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68화 (167/230)

168화. 카메라맨

―대형 재난 상황에서는 항상 TV나 라디오로 상황을 파악하라.

재난 대응 매뉴얼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에 대형 재난 상황인 S급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고 국민들은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계속 뉴스를 시청할 수밖에 없었다.

방영되는 뉴스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KMS의 조 기자는 다른 건 몰라도 던전 브레이크 하나만큼은 전문성이 있다고 여겨져 시청률이 제법 나왔다.

그런데 조 기자 채널의 화면이 이상했다.

시청자들은 뉴스를 기대했는데 화면은 영화였다.

저 멀리 거대 집게발을 들고 서 있는 갑각류형 보스를 향해 걸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0.5배로 슬로우모션 처리되었다.

미남미녀가 포함된 채 걸어가는 비주얼도 영화였고, 한반도의 국운을 건 전투를 하러 가는 상황 자체도 현실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절정에 가까웠다.

카메라맨은 지금 촬영하는 장면이 후대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런 확신은 사명감으로 바뀌어 최선을 다해 영상을 뽑아냈다.

샤샤가 천천히 걷다가 카나와 서로 눈이 마주치면서 서로 씩 하고 웃는 모습에 댓글들이 폭발했다.

└와… 심쿵.

└강한데 잘 생기고 예쁨.

└저들은 분명히 50시간 이상 잠을 안 자며 전투했을 거야. 보는 눈이 얼마인데, 쉬고 씻고 그러진 않았을 거야. 그런데 왜 깔끔하고 생기가 넘치지?

└맞아요, 고위 헌터들은 원래 그런가? 크린 마법이라도 쓰나? 깨끗한 거야 씻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깨끗한 것을 넘어서 광채가 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 얼굴이 다들 샤방샤방하네. 그냥 지금 화장품 광고라고 해도 믿겠어.

카메라맨이 최선을 다해 찍고는 있지만, 얼굴의 광채는 카메라 기술이 아니었다.

“디바인 프로텍션!”

화아악!

나는 전투에 나가는 인원들에게 은은하게 신성력 코팅을 해주었다.

그래서 카메라에는 얼굴에 광채가 나는 것처럼 찍혔다.

자체 발광 얼굴에 화면빨까지 받으니 내가 봐도 훈남, 훈녀의 멋진 드림팀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알타르는 솔직히 훈남은 아니었는데, 디바인 프로텍션에 카메라빨을 받으니 그럭저럭 볼만하게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디바인 프로텍션을 방어 목적으로만 걸어주었다.

그런데 지휘부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내 신성력이 들어가자 카메라에 얼굴이 환하게 비추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것처럼 느꼈지만 신성력을 주는 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신성력이 조명빨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알파야, 샤샤, 제리, 카나에게 신성력 계속 부어!”

화아악!

TV 화면에 비치는 샤샤, 제리, 카나의 얼굴이 자체 발광하였다.

내 소환수들 만큼은 뽀샵이 많이 들어간 듯 화면의 효과가 달라졌다.

나의 노력만큼 소환수들에 대한 댓글이 더욱 달렸다.

└넘 예뻐요.

└국운을 건 보스전인데 심쿵함.

└나 치였어. 덕통사고임.

└와… 개이쁨.

└개 아니고 고양이쁨.

누구의 소환수들이 화면에 나가는 건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스를 레이드 하러 가는 드림팀이 카메라에서 점점 멀어지며 작아졌다.

이제 화면빨 걱정은 줄이고 레이드에 집중했다.

나는 눈을 감고 협회장의 스킬에 접속하는 마나량을 늘렸다.

드림팀의 상황이 가까이서 보듯 눈에 선했다.

혹시라도 크게 다치면 내가 소환을 해주어야 했다.

천마 차지율이 바다 위를 달렸다.

타다다닷!

천마는 당연하다는 듯 물 위를 달렸다.

마나를 발로 쏘아내어 달리는 듯했다.

뒷짐을 지고 허공을 거니는 군림보도 쓰는데 물 위를 달리는 정도는 기본이었다.

그 뒤를 제리가 바짝 따라붙었다.

소환수들 중에서 경공은 제리가 원탑이었다.

제리도 천마처럼 허공을 뛰었다.

그렇게 몇 번 허공을 뛴 후 선물함에 손을 집어넣어 드론을 꺼냈다.

공중에서 뛰다가 공중에서 드론을 꺼내 타버렸다.

위이이잉.

천마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았다.

역시 드론 제리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염화와 알타르가 하늘을 날았다.

