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71화 (170/230)

171화. 고생해

던전 갯벌이 펼쳐졌다.

물 속에서 던전으로 들어왔기에 물 속일줄 알았지만 던전은 늘 기대와 다른 장소가 펼쳐졌다.

비행 차량에서 나와 진흙을 밟아 보았다.

조금 질퍽했지만, 이곳에 있는 멤버들이 진흙에 빠질 인물들은 아니었다.

훅.

짙은 짠내음이 났다.

샤샤가 물었다.

“탐사대의 진형은 어떻게 갖추는 것이 좋을까요?”

그러자 다들 이런저런 의견을 말했다.

“비행 차량을 탐사에 활용할까요? 아니면 다 함께 이동할까요?”

“어느 방향으로 가볼까요?”

잠깐만.

그런데 다들 자연스레 작전에 대한 내용을 나에게 물었다.

근데 왜 나에게 묻지?

솔직히 헌터가 군대라면, B급은 대충 100명 정도는 이끌 수 있는 중대장급에 비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S급?

원래 S는 Star, 하늘의 별이었다.

군대에서 중대장은 자기 중대에서나 센척하지, 별이 뜨면 그냥 깨갱이었다.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려 군부대를 뒤덮어도 스타가 뜬다고 하면 순식간에 눈이 내리기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스타의 지위였다.

나는 탐사대에 S급이 셋이니 당연해 그들이 리드를 해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왜 나에게 물어?

차지율, 노승민과 눈빛이 마주쳤다.

맑은 눈동자, 신뢰가 담긴 눈빛.

아!

왠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서 김 기사, 조 기자, 카메라맨을 빼면 실제 전투원은 총 8명이었다.

우선 S급인 차지율, 노승민, 염화.

그리고 나와 소환수 셋 그리고 알타르가 있었다.

소환수와 알타르는 나에게 절대 충성이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온 염화도 따거따거 그러면서 나 때문에 중국 정부와 싸우면서까지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염화는 내가 용병을 걸어주지 않으면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노승민은 일본에서 화룡을 잡으며 S급인 자신이 구함을 받은 건 네가 처음이야라면서 고마워하곤 했다.

그리고 차지율은 서로 예의를 갖추고 존댓말을 하지만 암묵적으로 친구였다.

차지율과 노승민은 이 바닥에서 베테랑, 고인물을 넘어 썩은 물인 인물들이었다.

어설픈 자존심이나 자기 자랑 따위는 아득하게 뛰어넘은 인물들이었다.

그 신뢰의 눈빛을 받아 내가 모두에게 말했다.

“비행 차량으로 다 함께 가시죠.”

“좋아요.”

“넵!”

나도 100명쯤은 이끌 수 있는 B급 헌터였으며, 샤론 길드의 길드장이며 한 지역의 영주였다.

리더십이 없을 수가 없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원이었다.

“염화 님은 지붕에서 타고 가셔도 괜찮겠죠? 지붕 위쪽에서 경계와 관찰을 부탁드려요.”

“따거, 알았다해.”

“차량의 좌우는 차지율, 노승민 헌터님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제리는 전투가 시작하면 드론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견제를 하는 방향으로 할까?”

“알겠다냥.”

“그리고 알타르 님.”

“네, 스승님.”

“샤론 마을에 왔다 갔다 하시면서 충전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비행 차량이 출발했다.

F급 헌터가 운전을 하는 비행 차량이었지만 이 차량의 안전을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갯벌 위에서 공중으로 10여 미터를 뜬 채 하늘을 날았다.

슈우우욱.

그렇게 몇 분을 날자 김 기사가 말했다.

“어, 저건 뭐죠?”

“음? 잠시 멈춰 주세요.”

비행 차량이 멈췄다.

저 멀리 갯벌에 작은 게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없었다.

“김 기사님 조금만 앞으로 가다가 다시 멈춰 주세요.”

슈우우욱.

“네, 멈춰 주세요.”

우리가 다가가면 게들이 사라졌다.

“저거 몬스터 맞아?”

“몬스터가 가까이 간다고 숨어?”

멀리서 보면 작은 게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지만 가까이 가보면 게들이 숨은 구멍은 승합차 한 대는 가뿐히 들어갈 만한 구멍이었다.

아마 이 구멍으로 숨은 게의 크기도 승합차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워, 구멍도 크네.”

“왜 쫄아서 숨지? 우리의 등급을 아나?”

