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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78화 (177/230)

178화. 개시

가벼운 천으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는 반원형 곡도를 찬 병사가 늑대를 타고 달렸다.

늑대는 상당히 빠르고 거칠게 달렸다.

바위가 나오면 휙휙 방향을 바꾸거나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 위에 타고 있는 병사는 익숙한 듯 손으로 늑대를 잡지 않고 유유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두두두두.

늑대를 탄 병사와 비슷한 모습으로 동물과 몬스터를 탄 이십만의 제국군이 빠르게 달렸다.

“끼랴!”

“뛰어!”

“크왕!”

“크르르르.”

몬스터를 통제하여 탈것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몬스터가 사람의 말을 듣는다?

그게 몬스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일부 테이머의 경우 몬스터의 정신을 제어하여 통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몬스터를 대규모로 통제한다면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타다다다닥.

“부대 정지!”

“잠시 휴식한다.”

빠르게 뛰어가다가 잠시의 휴식 시간에 멈춰선 샤벨 타이거는 괴성을 질렀다.

“크왕!”

몬스터로서의 흉폭함이 전혀 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날카로운 엄니와 사나운 얼굴 표정을 보면 당장이라도 주변의 사람들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크르르르.”

그 옆에는 늑대를 타고 있는 병사가 있었다.

그런데 늑대 역시 성질이 보통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면 늑대의 눈이 붉었고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트란 산맥의 일반적인 늑대보다 더욱 흉폭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낄낄낄.”

“큭큭큭.”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제국군들은 부대의 진격이 즐거운 듯 히히덕거리곤 했다.

제국군은 휴식 시간에는 원래 이러하다는 듯 곳곳에서 병사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 두 명의 병사가 들어갔다.

두 병사가 변신했다.

찌지지직.

옷이 찢어지며 몸이 부풀었다.

“크와왁!”

“크아아악!”

흑곰 대 고릴라의 싸움 같은 모습이었다.

퍽, 퍽, 퍽!

이런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콰우우우우!”

한 곳에서는 승패가 난 것 같았다.

고릴라 한 마리가 예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런데 고릴라는 예티의 목숨을 끊어버렸다.

전쟁을 바로 앞둔 부대가 자기들끼리 싸우고 서로의 목숨을 끊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이상한 부대였다.

휴식 시간마다 동료의 피를 보며 진군하는 부대는 빠른 기동력으로 프란시아를 향해 달렸다.

타다다닥.

육중한 샤벨 타이거 덩치와 다르게 날렵한 몸놀림으로 언덕 위에 올랐다.

타다닥.

그리고 곧이어 다른 샤벨 한 마리가 그 옆에 멈췄다.

각각의 샤벨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타고 있었다.

남자는 사막의 전사처럼 몸을 가리는 가벼운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커다란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두건으로 코와 입 부분을 가렸다.

하지만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두 눈은 각각 노란, 파란색인 오드아이였다.

오드아이가 여자에게 말했다.

“주흐라, 저기 보이는 성이 삼각성인가?”

질문을 받은 여자는 긴 갈색 머리를 대충 말아 올렸고 여름철 야외 산책이라도 나갈 듯한 가벼운 복장이었다.

하지만 목에는 마나석이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었으며 한 손에는 크고 붉은 마정석이 박힌 완드를 들고 있었다.

“그래, 유프. 가장 먼저 쳐야 할 곳이지.”

삼각성은 멀리 있어서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였다.

하지만 안력을 돋운 그들에게는 확실하게 보였다.

“성벽이 제법 높은 것 같은데?”

“훗, 그래 봤자다.”

“주흐라, 프란시아는 베이론에게도 쩔쩔매던 곳이라고 하니 금세 점령할 수 있겠지?”

“물론, 유프 네가 따라오지 않았어도 되었을 거야.”

“주흐라 자만하지 마라. 프란시아에도 소드마스터와 7서클 마도사가 있다고 하니 협공을 당하면 어찌 될지 모르지. 그러니 내가 따라온 것 아니냐.”

“우리 부대의 대장은 나다. 잔소리는 그만하고 얌전히 따라와라.”

삼각성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한 주흐라는 샤벨 타이거를 몰아 가볍게 언덕을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본 유프는 내려가는 주흐라와 멀리 보이는 삼각성을 한 번 본 뒤 언덕을 내려갔다.

