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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48화 (147/230)

148화. 붉은 달

샤론 영지의 길리언은 영지의 꼬마 마법사로 불리곤 했다.

길리언은 말할 때 종종 발음이 샐 정도로 나이가 어렸다.

하지만 영지에서 길리언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길리언은 무려 2서클에 오르는 재능을 보였다.

샤론 영지에서는 모든 영지민 마법사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지만 성인들 중에서 알타르를 제외하고는 3서클이 최고였다.

그것도 겨우 세 명뿐이었다.

그리고 길리언은 영지의 영주님께서 종종 관심을 보이는 아이였다.

아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성인들과 함께 알타르의 개인지도를 받고 있었다.

“아꾸아!”

발음이 새는 시동어에도 불구하고 길리언이 모은 두 손에는 길리언의 머리통만 한 물방울이 모이기 시작했다.

길리언은 집에 있는 커다란 통에 아쿠아로 모은 물을 쏟아부었다.

“길리언, 뭐하니?”

엄마가 집 안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통에 물 부어요.”

“늦었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와서 자야지.”

길리언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세상을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그 흐름에 변화를 주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은 엄마와 아빠가 알려주었고 알타르 선생님도 친절히 알려주었다.

“이히히, 아꾸아!”

길리언이 하도 아쿠아 마법을 사용해서 마당에는 아주 커다란 물통을 놔두었다.

길리언은 재미로 아쿠아 마법을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기껏 만든 물을 그냥 버리기도 아까웠다.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전에는 물을 계곡에서 길어와야 했다.

물지게를 지고 계곡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물은 아주 소중한 자원이었다.

지금은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물을 구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많이 쉬워졌지만, 그렇다고 이미 만든 물을 버릴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길리언이 재미로 만드는 물은 이웃과 나눌 정도로 충분한 양이었다.

엄마의 부름에도 길리언은 마법을 사용하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보다 못한 엄마가 길리언을 데리러 마당으로 나왔다.

“길리언, 늦었단다. 내일 하렴. 이제 들어와.”

“엄마, 오늘은 마법이 너무 잘 대여.”

“마법이 발현이 잘 된다고? 그것 좋겠구나. 하지만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에요.”

“엄마, 열 번, 아니 다섯 번만 하께요.”

“알았어. 그럼 다섯 번만이에요. 어서 하렴.”

길리언의 엄마는 마법에 빠진 어린 아들을 지켜보며 한쪽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아꾸아”

“히히, 아꾸아.”

길리언은 마냥 아쿠아 마법을 발현했다.

“엄마 오늘은 먼가 달라여.”

“뭐가 다른데?”

“마나가 많아여.”

“몸속의 마나가 많다고?”

“아니여.”

“그럼?”

“그냥 다여.”

1서클 마법사에 불과한 엄마는 길리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네 번 했어. 이제 마지막이야.”

길리언은 마지막이라는 말에 아깝다는 듯 신중을 기했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그 속의 마나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사라라락.

친구가 부드러운 풀로 귀나 목을 간지럽히는 것처럼 오늘따라 마나가 더욱 간지러웠고, 영주님이 주신 검고 폭신한 빵처럼 마나의 향기가 달콤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엄마의 말에 길리언은 마나를 꼭꼭 눌러 담았다.

자꾸 새어나가려는 아이들을 다독여 가야 할 길로 보냈다.

마음속으로 마나를 다독였다.

‘마나들아, 그쪽이 아니야. 이쪽이야, 이쪽. 그래, 잘했어.’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아. 꾸. 아.”

촤아아악!

길리언의 손에서 물이 수십 미터를 치솟았다.

이건 아무리 봐도 2서클 마법의 규모가 아니었다.

“어머나!”

제 자식을 영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놀라웠다.

손에서 나오는 물은 순간이 아니었고 한참을 지속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대형 분수처럼 치솟은 물은 빗방울이 되어 후두둑 떨어졌다.

길리언은 비를 맞으며 엄마를 향해 싱긋 웃고 있었다.

길리언의 엄마는 길리언의 마법에 놀라고 뒤쪽 하늘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아!”

