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69화 (168/230)

169화. 뉴스의 진화

조 기자의 채널은 뉴스로 시작했다.

“국민 여러분 지금 동해안에서 S급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습니다. 저도 당장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타다다다다.

방송은 거친 헬기 바람에도 마이크를 부여잡고 헬리콥터에 탑승하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조 기자는 던전 브레이크 전문 기자로 불렸다.

카메라맨 한 명, 기자 한 명의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장소의 특성상 여러 인원이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던전 브레이크에 대해 공부한 것, 스스로 경험을 섞어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1인 방송 같아서 제법 볼만했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실시간으로 댓글로 참여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했기 때문에 문답식으로 진행을 하면 할 말도 많았다.

“시청자 질문입니다. 던전은 헌터들이 매일 드나드는 곳인데 브레이크가 왜 위험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대운 대학교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기억나시나요? 그때도 던전의 등급 자체는 B급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의 차지율이나 노승민 헌터같은 S급들은 들어가지도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브레이크의 문제는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죠.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

“다음 질문입니다. 중국 칭따오 브레이크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군요. 중국 칭따오 브레이크는…….”

그렇게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혼자 아나운서 겸, 해설자 역할을 하면서 중간중간 좋은 영상들을 소개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동해안으로 날아가는 동안 동해안으로 향하는 군용 차량, 소방, 구급 차량이 동해안을 향해 달려가는 감동적인 모습을 전해주었고, 정동진의 거대 불의 장벽을 보여주었다.

“국민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S급 던전 브레이크를 향해 나아가는 차량입니다. 저 차량들을 보면 우리는 S급 던전 브레이크를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저도 동쪽으로 날아가겠습니다.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현재 정동진에는 한눈에 보아도 1km는 넘어 보이는 기다란 불의 장벽이 있습니다. 이 장벽이 무엇인지는 그 좌우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불의 장벽을 기준으로 해안 쪽에는 몬스터가, 내륙 쪽에는 헌터들이 있습니다. 몬스터의 상륙을 저지하는 불의 장벽입니다. S급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지만, 이곳 정동진에서는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조 기자의 영상이 방송국으로 전달되고 실제로 국민들이 볼 수 있는 화면으로 나가기까지는 약 1분의 딜레이가 있었다.

너무 잔인한 장면이 들어오면 중간에 끊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딜레이가 더 길면 실시간 효과가 떨어져 그 이상의 딜레이는 넣기 어려웠다.

1분의 시간 동안 슬로우 모션, 화면빨, 보정빨을 넣어주기 위해 편집국에서는 프로게이머 버금가는 마우스 컨트롤을 해야 했다.

동해안에서 생사를 건 전투가 일어났지만, 방송국 편집실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조 기자의 헬기에서 파이어 레인을 촬영해냈다.

조 기자의 영상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PD는 7서클 마법 파이어 레인을 촬영한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대박을 외쳤다.

몰려오는 몬스터, 후퇴하는 헌터들, 급조된 성벽 비슷한 구조물에서 힘겹게 버티는 모습, 위기의 순간에 하늘에서 내리는 7서클 마법인 파이어 레인은 PD가 만세 삼창을 부르게 했다.

하지만 이 조 기자의 화면이 뉴스에서 본격적으로 영화로 진화하는 것은 차지율, 노승민, 염화, 샤샤, 카나, 제리, 알타르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을 찍은 순간부터였다.

7명의 헌터를 본 순간 PD가 외쳤다.

“편집! 영상! 음향! 주목! 지금 화면에 S급만 세 명이 모여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뉴스가 아니다. 음향팀! 웅장하면서도 서사적인 배경 노래 찾아! 저 화면에 배경으로 노래 깐다! 노래가 나가기 시작하면 화면 0.5배속으로 내보내!”

시청률이 치솟았다.

덩달아 PD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쳐 날뛰는 것은 PD만이 아니었다.

조 기자가 보스를 레이드 하러 떠나간 헌터들을 멀리서 보며 외쳤다.

“이건 찍어야 해.”

잠시 후 조 기자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보스와 싸우는 현장으로 더욱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어딜 간다고?

└잠깐만 S급들 싸우는 데를… 간다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간절하게 구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고 하던가?

어떻게 구했는지 조 기자는 샤론의 비행 차량을 섭외했다.

