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70화 (169/230)

170화. 던전 속으로

화면에 등장한 마정석은 아름다웠다.

커다란 마정석 두 개 사이에 손잡이가 있었다.

└와, 저거 마정석 한 개가 수박만 한데 그걸 또 붙였네.

└하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세공을 했고, 또 하나는 저거 뭐래? 색이 계속 변하는데?

└그냥 아령으로 뚝배기 깨도 될 듯.

알타르가 마정석에 대해 설명했다.

“스승님께서 이번 전투에 마나가 필요할 것 같아서 공격용으로 쓰라고 하셔서 잠시 붙여놓았습니다.”

“스승님이요? 누가요?”

내가 말을 이었다.

“아, 알타르 님이 저를 스승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알타르 님은 몇 서클이신데요?”

“6서클입니다.”

“민준 님이 6서클 마법사의 스승이라고요? 알타르 님이 아까 마법 쓰는 것 보니까 7서클 마법도 쓰던데요.”

“맞아, 7서클 파이어 레인 쓰지 않았어요?”

“아… 그게 또 설명이 긴데…….”

└설명해줘.

└말해줘.

└와, 넘 재밌어요.

└초초초정상급 헌터들의 썰.

└6서클인데 7서클 마법 쓴 썰.

└7서클 마법을 쓴 헌터가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조 기자와 카메라맨은 실시간으로 방영되는 모습을 우리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화면을 보여주었다.

채팅창의 댓글이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와, 댓글 올라가는 거 재밌네요.”

“그러게. 이거 너무 빠르게 올라가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겠구만.”

“따거, 마정석 좀 구경할 수 있을까해?”

중구난방으로 대화가 이어지자 조 기자가 진행했다.

“민준 헌터님, 알타르 마법사님께서 스승님으로 부르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 알타르 님이 4서클에 머문 기간이 길었거든요. 제가 마법사는 아니고 경지에 오르도록 도움을 좀 주었죠.”

“그럼요. 스승님의 은혜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입니다.”

“아…스승의 은혜.”

└ㅋㅋㅋㅋ 스승의 은혜.

└나 왜 머릿속에서 스승의 은혜가 자동으로 들리지? ㅋㅋㅋ

나이 든 알타르가 나를 스승으로 부른다는 말에 차지율, 노승민, 조 기자는 뭔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이 어마어마한 조합에서 내가 시선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헌터로서의 등급은 S급이 셋이요, 얼굴로는 샤샤, 카나 그리고 시선 강탈 보라색 고양이까지 있는데 굳이 내가 관심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나 말고 아무나 찍어도 시청률 보장인 인물들이었다.

나는 시선 강탈 전문가를 불렀다.

“샤샤야, 지금 저 카메라로 우리의 모습이 TV로 나가고 있을 거야.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

“아! 넵!”

샤샤는 카메라를 보았다.

“저길 보고 얘기하면 되는 건가요?”

“어.”

활짝 샤샤가 웃었다.

파바바바박.

카메라 옆에 모니터링으로 보여준 화면에 댓글이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악! 예뻐욧!

└쿵! (치이는 소리)

└예뻐요

└눈나!

└엘프?

그래, 이거지.

내가 예상했던 장면은 바로 이런 장면이었다.

나는 굳이 시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항상 어그로를 끌며 관심을 얻어야 하는 관심 종자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는 방바닥에서 콜라와 팝콘을 먹으며 샤론 영지를 둘러보는 쪽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이 조합에서 제일 존재감이 없어야 정상인 게 나였다.

샤샤가 화면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샤샤의 동작 하나하나에 댓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달라졌다.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손을 흔들면 댓글이 우르르.

미소를 지어도 우르르.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계신 저의 마스터이시자, 소환술사이시자, 영주님이신 민준 님의 소환수인 샤샤입니다.”

앗! 이런.

샤샤 취미가 날 자랑하는 거였다는 것을 깜빡했다.

└잠깐만, 영주님?

└그러게, 무슨 영주?

└마스터이자 소환술사까지는 알겠는데 영주님?

또다시 시선이 몰렸다.

샤론 영지에는 한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샤샤도 한글을 대충은 읽을 수 있었다.

댓글을 읽고 추가 설명을 했다.

“당연히 민준 님께서 주인이신 샤론 영지를 말씀드리는 것이죠. 샤론 영지는 프란시아 왕국의 북서쪽에 위치해요. 북쪽으로는 트란 산맥이 닿아있는 아름다운 영지랍니다. 동쪽에는 디아론 영지와 붙어있죠. 디아론 영지는… 카나가 설명해줄래요?”

“우리 아빠 영지입니다.”