* * *

삼각성 위에서는 부대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적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그동안 오늘을 위해 준비를 한 것이다. 모두 준비한 대로만 하면 돼!”

착착.

병사들이 자기가 서야 할 위치에 섰다.

성벽 위, 성벽과 물자 창고 사이, 식량 배급소, 치료소 등 삼각성의 모든 인원과 장소가 오직 이날만을 위해 꾸려졌다.

성벽 위의 한 곳을 맡은 병사 한 명이 자신의 장소에 위치했다.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바닥에는 희미하게 발자국이 새겨져 있었고, 병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만든 발자국 위에 올라갔다.

성벽 안쪽의 망루 위, 가장 높은 곳에서 망을 보던 병사가 외쳤다.

“전방에 적 출현!”

그 말을 듣고 몇 분 지나자 저 멀리 지평선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병사들은 어이없는 성벽 공사를 눈으로 보고 지속적인 훈련을 했지만 그래도 저 멀리 꿈틀거리는 군대의 물결에 긴장감을 지울 수 없었다.

“긴장하지 마라. 기다렸던 날이다.”

백인장이 병사들을 다독였지만 긴장하지 말란다고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두두두두.

이제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성벽 위의 병사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부여잡았다.

아직 무기를 휘두르지도 않았지만, 창과 검을 쥔 손에서는 긴장감에 축축하게 땀이 나곤 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지구에서 화면을 통해 적의 대군이 삼각성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샤야?]

[네, 민준 님.]

[쟤들 어디까지 왔나?]

[거의 다 왔어요. 1km 정도 남았어요.]

[그래. 준비한 선에 선두가 도착하면 가볍게 몇 개만 터뜨려. 알지?]

[그럼요.]

적의 선두가 준비한 장소에 도달했다.

[시작해.]

[네, 알겠어요.]

나는 화면을 선두가 달려오는 곳으로 맞췄다.

늑대를 탄 적병 선두 몇십 명이 준비했던 장소를 지났다.

쾅, 쾅, 쾅!

갑작스러운 폭발이 시작되었다.

그런 폭발 때문에 선두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적의 부대는 앞뒤로 제법 길게 늘어서 있었다.

워낙 이동 속도가 빠르다 보니 개중에도 편차가 생겨서 앞뒤로 길게 늘어났다.

그런데 갑작스런 폭발로 선두가 멈추기 시작했다.

선두가 멈추니 본대도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적병들은 폭발이 계속되는 것인지, 이곳에서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인지, 적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바닥에서 본격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그동안 깔아둔 마법 지뢰였다.

퐁.

땅바닥을 뚫고 작은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물체가 튀어 오른 높이는 겨우 수십 cm에 불과했다.

쾅!

하지만 물체는 곧 폭발했고 적들의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폭발은 사방으로 퍼지지 않았고 튀어 오른 높이에서 얇은 원반 모양으로 폭발력을 집중시켰다.

쾅, 쾅, 쾅, 쾅!

수많은 지뢰가 터졌다.

“땅에서 튀어 오른 다음에 터진다. 튀어 오르면 막아!”

“튀어 올라서 원반 모양으로 터진다! 튀어 오르면 그것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면 된다!”

제국군은 순간적이지만 대응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팔랑.

그때 제국 병사 한 명의 어깨 위로 작은 불씨가 내려앉았다.

화르륵!

작은 불씨는 커다랗게 커져서 병사의 얼굴을 감싸기 시작했다.

“크아악!”

땅에서는 지뢰, 하늘에서는 불의 비가 내렸다.

나는 내가 앉은 사무실 한쪽에서 함께 화면을 보고 있는 무리를 보며 말했다.

“대령님, 아주 기가 맥힙니다.”

그곳엔 군복을 입은 나이 든 아저씨, 볼록한 뱃살에 여드름 범벅 청년, 한쪽 다리를 떨며 대형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현란하게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이들은 내가 이번 길드원 모집 기간 중 함께 샤론 길드로 초빙한 나의 참모들이었다.

그들은 왕년에 각종 군사 작전 대회를 휩쓸었던 작전 장교 출신 예비역 대령, 샤론에서의 전쟁에 어울리는 냉병기 전쟁 덕후, 그리고 미국 항공우주국인 나사에서 스카웃한 전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자였다.

“대령님이 설명한 그대로네요.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아요?”

대령이 화면을 보며 설명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저게 다 고도의 심리전을 깔고 하는 것입니다.”

