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66화 (165/230)

166화. 마정석

민아는 이틀간 집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집에서 항상 TV를 틀어 놓았고 라디오와 기타 생존 물품도 챙겨 두었다.

힐러 연합의 경호원도 집안에 함께 있어 주어 안심이 되었다.

오빠가 이것저것 챙겨둔 물품이 많아서 나름 안전한 장소였다.

TV를 보던 엄마가 경호원에게 질문을 했다.

“S급 던전 브레이크가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앞으로 어찌 될까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중국도, 일본도 던전 브레이크를 잘 해결했는데 우리가 잘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경호원은 거실 TV화면을 쓱 쳐다보며 말했다.

“저길 보세요.”

TV 화면에서 어느 헌터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저벅저벅.

화면에서 여러 번 써먹은 모습이라 뒷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검 한 자루를 길게 늘어뜨리고 묵묵히 걸어가는 뒷모습.

묵직한 배경음악과 함께 0.5배 속도로 느리게 표현된 걸음걸이는 그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그가 검을 들었다가 천천히 내리그었다.

쓰컹.

뭔가 차원이 갈라지는 느낌이었다.

카메라의 능력이 부족해서 화면이 다 담지 못하는 무언가를 행한 모습이었다.

촤아아악!

검 한 번의 휘두름이 저기 작게 보이는 부분까지 베어버렸다.

수많은 몬스터가 한칼에 목숨을 잃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차지율의 옆얼굴이 드러났다.

“다 부숴 버려!”

영화의 한 장면 같이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상이었다.

저런 헌터가 동해안을 지키고 있으니 사람들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TV화면은 차지율과 천마 길드가 싸우는 모습을 한참 비추다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오성의 기갑 전사 노승민의 차례였다.

콰콰콱!

노승민 헌터는 달리는 모습이 주로 나왔다.

노승민 헌터는 사족보행 켄타우로스의 모습이었다.

그 웅장한 로봇은 압도적인 크기로 몬스터들을 깔아뭉갰다.

이번 S급 던전 브레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물량이었다.

그 대신 S급 몬스터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상당수가 B~C급 몬스터였고 A급 몬스터가 현재로서는 최고 등급이었다.

그래서 거침없이 달리는 켄타우로스를 막을 몬스터가 없었다.

켄타우로스는 달리면서 부셨다.

다가각, 다가각.

말달리는 소리와 함께 걸리는 것은 한주먹이었다.

거대한 덩치로 빠르게 달리면서 걸리는 것을 그대로 밟아버리거나 챠징으로 날려버리는 모습은 차지율이 해안선을 통째로 베어버리는 것과는 또 다른 통쾌함이 있었다.

퍽!

퍽!

켄타우로스와 부딪친 몬스터는 하늘을 날았다.

그렇게 시원하게 하늘을 날아가는 몬스터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시원해졌다.

그렇게 시원함을 느끼게 한 다음은 뜨거움이었다.

TV 화면이 바뀌며 이번에는 중국의 헌터를 비추었다.

자막에는 중국의 S급 헌터인 염화라는 설명이 나왔다.

화르르륵.

염화는 이름답게 불길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최초 1km짜리 불길을 염화가 만든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물론 그때 염화는 한국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염화의 불길은 한 마리 용이 되었다가 또 한 번은 팬더 곰이 되었다가 또 한번은 날아다니는 새가 되었다.

자유롭게 변화하는 불길은 몬스터들을 휩쓸어 버렸다.

구우우.

이번에는 한 마리 거북이가 된 화염이 꽃게 모양의 몬스터를 휘감았다.

“쿠에엑!”

몬스터가 몸부림을 치며 꽃게 다리를 휘두르자 주변의 몬스터가 덩달아 피해를 보았다.

결국 꽃게 몬스터는 빨갛게 익은 채로 쓰러졌다.

꿀꺽.

TV화면을 보던 민아는 잘 익은 꽃게를 보며 왠지 모를 군침이 흘렀다.

몬스터 고기로 만든 핫바를 먹다 보니 몬스터 고기도 잘만 가공하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 꽃게는 화면으로 보니 그렇게 크거나 징그러워 보이지 않아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우리를 돕기 위해 필리핀과 태국에서 온 헌터들도 있었다.

그들은 부대 단위로 우리를 돕기 위해서 왔다.

