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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57화 (156/230)

157화. 리빌딩

사무실에 나타난 코토풀요는 생각보다 덩치가 컸다.

땅속에서 사는 녀석이라서 그렇게 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몸길이가 얼추 2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전체적인 형태는 길쭉한 원통형 형태였지만 머리둘레도 제법 되었다.

이런 녀석이 어떻게 땅속을 파고 다녔는지 의아했다.

코토풀요는 머리는 약간 세모난 모양이었고 눈이 작았으며 전체적으로 노란색인데 군데군데 갈색 줄무늬가 있었다.

내 몸에 있는 마크에서는 지렁이인 줄 알았지만, 짧은 다리도 있었는데 짧은 다리가 착 달라붙어 있으니 기다란 모양이었다.

지렁이라기보다는 몸이 기다란 땅강아지 정도 되는 아이 같았다.

사무실에 소환된 코토풀요는 잠시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 코토풀요가 신성력을 좋아한다는 신성력을 내 몸에 씌워보았다.

“디바인 프로텍션.”

“디바인 홀리 큐어.”

신성력이 포함된 마법을 사용하니까 두리번거리며 당황하던 녀석이 나에게 집중하는 것 같았다.

“옳지. 착하다.”

녀석에게도 신성력을 걸어 주었다.

“디바인 홀리 큐어.”

사아악.

신성력이 걸린 마법을 걸어 주자 슬금슬금 나에게 다가왔다.

“디바인 홀리 큐어.”

“디바인 홀리 큐어.”

디바인 홀리 큐어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여러 번 쏘아 주었다.

내 몸에도 다시 디바인 프로텍션을 걸고 살짝 손을 내밀었다.

나와 녀석에게 신성력을 쏟아붓고 있었으니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슬그머니 다가와서 손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괜찮아.”

“꾸웅?”

“꾸웅이라고? 목소리도 귀엽네.”

얼떨결에 애완동물 한 마리가 생겨버렸다.

살짝 손을 가져가서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피부는 제법 단단했다.

그런데 얘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파야, 화면을 성녀님에게 가져가 봐.”

―알겠습니다.

슉.

화면이 다시 풍요와 대지의 성녀를 비추었다.

책상에 앉아 뭔가 일하던 성녀가 화면을 알아본 듯 고개를 들었다.

성녀에게 용병을 걸고 말을 걸었다.

[성녀님, 코토풀요 한 마리를 제가 데리고 왔어요.]

[오호, 그거 잘 되었네요. 코토풀요는 참 좋은 아이랍니다. 코토풀요가 살고 있는 대지는 정말 풍요로워진답니다. 그리고 마크가 있으면 그 아이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지금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성인 한 명보다 조금 더 길어요.]

[아직 어린아이군요. 잘 키우시면 아주 쓸 만할 겁니다.]

[얘는 어디서 키워야 해요?]

[대지에 풀어두면 됩니다. 아니면 주인의 마크에서 지낼 수도 있어요.]

[마크요?]

[네, 마크가 있으시잖아요.]

아, 내 몸에 새겨진 마크에서 살 수 있다는 소리였다.

애완동물을 몸에서 소환할 수 있는 셈이었다.

나는 왠지 조금 더 소환술사다워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성녀님, 얘는 뭘 먹여서 키워야 해요?]

[대지에 내버려 두면 알아서 큰답니다. 특별히 주고 싶다면 신성력과 마나를 좋아하기도 하지요.]

[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성녀님.]

[네?]

[기왕 쪽지 드리는 김에 말씀드릴게요. 소환수들 보내드릴게요. 성물 부탁드립니다. 이제 소환수들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고국에도 붉은 달이 떠 있으니까요.]

[네, 알겠어요.]

나는 샤샤에게 화면을 옮겼다.

[샤샤야.]

[네 민준 님.]

[성녀에게 말해 두었어. 성물 받아서 제리, 카나, 알타르 님과 함께 샤론으로 돌아와.]

[귀환이군요. 알겠습니다.]

신성교국을 가는 데도 한참 걸렸으니 샤샤 등이 귀환하는 데도 한참 걸릴 것 같았다.

비행 차량을 이용한다고 해도 거의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리였다.

문득 손에서 느낌이 났다.

코토풀요가 내 손을 혀로 핥고 있었다.

나는 상의를 풀어 헤쳤다.

“이거 보여?”

코토풀요가 그려진 신의 마크였다.

“꾸우.”

“들어와 볼래?”

