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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49화 (148/230)

149화. 성장

“발사!”

슈슈슈슉!

다연발 발리스타가 불을 뿜었다.

순간적으로 대형 화살이 새까맣게 하늘을 덮었다.

한발 한발에 마법진이 빼곡하게 그려진 마법화살이었다.

지구의 육군이 전투에서 먼저 포병이 폭격하고 난 다음, 지상군이 밀고 들어가는 것처럼 폭격을 먼저 하는 것이 샤론 스타일이 되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굵직한 통나무 화살에 라이칸스롭들은 쫄지 않았다.

마나를 손에 두르고 대형 화살을 걷어치우려고 했다.

콰콰쾅!

라이칸스롭에게는 안타깝게도 대형 화살은 단순한 통나무가 아니었다.

그들이 날아오는 화살을 걷어치우려 하자 불, 전기, 폭발 마법이 백여 발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집중포화가 일어난 곳은 폭발과 연기에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뭉게뭉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키아악?”

살아남은 라이칸스롭이 황당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라이칸스롭 부대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키아아아악?”

라이칸스롭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붉은 달이 떠서 광전사 모드로 변한 라이칸스롭도 대규모 폭격이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황당함이 가시기도 전에 알타르가 공격을 이었다.

“라이트닝 레인.”

알타르의 주문이 발동하자 바닥에 깔아두었던 마정석 서른 개가 용수철처럼 하늘로 튀어 오르며 빛을 발산했다.

지지지직.

서른 개의 마정석은 마치 거대한 적란운이 된 듯 번개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콰과광!

대규모 마법 화살에 융단폭격을 받은 라이칸스롭은 알타르의 마법에 직격당했다.

알타르는 5서클 마법사였다.

그래서 당연히 5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5서클 마법에 씨알이 굵은 마정석 서른 개를 사용하면, 6서클 마도사가 쓴 마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라이칸스롭은 붉은 달을 보며 광전사 모드로 변했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일차로 다연발 발리스타에 큰 피해를 입고 이차로 알타르의 전기마법에 지져졌다.

피잉!

퍽! 화르륵!

그리고 삼차로 날아온 것은 샤샤의 화살이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풍요와 대지의 신전 측 기사들보다 세 배는 많아 보이는 라이칸스롭이었지만, 어느새 서 있는 적들은 신전 측보다 훨씬 적었다.

피잉! 퍽! 화르륵!

빠르게 날아와 당연하듯 명중하고 불타올랐다.

그래도 어찌어찌 기사들 가까이 도달한 라이칸스롭들이 있었다.

부웅~ 퍽!

그런 라이칸스롭에게는 카나의 방패가 날아들었다.

카나는 사슬을 연결한 방패를 크게 빙빙 돌리다가 라이칸스롭을 맞춰서 하늘 높이 날려버렸다.

마치 야구 방망이로 인형을 때려서 날리는 것 같았다.

붕~ 붕~

하지만 라이칸스롭은 나름 민첩성이 높은 몬스터였다.

간신히 한 마리가 카나의 사슬 방패를 피했다.

라이칸스롭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분풀이하려는 듯 크게 소리를 지르고 가까이 있는 기사를 공격하려 했다.

“……!”

하지만 어째서인지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칸스롭의 시야에 세상이 거꾸로 돌았다.

투명제리가 라이칸스롭 한 마리의 목을 벤 것이었다.

아마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잔뜩 긴장하며 라이칸스롭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던 신전 측 기사들은 라이칸스롭이 자신들에게 도달하지 못하자 황당함을 느꼈다.

분명히 기사들보다 몇 배 많은 라이칸스롭이었다.

그것도 붉을 달을 보고 흥분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건 뭔가?

“대…대단하네요.”

루디의 감탄에 샤샤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조금 남겨둘 걸 그랬네요.”

그랬다.

수백 마리라고는 하지만, 라이칸스롭은 애시당초 그 수준이 익스퍼트 중급 수준이었다.

