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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62화 (161/230)

162화. 접전

상급 마나 각성제는 이제 몇 번 마셔 봐서 아는 맛이라서 그런지 더욱 기분이 좋았다.

이제 얼마간은 각자의 능력에서 한 계단 위의 흉내를 낼 수 있을 것이었다.

“디바인 프로텍션.”

나는 모두에게 보호막을 걸어주었다.

정어리떼처럼 바다에서 헤엄치며 몰려오던 몬스터 군단이 해안가로 올라왔다.

헤엄도 잘 치고 육상으로도 잘 걸어 올라왔다.

갑각류와 양서류같이 생긴 2~3m 크기의 몬스터들이 많았다.

“자, 다들 다치지 말아요. 갑니다!”

슈우욱!

해안선에서 30m 후방, 상공 30m 정도에 비행 차량을 멈췄다.

해안선에는 몬스터와의 결전을 준비하는 수많은 헌터들이 있었다.

이곳은 몬스터들이 처음 상륙하는 지점인 만큼 헌터의 수도 많았다.

척 봐도 천 단위의 헌터들이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 몬스터들을 빠뜨리려고 깊게 구덩이를 판 흔적도 있었고 어지럽게 그려진 마법진들도 보였다.

순간 정동진의 북쪽 방향에서 거대한 공간의 갈라짐이 느껴졌다.

훗.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벌써 천마가 제대로 한바탕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너희가 S급 던전 브레이크라면 이쪽은 이미 S급이 둘이었다.

그리고 나의 소환수들도 잠시 동안 S급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조금만 기다리면 오성의 노승민도 올 것이고 다른 국가에서도 헌터들이 오기로 했다.

늘 하던 대로 하다 보면 시간이 갈 터였고 결국은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렇게 믿었다.

‘준비.’

머릿속에서 준비라는 생각이 공유되었다.

딱히 누가 소리 지르지 않았는데도 지금이 준비 타이밍임을 알았다.

철썩철썩.

“키에에엑.”

파도 소리와 몬스터의 괴성이 들렸지만 인간 측 진형에서는 말없이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검과 방패를 고쳐 드는 탱커, 호흡을 가다듬는 딜러, 눈을 감고 묵묵히 명상하는 법사들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우리 팀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여러분, 준비하세요.”

몬스터들이 상륙해서 조금씩 다가왔다.

몸에서 바닷물을 줄줄 흘리며 기어 올라왔다.

바닷속에서는 해안가로 나오려는 몬스터들이 우글우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다시 공격 타이밍이 공유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공유된 생각을 다시 우리 팀에게 말해주었다.

‘2선의 원거리 공격수부터 공격합니다. 셋, 둘, 하나, 지금!’

“원거리 공격수부터 공격한대요. 셋, 둘, 하나, 지금!”

슈슈슈슈슈슉!

온갖 다양한 마법들이 발사되었다.

헌터의 수가 많은 만큼 마법의 종류도 다양했다.

펑, 쾅, 화르륵, 지지직, 콰광!

참 신기한 것은 화염과 물, 전기와 흙처럼 서로 상극인 마법들이 한곳에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만약 화염과 물이 한 곳에 떨어진다면 서로의 마법이 상쇄되어 별 의미 없는 공격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화염과 바람, 물과 전기와 같이 서로 공격력을 강하게 해주는 마법들이 한데 모여 몬스터에게 날아갔다.

인지 공유 스킬은 처음 만난 헌터들을 이처럼 찰떡 호흡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스킬이었다.

헌터 협회장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샤샤야, 쏴!”

비행 차량은 어느새 양쪽 문과 뚜껑까지 열어젖힌 상태였다.

샤샤는 차량의 왼쪽 문 바깥으로 상반신을 내민 채 평온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차량 문 안쪽에 손잡이가 있었는데, 그곳에 발을 걸고 상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몬스터에게 연신 화살을 날렸다.

“파이어 애로우!”

분명히 샤샤가 외치는 스킬의 이름은 파이어 애로우였다.

하지만 샤샤의 활에서 날아간 것은 한 마리 불새였다.

원래 파이어 애로우는 화살촉 부분에 불이 붙은 화살이 날아가 꽂힌 다음 불길이 더 커지는 스킬이었다.

저렇게 불로 만든 새가 날아가는 스킬이 아니었다.

“끼악!”

왠지 날아가면서 새가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핑, 핑, 핑!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는 날렵했지만, 결과까지 날렵하지는 않았다.