비가 내리고 있는 하늘에는 둥글고 붉은 달이 떠 있었다.

* * *

‘두 개의 붉은 달이 뜨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다.’

샤론과 디아론 영지에서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오는 경고였다.

몬스터 웨이브는 마을 자체를 소멸시켜버리고, 영지를 망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재난이었다.

그래서 샤론 영지의 주민들, 디아론 영지의 주민들, 프란시아 왕국의 모든 국민들은 달, 그중에서도 붉은 달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래전 전설에 의하면 지하에서 살던 마왕이 지상으로 올라와 인간 세상을 피로 물들였다고 했다.

마왕을 물리치고자 하는 결사대가 구성되었고 결사대는 마왕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했다.

결사대의 최후까지 살아남은 자는 데이스와 포린이라는 자였다.

하지만 그 둘은 마지막 마왕의 저주를 받고 점점 악에 물들어 갔다고 했다.

이대로는 자신들이 또 다른 마왕이 될 것 같음을 느낀 둘은 스스로 지상을 떠나 밤하늘의 달이 되었다고 했다.

글리제의 세상에서 달은 두 개가 떴다.

평상시에는 연한 아이보리색의 달이었지만 몇 년마다 붉게 변했다.

그렇게 붉게 변한 달 중 하나를 데이스, 다른 하나는 포린이라고 불렀다.

디아론 백작가에서도 붉은 달이 뜨자마자 대책 회의가 벌어졌다.

백작이 회의를 위해 모인 가신들에게 물었다.

“데이스가 뜬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기사 안톤이 대답했다.

팬니르가 공석이어서 안톤이 기사단장 대리를 하고 있었다.

“약, 삼십 분 정도 되었습니다.”

“높이는?”

“머리 위에 떴습니다.”

“얼마나 갈 것 같은가?”

“통상적으로 머리 위에 뜬 데이스는 삼사일 정도 떠 있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산맥에 영향은 없는가?”

“아직 특이한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백작이 주위를 보며 물었다.

“다른 의견은?”

여러 가신이 각자의 의견을 냈다.

“라이칸스롭과 같은 일부 몬스터는 데이스 하나만으로도 흥분할 수 있습니다. 트란 산맥과 인접한 마을로 미리 병력을 보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샤론 영지 쪽과도 연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샤론 영지에서부터 밤나무 마을까지 저지선을 만들어 산맥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를 수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팬니르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이럴 때 기사단장이 없으니 아쉽습니다.”

디아론 백작이 명령을 내렸다.

“기사 안톤이 지휘를 해서 기사단의 절반을 이끌고 밤나무 마을로 이동한다. 밤나무 마을에서 샤론 마을과 연계를 철저하게 하도록. 그리고 팬니르는 찾지 않는다. 기사에게는 중요한 순간이 있는 법. 믿고 기다리도록.”

명령을 받은 안톤이 힘차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 * *

신성교국에서 수색을 하던 나는 붉은 달을 보고 미쳐 날뛰는 라이칸스롭 무리를 발견하고는 바로 풍요와 대지의 신전으로 돌아왔다.

아직 화면을 이동하는 시간은 순식간이라 아직 이곳에서는 머리 위의 붉은 달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았다.

소환수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하늘 봤어? 붉은 달이 떴어.]

내 쪽지를 본 소환수들이 깜짝 놀라며 하늘을 봤다.

소환수들도 붉은 달을 보았다.

붉은 달은 다행히 한 개만 떴지만 그래도 샤샤는 닭살이 돋는지 두 팔로 몸을 껴안으며 인상을 썼다.

이 동네 사람들에게 붉은 달은 트라우마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라이칸스롭 무리가 오고 있어.]

[얼마나 오고 있나요?]

[북쪽에서부터 내려오고 있고, 수는 300마리가 넘는 것 같아. 걔네들, 달을 보더니 막 소리를 지르던데? 흥분상태인 것 같아.]

원래 라이칸스롭과 같은 늑대인간 계열은 야행성이고 달을 보면 더 흉폭해진다.

그런데 붉은 달까지 떴다?