“꾸웅!”

그런데 이렇게 커다란 아이를 어떻게 마크에 담으란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법이 아니면 물리적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 마크에 마나를 밀어 넣어 보았다.

웅웅웅!

마크에 마나가 몰리자 은은하게 마크가 빛나는 것 같았다.

그때, 코토풀요가 내 몸을 향해 점프했다.

슈우욱!

마치 커다란 구멍에 빠지듯 코토풀요가 내 가슴에 새겨진 마크에 들어갔다.

나는 코토풀요가 내 몸을 뚫을 것처럼 달려와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멀쩡한지 만져보게 되었다.

“휴우, 멀쩡하네.”

다시 마나를 밀어 넣어 보았다.

쑤우욱!

코토풀요가 쑥 하고 빠져나왔다.

“이야, 이거 재밌는데? 코토풀요! 한 번 더 하자.”

나는 마크에 코토풀요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해 보았다.

“그런데 너 이름을 지어야겠다.”

“꾸웅?”

“너 자꾸 꾸웅꾸웅 하면 이름 그렇게 짓는다?”

“꾸웅.”

나는 코토풀요의 이름을 지어보았다.

“그럼 꿍이 어때?”

“꾸웅!”

코토풀요도 나빠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이제 넌 꿍이야. 반가워 꿍이야.”

“꾸웅!”

한 시간 정도 꿍이를 데리고 논 후에 직원들을 불러 보았다.

“상일 씨, 홍민 씨.”

“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직원들은 꿍이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꿍이가 낯선 동물이었지만, 워낙 거대하고 흉측한 몬스터 사체를 많이 보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꿍이 정도로는 겁나지 않은 것 같았다.

“얘 이름은 꿍이에요. 제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얘도 제리처럼 창고에서 사는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얘는 넓은 땅에서 풀어놓거나 제 몸에 있는 문신 속에서 살 거예요. 그런데 당장은 어디 풀어놓을 데가 마땅치는 않네요.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나는 두 직원 앞에서 꿍이의 개인기를 보여주었다.

“꿍이야 손!”

내가 손을 내밀자 꿍이가 짧은 앞발을 내밀었다.

“이쁜 짓.”

꿍이가 머리로 내 발을 비볐다.

“빵야!”

발라당. 꿍이가 배를 내보이며 뒤집어졌다.

개인기를 마치고 나는 마정석 부스러기 한 조각을 던져 주었다.

성녀가 마나를 좋아한다길래 마정석 부스러기를 한 조각 줘봤는데 환장하면서 먹었다.

신성력이 담긴 마법을 쏴줄 때는 꿍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반면에 마정석 부스러기를 줄 때는 아주 배가 고픈데 잘 먹겠다는 느낌이었다.

글리제에 비해 지구에는 상대적으로 마나가 적어서 이렇게 마정석을 따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사무실 직원들도 새로 온 애완동물을 잘 맞이해 주었다.

특히 상일 씨는 제리나 마나초 등에 관심을 잘 가져주었는데 이번 꿍이에게도 관심이 많아 보였다.

꿍이의 재롱을 한바탕 자랑한 후 나는 샤샤 등이 잘 오고 있는지 화면을 비춰보았다.

“알파야, 소환수들 비춰 줘.”

이미 소환수들은 비행 차량에 탑승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샤샤야.]

[네, 민준 님.]

[성물 받았어?]

[네, 받았어요.]

샤샤가 선물함에서 성물을 꺼내 보았다.

내가 흡수한 것과 비슷한 느낌의 목걸이였다.

어쩌다 보니 예전 것이 내 가슴에 문신으로 새겨져 버렸는데 이제 다시 성물도 생겼으니 프란시아 왕국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풀어놓으면 대지를 풍요롭게 해준다는 꿍이도 있으니 가끔 꿍이를 프란시아에 풀어놓으면 원래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았다.

[그럼 샤샤야, 조심해서 와. 중간중간 잘 오나 확인할게.]

[고마워요.]

샤샤 등이 잘 오고 있으니 나는 화면을 샤론으로 돌려봤다.

우선적으로 영주관을 보았는데, 이상이 있을 경우 올리기로 한 깃발은 올라가 있지 않았다.

“별일은 없구나.”

나는 소파에 앉아서 반대편 벽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꿍이가 발밑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었다.

2미터짜리 꿍이가 떡하고 누워 있으니 사무실이 좁아 보였다.