염화는 불로 만든 새를 타고 있어서 마치 주작 한 마리를 타고 날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알타르는 마치 대형 아령처럼 생긴 마정석을 들고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알타르도 명실상부 6서클이었다.

플라이 마법쯤은 기본이었다.

그 아래 뛰거나 날아가는 헌터에 비해서는 조금 느리지만, 오성의 기갑 전사 노승민 헌터는 거대한 배가 되어 접근하고 있었다.

켄타우로스는 다리를 접어 배의 형태가 되었다.

거대한 배의 가운데 부분에 사람 모습의 상체가 있었다.

그 사람 모습의 양쪽 어깨에는 카나와 샤샤가 올라타 있었다.

거대 갑각류 보스를 향해 점점 작아지는 헌터들의 모습에 TV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간절히 기도했고, 조 기자와 카메라맨은 저걸 이렇게 먼발치에서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했다.

따라가서 바로 옆에서 찍고 싶은데 바다 위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방법이 없었다.

조 기자는 헬기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조 기자와 카메라맨을 내려준 헬기는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드림팀은 열심히 달리고, 날아가고, 배를 타고 나아갔다.

보스는 꽃게보다는 다리가 길었다.

다리만 보면 대게처럼 보이는데 집게는 또 컸다.

우리의 드림팀이 가까이 가자 보스가 눈치챘다.

휙!

거대한 다리 하나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원래 집게는 자르는 용도이지만 수십 미터짜리 다리는 그냥 휘두르는 용도로도 충분한 위력을 보였다.

촥!

보스의 다리가 바다를 쳤다.

그 충격에 바다가 갈라지고 거대 파도가 만들어졌다.

파도는 해일이 되어 사방으로 퍼졌다.

공중으로 피할 수 있는 인원은 허공을 날았다.

배로 변신한 켄타우로스는 파도에 넘실거렸다.

“타앗!”

차지율의 검이 공간을 갈랐다.

쩌엉!

S급 검사의 검에 맞자 보스도 움찔했다.

하지만 갑각류 특유의 단단함으로 큰 데미지를 입지는 않은 것 같았다.

보스는 크고 단단했다.

켄타우로스는 보스의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어디를 집중 공략할지 약점을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등딱지는 너무 단단해 보였고 공격용인 집게 등을 파괴하려는 것은 효율이 좋지 않을 듯했다.

샤샤가 카나, 노승민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머리 쪽은 어떨까요?”

“눈과 촉수가 있어서 그쪽은 빠르게 반응할 것 같아.”

“배 쪽은 어때?”

“물속에서 잘 드러내지 않아.”

공격하기 쉬운 부분은 등딱지이고 약해 보이는 곳은 다른 대비책이 있어 보였다.

“일단 등딱지 한 곳을 파 볼까? 우리 팀 전력도 상당해. 괜히 단단해 보인다고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것아.”

“일단 한 번 부딪혀봐요.”

“타앗!”

* * *

드림팀이 접전을 벌이는 사이에 지휘부에서 보스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현재 지휘부에서 50km 남쪽 해안, 삼척시 장호리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분석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지휘부에서 분석 자료를 내놓았고 나는 머릿속에서는 협회장의 스킬에 집중하면서도 한 귀로는 공유되는 자료를 들었다.

“보스는 동해 몬스터 크랩으로 명명하기로 했습니다. 마나 수치를 측정한 결과 S0급으로 측정되었습니다. 크기가 크고 외피가 단단하지만, 우리 헌터 측도 차지율, 노승민, 염화만 해도 S급이 셋이나 되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끄덕끄덕

나는 들으면서 자동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정도 전력이면 어디서 빠지는 전력이 아니었다.

등급이 S급이 아니었지만 내 소환수들과 알타르의 조합도 물량빨, 나의 무제한 힐빨이 있기 때문에 그냥 A급은 아니었다.

“지금 분석 중이긴 하지만, 동해 몬스터 크랩의 외피가 초반 천마의 공격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부위와 상관없이 헌터들이 한점을 집중 공략한다면 충분히 뚫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나는 소환수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얘들아.]

[네, 민준 님.]

[여기 지휘부에서 분석 중인데 거기 몬스터 크랩 아무 데나 집중 공격하면 뚫을 수 있을 것 같대. 등딱지가 두꺼워 보인다고 쫄 필요가 없대.]

[네! 알겠어요.]

다시 협회장의 스킬에 집중해 머릿속 화면을 집중했다.

내 말을 다 같이 공유했는지 우리의 드림팀이 제대로 공격을 집중하는 듯했다.

목표는 등딱지였다.

등딱지가 목표였지만 일단 켄타우로스가 가까이 달라붙었다.

