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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소환수들-146화 (145/230)

146화. 신전

밭일하고 있던 마티나에게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놀란 마티나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고.”

하지만 엉덩이에 집중할 때가 아니었다.

마티나는 얼른 일어나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주변에는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수론 잎사귀뿐이었다.

수론은 뿌리를 먹는 식물이었다.

땅 위의 줄기 부분은 누군가 숨기에는 조금 작았다.

마티나는 저 멀리서 누군가 외쳤나 해서 멀리까지 바라보았지만, 소리를 지를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들린 소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마티나는 무서워서 괜히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구예요! 누구 있어요?”

다시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이 갸륵하구나.]

멀리서 외치는 듯한 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한 소리… 아니,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아! 신…신이신가요?”

마티나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신의 목소리라니.

자신에게 신이 임하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신전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부러웠는데 이제 자신에게도 신이 말을 걸었다.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저처럼 미천한 이에게 신께서 임하시다니 감사합니다.”

마티나는 어느덧 거의 절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너를 내려다보고 있느니라.]

“아! 하늘에서.”

마티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믿고는 있었지만 신께서 자신을 보고 계셨다고 했다.

[방금 엉덩방아를 찧었구나. 아프지 않느냐?]

“아이고. 괜찮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은 것을 보고 아프지 않냐고 물어봐 주는 신이라니!

마티나는 신이 꽤 세심하고 자상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아픈 것 같은데? 내 낫게 해주마. 또 어디 평소에 아픈 곳이 있느냐?]

“아이고, 제가 뭐라고 신께서 신경 쓰시나요.”

[어허, 고쳐 준다니까. 왜, 싫어?]

거절하면 신이 삐질 것만 같았다.

“아닙니다. 고쳐 주십시오.”

사실 마티나는 오랫동안 허리가 아팠다.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여 농사를 짓는 중년의 아낙들 중에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티나도 허리며 무릎이며 쿡쿡 쑤시곤 했다.

“원래 오랫동안 허리가 조금씩 아프곤 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또 어디가 아프냐?]

“무릎도 비 올 때마다 콕콕 쑤신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용병이 되겠다고 말해 보아라.]

“네?”

[용병이 된다고 하면 허리를 바로 낫게 해주마.]

마티나는 뭔가 대화의 흐름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신이 뭔가 거래를 제안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용병이 된다고 말하기 싫은가? 싫으면 다른 사람에게 가겠다.]

“아, 아니요. 용병이 되겠습니다.”

[이름과 함께 김민준 님의 용병이 되겠다고 말해 보거라.]

“네?”

[일단 해 보거라.]

마티나는 뭔가 이상했다.

예전에 도시에 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장찍고 싸인을 해서 가진 돈을 다 털리고 알거지가 된다고 했는데 왠지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머릿속으로 말을 걸 수 있는 존재.

즉, 신인지 아니면 신과 비슷한 존개가 자신과 같은 나이 든 농부를 굳이 속일 이유도 없을 것 같았다.

“저, 마티나는 김민준 님의 용병이 되겠습니다.”

화아악.

그 순간, 마티나는 갑자기 자신의 몸에 빛이 나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시원한 느낌.

그리고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아!

신이 맞았다.

마티나는 두 손을 꼭 모아 감사드렸다.

오래전 성인식 때 대신전에서 성녀님의 축복을 받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신께서 임하시는 느낌.

풍요와 대지의 신께서 자신의 몸에 임하시는 그런 느낌이었다.

허리와 무릎이 시원했다.

마티나는 벌떡 일어나보았다.

이리저리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굽혀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관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아프지 않아요!”

마티나는 온몸이 날아갈 듯 시원한 느낌에 마음이 감동해 깊게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제가 뭐라고 신께서 임하시다니요.”

[그래, 고마우면 이제 묻는 말에 대답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마티나로부터의 대화로 정보를 얻었다.

다행히 이곳은 이미 풍요와 대지의 신을 믿는 지역이었다.

동쪽으로 얼마간 가면 풍요와 대지의 대신전이 있다고 했다.

