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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56화 (155/230)

156화. 꾸우?

큰손.

성녀는 큰손이었다.

역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했다.

내가 만약 지구에서 깨작거리며 헌터 생활을 했다면, 부모님의 희망대로 치료소에 들어가서 하루에 8시간 주 40시간 힐스킬을 쓰는 힐무원 생활을 했다면.

이런 찬란한 수레를 볼 수 있었을까?

나는 디아론 백작과 거래하며 마정석, 마나초 등을 얻고, 베이론 왕국과의 전쟁 후 영지를 얻으면서 한 지역의 지배자와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이윤을 내게 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신성교국을 이루는 기둥 중 하나의 리더를 설득하자 마정석이 한 수레가 왔다.

크고 알찬 마정석이 가로세로 1미터가 넘어 보이는 수레에 한가득이었다.

마정석은 하나하나가 눈부시고 가슴을 간지럽게 하는 예술 작품이었다.

“이건 뭔가요?”

한눈에 보아도 특이한 마정석이 있었다.

여태까지 본 마정석들은 색이 한 가지였다.

나는 나름대로 다양한 마정석을 보고 만져보았다.

단지 헌터 생활을 할 뿐이 아니라 공장도 있고 백작가와 거래도 했기 때문에 내가 잡은 것 이상의 다양한 마정석을 볼 수 있었다.

트란 산맥에는 다양한 몬스터가 있었고 그로부터 얻은 마정석도 다양했다.

연두색, 푸른색이 많긴 했지만 붉은색, 흰색, 검은색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하지만 이 마정석은 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나는 신기해하며 마정석을 살피다가 성녀를 보았다.

“얜 뭐죠? 색이 계속 변하네요. 살아있는 건가요?”

“아, 그건 바다의 신을 따르는 옥토푸스로부터 얻은 걸 거예요.”

“옥토푸스요?”

“네, 색을 끊임없이 바꾸는 몬스터였죠. 어찌나 주변과 동화가 잘 되는지 찾기 어려운 몬스터였어요.”

“아…….”

대충 알 것 같았다.

제리의 경우는 투명화로 숨는 방법이었지만 문어나 카멜레온의 경우는 주변과 색을 같게 만들어서 숨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마정석도 그런 쪽으로 특화되었던 녀석의 마정석인 것 같았다.

나는 색이 계속 변하는 마정석을 손으로 들어보았다.

사아악.

“엇!”

마정석의 색이 변하며 내 손의 피부색처럼 변했다.

“와, 이거 꼭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지는 않답니다. 마정석이에요.”

“이런 능력이 있는 상태로 무구를 제작하면 대박 아이템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카멜레온 갑옷이라던가 변신 망토 같은 것이 될 수 있겠네요.”

“네, 마정석에 남아있는 성질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들이 만들면 그럴 수도 있겠죠.”

나는 색이 변하는 마정석을 내려놓고 또 다른 마정석을 들어올렸다.

반가웠다.

이놈이구나!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정석은 주사위 모양처럼 기본적으로는 정육면체의 틀을 가진 채 모서리들이 여러 각도로 깎여 있었다.

그 깎인 면들이 너무 많아서 몇 각형인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거 맞죠?”

“네, 맞아요.”

“역시 리치에게 있어서 베슬이란 생명인 것이죠.”

7서클 대마도사 리치가 자신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만들었을까?

“리치가 마정석을 보석처럼 깎는데 만해도 한세월 걸렸을 것 같아요.”

“그랬겠죠.”

나는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성녀님, 이 마정석들로 마나 각성제와 보충제를 준비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제가 아는 훈련 교관님이 계시는데, 풍요와 대지의 신전 측으로 파견을 보내드릴까 해요. 저와 소환수들을 훈련시켜 주신 분이기도 해요. 분명히 기사단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겁니다.”

나는 천마 길드의 강 트레이너님을 생각하며 말했다.

혹시 강 트레이너님이 안 된다고 하셔도 지구의 트레이닝 기술이 글리제보다는 체계화된 것 같으니 일단 질러보았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나는 각성제 업체 직원에게 다시 연락했다.

지금 마정석을 한 수레를 들고 온 손님이 계신다는 말을 전하니 10분 안에 온다고 했다.

가까운 곳인 줄 알고 어디냐고 물었는데, 제법 멀리 있었다.

그래서 10분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직원은 정말로 10분 안에 도착했다.

똑똑.

“어서 오세요.”