“어? 그렇다면 더 큰 문제 아냐? 우리의 등급을 아는 건 도망쳐 들어온 보스겠지. 얘네들이 우리가 누군지 알아서 도망쳤다는 건 보스가 얘네들에게 그렇게 명령했다는 것이지. 그럼 더 위험한 거야.”

“설마…….”

“그러면 착륙해볼까요? 진짜로 우리를 두려워하는지, 아니면 작전인지.”

슈우욱.

착.

비행 차량이 착지했다.

우리는 사방을 경계하며 서 있었다.

주변에는 게들이 숨어 들어간 커다란 구멍이 마치 싱크홀처럼 군데군데 파여 있었다.

조용했다.

“적막하네.”

“이왕 착륙한 것 조금 걸어볼까요? 다른 반응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질퍽한 땅을 걸었다.

저벅저벅.

비행 차량은 원래 차량이었으니 탱크 같은 캐터필터로 거침없이 진군했다.

쿠르르르.

“얘들은 나올 생각을 안 하네. 이게 뭔 S급 던전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어디 보스나 잘 찾아봅…….”

그 순간, 온 하늘에 게들이 까맣게 날아서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도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파이어 필드!”

“주작 강림!”

“하늘 베기.”

“켄타우로스”

“일단 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는데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게들이 온 하늘을 까맣게 덮었다.

이 던전의 특성이 물량전이라는 걸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파바바박!

촤악!촤악!

쾅쾅쾅!

S급 마법사의 불길이 일행을 감싸고, S급 검사의 검이 연신 하늘을 갈랐다.

어느새 변신한 기갑 전사는 몸으로 비행 차량을 보호하며 게들을 때려죽이고 있었다.

샤샤, 제리, 카나도 연신 공격을 했다.

게들은 승합차 정도의 크기였는데 우리가 잡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단지 물량이 많을 뿐이었다.

나도 연신 프로텍션을 걸어주고 힐을 넣어주었다.

게들은 집게가 주요 공격이어서 바인드를 걸어서 집게를 벌리지 못하게 조여주었다.

집게를 벌리지 못하는 게는 그냥 공격용 타겟일 뿐이었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래, 오를 만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몰려오는 몬스터를 해치우는데 레벨이 안 오르면 그게 양심이 없는 거였다.

레벨이 오르건 말건 일단 당장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정리하기에 바빴다.

“극열지옥!”

“가로베기!”

“일렉트릭 쇼크!”

“멀티 파이어 에로우!”

펑펑펑!

사방 천지에 게딱지였다.

도대체 몇 마리를 잡았는지 셀 수가 없었다.

비가 내린 양인 강우량은 통에 비가 쌓인 양을 잰다는데 이건 게의 사체가 하늘에서 내려 쌓인 양을 측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샤샤샥.

순식간에 다시 게들이 사라졌다.

“헉헉.”

“다들 괜찮으세요?”

“다친 사람은 없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저도요.”

저마다의 안부를 물어보니 특별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힐러인 나는 디바인 프로텍션을 걸어주고 혹시 프로텍션이 떨어지면 바로 다시 걸어주었기에 모두의 체력이 별로 떨어지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김 기사님, 조 기자님, 카메라 기사님 괜찮으세요?”

“아, 네. 괜찮습니다.”

“저희도 나름 헌터입니다.”

“저는 멋진 영상을 찍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분들도 이 와중에 영상이 먼저라고 대답하니 프로긴 프로였다.

“와, 이거 만만히 보면 안 되겠네요.”

“그러게. 이거 두 패로 나눠서 돌았으면 당황할 뻔했어.”

“그래도 순식간에 다들 잘 대처해주시던데요?”

“아, 뭐 던전 하루 이틀 도낭?”

제리가 게딱지를 대충 걷어차며 길을 치우며 말하는 폼이 아저씨 같았다.

“제리야? 너 폼이 아저씨 같아.”

“냥?”

“그렇게 껄렁하게 게딱지 걷어차며 ‘아, 뭐 던전 하루 이틀 도낭?’ 이렇게 말하는 거 아저씨 같다고.”

“아저씨?”

“아니야, 제리야. 미안해. 너 완전 귀여워.”

“냥!?”

험난한 던전, 순간적으로 차오르는 긴장감에도 제리가 있어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사실 S급이 셋인데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이 바닥의 썩은 물 수준인데 이렇게 농담을 한다고 해서 몬스터 경계를 놓치거나 할 리가 없었다.

몬스터들이 1초만에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날아올랐지만, 우리의 반응은 그 절반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물었다.

