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쪽같은 소환수들-159화 (158/230)

159화. 육아

나는 화면을 보며 소환수들이 잘 오고 있는지 살폈다.

“알파야 소환수에게로 화면 이동해 줘.”

―네, 알겠습니다.

슈우욱.

화면이 비행 차량으로 이동했다.

차량 안은 그럭저럭 앉아서 이동할 만했다.

[카나, 운전하느라 고생이 많아.]

[민준 왔어? 뭘 이 정도 가지고.]

[원래 장거리 운전이 힘들지, 가만히 앉아있는 것 같아도 도착하고 나면 힘든 게 장거리 운전이야.]

[알아주니 고맙네.]

비행 차량은 유유히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카나야, 지금은 어디쯤이야?]

[제국 중간 정도일 거야]

프란시아 왕국에서 북쪽으로 가면 트란 산맥이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산맥 너머가 제국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 제국을 넘어 북쪽으로 가야 신성교국이 나왔다.

[민준, 그런데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민준이 나에게 알려줘야지.]

[아, 그러게. 샤론 한 바퀴보다가 바로 화면을 넘겼거든. 그래도 많이 왔네.]

[샤론에는 별일 없어?]

[별일? 붉은 달이 샤론도 비추고 있다는 정도? 꾸얀과 르녹이 고생이 많아. 달이 하나여도 내려오는 몬스터들이 더러 있네. 그래도 아직 인명피해 없이 잘 막아내고 있어.]

[그렇구나.]

[우리 소환수님들께서 납셔주셔야 샤론이 안정되지.]

[헤헤.]

[그럼 수고하고, 어서 와.]

[알았어.]

제국은 넓어도 심하게 넓었다.

저 넓은 제국을 다 지나오려면 또 한참 걸릴 것 같았다.

트란 산맥에 도착할 때쯤 다시 좀 봐주면 될 것 같았다.

“알파야, 화면 다시 샤론에게로 돌려줘.”

―네, 알겠습니다.

슈우욱.

화면이 샤론을 비추었다.

“알파야, 길리언 좀 찾아봐 줄래?”

―네.

화면이 샤론의 주택가를 향했다.

드론 한 대가 높은 상공에서 주택가로 빠르게 내려가듯 화면이 지면에 가까이 다가갔다.

―저기 있습니다.

“오, 그러네.”

길리언은 주택가의 어느 집 앞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놀이의 방법이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꾸아.”

촤아악!

물줄기가 3미터 이상 위로 솟았다.

“와.”

나는 화면으로 길리언을 보며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천재네.”

저 나이에 저 정도 하는 인물이 얼마나 될까?

참고로 샤론에서 어린이로 분류되는 아이들. 즉, 지구의 10세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들 중에서 마나 서클을 완성한 아이는 길리언 혼자였다.

“알파야, 용병 제안을 해줘.”

―네.

길리언이 잠깐 놀라다가 이내 곧 익숙하게 용병 계약을 했다.

[영주님!]

[그래, 길리언 잘 지냈니?]

[네, 잘 지냇서요.]

[그래, 마법 실력이 확 늘었네. 어떻게 된 거야?]

[붉은 달이라서 그런 것 가타요.]

[뭐?]

[붉은 달이요.]

[붉은 달이 왜?]

[마나가 많자나요.]

[그게 무슨 소리야?]

[붉은 달이 뜨니까 마나가 더 많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마나에게 부탁을 더 잘 할 수 있어요.]

이게 맞는 소릴까?

붉은 달이 뜨면 마나가 더 많아서 마나를 사용하기 쉽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은 달 때문에 마나가 많아졌다는 말을 안 할까?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알타르에게 바로 쪽지를 보냈다.

[알타르 님?]

[아, 스승님.]

[잘 오고 계세요?]

[네, 이상 없습니다.]

[샤론 영지에 꼬마 마법사 길리언 아시죠?]

[네, 당연히 잘 알고 있습니다.]

[길리언이 3서클이 되었어요.]

[네? 3서클이요? 와, 대단하군요.]

[그런데 알타르 님. 제가 길리언에게 어떻게 3서클이 되었냐고 물으니까, 길리언이 붉은 달이 떠서 마나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게 말이 되나요?]

알타르는 잠깐 고민하고 쪽지를 보냈다.

[아… 아마도 상성이 맞아서 그런 걸 겁니다.]

[상성이요?]