그래도 새롭게 건축하고 있는 창고가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 창고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니 조금만 있으면 넓은 사무실로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샤론 영지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샤론 영지의 방벽 위에는 평소보다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인원이 많았다.

아무래도 붉은 달이 계속 떠 있으니 비상 경계를 서고 있는 듯했다.

샤론은 시간대가 저녁이었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지도 않았지만, 하늘에는 붉은 달이 유난히 환하게 떠 있었다.

경계근무를 서며 달을 쳐다보는 병사들이 있었다.

문득 저들은 저 달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불안, 초조, 걱정과 함께 예전에 겪었던 웨이브를 생각하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 달이 두 개 뜨면 몬스터 웨이브가 닥친다는데 이미 한 개가 환하게 떠 있는 상태였다.

나도 몬스터 웨이브 지켜본 적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개미떼처럼 내려오는 몬스터들에 몸서리치던 샤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지구와 비유를 해보자면 게이트가 터지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는데 지금 저 붉은 달 한 개는 게이트가 반쯤 터진 상태에 비유할 수 있을 듯했다.

우리 동네, 부모님과 민아가 있는 곳에 게이트가 반쯤 터진 상태라면 내 기분은 어땠을까?

이런 생각으로 저 경비병들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저들은 저들의 지도자를 믿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저들의 지도자는 나였다.

“알파야, 꾸얀에게로 가줘.”

―네

슈우욱.

화면이 꾸얀을 비추었다.

“꾸얀에게 용병을 걸어 줘.”

꾸얀이 용병 계약을 하고 바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성녀에 비해 정확히 눈이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어림짐작으로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눈빛은 이쪽이 더 진지해 보였다.

[어때요?]

[네, 영주님. 붉은 달이 계속 떠 있지만, 아직 샤론 영지에는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오크 정도가 내려오곤 했지만 모두 함정에 걸려 가볍게 제거했습니다.]

[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밤나무 마을에 디아론 영지의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쪽과 연계하여 몇 번 작전을 나갔습니다. 저희 쪽의 피해는 전무합니다.]

[그랬군요.]

[아, 그리고 영지의 어린이 길리언이 3서클에 올랐습니다.]

[네? 와, 대단하군요.]

3서클이라서 별것 아닐 것 같지만, 알타르는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생 4서클에서 머물뻔했다.

내가 샤론을 마법사의 마을로 키우고 있다지만, 어린이가 3서클이면 보통 재능이 아니었다.

길리언의 귀여운 얼굴이 떠올랐다.

얘를 어떻게 키워야 하지?

[그랬군요. 길리언을 잘 키워봐야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오늘이 며칠째였죠?]

[붉은 달이 뜬 이후로는 닷새째입니다.]

신성교국에서 이런저런 세력과 싸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꾸얀이 피곤해 보였다.

[잠은 좀 잤어요?]

[네, 중간중간 쉬고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는 꾸얀이 거의 쉬지 않았음을 알았다.

나는 소환수나 용병 계약을 한 사람들의 체력 수치를 볼 수 있었다.

꾸얀은 체력 수치가 절반 정도였다.

왜 체력 수치가 절반일까?

아마 거의 한잠도 안 자면서 닷새째 순찰 돌았을 것 같았다.

“디바인 홀리 큐어.”

[아! 영주님, 감사합니다.]

[쉬엄쉬엄하세요. 아참, 그리고 영지에 지하 벙커를 설치할 거예요. 한참 전부터 하려고 했는데 제가 신성교국을 돌 때, 용병 인원수 제한에 걸려서 못했거든요. 이제라도 얼른 공사를 하려고요.]

[벙커요?]

[네, 땅속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땅을 파서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져 있는 것을 땅에 묻는 형태라 금방일 거예요.]

[비상시 주민들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이군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나 각성제를 더 보내드릴게요. 마을 주민 모두 마나 각성제를 사용하도록 하세요.]

[주민 모두요?]

[네.]

[영주님의 은혜에 주민들이 몹시 감사할 겁니다.]

나는 화면을 하늘로 향해 붉은 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내려 붉은 달에 대비하는 샤론의 주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잠시 턱을 괴고 생각을 해보았다.

붉은 달이 하나 더 뜨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몬스터 웨이브를 떠올려보니 준비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벙커도 만들고 함정이나 무기도 업그레이드하고, 주민들의 무력도 증강시켜야 할 것 같았다.

샤론 리빌딩.

영주인 내가 앞장서야 할 일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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