펑, 쾅, 화르륵!

샤샤의 화살은 한 마리 매처럼 날아가서 가스폭발처럼 터졌다.

한두 번 샤샤의 화살이 매처럼 날아가 몬스터를 불태워버리고 나니 샤샤가 생각을 달리했다.

쓰러뜨려야 할 몬스터는 많았고, 한 마리를 통째로 태워버리기보다는 적당히 전투력만 상실시키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었다.

다섯 대의 화살을 한 번 시위에 걸었다.

피피피피핏.

다섯 대의 화살에 이제야 예전에 보았던 수준의 파이어 에로우가 걸렸다.

핑!

한번에 다섯 개의 파이어 에로우가 날아갔다.

각각의 파이어 에로우는 마치 유도기능이 있는 것처럼 몬스터를 찾아갔다.

콰직, 화르륵!

샤샤의 화살은 대부분 머리에 명중하였고 갑각류에게는 관절 틈 사이로 파고들었다.

파이어 에로우에 적중당한 몬스터는 땅을 구르며 불을 끄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 번에 다섯 마리씩 처리해도 몬스터는 바다에서 계속 솟아 올라왔다.

핑핑핑!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사로 화살을 날렸다.

화살을 허리에 차는 화살통에 담는 시간도 부족해서 허공에 선물함을 열고 꺼내 쓰고 있었다.

샤샤의 화살이 닿는 범위는 눈에 보이는 전 범위였다.

순간 샤샤가 하늘 위로 화살 한 발을 날렸다.

핑!

화살은 크게 포물선을 그린 후 어느 건물 뒤로 날아갔다.

협회장의 인지 공유 스킬로 건물 뒤쪽도 느껴졌다.

마침 건물 뒤편에도 헌터가 있어서 나는 건물 뒤편 헌터의 시야에 집중했다.

건물 뒤편에도 몬스터가 있었다.

펑!

샤샤의 화살이 건물 뒤편의 몬스터에 명중했다.

협회장의 공유 스킬은 모든 헌터에게 걸어주지는 않았다.

협회장도 인원수 제한이 있는 듯 조장급에게만 걸어주었다.

나는 협회장의 인지 공유 스킬로 알았지만, 샤샤는 어떻게 알았을까?

역시 샤샤는 대단했다.

“타앗!”

샤샤의 화살에 질세라 카나가 기합을 외쳤다.

비행 차량의 왼쪽 문에 샤샤가 있다면, 오른쪽 문에는 카나가 매달려 있었다.

샤샤가 원거리를 책임지는 궁수였지만 카나도 근거리는 아니었다.

카나의 사슬에 매달린 칼날 방패가 닿는 거리는 얼핏 보아도 수십 미터가 넘어 보였다.

게다가 카나는 근력이 샤샤보다 강했다.

샤샤가 서커스단에서 다리로 공중그네에 매달린 것처럼 차량 손잡이에 다리를 걸었다면 카나는 손잡이 따윈 필요 없다는 듯 그냥 두 발을 모으기만 해도 자신의 몸무게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탱할 수 있었다.

지금 신발을 신고 있어서 그렇지 아마도 발가락으로도 몸무게 정도는 지탱할 듯했다.

카나는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칼날 방패를 휘둘렀다.

쇄애애액!

칼날 방패가 회전하는 소리가 전기톱의 톱날이 회전하는 것 같았다.

카나의 방패에 가격당한 몬스터는 방패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톱날에 무참히 썰려 버렸다.

아니 썰린다는 표현보다는 갈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았다.

뚜껑 없는 믹서기 칼날에 사정없이 갈려버리는 모습이었다.

붕. 붕.

뚜껑 없이 회전하는 믹서기 칼날이 사슬에 매달린 채 팔자 모양으로 회전했다.

마치 프로 낚시꾼이 플라이 캐스팅을 하듯 기다란 줄을 휘휘 흔들었다.

그러면 그 기다란 줄 끝에 매달린 톱날 방패는 마치 요요처럼 회전했다.

그 모습은 마치 먹이를 노리며 머리를 흔드는 뱀 같았다.

같은 편이라서 그런지 듬직해 보였지만 적이었다면 살벌한 모습이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몬스터들을 잘 썰고 있었다.

카나도 지금은 도핑 중이었다.

약빨을 잘 받는지 칼날 방패에 마나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회전하는 칼날 방패도 무지막지한데 그 칼날에 마나가 어렸다.

갑각류형 몬스터도, 양서류형 몬스터도 모두 공평하게 갈아버렸다.