조 기자가 잠시 혼란스러운 설명을 정리하려 했다.

“잠시만요, 샤샤 님, 카나 님. 그러니까 샤론 길드가 아니라 샤론 영지라는 말씀인가요?”

나는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네, 제가 영지가 조금 있어요.”

└ㅋㅋㅋ

└진짜 영주님이닷!

└어느 나라에 영지가 있지?

└영국인가?

“다른 나라에 있는 게 아니고요, 던전은 지구와 연결된 다른 세상이잖아요. 그렇게 다른 세상 중 글리제라는 행성이 있어요. 지구와 아주 먼 행성입니다. 그리고 그 글리제라는 행성에 프란시아 왕국이 있고 그곳에 저의 영지가 있어요. 샤샤, 제리, 카나, 알타르 모두 샤론 영지에서 살고 있어요. 제가 지구로 소환한 것이죠. 지금도 역소환을 하면 샤론 영지로 돌아갑니다.”

그제야 사람들이 이해하는 듯했다.

조 기자가 물었다.

“카나 헌터님, 아빠 얘기는 뭐죠?”

“샤론 영지는 바로 옆에 디아론 영지와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빠가 디아론 백작이시죠. 그런데 샤론 영지에서 새로운 소환수를 뽑는다는 공고가 떴고 제가 신청해서 합격했습니다.”

내가 부연 설명을 했다.

“샤샤가 첫 번째 소환수, 저기 제리가 두 번째, 카나가 세 번째죠.”

“아하, 그렇군요. 소환수님들은 어떻게 민준 헌터님의 소환수들이 되셨나요?”

“그건 제가 말씀드릴게요.”

샤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런, 샤샤가 말하기 좋아하는 주제였다.

샤샤는 사람들이 집중하자 영지의 벽화에도 그려져 있는 샤론 영지 건국기를 풀기 시작했다.

“저는 처음부터 이렇게 능력을 전사가 아니었답니다. 저는 그냥 막 평범한 산골 소녀였어요. 요리, 빨래, 나물캐기, 동생 돌보기가 제가 하는 주된 일이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제가 트란 산맥으로 올라가 나물을 캘 때였어요. 막 이렇게 나물을 캐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뭐지? 아주 아주 커다란 멧돼지였어요…….”

이야기가 흘러가 트란 산맥에서 제리를 만나게 된 부분이 나왔다.

지금껏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제리가 자기 이야기에 고개를 들었다.

“냥, 내 얘기냥?”

“그래, 제리야. 그때 네가 마을 암석 벽에 커다랗게 엑스자 모양의 자국을 남겼잖아.”

“냥, 뭐 그때 남긴 자국이 그 암석 벽의 가장 높은 위치였당.”

└깨알같이 자기 자랑.

└보라냥이 넘 귀엽당.

샤샤가 발동을 건 샤론 영지 건국기는 제리가 합류하고 카나가 합류하면서 이야기를 키워나갔다.

그러다 심지어 차지율도 샤론 영지 건국기에 합류했다.

“저도 그 축제 때 가봤어요. 아주 멋진 영지더라고요. 음식도 맛있고 그 뭐더라? 그 과일 있죠?”

“피토니?”

“어, 그래요. 그거 엄청 맛있어요.”

“한 잔 드릴까요?”

“어? 지금 있어요?”

“물론이죠.”

샤샤가 피토니를 인원수만큼 꺼냈다.

“제리, 부탁해.”

피토니는 겉껍질이 단단했는데 제리가 발톱으로 착착 따서 다시 샤샤에게 건넸다.

언제 준비했는지 빨대까지 탁 꼽아서 사람들에게 돌렸다.

나는 잘 알고 있는 맛이어서 놀랍지 않았지만 조 기자는 엄청 맛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와! 시청자 여러분 이거 장난 아닙니다. 대단해요.”

└ㅋㅋㅋㅋ

└츄릅.

└나도 한 입만.

└맛있겠다.

└그런데 지금 보고 있는 게 원래 뉴스임.

샤론 건국기와 먹방이 한차례 흘러간 다음 샤샤가 제리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제리가 보기에는 이렇게 귀여워 보이지만 운동 천재랍니다. 허공을 막 걸어 다니는 B급 보셨나요? 허공을 걸어 다니는 건 여기 S급 분들이나 하는 거죠.”

내가 다시 부연 설명을 했다.

“샤샤야. 제리, 이제 B급 넘을 거야. 지난번 측정 이후로 레벨업 꽤 했지. 제리야, 발톱 빼서 마나 좀 넣어봐.”

쑤욱.

제리가 발톱을 뺐다.

