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65화 (164/230)

165화. 마나 부족

서귀포 길드의 B급 딜러 황진우는 삼십여 명의 길드원들과 함께 동해안의 한 지점을 사수하고 있었다.

해안선 근처였던 1차 저지선은 물러난 지 한참이었고 2차, 3차로 저지선이 밀려 내려왔다.

그래서 해안선에 나란하게 진형을 꾸렸던 초기 지형은 무너졌고 지금은 완전히 시가전으로 돌입한 상황이었다.

“타앗!”

“촤악!”

“이놈의 몬스터들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팀원들은 아직 사망자가 없었고, 몬스터의 등급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몬스터는 대부분 C등급이었고 간혹 B급이 있었다.

서귀포 길드는 길드장이 A급이었기 때문에 B급 몬스터까지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진우야!”

동료 탱커의 외침에 진우는 땀에 절은 가죽 바지에 검에 묻은 이물질을 한 번 훑어 닦았다.

“간다!”

진우를 부른 탱커는 어류형 몬스터 한 마리를 탱킹하고 있었다.

몬스터는 삐죽삐죽한 가시가 몸에 많이 나 있었다.

“타앗!”

먼저 가시부터 제거하고 몬스터의 몸에 검을 찔러 넣었다.

푸드덕 푸드덕!

몬스터는 펄떡이며 반항을 했지만 탱커와 딜러 그리고 팀원들의 협공에 금세 잡을 수 있었다.

“도대체 몇 시간째 몬스터 회를 뜨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뒤쪽이야!”

시가전으로 돌입한 지 오래여서 이제 앞뒤 어느 쪽에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몰랐다.

해안가에서 내륙 방향으로 오던 몬스터는 이제 헌터들의 뒤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번 몬스터는 조금 컸다.

“고블린 샤크야!”

“제길, 두 마리야!”

고블린 샤크는 이마에 거대한 뿔이 달린 상어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덩치가 크고 4족 보행을 하는데 강력한 뿔이 있었고, 수백 개의 이빨이 나 있었다.

그 이빨을 보면 절대로 물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블린 샤크는 A급이었다.

A급 몬스터 두 마리가 지금 타이밍에 나타나다니 이건 정말 무리였다.

서귀포 길드의 길드장은 후퇴를 명령했다.

“물러나!”

삼십여 명의 길드원들은 똘똘 뭉쳐서 뒤로 물러났다.

고블린 샤크는 달려들기보다는 천천히 길드원들을 따라왔다.

그렇게 고블린 샤크에게 몰려 뒤로 물러나다 보니 어느새 해안가에 도착했다.

“크에에엑!”

“카아악”

고블린 샤크 두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슬슬 발동을 걸려고 했다.

A급은 고블린 샤크 두 마리였지만, 주변에는 B, C등급 몬스터도 수십 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더 문제는 바다에서 쑥 하며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더 솟아 나왔다는 점이었다.

더 시간을 끌다 보면 포위당해서 다 죽을 것 같았다.

좌, 우, 중앙 셋 중 한 군데를 정해서 뚫어야 했다.

길드장이 외쳤다.

“다 같이 뭉쳐서 길을 뚫는다! 따라와! 낙오하지 마라!”

포위 상황에서 길을 뚫어야 하는데 낙오하면 끝이었다.

한두 명 낙오한다고 부대가 멈춰버린다면 다 같이 죽는 거였다.

길드원들은 힐러, 버퍼를 가운데 두고 길을 뚫었다.

길드장이 선택한 방향은 왼쪽이었다.

“뚫어!”

“쳐라!”

“낙오하지 마!”

어디서 아껴둔 마나가 있었는지 버퍼가 부대원들에게 버퍼를 걸어주었다.

“마나의 이름으로 외친다. 빨라져라. 신속!”

꽁꽁 아껴둔 비상금 같은 마나였다.

지금이 아니면 쓰지 못할지도 모르는 마나라 버퍼는 아낌없이 마나를 썼다.

“달려!”

“뚫어!”

선두에서 길드장이 길을 뚫었다.

쌍검을 쓰는 길드장은 두 자루의 검을 쉴새 없이 휘둘렀다.

파파파팍!

길드장의 쌍검에 여러 몬스터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하지만 길드장을 고블린 샤크가 막아섰다.

고블린 샤크는 머리의 뿔을 이용해 길드장의 검을 막았다.

캉!

뿔과 검이 충돌하며 불똥이 튀겼다.

고블린 샤크와 길드장은 서로 동급이라서 쉽게 결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고블린 샤크는 한 마리 더 있었고 서귀포 길드의 목표는 몬스터의 제거가 아니라 포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뚫어!”

길드장이 두 마리의 고블린 샤크를 견제하는 동안 탱커와 공격대가 길을 뚫었다.

겹겹이 쌓여있는 것 같던 몬스터의 벽에 구멍이 생겼다.