[라이칸스롭은 달을 보면 날뜁니다. 신성교국에서도 붉은 달 아래에서 라이칸스롭들이 날뛰어서 고생했죠. 마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아마도 길리언은 성향이 달의 마나와 친밀한 아이일 겁니다.]

[그러면 길리언은 달이 떴을 때 더 강해진다거나 하는 걸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나는 다시 화면을 이동해 길리언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길리언의 선물함에 창고에 있는 과자를 몇 박스 넣어주었다.

[길리언.]

[네, 영주님.]

[선물함이라고 말해봐.]

[선무람!]

길리언이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애들은 일단 먹을 것이었다.

[길리언, 그럼 마법 연습 잘하고 있으렴.]

[네! 감사함니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소파 위에 올린 무릎에 손가락을 토도독거리며 고민했다.

길리언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이었다.

천재를 언제 키워봤어야 알지 저런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다.

그냥 내버려 둘까?

천재는 스스로 길을 개척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크지 않을까?

그런데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저런 천재, 적어도 영재급인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이 찜찜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보았다.

[유치원생인데 3서클입니다. 얘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와. 천재네!

└천재, 천재 하는 것도 별로 안 좋은 듯. 망한 천재 많잖아.

└그 정도면 월반 쭉쭉해서 마탑 보내면 되는 거 아님?

└아냐, 너무 어릴 때 마탑 갔다가 애 버린 경우도 많음.

└요즘은 그런 대비 잘 안 되어 있음?

└마탑은 애시당초 애를 키우는 데가 아님. 그냥 어른에게 대하듯 어린이에게 대하면 어린이 성격 이상해짐.

└천재 촬영하는 TV프로그램에 내보내세요.

└유치원 3서클이면 너튜브 하면 되겠네. 돈은 제법 벌릴 듯.

└어린이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키워야 해요. 괜히 똑똑하다고 어른들 세상에 집어넣으면 사춘기 때 망해요.

└이게 맞음.

└어린이, 부모 사이에서 키우고 적당한 멘토 하나가 방향 정도만 잡아주는 게 좋음.

내가 천재 키우기를 고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길리언이 저 나이에 3서클이니, 나도 모르게 급한 마음과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댓글들을 읽어보니 망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했다.

한참 생각을 한 후 알타르에게 쪽지를 보냈다.

[알타르 님?]

[네, 스승님.]

[길리언 말이에요.]

[네.]

[알타르 님이 멘토 역할을 해주셨으면 해요. 아예 제자로 들이라는 건 아니고요. 종종 방향만 잡아주라는 거죠. 아직 어리니까요.]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길리언을 종종 봐주고 있었습니다. 성인반에 들어와서 마법을 하는데 성인 못지않게 마법을 곧잘 합니다.]

[음, 제가 조금 알아봤는데요, 아이가 성인반에서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잘하다가 사춘기 때 망하는 경우도 많은가 봐요. 그래서 너무 어른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해요.]

[명심하겠습니다. 앞날이 기대되는 아이인 만큼 각별하게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네, 샤론의 미래를 위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길리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발밑이 꿈틀거렸다.

“꾸응?”

“아, 꿍이야. 나 일하는 중이야.”

“꾸웅?”

그러고 보니 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완동물인지 몬스터인지 아니면 신수인지 모를 아이도 키워야 하고, 나 같은 범재가 천재를 키울 생각을 하니 영 머리가 안 돌아갔다.

꿍이는 내가 반응을 안 해주자 슬그머니 사무실의 구석으로 갔다.

“꿍이야, 삐졌냐?”

“꾸웅?”

삐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구석에는 왜 가있나 싶어서 살펴보니 꿍이가 마나목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나목은 지난번에 내가 열매를 싹 따서 먹어버렸었다.

그 뒤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사무실에 흙과 나무라고는 마나목뿐이라서 그런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마나목의 상태가 평소보다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잎에 윤기가 반질발질 한 것이 아주 보기가 좋았다.

직원인 상일 씨가 관리를 해주기는 하지만 저렇게 나무에 윤기가 도는 건 처음 보았다.

“꿍이야, 네가 저 나무에 생기를 돋게 했니?”

“꿍!”

어떻게 보면 얘도 천재였다.

식물 관리 천재? 아니면 토양 관리 천재?

아무튼 얘도 이렇게 사무실에서 내 애완동물 역할을 하는 건 자원 낭비인 것 같았다.