“네, 부르셔서 왔습니다.”

“이쪽은 성녀님이십니다. 이 마정석의 주인이시죠.”

“아! 넵! 안녕하십니까”

나는 분위기를 환기할 겸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 서울 반대편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서울을 관통해서 와야 하잖아요? 차가 막히지 않나요?”

“헌터에게 업혀서 왔습니다.”

“아!”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세상에는 각성은 했는데 던전에 들어가기 싫은 각성자도 있었다.

그리고 던전에 들어가서 헌터 생활을 하다가도 죽고 죽이는 헌터의 삶이 싫어지거나 트라우마가 생겨서 은퇴하는 헌터들도 많았다.

그들도 어찌어찌 먹고는 살아야 해서 전직 헌터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직업이 생겼다.

그중 하나가 전직 헌터들이 뛰어서 배달해주는 헌터배송이었다.

차가 막히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그들의 달리기는 차보다 빨랐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층 건물 옥상과 옥상을 건너뛰었다.

이분도 그렇게 배송되어 온 것 같았다.

“헌터에게 업혀서 오면 어때요? 막 어지럽거나 그러진 않으신가요?”

“네, 조금 그런 면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빨리 배송을 해주셔서 종종 이용하다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배송을 부를 때 댓글과 별점이 있는데, 위아래 흔들림이 적은 헌터님을 고르면 제법 업힐 만합니다.”

나는 배송이란 것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제리를 떠올렸다.

제리는 이단 점프를 뛸 수 있고 부스터 아이템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 민첩이 높고 스피드가 빨랐다.

그래서 트란 산맥에서 뭘 가져와야 하는 경우가 있으면 제리를 시키곤 했다.

얘를 배송시키면 어떻게 배달을 하려나 하는 의문이 절로 생겼다.

그러다 제리라면 ‘드론으로 날아가면 된당’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직원을 안내해 마정석을 보여주었다

마정석을 본 업체 직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다 마정석인가요?”

“그럼요. 설마 가짜겠습니까? 마나 각성제를 더 제작하고 싶어서요.”

마정석을 본 직원은 마치 군대에서 헌병이 된 것처럼 절도 있는 인사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나는 직원에게 성녀를 소개했다.

“이분이 기사단,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헌터 길드를 보유하고 계세요. 기사단은 대체로 중급 익스퍼트 그러니까 B급 정도 되는 헌터들이 백여 명 정도 있어요. 기사단은 주로 물리계열 헌터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신성력이 크신 성녀님과 호흡을 맞추니까 뭐랄까 팔라딘 느낌이 절반 검사 느낌이 절반 정도라고 할까요? 맞춤형으로 가능할까요?”

“당연합니다.”

직원은 팜플렛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성녀와 나는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직원은 한 명의 래퍼가 된 듯 설명을 했다.

성녀와 나는 최종 구매 의사를 밝히고 주문을 넣었다.

성녀는 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저도 다 좋자고 하는 건데요.”

“이 정도면 저희도 변화에 준비할 수 있고, 신성교국 내에서 저희 신전 측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에게도 반가운 말이었다.

나는 이제 핵심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거 반가운 이야기네요. 성녀님, 그럼 이제 저희에게 성물을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벌써요?”

벌써라니?

라이칸스롭과도 싸우고, 죽음의 신전도 돌았고, 기사단들의 실력을 높여줄 수 있는 준비도 해주었는데, 이제 나에게도 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 마음이 전달된 것인지 성녀가 대답했다.

“알겠어요. 절망과 허기의 신전도 있는데… 그쪽은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각성제도 있으니 해볼 만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코토풀요의 마크를 가지고 계신다고 했죠?”

“네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성물을 받고 돌아가기 전에 코토풀요 한 마리 길들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 어떻게 하나요?”

“코토풀요가 많은 곳이 있어요. 가서 신성력을 뿌리면 알아서 올 거예요. 마크를 가지고 있으면 코토풀요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글리제에 직접 가지는 못합니다.”

“그래요? 음… 그런데 저에게 신성력은 주셨잖아요.”

“신성력만 줄 수 있고 제가 직접 갈 수는 없어요.”

“그래요? 그래도 신성력을 대신 뿌릴 수 있다면 코토풀요가 모이긴 할 거예요.”

코토풀요가 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일단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성녀도 풍요와 대지의 사원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다시 사무실 소파에 앉아 화면을 보는 자세를 취했다.

“알파야, 화면을 샤샤에게 맞춰줘.”