“뚫렸다. 달려!”

길드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부대원들은 신속이라는 버퍼를 받기도 했으니 빠르게 포위에서 벗어났다.

진우도 부대원들과 함께 달렸다.

덥석.

그런데 무언가가 진우의 발목을 잡았다.

바다에서 올라온 무언가의 촉수였다.

주욱.

진우의 발목을 잡은 촉수는 진우를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

진우는 검을 들어 촉수를 끊어내려 했다.

퍽!

진우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진우는 무언가에 맞아 나동그라졌다.

그래도 검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자신을 가격한 몬스터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푹!

몬스터에게 일격을 꽂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사이 부대원들이 보이지 않았고 보이는 것은 몬스터의 벽뿐이었다.

주욱.

촉수가 바다로 진우를 끌고 들어갔다.

철썩.

어느새 모래사장까지 끌려와 파도에 온몸이 젖었다.

주욱.

꼬르륵.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우는 촉수를 끊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촉수는 하나가 아니었는지 손, 발, 몸통이 모두 촉수에 감겨 버렸다.

꿈틀꿈틀

최선을 다한 발버둥에도 촉수는 풀리지 않았고 점점 숨이 조여왔다.

조금씩 희미하게 힘이 풀려갔다.

진우는 죽음을 직감했다.

그러자 진우의 뇌가 스스로 어떻게든 위기의 순간을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발악했다.

찾아야 했다.

뇌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지 못하면 죽는 것이었다.

뇌는 인생의 모든 정보를 뒤졌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진우의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 그네를 탔다.

깔깔대며 웃었다.

높이 솟은 그네에서 바라본 하늘이 아름다웠다.

중학교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러 장면들이 번쩍이는 플레쉬처럼 스쳐 지나갔다.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니까?]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화면이 바뀌어 길드장의 모습이 보였다.

길드장은 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용병을 하겠냐는 물음이 들리면 한다고 말해. 말을 할 수 없으면 고개를 끄덕여도 좋다. 알았나?”

끄덕.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아악!

비행 차량 안에서 다 죽어가는 헌터가 소환되었다.

바닷속에서 건져서 그런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소환된 헌터에게 힐을 쏴주었다.

“힐, 힐, 힐.”

살짝 용병 체력창을 보았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

“알타르 님, 전기 마법 좀 약하게 써주세요.”

“네, 쇼크!”

지지직!

“으악! 엄마, 레이첼, 길드장님!”

전기 충격에 놀란 헌터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깨어났다.

그사이에 나는 서귀포 길드장에게 용병을 걸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서귀포 길드장님이시죠? 여기 스포츠머리에 파란색 귀걸이 한 남자 헌터 한 분 제가 데리고 있어요. 네, 무사해요. 뭘요. 그럼 수고하세요.]

이제 협회장의 스킬을 타고 들어가면 스킬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김 기사님, 지휘부로 이동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슈우욱.

비행 차량이 지휘부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협회장의 스킬에 지중하며 체력이 떨어지거나 위험해 보이는 헌터들을 돌보았다.

“힐… 이분도 힐, 오케이, 여긴 됐고, 이쪽도 힐, 안 되겠다. 알파야 이분은 용병 걸어서 소환”

화아악!

비행 차량 안으로 피범벅이 된 어느 여성 헌터 한 명이 소환되었다.

“어이쿠, 힐로는 모자라겠네. 디바인 홀리 큐어!”

지휘부로 가는 사이에 비행 차량 안에 다섯 명이 더 소환되었다.

슈우욱.

비행 차량이 지휘부에 도착했다.

“물자를 다 나누어주신 건가요?”

지휘부에서는 내가 전선을 돌아다니며 물자를 운반해주다가 다시 돌아오길래 물자를 더 보충받으러 온 줄 알았다.

“그건 아니에요. 협회장님의 스킬을 타고 들어가면 제가 원격으로도 제 스킬을 걸어줄 수 있는 것을 지금 깨달았어요. 그래서 여기서 바로바로 물자를 보충하면서 헌터들에게 힐을 걸어주고 크게 다친 헌터들은 소환할게요. 이곳에 의료진을 모아주세요.”

나는 자리에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전체적인 전황을 살폈다.

이곳 정동진을 중심으로 북쪽은 천마 차지율과 중국의 S급 헌터인 염화가 중심이 되어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었다.

중국 정부에서는 염화를 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염화가 간다고 우겨서 왔다고 했다.

너무 감사했다.

정동진에서 남쪽 해안은 오성의 노승민 헌터가 중심이 되었다.

노승민 헌터는 우루과이 앞바다에 볼일이 있었는데,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지구에서 정 반대편이라고 했다.

12시간 만에 날아온 게 용했다.

S급 헌터들이 있다고 해서 피해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얼핏 보아도 전투가 벌어지는 전선의 길이가 100km는 되었다.