필리핀에서 마흔 명, 태국에서도 서른 명이 도움을 주러 왔다.

인터넷 댓글부대들은 그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우리나라까지 와준 외국 헌터들 잊지 않을게요.

└감사해요.

└살라맛뽀

└컵쿤

필리핀의 어느 헌터의 칼부림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진한 눈썹에 부리부리하게 생긴 눈매, 오똑한 코를 가진 미남 헌터였다.

생긴 외모에 유려한 칼솜씨가 실제 전투를 하는지 영화를 찍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의 전투 장면이 여러 번 화면에 잡혀서 그런지 이제는 슬슬 팬클럽이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팬클럽은 따로 있었다.

블루실버 팬카페.

이곳 팬카페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이번 던전 브레이크에서 여러 명의 스타가 탄생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스타는 샤샤와 카나였다.

KMS의 조금만 기자는 샤샤와 카나를 집중 조명했다.

비행체의 좌우에 문지기처럼 서 있는 두 헌터는 외모와 능력을 겸비했다.

헌터로서의 존재감 이전에도 길을 걸을 때도 그냥 마구 존재감을 발휘했던 둘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동해안의 최전선을 지켰는데, 그냥 최전선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위기 상황에 빠진 헌터들만 쏙쏙 골라서 도와주는 모습이 간절하게 지켜보는 이들의 감정을 녹아내리게 했다.

인터넷에서 주로 활동하던 카페는 이제 명실상부한 팬클럽으로 진화했다.

오프라인으로 모이고, 굳즈를 만들고 모여서 샤샤와 카나를 찬양했다.

샤샤와 카나에 비하면 제리의 존재감이 조금 약했다.

이번 전투에서는 투명제리로 활약을 했으니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았다.

하지만 예리한 사람들은 화면에서 갑자기 목이 날아가는 몬스터를 콕콕 집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라색 고양이 상태로 그냥 비행 차량 위에 앉아만 있었어도 수호냥이가 될 뻔했다.

그리고 갑자기 떡상한 인물로는 알타르가 있었다.

알타르는 7서클로 알려졌다.

외모가 아무리 봐도 한국인은 아니어서 그런지 외국의 7서클 헌터가 한국을 돕기 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런 헌터를 이렇게 빠르게 섭외한 샤론 길드의 섭외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민아는 TV와 각종 영상 매체, SNS 여러개를 검색하며 나름대로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런데 매체의 종류에 따라서 정보의 특성이 달랐다.

TV에서는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은 자제하며 수위를 지켰다.

또한,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몰아붙이는 장면을 주로 편성하며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성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인터넷 채널이나 유료 구독 채널 등에서는 날것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몬스터에게 검을 쑤셔 박고, 도끼질하며, 마법이 담긴 화염과 폭발이 난무했다.

TV에서 드론이나 먼 화면을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했다면 몸에 달린 액션캠 위주로 화면을 구성해 절박하고 긴박한 상황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채널도 많았다.

지이이잉.

민아에게 가영이의 문자가 왔다.

[조기자 채널, 너네 오빠 나옴.]

조 기자의 채널로 들어간 민아가 본 화면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모습이었다.

TV 화면에 나오지 않았던 부상당한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절로 입을 막게 되었다.

그곳은 야전 병원 같았다.

아니 실제로 야전 병원이었다.

부상당한 헌터가 들것에 실려 계속 실려 나왔고 대기하고 있던 힐러들은 이들을 치료했다.

그런데 힐러들이 힐을 쓰지 않고 붕대, 약 등으로 치료를 했다.

원래 힐러들은 마법을 이용한 치료를 하는데, 마법이 아닌 의학에 의존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카메라는 조심스레 환자들이 나오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정석 좀 없나요?”

“죄송합니다. 여유분은 없습니다.”

“마정석이 더 있으면 힐을 더 넣어주고 소환도 빨리빨리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아까 가져온 것도 간신히 구한 겁니다.”

“지금 소환되는 분들 상태 보셨죠? 막말로 마정석 하나에 목숨 하나라고요.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구해 보세요.”

“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제길.”

거친 표현을 쓰며 인상을 쓰는 오빠의 옆으로 옆구리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린 헌터가 갑자기 나타났다.

머리카락이 길고 몸매가 날씬한 것이 여성 헌터 같았다.

민아는 옆구리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리고도 살 수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오빠가 헌터의 구멍 위쪽으로 손을 올렸다.