아드레날린이 팡팡 터지면서 극도의 흥분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사람의 경우도 격투기 선수처럼 극한의 긴장 상태일 때는 맞아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되어 맞아도 아픈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라이칸스롭은 붉은 달을 보면 그런 상태에 돌입하는 것 같았다.

원래 생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이 부서지지 않을 만큼만의 힘을 낸다.

하지만 지금의 라이칸 스롭은 그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 같았다.

이런 적은 상당히 조심해야 했다.

고통을 모르는 상대는 몇 배나 강해졌다.

샤샤는 루디를 비롯한 기사들에게 말했다.

“북쪽에서 삼백 마리 이상의 라이칸스롭이 내려오고 있어요. 그리고 붉은 달이 떴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몇 배는 강력할 거예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샤샤는 손가락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방향은 내가 도움을 주었다.

[그래, 딱 그쪽 방향이야.]

“여러분, 저쪽에서 삼백 마리 이상의 라이칸스롭이 오고 있어요. 붉은 달을 보며 흥분해서 평상시보다 강력할 거예요.”

[샤샤야, 다연발 발리스타도 북쪽으로 이동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알겠어요.]

사방으로 설치했던 다연발 발리스타를 라이칸스롭이 오고 있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나는 나대로 준비를 해주었다.

[루디, 기사들에게 용병을 걸어서 디바인 프로텍션을 걸어주고, 다시 용병을 해제할게요. 그렇게 하면 차례차례 여러 기사들에게 프로텍션을 걸어주고 전투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루디가 외쳤다.

“머릿속에서 용병이 되겠냐는 질문이 들리면 바로 승낙합니다. 그러면 보호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두 질문에 바로 승낙합니다.”

나는 차례차례 용병이 되겠냐는 질문과 디바인 프로텍션을 수행했다.

기사들은 빠르게 용병을 승낙했고, 나도 열심히 디바인 프로텍션을 걸어주었다.

기사들의 수가 많아서 마나가 딸렸지만 다행해 마나 포션을 마시고 마나를 회복하고 또 프로텍션을 걸어줄 때까지 라이칸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높은 고도로 올라가서 다시 라이칸스롭의 위치를 확인했다.

[한 5km 정도 남았어. 하지만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어. 5분이면 올 거야.]

[네, 알겠어요.]

알타르는 5km 남았다는 소리에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1km 남았어. 모두 준비해.]

내 쪽지에 모두 전투 준비를 했다.

[500m]

“아우우우!”

이제 소환수들과 기사들이 라이칸스롭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적들의 수는 기사들보다 몇 배 많았다.

그리고 붉은 달에 의해 모두 광전사 모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사들은 성벽에 의지하기도 했고 방어를 위한 마법진들도 있었다.

타타타탁.

이제 달려오는 라이칸스롭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흰자위가 없이 달처럼 붉은 눈동자였다.

입을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침을 흘렸다.

흡사 광견병에 걸려 정신없이 짖고 있는 개의 모습 같았다.

개보다 훨씬 크고 흉칙했다.

큰 개라고 해도 네 발로 걸을 때는 거의 대부분 눈높이가 사람보다 낮았지만, 라이칸스롭은 네발로 뛸 때도 사람의 눈높이와 비슷했다.

서서 달릴 때는 당연히 사람보다 키가 훨씬 컸다.

그런 라이칸스롭들이 미친 것 같은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라이칸스롭은 네발로 뛰다가 두 발로 뛰다가 불규칙하게 아무렇게나 달렸다.

게다가 마나를 사용해 날카로운 발톱에 마나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기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라이칸스롭과 싸워본 적이 있어도 붉은 달 아래에서 라이칸스롭과 싸워본 적이 있는 기사는 별로 없을 거였다.

기사들은 무기를 빼 들고 진형을 갖추었다.

소환수들과 알타르도 준비 완료였다.

팽팽한 긴장감에 기사 측도 아드레날린이 폭발하여 긴장 상태가 된 듯했다.

웅웅웅웅.

기사들의 검에 마나가 덧씌워졌다.

“캬아아아악!”

“온다!”

붉은 달 아래 두 세력이 맞붙었다.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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