나는 고민했다.

간단히 말하면 하늘에서 암석을 떨어뜨린다는 것 아닌가?

암석이 땅에 거의 다다랐을 때는 매우 빨라서 어렵겠지만, 하늘 높이 있을 때는 살짝 건드릴 수 없을까?

그렇다면 삼각성이 아닌 다른 곳에 암석이 떨어지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파야, 알타르 님 용병 및 소환.”

―네.

화아악!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네, 지금 스피오크 님 말씀 들으셨나요?”

“네,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표적이 되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스피오크 님은 대형 방어막을 만들고 계십니다.”

“지금 카나와 샤샤가 비행 차량으로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알타르 님도 합류해서 상공에서 방향을 조금이라도 틀면 어떨까 해서요. 지면 근처에서는 무리여도 상공에서 각도를 조금만 비틀 수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오오, 좋은 생각입니다. 상공에서 메테오에 타격을 가해 궤도를 바꾼다.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럼, 샤샤와 카나에게 가세요. 알파야, 보내드려.”

파앗.

알타르가 샤샤오 카나가 타고 있는 비행 차량 안으로 이동하였다.

“알파야, 이제 우리가 중요해. 메테오를 찾아야 해. 화면 우주로 올려!”

슈우욱.

화면이 한참을 올라갔다.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듯 우주를 훑었다.

깜깜한 밤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들이 보였다.

저 아래 지면에서는 전쟁이 한창이었지만, 우주 공간에 올라와서 보면 거대한 자연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주의 거대함에 감동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알파야, 근처로 다가오는 암석이 없나 찾아봐. 분명히 이쪽으로 올 거야.”

―암석 조각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암석 조각이 마법에 걸려 다가오고 있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지름 1m 이하의 작은 건 무시하고 그 이상 되는 것들 중에서 찾아봐.”

―네, 알겠습니다.

1m도 안 되는 것들은 스피오크의 마법과 성벽이 충분히 버틸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메테오가 될 암석들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찾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가?”

초록색 암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 가봐.”

화면이 다가가 보니 암석이 마나로 뒤덮여 있었다.

[카나야, 암석 찾았어. 어디쯤 있어?]

[대기권 끝까지는 올라왔어. 더 이상은 올라가기 어려워.]

암석과 비행 차량의 위치를 비교해 보았다.

그때 내가 하는 말을 듣던 직원이 물었다.

“하늘에서 암석이 떨어진다고요?”

그는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얼마 전 채용된 참모 중 한 명이며, 삼각성 전투 시뮬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었다.

“아! 개발자님, 혹시 시뮬레이션 가능한가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냐고요?”

개발자는 거꾸로 나에게 물었다.

“사장님, 제가 여기 있는 이유는 전투 지형을 3D모델링 한 다음, 그 위에서 수십만 명의 다양한 수준의 병력이 벌이는 전쟁을 AI 딥러닝하며 시뮬레이션하는 겁니다. 그런데 돌멩이 하나 떨어지는 것을 시뮬레이션 가능하냐고 물으시면 섭섭합니다.”

그랬다.

그는 전직 미국 항공 우주국 시뮬레이션 담당 개발자였다.

타라라라락.

그가 키보드를 치자 순식간에 모니터에 암석이 삼각성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표현되었다.

“이미 삼각성 모델링을 하며 글리제의 기본 물리량은 다 알고 있습니다. 암석의 시간, 위치 정보만 있으면 끝입니다.”

나는 얼른 개발자를 용병으로 계약을 해주었다.

“사장님이 보고 계신 좌표를 먼저 따야겠군요. 조금 움직여 보시겠습니까? 네, 네, 좋습니다.”

그렇게 즉석에서 암석 낙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세팅했다.

[민준, 암석이 보여!]

카나의 쪽지였다.

“개발자님, 지금 카나, 샤샤, 알타르 님이 타고 있는 비행 차량에서 암석이 보인답니다.”

“먼저 삼각성으로 출발하시죠. 암석의 낙하가 더 빨라 지금 출발해야 할 겁니다.”

[카나, 삼각성 방향으로 떨어지듯 출발해! 지금!]

슈우욱! 비행 차량이 삼각성 방향으로 먼저 출발했다.

슈우우우.

그리고 그 뒤를 암석이 뒤쫓았다.

비행 차량은 빨랐지만, 암석의 속력이 더 빨랐다.

나는 개발자의 시뮬레이션을 확인하며 알타르에게 지시했다.

[알타르 님! 암석이 비행 차량을 뒤쫓고 있어요. 잠시 후에 둘이 비슷하게 떨어질 거예요. 그때 암석에 타격을 줘서 방향을 틀어주세요.]