붉은 달에 각성해서 순간적으로 익스퍼트 상급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그것은 공격력이나 두려움 없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지, 신체 스펙이나 마나량, 체력이 훅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설사 익스퍼트 상급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았다.

다연발 발리스타를 한두 발 정도만 쏘고 알타르의 마법도 마정석은 사용하지 않았어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기사들을 몸빵 삼아서 괜찮게 막아낼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스윽.

그때 기사단의 뒤쪽에서 성녀가 나왔다.

“대단하군요.”

성녀는 화면 너머의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맞다.

성녀를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S급이 성녀가 있는데 다연발 발리스타를 꺼내지 않았어도 될 뻔했다.

지금 쏟아부은 게 얼마인가?

아마 우리가 없어도 피해는 조금 있지만 이겼을 것 같았다.

요즘 계속 S급 몬스터들과 싸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적을 S급처럼 상대했던 것 같았다.

S급 몬스터였다면 다연발 발리스타로 대형 마법 화살을 일단 100발을 쏟아붓고 시작해도 모자랐다.

데빌 페어리나 화룡 그리고 드레이크 퀸이랑 싸울 때 얼마나 고생했던가.

나는 소환수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얘들아.]

[네, 민준 님.]

[우리 말이야. 많이 성장한 것 같아.]

샤샤가 하늘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제는 붉은 달을 보며 미쳐 날뛰는 라이칸스롭 수백 마리도 두렵지 않았다.

* * *

붉은 달은 샤론 영지의 밤하늘에서도 빛났다.

“사니, 영주관에 깃발을 걸어!”

꾸얀의 명에 사니라고 불린 여성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영주관의 앞마당에 마치 초등학교의 운동장 앞에 태극기를 높이 걸듯 깃발이 올라갔다.

영지민들은 소환수가 없을 때 영주에게 긴히 할 말이 있으면 영주관에 깃발을 올리기로 했었다.

소환수들은 바로 영주에게 쪽지를 보내 연락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먼저 영주에게 연락을 할 방법이 없었다.

붉은 달은 영주가 알아야 하는 사항이었다.

웅성웅성.

영주관에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붉은 달이 비상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달려온 것이었다.

다들 불안한 눈빛으로 르녹과 꾸얀을 바라보았다.

영주 대리인 샤샤를 비롯하여 카나도 영주의 명에 의해 교국으로 떠났고, 심지어 알타르까지 불려갔다.

기사급이라고는 르녹과 꾸얀 뿐이었다.

일상적인 일들은 주로 행정관인 다니엘과 갈리나 할머니가 도맡고 있었다.

하지만 붉은 달은 아주 위험했기에 행정관이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르녹과 꾸얀이 나서야 했다.

그런데 르녹은 전투에는 특화되었지만 비교적 성격이 단순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는 조금 미흡했다.

자연스럽게 꾸얀이 지휘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것은 영지에서 3서클 마법사들이 배출되어 중간 간부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꾸얀이 명했다.

“지금부터 경비병들은 2교대로 경계 근무를 강화한다. 또한, 공장으로 투입되는 인원을 반으로 줄이고 그 인원을 경계 근무에 투입한다. 누구를 공장으로 투입하고 경계조로 돌릴지는 다니엘이 신경 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깃발을 올려두었습니다.”

사니라고 불린 여성이 깃발을 올리고 와서 꾸얀에게 대답했다.

얼마 전 3서클에 오른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사니, 코두, 다르.”

“네.”

코두와 다르 역시 얼마 전 3서클에 오른 마법사였다.

사니는 여자, 코두와 다르는 남자였다.

“셋이서 북쪽 함정을 돌아보고 오도록 해. 하늘에 붉은 달이 데이스 혼자 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흥분해서 내려오는 몬스터들이 있을 수 있어. 나와 르녹도 계속 순찰 돌 거야. 너희도 순찰 돌 순서를 정하도록 해.”