샤론의 비행 차량에 임시 운전수가 된 김 기사는 등급이 F급인 관계로 보스의 레이드에서는 제외되었다.

F급을 S급 레이드에 포함시키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었다.

김 기사는 레이드에서는 제외되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안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스와의 접전을 촬영하고 싶은 조 기자에게 발견되었다.

목숨을 건 촬영이었지만 지금 동해안에서 목숨을 걸지 않은 헌터는 없었다.

조 기자와 카메라맨은 늘 목숨을 걸지 않은 적이 없었고, 김 기사도 샤론의 헌터들을 태우고 다니며 수많은 헌터들이 생과 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상황이었다.

슈우우욱.

처음에는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해안가에서 촬영하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카메라로 아무리 당겨 찍어도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중간 정도 위치로 날아가서 싸우는 모습을 적당히 볼만하게 촬영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다가가기로 했다.

“네, 시청자 여러분 저는 샤론 길드의 비행체에 탑승해서 조금 더 가까운 지점에서 촬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이십니까? 지금 천마! 차지율 헌터가 선공을 날렸습니다. 자, 지금 보시면 왼쪽 대각선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껴 내려그었는데요. 단순한 긋기가 아니고 공간이 갈라지시는 것 보이십니까? 보스의 집게에도 내려긋기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갑각류형 몬스터의 집게발에 이 정도 자국을 낸다는 것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뜻입니다.”

└차지율, 멋지다.

└잘라버려!

└오오…가까이서 보니 넘 멋짐.

뉴스는 0.5배속 느와르 영화를 거쳐서 액션 영화로 진화했다.

거대 괴수와 영웅들이 나오는 히어로 영화의 구성에 부족한 것이 없었다.

└와! 켄타우로스가 집게발을 붙들었어!

└저건 뭐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

└제리 몰라? 샤론 길드의 마스코트 헌터잖아, 보라냥이.

└지금 보스의 눈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견제 중이네. 제리가 견제를 하니까 한쪽 집게를 못 쓴다.

└한쪽 집게는 제리, 다른 쪽은 켄타우로스구나!

그때 등딱지 부근에 대형 공격이 작렬했다.

콰과과과광!

차지율, 염화, 알타르의 공격이 한 점을 가격했다.

└까악!

└대박 공격!

└등딱지 뚫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뚫어라, 뚫어라!

보스의 등딱지에 집중 공격이 가해지자 보스가 난동을 부렸다.

그 와중에 켄타우로스가 물에 잠기로 샤샤와 카나가 물에 빠져 버렸다.

카메라맨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여자들이 바다에 빠졌어!

└샤샤, 카나야!

└걱정 마, 저 정도에 죽지는 않아.

슈우욱.

샤샤와 카나가 물에 빠지자 김 기사가 핸들을 돌렸다.

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도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달려가는 건 본능에 가까웠다.

비행 차량은 샤샤와 카나에게 다가갔고 시청자들은 거대하게 출렁거리는 파도와 그 위에 파도와 함께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두 여인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그들을 향해 비행 차량이 날아갔다.

시청자들은 TV화면을 통해 점점 가까워지는 샤샤와 카나를 보며 입을 틀어막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

└제발…….

그때 샤샤가 화면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PD는 빠르게 판단하여 화살이 날아오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 처리했다.

낭창낭창.

꼬리를 흔들며 정면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바라본 시청자들은 ‘왜?’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시청자들은 지금 구해주러 가는데 왜 카메라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화살은 곧 도착했고 카메라의 바로 옆을 스쳤다.

화살은 카메라 바로 옆에 있는 손잡이 사이의 구멍으로 들어간 후 옆으로 뉘었다.

카메라가 화살을 자세히 찍었다.

화살의 중간 부분부터 끈이 두 가닥 묶여 있었다.

아래에서 끈을 당기니 화살이 지지대가 되어 끈을 붙잡을 수 있게 되었다.

“파도가 온다!”

김 기사의 외침이었다.

비행 차량이 파도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벽처럼 다가오는 바닷물을 피해 비행 차량이 급선회했다.

시청자들은 잠시 거대한 물의 벽이 다가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화면은 다시 샤샤와 카나에게로 향했다.