슈우욱.

화면이 이동했다.

소환수와 알타르는 기사단과 함께 있었다.

[샤샤야, 뭐해?]

[아, 민준 님. 기사단과 함께 마나 호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마나 호흡?]

[네, 각성제를 마시고 경지가 올라가 본 경험을 하고 나니까 정말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몸속의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니더라구요. 알타르 님도 그렇고요. 다들 모여서 마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란 건가?

좋은 자세였다.

[여럿이 모여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기분이닷. 각성제 받아랏!]

원래 애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있으면 부모가 간식을 넣어줘야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신전 측 기사들과 샤샤 등은 각성제의 혜택을 꾸준히 받아야 했다.

원래 줄 거였는데 노력해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면 더 노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샤샤야, 그런데 각성제는 각성제이고, 할 일이 하나 있어.]

[뭐든 시켜만 주세요!]

역시 보상을 주니 대답도 시원해졌다.

[코토풀요라는 것 한 마리 데려오러 가자.]

[아! 그 민준 님의 가슴에 있던 문신!]

[뭐? 너도 봤어?]

[네?]

[봤냐고?]

[네?]

[봤구나.]

나는 신전의 기사인 루디에게 용병을 걸고, 성녀에게 위치를 알아 오라고 시켰다.

[따라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루디를 따라갔다.

나도 화면을 통해 루디 일행을 따라갔다.

[여깁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넓은 평야 지대였다.

풍요와 대지 신전에 어울리는 풍요로워 보이는 땅이었다.

넓은 평야 지대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지는 듯 곡식들이 알차게 자라고 있었다.

들판에는 쌀인지 밀인지 모를 곡식이 알알이 자라고 있었고 군데군데 나무에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만져보지는 못하지만 군데군데 보이는 흙이 왠지 비옥해 보였다.

[민준 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샤샤야, 내가 스킬을 계속 걸어줄게.]

[디바인 프로텍션.]

[디바인 프로텍션.]

잠시 신성력이 포함된 스킬을 걸어 주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이 신성력을 널리 흩뿌리라는데 어떻게 하면 신성력을 흩뿌릴 수 있을까?

[카나야, 디바인 프로텍션을 걸어줄게.]

[얘들아, 카나의 보호막을 부숴봐.]

퍽!

펑!

카나의 보호막이 부서졌다.

탱커 담당인 카나는 보호막이 부서진 정도로는 끄떡없었다.

[다시 디바인 프로텍션.]

[부숴!]

[그 근처를 조금 돌아다니면서 프로텍션을 부숴봐.]

카나에게 디바인 프로텍션을 걸고 그걸 부수며 이동했다.

그러다 카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민준, 바닥에서 뭔가 진동이 느껴졌어.]

[그래?]

좋은 징조였다.

카나가 땅의 어느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도 얼른 그 지점을 확대해 보았다.

흙이 볼록 솟아있었다.

나는 열심히 카나에게 디바인 프로텍션과 디바인 홀리 큐어를 부어주었다.

그런 노력이 의미가 있었는지 흙더미 속에서 살짝 뭔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카나는 흙에서 나온 무언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옳지 괜찮아. 이리 오렴.”

쏙!

카나가 한발 다가가자 무언가가 흙더미 속으로 숨었다.

카나가 제자리에서 멈췄다.

잠시 기다리자 다시 흙더미 위로 무언가가 살짝 나왔다.

나는 화면으로 그 모습을 보며 디바인 홀리큐어를 계속 날려주었다.

계속되는 마법에 마나도 딸리고 신성력도 딸렸다.

그래도 뭔가 코토풀요라는 녀석이 흙더미 밖으로 나올랑 말랑 하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카나가 천천히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오오! 녀석이 달아나지 않았다.

카나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모습을 화면으로 자세하게 확대하여 지켜보고 있었다.

녀석이 조금 더 머리를 내밀었다.

카나가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이리 와봐.”

“꾸우?”

녀석은 경계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성녀의 말처럼 신성력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카나는 흙 속에서 머리만 살짝 내민 녀석에게 손을 내주었다.

“알파야 쟤를 어떻게 데려오지?”

―용병 제안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쟤도 가능해? 좋아. 용병 제안해봐.”

화면 속의 코토풀요가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알파가 말을 걸어서 그런 것 같았다.

―승낙했습니다.

“아싸! 코토풀요, 소환.”

화아악!

“꾸우?”

지구에 코토풀요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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