몬스터 크랩의 공격 거리가 길기 때문에 일단 탱커가 붙어야 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집게였다.

켄타우로스는 집게팔 하나에 매달렸고 켄타우로스의 어깨에 있는 샤샤와 카나는 몬스터 크랩의 얼굴 부위를 공격하며 견제를 했다.

저 집게에 물리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물리는 순간 소환을 해야 했다.

몬스터 크랩의 다른 쪽 집게팔은 제리가 견제했다.

제리가 허공을 맴돌며 몬스터 크랩의 눈 부위를 알짱대었기 때문에 크랩은 한쪽 집게로 제리를 치우려고 했고, 켄타우로스를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양쪽 집게팔을 노승민, 샤샤, 카나, 제리가 견제하고 있으니 무방비로 드러난 등딱지가 있었다.

물론 등딱지는 그 자체가 방어막이었다.

애초에 몬스터 크랩은 등딱지를 방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차지율, 염화, 알타르가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거대한 화염의 이름으로 이르노니 타오르고 타오를 지어라. 극열지옥!”

“불타오르고 또 불타올라라. 파이어 블래스트!”

“공간 찌르기!”

등딱지 한가운데에 공격이 집중되었다.

견제팀과 공격팀의 호흡이 찰떡이어서 등딱지에 제대로 가격을 할 수가 있었다.

콰과과과과광!

“크에에엑!”

몬스터 크랩의 등딱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몬스터 크랩이 몸을 뒤틀었다.

철퍼덕! 철썩!

몬스터 크랩은 등이 뚫리자 고통스러웠는지 바다에 몸을 뉘었다가 일어나서 사방을 마구 휘젓고 다시 물속에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마치 이제는 물장구로 작전을 바꾼 것 같았다.

몬스터 크랩의 몸부림으로 인해 거대 해일이 일었다.

수십 미터짜리 파도가 치고 켄타우로스는 물속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나왔다를 반복했다.

샤샤와 카나는 켄타우로스의 어깨에서 떨어져 나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샤샤와 카나를 소환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했다.

물에 빠졌다고 소환해줘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샤샤와 카나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드론 제리처럼 이동 수단이 부족해 보였다.

그때였다.

슈우우우욱!

비행 차량이 샤샤와 카나에게 다가갔다.

“아! 김 기사님!”

겨우 F급 헌터였지만, 지금 이 순간은 당당한 영웅이었다.

살짝 열린 비행 차량의 문틈으로는 카메라가 비추고 있었다.

김 기사, 조 기자, 카메라맨은 의기투합하여 비행 차량을 몰고 S급 보스 사냥을 근접 촬영하러 왔다.

그러던 와중에 샤샤와 카나가 물에 빠지자 구하러 가까이 다가왔다.

비행 차량을 본 샤샤가 선물함에서 긴 밧줄이 달린 화살 두 발을 꺼냈다.

피잉!

카메라맨은 잠시 놀랐지만, 화살은 문의 손잡이 틈에 정확히 들어간 후 눕혀져서 완전한 밧줄 손잡이가 되었다.

샤샤와 카나가 사이좋게 밧줄 하나씩을 잡았다.

샤샤는 휘리릭 하고 오른발에 여러 번 밧줄을 감았다.

그리고 자유로운 두 팔을 이용해 몬스터 크랩에게 화살을 날렸다.

카나도 한 팔로 밧줄을 잡은 채 방패를 휘두르며 거리를 재었다.

밧줄 길이가 수십 미터, 샤샤의 방패도 공격 가능 거리가 수십 미터였다.

합치면 거의 백 미터 거리에서도 공격이 가능해 보였다.

“캬아아악!”

몬스터 크랩이 다시 난동을 부리며 거대 파도를 만들었다.

샤샤와 카나를 태우려고 낮게 비행 중이던 비행 차량이 샤샤와 카나를 매단 채 빠르게 공중으로 상승했다.

이에 샤샤는 활을, 카나는 방패를 이용해 마치 수상스키를 하듯 줄을 잡고 파도를 탔다.

대형 몬스터인 동해 몬스터 크랩의 한쪽 팔에 매달려 물에 끌려들어 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는 켄타우로스의 모습, 몬스터 크랩의 눈 주위를 날아다니는 뮤지컬 배우처럼 생긴 제리, 결국은 등딱지를 뚫어내는 데 성공한 차지율, 염화, 알타르.

그리고 절벽처럼 다가오는 파도 위에서 줄에 매달려 활과 방패로 수상스키를 하는 샤샤와 카나의 모습까지.

카메라맨은 어느 한 화면도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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