“네.”

“갈 때 무전기 챙기도록.”

“네. 알겠습니다.”

데이스는 며칠은 떠 있을 것 같았다.

기사급인 르녹과 꾸얀은 며칠 정도 날밤을 새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3서클 마법사에게 며칠을 밤새며 경계 근무를 서라는 것은 조금 무리였기에 순번을 정하라고 했다.

사니, 코두, 다르는 영지 서쪽에서부터 북쪽을 거쳐 동쪽으로 이동하며 함정을 순찰했다.

산에서부터 영지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총 네 군데가 있었다.

그 길목으로 몬스터가 내려오면 자연스레 함정을 향하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함정은 덫이나 올무 등 수준 낮은 사냥 방법이 아니었다.

굵직한 마정석을 박아 마법진을 새겨둔 마법 함정이었다.

세 명의 마법사는 첫 번째 마법 함정에 도착했다.

지형적으로 몬스터가 내려오면 자연스레 몬스터는 아래에, 사람은 벽 위에서 내려보게 되는 구조였다.

그러면 벽 위에서 마법 공격을 가하는 구조였다.

사니는 마법진에 살짝 마법을 흘려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웅웅웅.

마법진에 마나가 이상 없이 한 바퀴 흘렀다.

“몬스터의 흔적도 없고 마법진도 아주 잘 작동해. 이상 무.”

셋은 다음 마법진을 향했다.

“여기도 괜찮아.”

셋은 마법진 점검을 모두 마친 후 다시 두 번째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이곳이 마법진 중에서는 가장 트란 산맥과 가깝기도 했고 높이가 높아서 다른 마법진들도 보이는 위치였다.

산맥을 보며 경계를 서 있다가 다르가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했다.

“아으으.”

다르는 스트레칭을 하다보니 저절로 소리가 났다.

“크크 너무 아저씨 같은 거 아니에요?”

사니의 물음에 다르가 답했다.

“아저씨 맞아. 너도 내 나이 돼봐. 몸을 움직이면 저절로 소리가 난다니까.”

사니와 코두는 젊은 청년이었고 다르는 제법 나이가 든 중년이었다.

다르는 쭉쭉 몸을 움직이며 제대로 스트레칭을 했다.

가죽옷은 그런 스트레칭에도 불편을 주지 않고 신축성었다.

“이 영주님께서 하사하신 가죽옷 참 좋아. 안 그래? 봐, 이렇게 내가 몸을 쭉쭉 늘리면 옷도 함께 늘어나.”

셋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사니는 빨간 머리를 뒤로 땋고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가죽옷은 원래 사냥꾼이나 용병들이 많이 입곤 했다.

디아론이나 샤론에서는 산지가 험하고 몬스터가 많아 산을 다닐 수 있도록 가벼우면서 몸을 충분히 보호해줄 수 있는 가죽옷을 많이 입곤 했다.

디아론이나 과거 샤론 스타일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가죽이 두껍고 몸을 최대한 가리며 움직이기 편하게 약간 큰듯하게 입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가죽옷에 머리를 덮는 후드 스타일의 망토까지 두르면 어디서든 노숙을 할 수 있는 옷이 되었다.

그런데 사니가 입고 있는 옷은 조금 달랐다.

일단 가죽옷이 어깨까지만 가려주고 그 아래 팔은 가려주지 않았다.

기본 바탕은 연한 베이지색이었고 몸통 부분을 진한 갈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또한 품이 넉넉한 일반적인 가죽옷들과 다르게 몸에 딱 맞으면서 가슴과 허리 라인을 강조했다.

여성의 몸매 라인을 살려주는 지구식 스타일이었다.

코두와 다르가 입은 옷도 남성옷이었지만 비교적 슬림했다.

슬림하고 부드럽고 가죽이지만, 연하고 신축성이 있었다.