“자, 선택지가 있습니다. 날아다니면서 보스를 찾는다. 아니면 이렇게 걸어가면서 잡몹들을 정리하면서 간다. 뭐가 좋을까요?”

내가 리더 역할을 하긴 했지만, 경험 많은 이들의 의견은 들어봐야 했다.

“식량이나 마나 문제는 없겠죠?”

“이곳에서 샤론 영지로 바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샤론에서 식량과 마나를 충전하면 100년도 싸울 수 있어요.”

그래. 내가 한 명의 헌터로서의 힘은 적지만, 샤론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샤샤, 카나 샤론에 다녀와 줘.”

소환수들이 샤론에 다녀왔다.

그리고 우리 팀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던전을 돌았다.

* * *

삼 일이 지났다.

그동안 게딱지는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게들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보스를 발견했고 보스를 잡을 수 있었다.

“아이고 고생들 하셨습니다.”

“그럼 고생들 하셨는데 우리 간장게장이나 먹으러 갈까요?”

“우엑, 농담이라도 게장 먹기 싫어요.”

“그럼 양념게장?”

온몸에서 게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요 마정석은 어떻게 할까요?”

“동해 몬스터 크랩의 마정석이었다.”

내가 먼저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나 헌터 협회에서 S급 마정석을 갖고 싶겠죠?”

“음…아마도 그렇겠죠.”

“그럼 몬스터 크랩의 마정석은 정부와 협회에서 처리하도록 하세요.”

“샤론 길드에서도 지분이 상당한데 괜찮겠습니까?”

“대신에 지휘부에 있을 때 받은 마정석들이 제 소환수들 선물함에 있거든요. 일부는 샤론 영지에서 충전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 마정석들 좀 챙겨도 될까요?”

“민준 씨, 아무리 그래도 S급 마정석을 양보하시다니요. 그러면 호구라고 불려요. 본인의 이익은 잘 챙기셔야죠.”

“그래요. 더 생각해 보세요. 협회와 정부는 좋아하겠지만, 마정석은 등급이 최우선이에요. 저급 마정석이 아무리 많아도 고등급 마정석이 더 중요하죠.”

그랬다.

노승민과 차지율은 지휘부로 국민들이 보내준 마정석을 본 적이 없다.

그게 얼마나 많은 양인지 몰라서 저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럼 그렇게 정리해요. 저는 저등급 마정석 많이. 협회와 정부는 S급 마정석 한 개. 저는 좋아요.”

“너무 배려하시는데요.”

“땅땅땅, 그렇게 정리해요. 아 참, 그리고 협회에 가서는 마정석을 싸우다가 많이 소모했다고 말해 주세요. 실제로 그렇기도 했으니까요.”

“그정도야 기본이죠.”

“S급 보스를 잡아줬는데 다시 뱉으라고 하면 양심이 없는 것이죠.”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공간이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꾸구구구궁.

“돌아갑시다.”

보스는 던전의 핵을 겸했기 때문에 이제 던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슈우욱.

팡!

던전 포털을 지나자 다시 바닷속이었다.

그리고 바다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니 맑은 지구의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아, 상쾌하네요.”

“그러게요. 좋아요.”

시청자들의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와, 돌아왔다.

└기도했어요.

└어떻게 됐어요?

└다들 무사해요?

└보스는?

조 기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기다렸던 시청자분들께 한마디 해주시죠.”

카메라가 나를 비췄다.

왜 자꾸 이 어머어마한 공격대의 조합에서 자꾸 나를 비추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는데 뺄 수도 없었다.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예의를 차려 가볍게 인사를 했다.

“여러분. 보스는 잡았고, 던전은 붕괴했습니다. 그리고 공격대는 모두 무사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직 동해안에 남아있을 잔여 몬스터를 처리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것입니다.”

└와!

└와!!!!!

└만세.

└고마워요.

└올레~

슈우욱.

하늘을 날아돌아오는 동안 우리는 다시 잡담했고 그 모습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방영되었다.

슈우욱.

아직 정동진에 도착하지도 않았을 무렵 노승민 헌터가 스마트폰을 내밀며 말했다.

“와, 이거 빠르네.”

“뭐가요?”

노승민이 보여준 스마트폰에는 ‘S급 보스 레이드. 부제: 꽃게잡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던전에서 촬영한 모습이 벌써 편집되어 방영되는 모양이었다.

“와, 민준 씨”

“네.”

“고생해.”

“네?”

차지율과 노승민은 다 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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