[네, 스승님. 맡겨주십시오.]

“알파야, 우리도 따라가.”

슈우우우.

암석 앞에 비행 차량 그리고 그 앞에 지표면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암석은 대기권과의 마찰로 인해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건 비행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시간이 더 지나면 비행 차량의 내구성이 버티지 못할지도 몰랐다.

슈우우우.

[알타르 님, 그 방향으로 3서클 폭발 마법 하나 써 주세요.]

펑!

비행 차량에서 암석으로 마법이 발사했다.

암석은 마법에 의해 살짝 기우뚱했다.

개발자가 모니터를 보며 마법 단계 상승을 요청했다.

“사장님, 마법 단계 하나 더 올려주세요.”

[알타르 님, 4서클 한방 추가요.]

펑!

“사장님, 1서클 짜리 살짝 한방만 부탁드립니다.”

[알타르 님, 1서클 한 방이요. 살짝.]

콩.

“사장님, 딱 좋습니다. 완벽합니다.”

그렇게 암석의 궤도를 조절하는 사이에 비행 차량도 암석도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민준, 비행 차량은 궤도에서 이탈할게. 차량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래, 이탈해!]

카나 등의 비행 차량의 속도가 급감하며 궤도에서 이탈했다.

슈우우우.

암석은 계속 떨어졌다.

점점 낙하 속도가 빨라졌다.

그와 함께 암석은 대기와의 마찰로 뜨거워졌다.

이제 암석은 붉은 기운을 넘어 하얗게 달아올랐다.

뚝. 뚝.

뜨겁게 달아오른 암석은 마치 용암이 된 듯 일부분이 녹아 흘러 떨어져 나갔다.

곧 지표면이었다.

* * *

“이제 곧 도착인가?”

“그래, 유프. 조금만 기다려라. 저 성벽에 정조준했으니 성벽이 얼마나 튼튼한지 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부대장 주흐라의 모습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

주흐라는 대마법사였지만, 메테오 스트라이크 마법은 최고 난이도의 마법이라서 대마법사조차 모든 집중력과 마나를 끌어다 써야 하는 어려운 마법이었다.

“마나를 다 써버리긴 했지만, 저 삼각성의 방벽을 뚫는 데는 충분할 거다.”

유프가 하늘을 보았다.

반짝.

하늘에서 뭔가가 보였다.

씨익.

유프가 떨어지는 메테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보이는군. 이제 곧 삼각성에 떨어지겠어.”

운석이 커졌다.

“꽤 가까워지는군.”

운석이 더욱 커졌다.

“곧 충돌하겠어.”

운석이 상당히 가깝고 거대했다.

그런데 가까워도 너무 가까웠다.

유프는 이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엥? 주흐라? 원래 이런 건가?”

“궤도가 틀어졌어!”

“뭐?”

“우릴 향해 날아오고 있어!”

“악!”

운석이 처음 지표면에 부딪히는 순간에는 오히려 조용했다.

먼저 눈으로 운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았고 온몸에 뭔가의 파동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직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소리가 도달하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음파가 도달했다.

쭈우우우왁.

쿠쿠쿠쿵!

대형 운석이 지표면을 강타했다.

그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운석은 돌멩이가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폭탄이 터져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충격파가 터져나가는 모습을 화면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와, 멋지네요. 대박, 저건 버섯구름?”

운석이 떨어진 가운데 부분은 충격에 의해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거에 맞았으면 삼각성에도 피해가 컸을 것 같았다.

현대 지구 건축 기술에 돈을 퍼부어가며 지었기 때문에 다 부서지지는 않았더라도 일부 파손되어 그쪽으로 길이 생겼다면 상대의 대군이 들이닥칠 수 있었다.

아마 적도 그런 의도였을 것 같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먼지구름이 가라앉았다.

운석이 충돌한 곳에는 지름 100m의 대형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와, 쟤네도 디펜스 뚫는 데는 핵이 짱인 건 아나 보네요.”

내 옆에서 함께 화면을 보는 대령이 거들었다.

“그러면 뭐 합니까? 핵을 자기 편에게 쏘는데요.”

* * *

휘이잉.

운석 충돌구에 바람이 불었다.

들썩들썩.

충돌구 중심부의 흙이 꿈틀거렸다.

팍!

흙무더기를 뚫고 손이 삐져나왔다.

곧이어 팔, 어깨, 머리와 몸통이 보였다.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머리카락은 산발, 허리춤의 칼도 반토막이 나 있었다.

제국의 S급인 유프였다.

“주흐라!”

유프는 짜증스럽게 주흐라를 불렀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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