나는 마티나라는 아주머니가 한 번에 용병도 승낙해주고 정보도 쉽게 얻어 기쁜 마음에 선물을 하나 주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끝으로 선물을 하나 주마. 선물함이라고 말해보거라.]

“선물함.”

[거기 눈앞에 보이는 것을 꺼내거라.]

마티나는 눈앞에 반투명하게 뭔가 보이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신께서 하시는 일인데 이상할 게 뭐 있겠냐며 물건을 집어 보았다.

[잘했다. 끝을 잡고 뜯어보거라. 그렇지, 거길 잡고 찢어라. 오케이, 얇은 투명한 막을 떼거라. 그렇지, 살짝 끈적이지? 그것을 주로 아팠던 부분에 붙여 보거라.]

나는 허리와 무릎에 좋은 파스를 선물해 주었다.

[그럼 나는 간다. 빠이.]

나는 화면을 움직여 마티나가 말한 방향으로 이동해 보았다.

경작지와 마을을 지나 인가가 없는 지역이 나타났다.

얼마쯤 가다 보니 다시 농작지와 주택 그리고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길은 점점 넓어지고 곧아졌다.

그리고 커다란 도시가 나왔다.

나는 도시를 보다가 금세 대신전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도시의 가운데에는 언덕으로 된 지형이 있었고 그곳의 가장 높은 곳에는 아주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지붕은 둥글고 짙은 초록색이었다.

“알파야, 딱 봐도 여긴가보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장소 기억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그럼 소환수들 데려오자.”

―네.

“화면, 다시 소환수들에게 이동.”

화면이 하늘 높이 떠오르며 주변 시야가 축소되었다.

대신전이 다시 깨알처럼 보였다.

화면은 더욱 높이 솟아 신성 교국 전체가 보일 정도로 솟았다.

그리고 잠시 화면이 이동한 후 다시 확대되었다.

확대된 화면에는 소환수들이 있는 신전이 보였다.

화면을 미세 조정해 소환수들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방 안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방 안에서는 기사와 병사들은 손에 묶인 끈이 풀어진 채 옆으로 나란히 서서 차렷을 하고 있었다.

카나가 기사와 병사들에게 뭔가를 시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똑바로 못합니까? 거기 왼쪽에서 세 번째 올빼미. 본인만 힘듭니까? 다시 전원 뒤로 취침”

기사와 병사들이 뒤로 누웠다.

“기상. 뒤로 취침하지 말고 앞으로 취침하지도 마십시오.”

기사와 병사들이 움찔움찔하다가 대부분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를 버텨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취침이라는 말에 서둘러 엉덩이를 땅에 붙인 병사가 있었다.

“다섯 번째 올빼미, 취침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 말이 안 들립니까?”

어라? 카…카나야?

내가 대신전을 찾고 돌아오는 동안 카나는 태양신의 기사와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기사와 병사들은 카나가 자신의 직속상관이라도 된 듯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카나는 카리스마 작렬이었다.

그래도 내가 말을 걸어주는 것이 저 훈련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소환수들에게 내가 왔다고 말해주었다.

[얘들아, 나 왔어.]

[어머, 금세 오셨네요.]

[냥]

카나도 병사들을 다룰 때와 완전히 달라진 표정으로 나에게 쪽지를 보내주었다.

[왔어?]

[그래. 카나야.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뭐?]

카나는 뭔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얘들아, 풍요와 대지의 신전은 여기서 제법 멀어. 비행 차량을 다시 타고 가야 해.]

[네~]

카나가 턱짓을 한번 하자 기사와 병사들이 우루루 신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소환수들도 건물 밖으로 나왔다.

카나의 선물함에서 비행 차량을 꺼내어 소환수들이 탑승했다.

비행 차량이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전체적인 방향은 내가 알려주었다.

나는 인간 내비게이션이었다.

[자, 방향은 조금만 오른쪽으로, 그렇지, 오케이 쭉 가봐.]

비행 차량은 신성 교국의 하늘을 날았다.

다시 몇 시간 비행이었다.

[얘들아, 심심한데 게임이라도 할까? 구구단 알아?]

[그게 뭐냥?]

[음…그럼 끝말잇기라도 할까?]

[알았당.]

[먼저 해봐.]

[샤샤.]