“어떤 심리전인데요?”

“일단 지금이 첫 전투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러면 첫 전투는 무조건 우리 팀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뭐 이기면 좋죠.”

“지금 저 위치는 삼각성의 병사들이 적을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죠.”

“그러게요. 서로 볼 수 있는 위치인 것 같아요.”

“일단 적은 전방에 폭탄이 터지면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왜죠? 우회하거나 무시하고 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 위치는 이동 명령으로 움직일만한 위치입니다. 돌격 명령이었다면 폭탄이 터져도 굴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돌격 명령을 내리기엔 먼 거리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저들의 수가 이십만입니다. 저 정도 숫자만 되어도 중간 정도의 계급이 부대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폭탄이 터지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폭탄이 터지면 즉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윗선에 보고해야 했을 겁니다. 첫 전투니까 더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의 시야에 적이 보이는 상황에서 폭탄으로 적을 멈춰 세운 겁니다. 달려오던 부대의 앞이 정지했으니 부대는 오밀조밀하게 밀도 있게 쌓이게 될 것입니다.”

“그때 땅에서 쾅, 하늘에서 쾅.”

“후후, 이 작전의 장점은 적을 해치우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요?”

“사기, 우리 군의 자신감입니다. 눈에 보이는 적이 시작부터 두들겨 맞고 시작하는 것이죠.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 위치를 선정한 것이지요.”

“크으!”

슬쩍 본 컴퓨터에서는 현재 병력 상황을 보정하면서 전체 부대의 전투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나는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물었다.

“시뮬레이션이 잘 맞을까요?”

“처음엔 안 맞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거 나름 고성능 AI입니다. 전쟁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똑똑해질 겁니다.”

끄덕.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동안 인터넷 게시판에 물어가며 전투를 했는데 이렇게 전투 전문가들을 데려다 놓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으니 든든했다.

제국군은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했다.

멈춰 세운 후 땅을 쳐다보게 하는 공격을 해서 땅을 보았더니 그다음에는 하늘을 경계해야 하는 공격이 내려왔다.

까득.

제국군 선봉대의 대장인 주흐라는 이를 깨물었다.

힐끔.

옆에서 오드아이 유프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초장부터 한 방 먹고 시작하는 전투에 자존심이 상했다.

“전군! 삼각성으로 진군한다!”

대장 주흐라의 외침에 부대가 이동했다.

부대는 선공을 당했지만 이십만 전 병력의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절뚝절뚝.

물론 절뚝이며 나아가는 병사도 있었고, 다리가 잘린 타이거를 버려둔 채 뛰어가는 병사도 있었다.

하지만 제국군 전체의 사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절뚝이는 병사를 부축하는 병사도 없었고 다리가 잘리거나 부상을 입은 병사도 이동할 수 있다면 부상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크으으으.”

마치 상처받은 야수 같았다.

제국군은 멀리서 삼각성을 보았을 때 성이 제법 높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점점 앞으로 다가갈수록 성의 높이가 실감이 되었다.

“이건 뭐지?”

“아니,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성벽의 높이가 100미터에 이르렀다.

원래도 성벽이 높았는데 그 위에 다시 한국식 건축 기술로 성을 증축했다.

그래서 지금 적군이 보기에는 까마득한 높이의 벽이 세워졌다.

빠른 건축 속도만 고려한 것이 아니고 S급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했다.

일부분이 파괴된다고 해도 성벽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는 구조였다.

부수려면 전부 다 부숴야 할 것이었다.

무려 댐 건설시공 경험과 원자력 발전소 건축 경험이 있는 건축회사가 주도한 성벽이었다.

성벽을 짓는 건축회사는 이렇게 말했다.

“핵폭발을 가둘 수 있는 강도의 콘크리트로 소양강 댐 모양의 성벽을 한 달 안에 만들겠습니다.”

한국의 건축회사는 짓는다면 지었다.

제국군 선봉대 대장 주흐라는 까마득하게 높은 삼각성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저 높은 성벽을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자신을 비롯한 유프가 나설 수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높은 성벽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까만 점이 보였다.

뭐지?

까만 점은 조금씩 커졌다.

‘어라?’

콰콰콰광!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높이로 인해 큰 에너지를 갖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마나 폭탄은 그 질량과 높이로 인해 더욱 파괴적인 무기가 되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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