샤샤와 카나는 줄에 의지해서 마치 수상스키를 타는 것처럼 거대한 물의 벽을 밟은 채 옆으로 누워서 매달려 오고 있었다.

└눈나!

└수상스키? 수상 활? 수상 방패?

활과 방패를 이용해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서커스의 기예를 보는 듯했다.

거대한 물의 벽에서 탈출한 샤샤와 카나가 줄에 매달린 채 반격의 기회를 엿보았다.

샤샤는 줄에 매달린 채 화살을 날려 크랩을 공격했고 카나는 마나를 이용해 좌우로 줄을 흔들기 시작했다.

줄이 흔들리면서 몬스터 크랩과 가까워질 때 카나의 방패를 날렸고, 그러면 비행 차량에서부터 거의 백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공격이 가능했다.

“크에에엑!”

몬스터 크랩이 연이은 공격을 버티기 어려웠는지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시청자들은 헌터들이 몬스터 크랩을 몰아내자 환호했다.

하지만 완전히 몬스터 크랩을 처치한 것이 아니라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 * *

정동진에 있던 나도 그 모습을 보며 쫓으라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성급하게 물속으로 추적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휘부에서 연락이 왔다.

“동해 몬스터 크랩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해안가로부터 계속 멀어지고 있고요, 현재 달아나는 방향은 브레이크가 터진 던전입니다.”

드림팀은 물속으로 달아난 보스를 무리하게 추적하지 않았고 한 시간 후 지휘부에서 결론을 내렸다.

“동해 몬스터 크랩은 던전으로 숨은 것으로 보입니다. 들어가서 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 내 소환스킬이 잘 연결되지 않곤 했다.

레이드 팀에 나도 합류하기로 했다.

인단 샤샤, 제리, 카나, 알타르를 내 옆으로 소환해서 준비했다.

“자, 마정석들은 싹 다 선물함에 넣어갑니다. 이 정도면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겠죠?”

“그럼요, 스승님. 충분합니다.”

나는 얼른 김 기사에게 용병을 걸었다.

[정동진으로 오세요.]

슈우우욱.

비행 차량이 지휘부로 날아왔다.

“갑시다.”

비행 차량은 가는 길에 차지율, 노승민, 염화도 태웠다.

좁은 비행 차량 안에 옹기종기 공격대가 모여 앉았다.

그리고 그 앞에 카메라가 우릴 향하고 있었고 오른쪽 구석에 조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조 기자가 지금 상황을 물었고 내가 설명해주었다.

카메라가 나를 향했다.

“아시다시피 조금 전 몬스터 크랩이 물러났습니다. 지휘부에서는 몬스터 크랩이 던전으로 되돌아 들어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정동진으로 저희 소환수들이 돌아와서 준비를 좀 하고 비행 차량이 와서 이렇게 모두를 데리고 던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략 30분 정도 걸릴 것 같네요.”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더 있을까요?”

“아니요. 던전에 도착할 때까지는 대기하면 됩니다.”

대한민국에 유례가 없는 S급 던전 브레이크.

그리고 헌터 동원령이 내려져 모든 헌터들이 모여 싸운 동해안 전투.

그리고 그 대미를 장식하러 최고의 헌터들이 모여 던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 기자는 상황이 주는 그 묵직함에 함부로 말하지 못했고 카메라만 묵묵히 그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S급 던전으로 향하는 차량 안의 모습은 아무 말이 없어도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했다.

└결사대.

└왜 아무 말 안 하는데 눈물이 나지?

└저들의 전투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음.

묵직한 분위기를 바꾼 건 제리였다.

“아함, 그럼 도착하면 깨워랑.”

슈욱.

뮤지컬 배우 같던 제리가 보라색 냥이로 변했다.

폴짝.

그러더니 샤샤의 무릎 위에서 몸을 둥글게 감쌌다.

└악! 귀여워.

└보라색 냥이라니.

제리가 보라색 냥이로 변하는 것이 신호가 되어서일까?

다들 한가로이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차지율이 알타르에게 물었다.

“알타르 님? 그거 마정석인가요?”

“아, 두 개를 붙인 겁니다.”

화면이 대형 아령처럼 새긴 마정석을 비췄다.

그리고 두런두런 나누는 잡담.

조 기자의 채널은 뉴스에서 시작해서 느와르, 액션, 재난 영화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TV 화면을 보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예능?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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