고위급 헌터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물량을 다 커버 치지는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들 중에서도 A급들도 더러 있었는데 차지율에게 A급 다섯 마리 이상 붙으면 차지율도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는 못했다.

헌터들의 피로는 누적되고 있었고 지원의 손길이 필요했다.

“힐, 힐, 힐.”

나는 전황을 보면서 체력이 부족해 보이는 곳의 헌터들에게 힐을 날려 주었다.

“김 기사님, 샤샤, 제리, 카나. 지금 남쪽으로 30km 지점으로 날아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소환수들도 여기서 놀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나에게 소환되어 실려 온 헌터들이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이 상황에 헌터를 놀릴 수야 없었다.

“거기, 헌터님?”

“네, 헌터님.”

“성함이?”

“황진우입니다.”

“지금 바빠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소환수들은 남쪽으로 전투를 하러 날아갔고 알타르는 샤론에서 마나를 충전 중이었다.

나를 도울 헌터가 없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네, 무엇을 하면 될까요?”

“잠시만요.”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소환!”

화아악!

상의가 찢어진 채 무언가의 이빨 자국이 어깨에서부터 허리까지 이어진 남성 헌터가 소환되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냥 씹혀 먹혔을 것 같았다.

“디바인 홀리 큐어!”

화악.

이빨 자국이 점점 아물었다.

“진우 헌터님.”

“네!”

그렇게 차곡차곡 환자들이 소환되었다.

* * *

KMS의 조금만 기자는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돌리고 있었다.

[샤론의 비행 차량이 보이면 바로 연락 좀 주세요. 저희도 헬기를 타고 있으니까 위치만 알면 바로 쫓아갈 수 있어요.]

조 기자는 샤론을 찍어야 하는데 샤론의 비행체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서 헌터들을 구해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딱 구해 주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이잉.

문자가 왔다.

[샤론 길드장 정동진 지휘부에 있음.]

“정동진으로 가요!”

타다다다.

조 기자가 정동진으로 향했다.

조기자는 그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TV와 인터넷 채널로 송출하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샤론 길드장이 지휘부에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저희도 지휘부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카메라맨은 여전히 전투 중인 모습을 촬영하며 정동진으로 향했다.

조 기자가 정동진에 도착해보니 이곳은 어느새 병원이 되어 있었다.

수십 명의 힐러들이 간이로 만든 침대에 누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조 기자가 말하지 않아도 카메라맨은 힐러들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했다.

“환자 도착했어요.”

헌터인 듯 가죽 갑옷을 입고 스포츠 머리에 파란 귀걸이를 한 남자가 힐러들에게 환자를 인계했다.

어디선가 환자가 계속 나왔다.

조 기자는 환자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조심스럽게 환자가 나오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샤론의 길드장이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조 기자와 카메라맨은 드디어 샤론 길드를 찾았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촬영을 이어갔다.

“힐, 힐, 힐, 알파야, 이분 소환.”

화아악!

환자 한 명이 추가로 소환되었다.

피에 절은 모습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힐과 소환을 써댔다.

환자가 소환되면 나를 돕고 있는 헌터를 불렀다.

“진우 헌터님!”

진우 헌터와 몇몇 인원이 들것을 들고 와서 환자를 데려갔다.

확 치유 마법을 쏟아부어서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나는 한정적인데 환자는 많았다.

가부좌를 한 채 다리 위에 리치의 마정석을 올리고 있었지만, 하도 마나를 써 대니 마나가 닳는 건 금방이었다.

“알파야, 알타르 님에게 아직 멀었냐고 물어봐.”

알타르가 완충된 마정석을 교체해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마나가 부족했다.

비행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헌터들을 구할 때까지만 해도 150명의 마나 충전 인력이 있으니 마나가 딸린다는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헌터만 돕는 것과 동해안에 길게 늘어선 병력 전체를 돕기 위해서 필요한 마나의 양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지휘부에 다시 요청했다.

“마정석 좀 없나요?”

“죄송합니다. 여유분은 없습니다.”

“마정석이 더 있으면 힐을 더 넣어주고 소환도 빨리빨리 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 아까 가져온 것도 간신히 구한 겁니다.”

“지금 소환되는 분들 상태 보셨죠? 막말로 마정석 하나에 목숨 하나라고요.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구해 보세요.”

“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제길.”

나도 모르게 말투가 거칠어졌다.

협회장의 스킬에 집중하자 눈앞에 뻔히 체력이 줄어드는 헌터들이 보였다.

그리고 프로텍션, 큐어 조합을 날려 주면 한참은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마나가 필요했다.

까득.

안타까움에 저절로 이빨이 갈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을 원망해봐야 소용없었다.

나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협회장의 스킬에 접속하고, 부대를 느끼고 체력이 부족해 보이면 힐을 주고 더 위험하면 소환해 주었다.

깜빡깜빡 붉은빛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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