“알파야.”

―네.

“샤론의 행정관인 다니엘에게로 가줘.”

―네.

화면이 다니엘에게로 이동했다.

다니엘과 용병을 계약하고 쪽지를 보냈다.

[다니엘.]

다니엘은 누워서 경례한 후, 답장을 보내왔다.

[네, 영주님.]

[제가 이번에 코토풀요라는 동물을 한 마리 구했는데요. 얘가 원래 땅속에서 사는데, 풀어놓으면 토양이 아주 기름지고 농작물이 잘 자란대요. 풍요와 대지의 신이 총애하는 아이예요.]

[오, 잘 되었군요.]

[그래서 말인데. 뭔가 이 아이를 풀어놓고 전략적으로 키울만한 작물이 있을까요?]

다니엘이 조금 고민을 했다.

[영주님, 예전에는 마을 공동의 농지가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지민들이 개인 텃밭 정도가 있고, 영지 차원의 공동밭이나 경작지는 없는 상태입니다. 식량 수급은 영주님께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그렇죠. 제가 공장, 마법사 위주로 영지의 방향성을 잡아서 그랬죠. 영지민들이 농사를 짓는 것보다 몬스터 가죽과 핫바 가공 공장을 돌리는 편이 저에게 훨씬 이득이 되어서 그래요. 제 입장에서 식량은 얼마 안 하거든요. 명품 가방 하나면 식량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알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방벽 안에서는 대규모 경작지도 없고 대규모로 경작을 하려면 방벽 바깥으로 나가서 숲을 개간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방벽 바깥의 개간은 아시다시피 붉은 달이 떠 있어서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니엘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나에게 많이 미안해했다.

[다니엘.]

[네, 영주님.]

[이렇게 어려운 일은 어렵다고 바로 말씀해주시는 거 너무 좋아요.]

[네?]

[요즘 영지민들이 저를 너무 떠받들어서 조금 이상하기도 한데, 다니엘처럼 되는 일은 된다고 하고 어려운 일은 어렵다고 해야 영지가 잘 운영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렇게 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제 사무실에 마나목이란 나무가 있어요.]

[마나목이요?]

[네. 이게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를 먹으면 체력이나 마나를 올려주거든요. 마나초 비슷한 효능이 있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코토풀요가 근처에 있으니까 마나목이 얼마나 파릇파릇해지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건 어떨까요? 영지 내부에 특수작물을 심는 거예요. 일단 제가 마나목 한 그루 보내드리고, 마나초 같은 걸 키워내면 어떨까요?]

[마나초는 사람이 길러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마나가 모이는 곳에서 자연적으로 자란다고 하는데 만약, 마나초까지 길러낸다면 상당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코토풀요가 풍요의 신수라는데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한 번 해보죠. 평범한 식재료는 아무리 풍요롭게 산출된다고 해도 저에게는 매력이 없거든요. 제가 사는 세상에서도 식재료가 너무 많아서요.]

[네, 알겠습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나는 그길로 다니엘과 함께 특수작물을 심을 자리를 만들었다.

영주관 뒤쪽에 일단 가볍게 가로세로 각각 30m 정도 자리를 만들었다.

다니엘을 사무실로 불러 마나목을 가져가 심었다.

[다니엘, 마나목이 씨앗을 뿌릴 수 있겠죠?]

[일단 잘 자라긴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씨앗도 기대할 수 있겠죠. 그런데 제가 마나목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마나목 다음은 마나초였다.

마나초도 사무실 냉장고에 보관하던 것이 있었다.

과연 냉장고에 넣어둔 마나초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게 차가운 곳에서 보관하던 건데 심으면 다시 살아날까요?]

[보통은 어렵지 않을까요?]

냉장고에 보관하던 마나초가 살아나지 않으면 다시 트란 산맥에서 캐와야 했다.

[일단 심어보죠. 안되면 나중에 붉은 달 없어지면 새로 캐오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꿍이가 지낼 공간도 마련했다.

샤론 영주 노릇을 조금 하려니 바빴다.

이제는 벙커 공사도 들어가서 그것 감독하느라 또 정신이 없었다.

영재, 신수, 영지 공사를 챙기려니 잠깐 일하다 보면 한두 시간씩 훌쩍 흘러 있었다.

[민준 님, 저희 샤론에 도착했어요.]

샤샤의 쪽지였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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