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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58화 (157/230)

158화. 비결

갈리나 할머니의 아들인 토이는 밤나무 마을의 지게꾼이었다.

예전 밤나무 마을의 좀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샤론 영주의 도움으로 갈리나 할머니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후 토이는 샤론으로 이사를 왔고 샤론 영주를 위해서 충성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샤론 영주가 다른 영지의 영주들과는 너무도 다르게 영지민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충성이라는 이른바 충성 근본주의자가 되었다.

오늘도 토이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영주에 대한 충성을 이야기했다.

“영주님에게 충성해야 하네, 영주님께 충성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네, 영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한다네.”

다른 영지에서라면 영주에게 딸랑거리며 뭐라도 얻어먹을 작정인 간신배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가락질 받았을 유형이었다.

하지만 샤론에서 토이는 영지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맞아, 내가 장사꾼이라 나름대로 여러 영지를 돌아다니지만 이런 영주님은 없었어.”

“얼마 전 내가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했지 뭐야, 그래서 며칠 동안 아파서 골골대고 있었는데, 영주님의 목소리가 들렸어. 뭔가 사아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눈앞이 살짝 환해지고 몸이 시원해졌어. 그리고 감쪽같이 허리가 나았지 뭔가, 솔직히 나는 영주님이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그럼 그럼. 나는 매일 영주님의 조각상에 가. 가서 영주님께서 우릴 보살펴 달라며 기도해.”

여느 날처럼 토이가 ‘영주님을 믿자’, ‘충성만이 내 살길’ 등의 구호를 만들며 충성 근본주의의 가치를 주민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때 몇 명의 병사들이 돌아다니며 마을 주민들에게 외쳤다.

“꾸얀 님께서 휴식 중인 주민들은 마을 광장으로 모이랍니다.”

토이는 마을 광장으로 갔다.

마을 광장에는 삼삼오오 주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광장에는 꾸얀이 단상 위에 올라가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여러분, 영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영주님께서는 영지 지하 곳곳에 숨을 수 있는 대피 공간을 만드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몬스터 웨이브가 터질 때 일반 주민들이 숨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를 만들 때 보조할 인원이 필요합니다. 지난번 영지의 방벽 공사 등을 해봐서 아시겠지만, 외부에서 건축 용병이 들어올 겁니다. 보조 인력으로 2서클 서른 명 정도 신청 받겠습니다.”

그 말들 듣자 영지민들이 서로 신청하겠다고 나섰다.

“삽질은 내가 또 잘하지.”

“어허, 이 사람. 공사 안 해본 티를 내고 있네. 언제적 삽질이야? 땅은 외부 용병이 무슨 기계로 다 파는 거 몰라? 우리가 할 일은 밥해주고, 청소하는 그런 일이야.”

“쯧쯧쯧, 자네도 아직 멀었구만, 그건 우리들이 서클을 생성하기 전의 일이지. 마법사인 우리가 할 일이 없긴 왜 없어? 내가 그래서 알타르 님의 수업 시간에 졸지 말라니까, 그렇게 졸더니. 우리가 할 일은 마나석 충전이야. 그 포크레… 뭐시기에 마나석을 달아서 토양 유동화 마법과 디그 마법을 사용한다잖아. 2서클 서른 명이 달라붙어서 마나석을 충전하라는 뜻이야.”

“아~ 그런 거였어?”

“그런 거라면 내가 한 마나통 하지.”

“이 사람이 지난번 라이트 오래켜기에 내가 일등 한 거 기억 안 나?”

“아 그 손톱만 한 라이트 희미하게 켜놓고 오래 켰다고 자랑하던 거?”

여기저기 자신의 마나통이 크다며 자랑했다.

그 모습을 본 꾸얀이 마저 이야기했다.

“영지의 경비도 서야 하고, 지하 피난 공간 공사도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마을 공장을 아예 쉴 수는 없으니 순번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희망자는 신청해주세요. 그리고 영주님께서 대피 공간 공사 말고 다른 말씀도 하셨습니다. 집중해주세요. 영주님의 두 번째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영주의 두 번째 말을 전한다는 소리에 다들 조용해졌다.

“영주님께서는 마나 각성제라는 물건을 영지민 모두에게 나눠주실 겁니다.”

