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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52화 (151/230)

152화. 약빨

사무실에서 소환수들과 알타르, 내가 빙 둘러앉았다.

샤샤는 최상급 마나 각성제를 들고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나는 이미 먹어봐서 그런지 저 빨간 각성제의 빛깔이 참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니까 순서대로 마시자는 거죠?”

“그래, 잠깐이긴 하지만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될 거야.”

“알았당.”

덥석.

제리가 손을 쑥 내밀어 마나 각성제를 잡았다.

“내가 먼저 마셔볼 거당. 민준, 이따 일 대 일 한판 붙장.”

내가 각성제를 마시고 제리와 일 대 일로 붙어서 이겼었는데, 제리가 내심 마음에 남았었나 보다.

“제리야. 한판 붙자고?”

“냥.”

“안 할 건데?”

“냥!”

“제리야. 그냥 지금 붙어도 내가 지는데 네가 각성제 먹고 나랑 붙자고 하면 너무 양심 없는 거지. 나는 각성제 마셨더니 50렙 올라가던데 저기 천마 차지율 헌터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해야겠네. 운동 천재가 50렙 올라가면 그 정도 헌터와 붙어 봐야 하는 거 아냐?”

“천…마?”

“왜 쫄려? 네가 지금보다 50렙은 오른 상태에서 붙는 거야.”

제리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는 것 같았다.

보라색 고양이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제리야,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연락 해봤는데. 천마, 바쁘대.”

“냥!”

우리는 모두가 한 번에 다 마시고 대련을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한 명씩 순서대로 마셔 보기로 결정했다.

마나 각성제를 마시면 몸속의 마나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주변 마나에 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럿이 마셨을 때 서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제리가 최상급 마나 각성제를 들이켰다.

꿀꺽꿀꺽.

“제리야, 몸속의 마나를 느껴봐.”

우리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제리를 지켜봤다.

휘이잉.

마나가 사무실을 한 바퀴 도는 것이 느껴졌다.

마나는 제리의 몸속에서 출발해 사무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제리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웅웅웅.

벌떼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나가 뻗치는지 제리의 몸 주변으로 마나가 넘실거렸다.

검에 마나를 주입하면 마나 불꽃이 타오르는데, 제리는 몸 자체가 마나 불꽃에 휩싸이는 듯했다.

소리를 내면 제리에게 방해가 될까 봐 우리는 입 모양만 벙긋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 마나 흘러나오는 거 느껴져?’

카나가 팔에 소름이 돋는지 양팔을 쓰다듬으며 벙긋거렸다.

‘불꽃 보여?’

‘불타는 고양이 같은데?’

둥실.

제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쟤 봐, 공중에 떠 있어.’

‘공중부양!’

‘공중부양, 불타는 고양이?’

우드득,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리가 변신을 하는 것 같았다.

마실 때는 고양이 형태의 모습이었는데 인간형을 지나서 드리마스 형태로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원래 하던 변신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변신을 한 번 더 했다.

키가 더 크고, 털이 더 자랐다.

‘와우~’

얼핏 키가 2m는 훌쩍 넘는 이족 보행 야수 형태의 모습이었다.

제리는 우리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민첩했다.

투명 망토가 아니더라도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았고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다녔다.

그래서 어쌔신 겸 딜러 역할을 하곤 했는데, 지금 변신한 모습은 어쌔신이라기보다는 전사에 가까웠다.

돌격하기 딱 좋은 체형이었다.

눈을 감고 있던 제리가 눈을 떴다.

“잠깐 밖으로 나가자.”

내가 그랬듯이 제리도 몸 좀 풀어봐야 할 것 같았다.

50렙 올라간 제리와 어떻게 싸워볼까 하다가 제리 대 나머지로 붙어보기로 했다.

“자, 제리와 나머지가 붙는 것이고 제리는 카나만 공격할 수 있는 거다.”

“어흥.”

“어흥?”

얘가 변신하더니 호랑이가 됐나 보다.

“카나야 보호막 걸어줄게. 디바일 프로텍션!”

일단 카나에게 보호막을 걸어주었다.

“실드!”

알타르도 카나에게 실드를 걸어주었다.

그렇게 카나에게 보호막 두 개를 걸어주고 시작했다.

“자, 우리 편, 이겨라. 카나, 파이팅! 시작!”

팟!

나는 순간, 제리의 움직임을 놓쳐 버렸다.

쾅! 쩌저적, 파직, 쩌저적, 파직, 쾅!

놀라웠다.