이들의 옷은 온도조절까지 가능했다.

“그러게요. 저도 이 옷 입다가 다른 옷은 못 입을 것 같아요.”

“뭐야, 둘은 이 옷 자주 입어요? 나는 아까워서 못 입다가 이번에 비상이라고 해서 입고 온 건데?”

그때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렸다.

“어디지?”

“세 번째 함정인 것 같아요.”

“가자.”

마법사들이 세 번째 함정에 들어가 보니 오크 스무 마리가 함정에 걸려 오도 가도 못 하고 맴돌고 있었다.

산맥 쪽을 보니 오크들이 더 내려오고 있었다.

함정으로 몬스터들이 들어오면 기본적인 환각 마법과 방향 상실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했다.

그래서 오크들은 지금 마법사들을 향해 바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마법사들은 오크를 보며 서로 시선을 맞추었다.

“마법진을 쓸까?”

“일단 보고부터 할게.”

치지지직.

무전을 보냈더니 꾸얀이 받았다.

“꾸얀 기사님, 저는 사니입니다. 세 번째 함정에서 오크들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적어도 스무 마리 이상이 함정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산맥 방향에서 계속 내려오고 있습니다. 마법진을 이용해 오크들을 잡고 있겠습니다.”

―알았다, 곧 가겠다. 오버.

세 마법사들은 긴장했지만, 개인의 실력으로 잡는 것도 아니고 마법진을 활성화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활성화할게.”

다르가 마법진에 손을 얹고 사니, 코두와 시선을 맞추었다.

옆에서 응원해주었다.

“이거 오크 스무 마리를 잡는 건 처음인걸.”

“잘해요.”

“알았어, 마법진, 활성화!”

웅웅웅.

마법진에 마나가 순환했다.

지금도 항아리 모양의 함정에서는 오크들이 방향을 못 찾고 헤매고 있었다.

슈칵!

바닥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솟아 나와 오크들을 찔렀다.

스무 마리가 넘게 있었지만, 오크들이 조각이 되어 분리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

“장난 아니네.”

옆에서 지켜보던 사니와 다르도 놀랐다.

본인들이 꾸준히 관리하고 있던 마법진이었지만 실전은 처음이었다.

“괜찮은가?”

꾸얀이 왔을 때는 이미 산 위의 오크들도 함정에 내려왔다가 도륙되었다.

꾸얀이 구경하다가 말했다.

“이거 이러다가 사냥은 마법진이 다 하고 기사들은 실직하는 시대가 오는 거 아냐?”

“아이고, 꾸얀 님. 그런 세상은 안 옵니다.”

“그럼요. 꾸얀 님께서 와주셔서 얼마나 든든한데요.”

그때 꾸얀의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병 계약에 응하시겠습니까?]

영주였다

“와! 영주님! 당연하죠. 저 꾸얀은 김민준 님과의 용병 계약에 응하겠습니다.”

[꾸얀, 깃발 봤어.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오크들이 내려왔는데 함정으로 잘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나는 신성교국에서 라이칸스롭을 해결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신성교국에서 보이는 달이 샤론에서는 안 보일까?

보일 것이다.

그러면 샤론에는 문제가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화면을 이동해 샤론 영지를 비추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주관 마당에 걸려있는 깃발을 보자마자 꾸얀을 찾아왔다.

그래도 별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이제 용병 걸어 두었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먼저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꾸얀은 하늘을 보며 경례를 했다.

옆의 마법사들도 낯이 익었다.

[옆에는 그 3서클 마법사 삼총사죠?]

[네. 3서클이라서 마법진 활성화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제가 한 바퀴 정찰해볼게요.]

[감사합니다.]

나는 화면을 축소해 보며 샤론 주변을 정찰했다.

그리고 붉은 달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샤론 영지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하고, 신성교국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이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지이이잉.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네, 금방 오신다고요?”

전화를 끊은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더욱 성장할 시간이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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