꾸얀이 마나 각성제 한 병을 들어 주민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마나 각성제라는 물건인데 뚜껑을 따서 마시면 됩니다. 저도 먹어 봤는데요. 마법사라면 한 서클 위를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웅성웅성.

조금 전 공사 이야기를 할 때보다 영주민들이 훨씬 소란스러워졌다.

“아니, 한 서클 위를 경험하게 해준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영약인가 본데? 마셨는데 한 서클 위를 경험해본다는 게 보통 약은 아닌 것 같아.”

“처음 마나 각성할 때도 뭐 마셔보라고 했던 것 비슷한 것 같은데? ”

주민들도 대부분 저서클이긴 하지만 나름 마법사였다.

작은 약병 하나를 마셔서 한 서클 위를 경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는 알고 있었다.

“여러분, 영주님의 말씀입니다. 믿지 못하십니까?”

그제서야 주민들은 자신들이 영주님의 말씀을 의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습니다.”

“너무 귀한 물건을 저희에게 주신다고 하셔서 그런 겁니다.”

“맞습니다. 저희 따위가 뭐라고 그런 귀한 물건을 주신다는 것인지 너무 이해가 안 되고 감사해서 그런 겁니다.”

꾸얀이 마을 주민들을 둘러보았다.

“영지민들을 널리 사랑하시는 영주님의 자애로우신 마음 덕분입니다. 얼마 전 저도 마나 각성제를 먹어 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마나를 처음 깨우치고 서클을 형성할 때 마나 각성제를 마셔본 분도 계십니다.”

꾸얀은 손에 들고 있는 각성제를 보며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건 그때의 물건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하… 이건… 참… 이건…….”

꾸얀이 감동 어린 표정으로 각성제를 보았다.

“말해 뭐합니까? 마셔보시면 압니다. 참고로 이걸 마신 저와 르녹이 오우거를 가볍게 잡았을 정도입니다.”

꾸얀과 르녹이 오우거를 가볍게 잡는다는 말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오우거가 어떤 몬스터인가?

주민들에게는 주적이라고 부를만한 몬스터인 오크를 간식으로 삼는 산중의 폭군이었다.

그런 몬스터를 르녹과 꾸얀이 가볍게 잡는다?

저들이 소드 마스터라도 되는가?

디아론 백작가에서 가장 강하다는 팬니르 기사도 오우거를 가볍게 잡는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자자, 한 사람에 한 병입니다. 이름 적고 가져가세요. 여기서 마시지는 마시고 집에서 마시길 권합니다. 마시면 주변 마나를 끌어들이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사람과 동시에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한 번 마시면 천천히 식사할 시간 정도는 한 서클 위를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꾸얀이 영지민들에게 중급 마나 각성제를 나눠주었다.

토이도 마나 각성제를 받았다.

각성제를 받은 토이는 얼른 집으로 뛰어왔다.

그리고 마당에 홀로 앉아 마나 각성제를 열었다.

딸깍.

뚜껑이 열리고 은은한 향기가 방안 가득 퍼졌다.

“아!”

토이는 샤론 마을의 토착 주민이 아니었다.

토이는 원래 밤나무 마을 출신이었다.

그래서 처음 샤론 마을이 만들어질 때는 밤나무 마을에서 살고 있었고 샤론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물론 샤론이나 밤나무나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고, 샤샤조차 밤나무 마을 출신이긴 했지만, 처음부터 샤론마을 출신인가 아닌가는 은근히 중요한 요소가 되곤 했다.

당장 토이만 하더라도 그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알타르 님의 수업을 듣지 못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토이도 알타르 님의 수업을 들으며 마법을 깨닫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샤론 출신인 자들은 이미 2서클까지 올라간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재능이 있는 자들은 3서클까지 올라갔고 며칠 전에는 길리언이라는 어린아이조차 3서클에 올라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샤론에 늦게 합류한 토이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불안했다.

토이에게 영주란 좀비가 되려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주고 평생을 절뚝거리며 살던 어머니의 다리를 낫게 해주신 분이었다.

그런데 토이는 재능이 없었다.

밤나무 마을에서도 지게꾼이었는데 마법사들의 영지라는 샤론 마을에 와서도 그냥 지게꾼이었다.