웅웅웅.

발톱에 마나를 불어넣자 발톱에서 웅웅거리는 진동음이 들렸다.

검에 마나를 넣으면 검명이 울리듯 발톱에 마나를 넣어 발톱이 진동하는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보자 차지율, 노승민이 발톱을 품평했다.

차지율은 자신의 손가락에 마나를 불어 넣고 제리의 발톱에 튕겨 보았다.

깡. 깡.

“경도가 아주 좋은데요?”

“그러게요. 소리도 맑고. 이거 B급은 아닌데요?”

“제가 봐도 이건 마나가 아주 밀도 있고 고릅니다. B급은 확실히 넘어 보이네요.”

└A급 보라냥이다.

└저 차에서는 A급 소환수가 그냥 애완동물

└저 차에 사고를 냈는데 승객들이 다 뒷목을 잡고 나와. 그러면 얼마를 물어줘야 하는 거야?

└응 안 물어줘도 됨. 저들이 뒷목 잡고 나올 정도면 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

└아! 글쿠나.

내가 제리 자랑을 조금 더 했다.

“자, S급 두 분이 말씀하셨는데, 제리가 A급이라는 것엔 이견은 없겠죠?”

└즉석에서 등급심사.

└심사 위원이 S급임ㅋㅋㅋ

“이제 A급인 제리는 발톱에 마나를 불어넣어 검이나 클로처럼 사용하지만, 제리의 핵심을 그게 아니에요. 보세요.”

나는 액체 괴물을 가지고 놀 듯 제리를 죽죽 늘여 보았다.

제리는 누르면 누르는 대로 들어가고, 당기면 고무인간처럼 죽죽 늘어났다.

“보이시죠? 유연성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정도 유연성은 여기 S급 님들도 힘드시지 않을까요?”

왠지 제리 자랑을 하고 있으니 즐거웠다.

샤샤가 왜 내 자랑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보라냥이 넘 귀여워요.

└나도 주물럭거리고 싶다.

└분양 안 하나요?

“아! 분양이요? 제리가 종족이 드리마스긴 하거든요. 드리마스들이 트란 산맥에 제법 있긴 한데, 시청자분들이 감당이 가능하시려나 모르겠네요. 저와 제리는 소환수와 술사의 관계로 맺어졌지만 다른 분들은 목숨을 거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던전 부근까지 도착했다.

“이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첨벙.

바닷속으로 들어왔다.

꿀렁꿀렁.

물속으로 차량이 헤엄치며 나아갔다.

카메라맨은 차량의 유리 바깥으로 보이는 모습을 비추었다.

아직까지는 전파가 수신이 되었다.

“몬스터입니다.”

그때 저 앞에서 어류형 몬스터가 다가왔다.

알타르가 나섰다.

“워터 애로우!”

차 밖에서 생성된 물의 화살이 몬스터에게 향했다.

슈욱.

물의 화살을 두어 방 맞은 몬스터가 달아났다.

하지만 곧 다른 어류형 몬스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거 조금 곤란한데요. 차량이 물속에서의 속도가 느려서 회피가 어렵습니다.”

“출력이 낮은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알타르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자 알타르는 두 개로 붙어있던 마정석 아령을 떼어내 옥토푸스의 마정석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슥슥.

마법진을 그렸다.

“마나 서플라이!”

마나를 마정석에 모을 수 있다면 반대로 마정석의 마나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옥토푸스의 마정석의 마나를 공급받은 차량은 출력이 증가했다.

슈우우욱.

물 속이지만 마치 지상에서처럼 속도를 냈다.

슉, 슉.

다가오는 어류형 몬스터들을 피하느라 급선회, 급가속을 했다.

몬스터들을 피하며 물속을 유영하는 모습이 화면 가득 담겼다.

└악, 어지러워.

└와, 실감형 뉴스네.

└나도 타고 있는 것 같아.

└이젠 뉴스에서 하다 하다 3D 체험까지 하네

어류형 몬스터들을 따돌리자 던전 입구가 보였다.

일렁일렁.

바닷속에서 환한 빛을 내뿜고 있는 포탈은 마치 음침하고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고 이곳에 모인 결사대였다.

“시청자 여러분 보시는 바와 같이 S급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던전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곧 던전에 들어갑니다. 시청자 여러분, 던전에 들어가면 실시간 영상은 어렵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기다리시면 꼭 녹화방송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화아악!

조 기자가 보내주는 영상이 멈췄다.

하지만 댓글은 꾸준히 올라왔다.

화면을 보던 많은 시청자들은 모두 간절하게 레이드의 성공과 무사 기원을 염원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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