[한 거야? 샤샤라고? 샤로 시작하는 말이 뭐가 있더라…….]

지루한 비행도 놀면서 가니 금방이었다.

아까 보고 온 초록색 지붕 건물이 저 멀리 보였다.

이번에도 너무 가까이서 내리지는 않고 한적한 곳을 찾아내렸다.

소환수들이 대신전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향했다.

내 화면도 소환수들과 나란히 걷는 듯한 위치를 잡았다.

언덕 위로 올라가며 대신전을 바라보니 뭔가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유도한 듯했다.

화면을 뒤로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언덕 바로 아래쪽 가까이에는 여러 화려하고 커다란 건물들이 보였다.

언덕에서 멀어질수록 건물과 집의 높이가 낮아지고 드문드문 경작지가 보였다.

이 도시의 중심이 이 건물임이 보였다.

드디어 초록 지붕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다.

건물 앞에는 창을 들고 지키는 병사들이 많았다.

[여기서도 아까 신전처럼 싸움이 나면 어떡하지?]

[아까는 우리가 누군지를 밝혔잖아. 우리는 풍요와 대지의 신자라고 말했는데 저들은 태양신을 믿었잖아. 자기들 신자가 아니란 것 알고 싸우게 되었으니까 우리가 누군지 밝히지 않은 채 물어봤으면 해.]

조금 전의 일도 있고 해서 우리는 정체를 밝히지 않고 먼저 어떤 신전인지 확인하기로 했다.

샤샤가 가장 가까운 병사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떤 곳이죠?”

“대신전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신의 대신전이죠?”

병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눈도 조금 가늘게 떴다.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풍요와 대지의 대신전입니다.”

“아!”

[풍요와 대지의 신전 맞대요~]

[휴. 드디어 잘 찾아왔구나.]

샤샤가 병사에게 말했다.

“저희는 풍요와 대지의 신으로부터 신의 마크를 받은 분의 지시로 이곳에 왔어요. 대화를 나눌 사제님과 만날 수 있을까요?”

“신의 마크요?”

병사가 조금 놀라는 것 같았다.

“네, 신의 마크. 아세요?”

“음… 대략 알고는 있습니다. 제가 사제님을 모셔오겠습니다.”

병사는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사제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신의 마크를 받은 분께서 보내셨다고요?”

“네”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소환수들은 사제의 안내로 대신전으로 들어갔다.

대신전은 규모가 상당했다.

나라의 이름이 신성 교국이라고 하더니 신전을 으리으리하게 지어놨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니 안쪽에 다시 넓은 정원이 나왔다.

정원에는 예쁜 풀과 꽃들이 있었고 여러 가지 종류의 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여긴 과일도 키우네. 그런데 왜 이렇게 커?”

“그러게. 풍요와 대지의 신전이라서 그런가? 아주 풍요로워 보이긴 한당.”

“어? 저건 피토니인가? 맞지?”

“와, 그러게 피토니 맞네. 엄청 커.”

샤샤는 샤론에서 보던 크기보다 훨씬 커다란 과일에 놀랐다.

맛은 어떤지 몰라도 보기에는 훨씬 좋았다.

“먹어보고 싶은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넓은 회랑에 들어가니 또 다른 사제가 마중을 나왔다.

새로 나온 사제의 안내를 받아 어딘가 들어갔다.

잠시 후 또다시 교체된 사제의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복잡한 과정으로 대신전 안쪽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어느 중년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환수들을 맞아주었다.

나는 화면을 움직여 중년 여성과 그 주변 기사들을 보았다.

설마 풍요와 대지의 신전인데 여기서 전투가 일어날까 싶었다.

그때 중년 여성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다.

“아!”

갑자기 익숙한 기억이 났다.

예전 프란시와 왕국과 전쟁을 벌인 베이론 왕국을 정찰하러 갔을 때, 적국의 대마도사인 타지프를 처음 보았을 때도 딱 이렇게 눈이 마주쳤었다.

이 여자도 지금 화면 건너에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 눈빛!

예전 타지프의 눈빛이 생각이 났다.

나는 바로 소환수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조심해! 그 여자, S급이야!]

금쪽같은 소환수들

— 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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