다들 1서클, 2서클, 3서클이 되어가는데 자신은 그냥 지게꾼이었다.

어쩌면 영주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을 외치던 까닭은 그래서였을지도 몰랐다.

나도 뭔가 해드리고 싶은데,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이 은혜를 보답하고 싶은데 능력이 없었다.

토양 유동화 마법과 디그 마법이 걸린 포크레인이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순식간에 땅을 파고, 거대한 돌벽으로 순식간에 성벽처럼 돌로 된 방벽을 만들어버리는 영주에게 지게꾼인 자신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토이는 마나 각성제를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나 각성제를 마신 다음 천천히 배운 대로 마나를 느끼려고 애썼다.

마법사들의 영지라는 샤론 마을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데, 이렇게 마나 각성제까지 주는데 적어도 1서클은 되어야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뜨끈했다.

깊은숨을 쉬었다.

“후우.”

“후우.”

토이의 몸속에 들어온 마나는 빙빙 돌더니 뜨겁게 토이의 몸을 달구었다.

그런 뜨거운 느낌이 좋았다.

토이는 이제야 자신의 몸에서도 뭔가 반응이 오는가 싶어서 기뻤다.

윙.

토이의 가슴에 회전하는 마나가 형성되었다.

임시로 경험하게 된 1서클이었다.

“빛을 비추리라. 라이트.”

파앗!

토이의 손끝에서 라이트 마법이 발현되었다.

“아!”

이런 것이었구나.

이것이 마법이었구나.

이렇게 몸속의 마나가 회전하고 손끝에서 주변 대기의 마나와 만나서 빛으로 변하는 것이구나!

토이의 깨달음이 서클을 더욱 빠르게 회전하도록 했다.

웅, 웅, 웅.

토이는 서클이 회전하는 느낌을 계속 느꼈다.

천천히 밥 먹을 시간 정도는 이 느낌이 이어진다고 했다.

토이는 한순간도 놓칠세라 몸속을 관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때였다.

―영주님께서 용병 제안을 하셨습니다.

“아!”

오매불망 충성을 외치던 대상이 용병이 되라고 제안을 했다.

울컥.

왠지 모르지만 토이는 울컥한 감정을 느꼈다.

“저, 토이는 영주님의 용병 제의를 영광으로 따르겠습니다.”

―용병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곧 영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하시네요. 마법 좀 걸어드릴게요.]

화아악!

마법과 함께 몸이 시원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아… 이것이구나!”

토이의 어머니에게 걸어주었던 마법이 다시 자신에게도 찾아왔다.

토이의 귓가를 알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기 시작했다.

띠링!

―소환술사와의 친밀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기본 스탯이 증가합니다.

―힘, 민, 체, 마나가 각 20씩 증가합니다.

―1서클에 도달했습니다.

―2서클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배달’이 생성되었습니다.

―소환술사를 위해 배달할 때는 배달량이 두 배 증가합니다.

* * *

며칠 후 마법 수련 시간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법 수련을 하는데 토이는 당당히 2서클 마법을 발현했다.

“아니, 토이! 이게 웬일인가?”

“자네, 언제 2서클이 되었는가?”

토이는 당당히 2서클 마법사가 되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토이는 마나 각성제를 마시고 2서클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보게, 토이. 아니, 아무리 마나 각성제를 마셨어도 그렇지 어떻게 한 번에 2서클에 올랐어? 알고 보니, 자네도 천재였구만.”

“허허, 내가 천재라니. 자네는 사람 보는 눈이 둔재인 모양이군.”

“아니, 대부분의 주민들은 한 서클 위를 경험해보고 다시 원래 자신의 경지에 머물러 있어. 그런데 자네는 무려 두 서클이나 올라간 것 아닌가? 그러니 천재이지. 혹시 다른 비결이라도 있는가? 비결이 있으면 우리도 좀 알려주게나.”

토이 주변의 마을 주민들은 비결이라는 말에 궁금해하며 토이를 바라보았다.

“비결? 당연히 있지.”

“그게 뭔가?”

토이는 허공을 보며 뭔가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민들을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영주님을 믿어! 그러면 강해질 것이야.”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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