“스승님, 큰 거 한 방 날리도록 하겠습니다.”

알타르의 위치는 차량 지붕이었다.

날아가는 비행 차량에서도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이제 알타르는 어엿한 6서클 대마도사였다.

심장을 회전하는 마나의 고리가 6개가 뚜렷하게 생성되어 있었다.

6서클이면 대마도사라 칭할 만했다.

그런 알타르에게 이 정도 비행 차량 위에 앉아 있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도핑 중이기도 했다.

원래도 6서클인데 도핑으로 한 서클 위를 가능케 한다면?

7서클은 곧 소드마스터급 위력을 가졌다.

준비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보는 내가 다 흐뭇했다.

알타르는 양 손바닥 위에는 수박만 한 덩어리가 각각 한 개씩 올려져 있었다.

왼손에 올려져 있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수백 개의 결정면이 아름답게 빛나는 리치의 베슬이었던 마정석이었다.

나는 저 마정석을 볼 때마다 저걸 경매에 올리면 과연 얼마를 받을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100억? 1,000억? 아니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했다.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최고로 비싼 것들은 그 정도 한다는데, 이건 그냥 예쁘기만 한 보석이 아니었다.

예쁜 것은 덤이고 실제로는 원래 7서클이던 리치의 생명을 담는 그릇으로 쓰이던 마정석이었다.

내가 경제적으로 궁핍했다면 이미 팔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신문에 크게 났을 것 같았다.

경매로 외국에 팔리기라도 했으면 댓글에 욕좀 박혔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알타르의 오른쪽 손바닥 위에는 시시각각 그 색을 바꾸고 있는 옥토푸스의 핵이었던 마정석이 올려져 있었다.

쟤도 만만치 않았다.

마정석을 엄청 많이 본 나에게도 참 인상적인 녀석이었다.

그렇게 쌍으로 최고급 마정석을 들고 있는 대마도사의 첫 번째 마법이 발현되었다.

“파이어 월.”

화르륵!

해안가를 따라 거대한 불의 벽이 세워졌다.

원래 파이어 월은 수 미터에서 십여 미터까지 불의 벽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건 달랐다.

다른 건 지구보다 못한 점이 많았어도 원래 글리제가 마나 하나만큼은 지구보다 많았다.

그래서 샤샤도 각성 초기에는 나보다 몇 배나 마나가 많았고, 샤론의 영지민들도 쉽게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동네의 수석마법사의 마나통은 말해 무엇할까?

“허걱!”

“저 불의 벽은 뭐지?”

전투 중이던 헌터들이 놀랐다.

불의 벽이 눈앞에 보이는 해안선 전체를 커버했다.

파이어 월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서자 주변의 헌터들이 전투를 멈췄다.

몬스터들이 불의 벽을 넘지 못하니 전투를 할 몬스터가 없는 것이었다.

헌터들이 왠지 우릴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거대한 불의 벽을 세워버리니 잠시 이곳은 강제로 소강상태가 되었다.

“다른 쪽으로 이동하장.”

그리고 아직 제리가 남아있었다.

제리는 어디 있나 하고 돌아보니 차량의 바닥에 붙어있었다.

날아가는 차량의 바닥에 어떻게 붙어있는지 모르겠으나 드론제리에게 이 정도 높이와 속력은 슬로우모션일 것 같았다.

불의 벽을 피해 조금 남쪽으로 날아갔다.

바닷속에 제법 거대한 어류형 몬스터가 발견되었다.

하늘 위에서 보니 바다 아래에 마치 고래처럼 어른거리는 형태가 보였다.

저게 올라오면 헌터들이 고생 좀 할 것 같았다.

“내가 가겠당.”

휙.

제리는 마치 한 마리의 가마우지 새가 된 것처럼 물고기를 향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착 하고 해수면에 착지했다.

다이빙하다가 해수면에 멈췄다.

이제 허공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제리의 움직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촤아아악!

철썩!

촤아악!

물보라가 치며 바다 한가운데에서 몬스터가 난리를 쳤다.

마나가 담긴 클로에 난자당한 몬스터가 배를 뒤집어 까고 있었다.

[소환해줘랑.]

제리의 쪽지가 도착했다.

“제리 소환.”

화아악!

제리가 내 옆에 소환되었다.

다이빙해서 썰고 다 썰면 소환으로 내 옆으로 왔다.

나는 제리를 원거리 공격이라고 해야 할지, 근거리 공격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렸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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