제리는 순간적으로 카나 앞에 다시 나타나 카나의 방패를 가격했다.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프로텍션이 파직하고 깨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 쩌저적 거리더니 알타르의 실드가 파직하고 깨졌다.

보호막 두 개를 한 번에 깨버리고 카나의 실드에 제리의 발톱이 닿았다.

피잉!

샤샤의 화살이 날아갔다.

“윈드 스피어”

알타르가 빠른 공격을 날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바람 계열 스피어를 날렸다.

“디바인 프로텍션.”

슈칵, 콰직!

“디바인 프로텍션.”

팟! 콰직!

내가 걸어주는 보호막이 플라스틱도 아닌데 한방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50렙 상승한 제리는 무시무시했다.

아까 천마와 붙어보라고 했던 말이 농담이었는데, 나는 제리의 모습을 보니 잘하면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다시 보라색 고양이로 돌아간 제리는 뭔가 허전한 듯 냥냥거렸다.

“냥…….…”

“제리야, 왜?”

“냥…….”

“아쉬워?”

“냥…….”

저 기분 알 것 같았다.

그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그냥 그랬지만 한 번 맛본 경지는 손에 잡힐 듯 아쉽기만 한 것 같았다.

“제리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냥.”

“담에 S급 잡으면 또 만들어서 먹자.”

다음은 알타르의 차례였다.

“알타르 님, 이것 좀 봐주세요.”

“스승님, 이게 뭔가요?”

“알타르 님께 드리는 선물이죠.”

나는 알타르를 위해 사온 스태프 하나를 건네주었다.

스태프는 1m정도 길이에 맨 위에 마정석이 박혀 있었다.

“아니 이런 걸 어떻게…….”

알타르는 감동을 먹은 것 같았다.

“저희야 그냥 힘만 세지는 것이지만 알타르 님은 서클이 올라갈 텐데, 6서클 마법을 써 보셔야죠.”

마나 각성제는 원래 주요 고객이 마법사였다.

딜러 탱커가 마나 각성제를 마시면 스킬이 더 강하고, 더 빨라질 뿐이지만 마법사는 서클이 올라가기 때문에 아예 종류가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껏 서클이 올라간 상태에서 5서클 마법만 써보는 건 좀 아쉬울 것 같아서요.”

“스승님…….”

넙죽 절을 하려는 알타르 때문에 나도 함께 엎드리게 되었다.

“스태프에는 세 가지의 마법이 담겨 있어요. 하나는 파이어 레인. 이건 많이 써보셨죠?”

파이어 레인은 6서클 마법이지만 샤론 영지에 마법진이 있었다.

6서클 마법진을 알타르를 포함해서 여러 마법사들이 한데 모여서 활성화하면 6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파이어 레인은 전투에서도 여러 번 사용한 마법이었다.

“첫 번째 마법이 공격 마법이었다면 두 번째는 집단 전투를 생각해서 버퍼 마법을 담아 봤어요. 인크리즈 어택 앤 디펜스이에요. 범위 내의 아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모두 올려주는 스킬이죠.”

알타르가 끄덕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알타르 님이 샤론 영지에서 공장의 공장장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담아 봤어요. 럭셔리. 알타르 님의 손길이 닿는 물건은 곧 명품이 되는 것이죠.”

“오오~”

내가 너무 돈을 밝히는 것 같아서 민망해하며 말을 했지만, 세 가지 마법 중에서 알타르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사실 여기까지만 하려고 하다가 하나 더 준비 해 봤어요.”

나는 금속판 하나를 더 꺼냈다.

“7서클 마법이에요. 비컴 럭셔리 굿즈라는 마법이에요.”

7서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알타르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지금은 5서클이시지만, 스태프나 마법진을 이용하면 6서클까지도 활성화는 가능하시잖아요. 그런데 이제 최상급 각성제를 마시면 6서클을 경험해 보실 것 같아요. 그러면 7서클도 한번 써 보셔야죠.”

“아…….”

7서클이라는 단어에 알타르가 손을 덜덜 떨었다.

알타르가 먼저 나서서 창고 안을 뒤져 가방을 여러 개 가져왔다.

나는 가방을 살펴보며 재질과 성능을 이야기했다.

“이 가방들은 오크 가죽 90%에 트롤 가죽 10%를 섞었네요. 마법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워지는 것, 질겨지는 것, 윤이 나는 것. 이렇게 3종 세트가 걸려 있고요. 이 정도만 해도 꽤 괜찮은 가방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물건이네요.”

알타르는 나를 보고 눈빛을 마주쳤다.