“디바인 홀리 큐어!”

화아악!

손끝에서 빛이 났고 그 빛은 여성 헌터의 옆구리 구멍으로 향했다.

꿀렁꿀렁.

빛이 헌터의 옆구리에 뚫린 구멍을 메꾸었다.

그런데 그 구멍을 다 메우기 전에 빛은 끝났고, 다른 헌터가 들것을 들고 와서 쓰러져 있는 여성 헌터를 데리고 나갔다.

그런 일의 반복이었다.

민아가 본 오빠는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다가 힐을 외치기도 하고 또 소환이라고 외치면 갑자기 크게 다친 헌터가 나타났다.

중상을 입은 헌터가 나타나면 약간의 치유 후, 인계를 했다.

“아…….”

오빠가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매일 가방이나 만들고 샤론 영지에서 무슨 조선 시대 왕 대접을 받고 사는 줄 알았었다.

저기서 저렇게 중상입은 헌터를 소환해서 치료해주고 있을 줄 몰랐다.

민아는 순간 엄마, 아빠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았다.

그런데 민아는 오빠의 영상을 보며 오빠 자체에게 집중을 했지만, 그 영상을 본 다른 많은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다.

조 기자의 영상은 짧게 나뉘어 수많은 사람들의 SNS에 퍼졌다.

SNS에 퍼진 영상은 민준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마정석 하나에 목숨 하나라고요.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구해 보세요.”

“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제길.”

영상에서는 대화 후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여성 헌터가 소환되었고, 마법으로 치료하는 모습이 살짝 나오다가 끊겼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묵직했다.

영상은 사람들을 마음을 흔들었다.

└동해안 헌터들이 마정석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있대.

└몬스터와 싸우기 시작한 지 지금 50시간이 넘었어. 마나 고갈이 일어나고도 남았을 시간이야.

└마정석 하나에 목숨 하나. 나 목숨 두 개 기부하고 옴.

└어디로 가져가면 됨? 나도 집에 마정석 있어.

└어디임? 나 수원인데 수원시청에서 마정석 모집하고 있어.

└집에 쌓아둔 마정석 다 끌어모아서 가져와라.

└형아가 돈 줄게 마정석 다 가져와라.

└기다려, 마쭐을 내줄 테니.

고위급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무참히 도륙하던 영상 위주로 방영하던 TV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었다.

방송에서는 재빠르게 마정석 기부 운동을 펼쳤다.

언제 만들어두었는지 마정석을 일정 높이 이상까지 기부하면 동해안으로 들고 간다는 마정석 기부탑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기꺼이 집안 구석에 비상용으로 보관하고 있던 마정석을 기부했다.

지역사회는 네트워크를 발휘하여 마정석을 구했고 사람들은 집안에서 마정석을 기반으로 사용하던 물건에서조차 마정석을 뜯어냈다.

허리가 구부정해서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마정석 기부탑에 종이에 꽁꽁 싸둔 마정석을 하나 가지고 오셨다.

동해안에서 싸우고 있는 손주들에게 꼭 전해달라는 할머니의 당부에 아나운서들이 반드시 전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었다.

* * *

“알파야, 소환!”

화아악!

팔 한 짝이 덜렁거리는 헌터 한 명이 소환되었다.

“힐!”

어라?

갑자기 눈앞이 깜깜하고 어지러웠다.

―민준 님? 괜찮으십니까?

“어, 잠깐 어지러웠어.”

―마나가 0에 가깝습니다.

“그래. 알았어.”

알파가 아까부터 마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중환자를 눈앞에 보니 나도 모르게 힐을 외쳤다.

큐어를 쓰지 못한지는 한참이었다.

초반에는 마나포션을 하도 먹어서 배가 불러서 못 먹었는데 이제는 먹고 싶어도 다 썼다고 없어서 못 마셨다.

“하아… 마나 마렵네.”

그때 일을 도와주던 진우 헌터가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이쪽으로 와주세요.”

나는 무슨 큰일이라도 났나 해서 얼른 달려갔다.

지휘부 쪽으로 커다란 트레일러가 도착해 있었다.

“이게 뭐죠?”

띠이. 띠이. 띠이.

트레일러는 알림음을 내며 대형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와!”

눈이 부셨다.

컨테이너에는 마정석이 가득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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