딸깍.

각성제를 까고 한 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제리가 겪었던 마나의 소용돌이가 알타르에게도 흘렀다.

알타르 정도라면 6서클을 경험하고 있을 것 같았다.

1분, 5분, 20분이 흘렀다.

가만히 지켜보던 우리는 알타르가 너무 오래 가만히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알타르 님?”

알타르가 서서히 눈을 떴다.

주르륵.

알타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

알타르는 어떤 기분일까?

문득 알타르가 4서클에서 멈춰 오랜 세월을 맴돌아야 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5서클로 올려준 나에게 스승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6서클을 경험하고 있을 테니 감개무량할 것이었다.

그리고 알타르는 7서클 마법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마나가 회오리쳤다.

“비컴… 럭셔리 굿즈!”

가까이 있어서 느낄 수 있었다.

알타르의 손끝에서 마법 스태프로, 그리고 다시 마법진을 향해 흐르는 마나의 물결!

화아아악!

가방은 마지 스스로가 빛나는 전구가 된 듯 자체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오오옷!”

“읏, 눈부셔요!”

빛이 사그라들고 나타난 것은 찬란한 광채를 빛내고 있는 가방들이었다.

가방은 마치 이 세상에 내가 제일 잘났다는 것처럼 스스로를 뽐내고 있었다.

무려 7서클의 마법이 새겨긴 가방이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천마 차지율이 공간을 자를 때처럼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검으로 어떻게 공간을 자르지?

글리제의 S급들이 화면 너머의 나를 쳐다볼 때의 그런 이상한 기분.

이 가방에서는 묘하게 그런 이상한 기분을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

주변이 희미해지고 나와 가방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

마치 카나의 도발 스킬에 걸린 몬스터가 된 기분이었다.

“이 가방…위험하네요.”

순간, 나는 이 가방을 봉인해 둬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시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되는 가방이 탄생했다.

그 후 샤샤와 카나도 순서대로 마나 각성제를 마셨다.

샤샤가 각성제를 마신 후 화살을 쏠 때 나는 샤샤의 활에서 피닉스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마나의 생명체를 쏘아 보내는 듯했다.

카나도 장난이 아니었다.

현재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한 자를 꼽으면 카나였다.

따라서 각성제를 마셨을 경우 가장 높은 경지까지 올라가는 것도 카나였다.

카나가 검을 휘둘렀을 때 하늘이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

천마!

천마가 휘두르는 검과 아주 비슷했다.

우리도 놀랐지만 카나는 더 놀랐던 것 같았다.

카나는 마스터의 경지에 잠시 발을 담갔던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모두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카나야, 느낌이 어때?”

카나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뭔가 상당히 아쉬운 표정이었다.

말을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 * *

소환수들과 알타르는 다시 신성교국으로 돌아갔다.

마나 각성제가 배달이 와서 사무실로 불러 먹인 후 돌려보낸 것이었다.

저쪽 동네의 신은 지구에서와 달리 세상에 깊이 관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왠지 빨리 먹지 않으면 신에게 빼앗길 것만 같았다.

몬스터 신전 측의 라이칸스롭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신성교국의 각각의 신전 사이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다.

풍요와 대지의 신전에서 성녀가 소환수들을 불렀다.

샤샤가 성녀에게 물었다.

“부르셨다고요?”

“네, 몬스터 신전 측은 지난번 습격을 격퇴한 이후로 잠잠한데 다른 신전 측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죠?”

“여러분이 없었다면 굳게 문을 닫고 수비를 했을텐데, 여러분이 라이칸스롭을 해치우는 모습을 보니 과감하게 밀어 붙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저 공격해달라는 건가요?”

“네, 죽음의 신전, 절망과 허기의 신전. 이렇게 두 군데가 예전부터 저희 풍요와 대지의 신전과 앙숙이었거든요. 두 군데의 기세를 꺾는다면 이번 갈등 사태에서 저희 신전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만약, 그렇다면 저희 신전 측이 신성교국의 연합장을 노려볼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신성교국과 프란시아 왕국의 국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아아…….”

샤샤는 일이 뭔가 크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세력의 기세를 꺾어 주신다면 여러분이 원하시는 성물도 내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빙고!

드디어 성녀의 입에서 성물을 준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다.

샤샤는 즉석에서 나에게 쪽지를 보내 보고를 했고 나는 샤샤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시켰다.

샤샤가 성녀에게 물었다.

“성녀님, 어디부터 칠까요?”

성녀가 공간 너머의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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